야생화이야기

삼색제비꽃(Viola tricolor) '나를 생각해 주세요'

林 山 2022. 3. 30. 15:45

봄이 되자 충주시에서는 삼색제비꽃(pansy) 화분을 마거리트(Marguerite), 개양귀비(corn-poppy, 꽃양귀비) 등의 화분과 함께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가에 내놓았다. 삼색제비꽃 화분에는 노란색과 자주색 날개를 가진 나비들이 떼로 내려앉은 듯했다. 거리를 오가며 활짝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겨운 봄맞이가 되겠다. 

 

삼색제비꽃(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상가 앞, 2022. 3. 29)

삼색제비꽃은 제비꽃목 제비꽃과 제비꽃속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비올라 트리컬러 린네(Viola tricolor L.)이다. 삼색제비꽃을 팬지(pansy), 유접화(遊蝶花), 삼색화(三色花), 삼색채(三色菜)라고도 한다. '팬지'라는 이름은 '생각하다, 명상하다' 등의 뜻을 가진 프랑스어의 '팡세(Penser)'에서 온 것이다. 꽃 모양이 마치 명상에 잠긴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꽃말은 '쾌활한 마음, 나를 생각해 주세요, 쾌활, 사색'이다.

 

삼색제비꽃의 영어명은 바이올라 트리컬러(Viola tricolor)이다. 와일드 팬지(wild pansy), 하트시즈(heartsease, heart's ease), 하츠 딜라이트(heart's delight), 티클-마이-팬시(tickle-my-fancy), 잭-점프-업-앤드-키스-미(Jack-jump-up-and-kiss-me), 컴-앤드-커들-미(come-and-cuddle-me), 쓰리 페이시즈 인 어 후드(three faces in a hood), 러브-인-아이들니스(love-in-idleness)라고도 한다. 일어명은 산시키스미레(サンシキスミレ, さんしきすみれ, 三色菫)이다. 중국명은 싼쓰진(三色堇), 이명에는 싼쓰진차이(三色堇菜), 후디에화(蝴蝶花), 싼쓰즈뤄란(三色紫羅蘭), 렌롄화(人脸花) 등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Eros)는 은은한 흰색 제비꽃을 사랑했다. 흰색 제비꽃에 빠진 아들 에로스를 보고 걱정이 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는 흰색 제비꽃에 색을 칠해 삼색제비꽃을 만들었다고 한다.

 

로마 신화에서 사랑의 신 큐피드(Cupid)는 어느 날 자기가 좋아하는 님프(nymph)의 가슴에다 사랑의 화살을 쏘았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화살은 님프에게 날아가지 않고 엉뚱한 흰색 제비꽃을 맞혔다. 화살이 꽂힌 상처에서 나온 피로 인해 흰색 제비꽃은 자줏색, 노란색, 흰색으로 변해 삼색제비꽃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나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삼색제비꽃은 후세에 각색된 것으로 보인다. 

 

삼색제비꽃(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상가 앞, 2022. 3. 25)

삼색제비꽃은 유럽이 원산지인 야생 팬지가 조상이다. 세계적으로 약 300여 종이 지중해를 중심으로 분포한다. 원예종 삼색제비꽃은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Viola tricolor L.과 북유럽 원산의 근연종(近緣種)을 교잡시켜 만든 것이다. 북아메리카에서는 귀화식물로 널리 자라고 있다. 한반도에는 1912~1926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색제비꽃의 키는 12~25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추자라며 녹색이다. 줄기에는 능선이 있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엽병은 길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난상 긴 타원형 또는 피침형이며, 둔한 톱니가 있다. 탁엽(托葉)은 엽병보다 길고, 깃꼴로 깊게 갈라진다.

 

꽃은 3~5월에 자주색, 노란색, 흰색의 꽃이 같이 핀다. 원예품종은 단색 또는 오렌지색, 갈청색, 적색, 청색 등 꽃색이 다양하다. 잎겨드랑이에서 긴 화경이 나와 그 끝에 한 개의 꽃이 옆을 향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개로서 녹색이다. 꽃잎은 5개로서 둥글며 옆으로 퍼지고, 고깔부가 짧다. 꽃은 소륜종, 중륜종, 대륜종이 있다.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달걀모양이며 개열(開裂)하면 종자가 나온다.

 

삼색제비꽃(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상가 앞, 2022. 3. 25)

삼색제비꽃의 전초(全草)를 삼색근(三色菫)이라고 하며 약용한다. 지해(止咳)의 효능이 있다. 소아의 나력(瘰癧)을 치료한다. 삼색근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수재되어 있지 않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삼색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삼색제비꽃 (충주시 교현동 체육관 사거리, 2022. 5. 11)

삼색제비꽃은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삼색제비꽃을 마거리트 등과 함께 시내 중심부 도로변 꽃길용으로 많이 심는다. 자주색 꽃에는 감귤류 플라보노이드인 루틴(rutin)이 함유되어 있어 민간에서 피를 맑게 하는데 쓰거나, 이뇨제로 사용한다.

 

2022. 3. 30. 林 山. 2022.5.19. 최종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