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도 다 끝나갈 무렵 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뒷길을 걷다가 어느 집 화단에 미선나무(尾扇木, 美扇木) 꽃이 활짝 피어난 것을 발견했다. 순백색 미선나무 꽃은 앙증맞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개나리와 달리 향기도 좋아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선나무의 작고 예쁜 미색(米色) 꽃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정말 순수해지는 듯하다.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꽃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은 미선나무를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Angiospermae)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현삼목(玄蔘目, Scrophulariales) 물푸레나무과(Oleaceae)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의 관속식물(管束植物)로 분류되어 있다. 관속식물(管束植物)은 관다발식물(vascular plant)이라고도 하는데, 식물 전체에 물과 미네랄을 전달하기 위해 목질화된 조직(목질부)이 있는 육상 식물로 정의되는 대규모 식물 분류군으로 약 30만 종이 알려져 있다.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의 분류는 물푸레나무목(Oleales) 물푸레나무과 미선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落葉闊葉灌木)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미선나무(추천명), 둥근미선나무, 분홍미선, 분홍미선나무, 상아미선나무, 푸른미선나무 등의 국명(國名)이 실려 있다. 북한명은 미선나무(추천명)다. 국생정에는 미선나무(추천명), 둥근미선나무(비추천명) 등의 국명이 등재되어 있다. 한강토(조선반도) 특산식물이다.
미선나무라는 이름은 열매가 미선(尾扇)처럼 생긴 것에서 유래했다. 미선(尾扇)은 고려시대(高麗時代)부터 당악정재(唐樂呈才)를 공연할 때 사용한 부채 모양의 의물(儀物)이다. 부채 좌우가 공작(孔雀)이 꼬리를 펼친 모양으로 되어 있다. 사극(史劇)에 종종 나오는 조선시대(朝鮮時代) 임금 뒤에서 시녀(侍女)들이 들고 있는 부채가 바로 미선이다. 열매인 시과(翅果)를 보면 정말 미선(尾扇)과 똑닮았다. 꽃말은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선녀(仙女)'다.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미선나무의 학명은 아벨리오필룸 디스티쿰 나카이(Abeliophyllum distichum Nakai)이다. 속명 '아벨리오필룸(Abeliophyllum)'은 UK의 외과의사(外科醫師, surgeon) 이자 박물학자(博物學者, naturalist)인 클라크 에이벌(Clarke Abel, 1780~1826)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필룸(phyllum)'은 '사람이나 다른 존재의 집합(a set of people or other beings), 성(sex, 남성/여성), 민족, 인종, 종족(nation, race, tribe)'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풀론(phûlon)'에서 유래한 라틴어 명사다. '문(門, phylum)'이라는 뜻이다. 문(門, phylum)은 강(綱)의 위, 계(界)의 아래인 생물 분류 단위다. '속(屬, genus)'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종소명 '디스티쿰(distichum)'은 '두 줄의, 두 등급의(two-ranked)'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디스티코스(distichos)'에서 파생되었다. 잎이 2줄로 줄지어 마주나는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나카이(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나카이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인물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미선나무의 영문명은 미선나무(Miseonnamu) 또는 코리언 아벨리오필룸(Korean abeliophyllum)이다. '한강토 미선나무속 식물'이라는 뜻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는 와이트 퍼시씨어(white forsythia, 흰 개나리), 코리언 아벨리아레아(Korean abelialea) 등의 영문명이 실려 있다. '아벨리아레아(abelialea)'는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국표, 국생정, FOM 등재 미선나무의 일본명은 우치와노키(ウチワノキ, 団扇の木)다. '둥글부채(団扇) 나무(木)'라는 뜻이다. 둥글부채는 비단이나 종이 등으로 둥글게 만든 부채다.
FOM에는 시로바나렌교우(シロバナレンギョウ, 白花連翹)라는 별명도 실려 있다. '흰꽃(白花) 개나리(連翹)'라는 뜻이다.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维基百科) 등재 미선나무의 중국명은 차오셴바이롄챠오(朝鲜白连翘)다. '한강토(朝鲜) 흰꽃(白) 개나리(连翘)'란 뜻이다. 百度百科에는 류다오무예(六道木叶), 바이롄챠오(白连翘) 등의 별명이 실려 있다.
