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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윔블던] '흙신' 라파엘 나달, '악동' 닉 키리오스 동반 16강행

林 山 2022. 7. 3. 14:10

'클레이 코트의 제왕' 라파엘 나달(에스빠냐, 세계 순위 4위)이 2022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에 이어 2022 윔블던 챔피언쉽 테니스 대회 제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에스빠냐의 황소' 나달은 7월 3일 자정(한국 시간) 영국 런던 머튼 구 윔블던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로렌조 소네고(이탈리아, 54위)를 3-0(6-1, 6-2, 6-4)으로 완파하고 16강이 겨루는 4회전에 올라갔다. 나달은 4회전 진출과 함께 상금 19만 파운드(약 2억9,700만원)를 확보했다.

 

포핸드 스트로크를 날리는 라파엘 나달

메이저 대회 22회 우승에 빛나는 나달은 이번 3회전에서 고질적인 왼발 부상을 극복하고 잔디 코트에도 완전히 적응한 듯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1, 2회전에서 모두 3시간이 넘는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나달은 2시간 4분 만에 승부를 마무리지으며 귀중한 체력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종반전으로 갈수록 부상과 체력은 우승의 관건이다.

 

'흙신' 나달은 경기 초반부터 마치 연습경기를 하듯 강력한 서브와 예리한 백핸드 스트로크로 소네고를 몰아붙여 1, 2세트를 각각 6-1, 6-2로 가볍게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승부는 이미 나달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생애 처음 나달을 만난 소네고는 상대의 구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범실을 연발했다. 

 

벼랑 끝에 몰린 소네고는 3세트에서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게임 스코어 2-4로 뒤진 상황에서 소네고가 갑자기 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엄파이어에게 코트 지붕을 닫고 라이트를 켜달라고 요청했다. 나달이 큰 불만이 없었음에도 소네고가 이런 요청을 한 것은 상대의 상승세를 끊기 위해 심리전술을 쓴 것으로 