류다오무예(六道木叶)는 잎이 류다오무(六道木, Abelia biflora, 털댕강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류다오무(六道木)는 제4빙하기 이후 남겨진 식물로 여러해살이 관목으로 중국 우타이샨(五台山)에서 자라는 것으로 유명하다. 목재가 단단하고 촉감이 매끄러우며 질감이 우수하여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야생자원이다.
류다오무(六道木)는 류다오즈(Liudaozi) 또는 쟝룽무(降龙木)라고도 한다. 류다오무의 이름 유래와 '용을 제압한 나무(降龙木)' 전설은 팡칭치(方庆奇) 등이 쓴 '우타이샨펑우촨수어(五台山风物传说)'에 나온다. 전설에 따르면 우타이샨 중타이(中台) 취옌펑(翠岩峰)에 사악한 용이 살고 있었다. 사악한 용은 종종 마을에 내려와 집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해치곤 했다. 우타이샨 기슭에는 용감한 청년 카이산(開山)이 살고 있었다. 카이샨은 용을 죽여 백성들의 해를 없애겠다는 생각으로 나무도끼를 들고 취옌펑을 향해 걸어갔다. 도중 작은 숲에서 백발노인(白头翁)을 만나 "사악한 용은 머리와 꼬리, 네 개의 발톱을 가지고 있기에 제압하려면 적어도 여섯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작은 숲을 가리키며 "그 사람들은 이 작은 나무를 뽑을 수 있을 만큼 힘이 세야 한다."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카이샨은 마을로 돌아와 자신처럼 힘세고 용감한 청년 5명을 데리고 취옌펑으로 향했다. 카이샨 등 일행 6명은 다시 작은 숲을 만나 작은 나무를 하나씩 뽑아 나뭇잎을 떼어내고 막대기로 만들었다. 취옌펑에 이르자 사악한 용 9마리가 절벽 아래에서 자고 있었다. 카이샨 일행은 나무 막대기를 들고 용의 머리와 꼬리, 네 개의 발톱을 동시에 공격했다. 사악한 용 9마리는 막대기에 맞자마자 부들부들 떨더니 금방 죽어버렸다. 카이샨과 일행은 개산과 여섯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와 매우 피곤하여 6개의 나무 막대기를 모아 놓고 앉아서 쉬다가 곧 잠이 들었다. 그들이 깨어났을 때 놀랍게도 여섯 개의 나무 막대기는 뿌리와 가지, 잎이 자라서 뽑을 수도 부러뜨릴 수도 없었다. 이후 이 나무들은 우타이샨에서 번성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용을 토벌했다고 하여 쟝룽무(降龙木)라 불렀다. 그리고 6개의 작은 나무줄기로 되어 있고, 6개의 세로 줄무늬가 있어서 류다오무(六道木)라고도 불린다(百度百科).
미선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1속 1종밖에 없는 한반도 고유 희귀종이다. 미선나무는 1917년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1924년 미선나무는 동양산 관상용 관목과 교목이 수집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한 US 아놀드 수목원(Arnold Arboretum of Harvard University)에 보내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1934년 UK 왕립큐식물원(Kew Gardens)을 통해서 유럽에도 소개됐다. 1962년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미선마누는 천연기념물 제14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가 훼손되어 1969년에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다.
환경부는 1998년부터 미선나무를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과 보호 야생식물 49호, 문화재청은 미선나무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 자생지는 충북 괴산군 장연면 송덕리(천연기념물 제147호), 장연면 추점리(천연기념물 제220호), 칠성면 율지리(천연기념물 제221호), 영동군 영동읍 매천리(천연기념물 제364호), 전북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천연기념물 제370호) 등이 있다.
미선나무의 뿌리는 개나리의 뿌리와 비슷하다. 줄기의 키는 1~2m 정도까지 자란다. 어린 가지의 단면은 사각형이다. 가지는 자줏빛이 돌고 끝이 처지며, 골속은 계단 모양이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2줄로 달리고 달걀형 또는 타원상 달걀형(楕圓狀卵形)에 예두(銳頭) 또는 점첨두(漸尖頭)에 원저(圓底) 또는 절저(截底)다. 잎의 길이는 3~8cm, 너비는 0.5~ 3cm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자루 길이는 2~5mm이다.
꽃은 전년도(前年度)에 형성되었다가 3월~4월 초순경 잎보다 먼저 총상꽃차례(總狀花序, raceme)로 핀다. 꽃 길이는 3~4mm이다. 꽃받침은 종상 사각형(鐘狀四角形) 떨어지지 않고 길이는 3~3.5mm이다. 열편(裂片)은 4개이다. 꽃부리는 꽃받침보다 길고 흰색이다. 연한 노란색이나 연분홍색(軟粉紅色)도 있다.
열매는 시과(翅果)로 원상 타원형(圓狀楕圓形)이다. 열매는 두 개씩 달린다. 시과는 길이와 폭이 각 25mm로 끝이 오그라들며 넓은 예저이다. 종자는 9월에 성숙한다.
미선나무는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조경용수(造景用樹)나 개나리의 대체수종(代替樹種)으로 알맞다. 공원이나 생울타리 조성, 경계용(境界用) 나무로 심어도 좋다. 정원에 관상용(觀賞用)으로 심어도 좋은 나무이다. 유럽과 북미(North America)에서는 관상용 식물로 재배한다.
차오셴바이롄챠오(朝鲜白连翘)는 관화식물(观花植物)로 심는다. 절화(切花)로 이용할 수도 있다(百度百科). 관화식물(观花植物)이란 용어는 중국에서 사용한다.
미선나무는 한강토 고유종으로 충북(괴산, 영동, 진천), 경북(안동, 의성), 전북(부안)에서 자란다(국생관). 미선나무는 한강토 고유종으로 충청북도, 전라북도 지역 전석지에 분포한다(국생정).
우치와노키(団扇の木)의 원산지는 한강토(朝鮮)다. 일본에서는 외래종(外来種)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한다(FOM).
차오셴바이롄챠오(朝鲜白连翘)는 한강토(朝鲜半岛) 중부에 분포하며 멸종위기종이다. 한강토에서 재배되는 것 외에도 UK와 북미에 원예식물로 도입되었다. 한강토에서는 미선나무를 주제로 한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維基百科).
미선나무의 기본종은 꽃이 백색이다. 다음백과 국생정, 국생관 등재 미선나무의 품종에는 상아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f. eburneum T.B.LeeI), 분홍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f. lilacinum Nakai), 푸른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f. viridicalycinum T.B.Lee), 둥근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f. rotundicarpum T. B. Lee) 등이 있다.
상아미선나무(vory-flower miseonnamu)는 괴산군 칠성면 군자산 기슭에 자생한다. 꽃이 상아색으로 핀다. 분홍미선나무(Pink-flower miseonnamu)는 군자산 기슭에 자생한다. 꽃이 분홍색으로 핀다. 푸른미선나무는 충북 지역에 분포한다. 꽃받침이 연한 녹색이다.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나타난다. 둥근미선나무는 충북 진천군과 괴산군, 영동군의 전석지나 야산, 전북 내변산 직소천 유역을 따라 분포한다. 열매 끝이 패이지 않고 둥글다.
2022. 3. 31. 林 山. 2023.12.15. 최종 수정
#미선나무 #상아미선나무 #분홍미선나무 #푸른미선나무 #둥근미선나무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기쁨' 어제일리어(azalea, 서양철쭉) (0) | 2022.04.05 |
---|---|
'소녀의 꿈' 수국 '댄스 파티'(Hydrangea Dance party) (0) | 2022.04.01 |
삼색제비꽃(Viola tricolor) '나를 생각해 주세요' (0) | 2022.03.30 |
마거리트(Marguerite) '마음속에 감춘 사랑' (0) | 2022.03.29 |
'수줍음, 질투, 의심' 시클라멘(Cyclamen) (0) | 2022.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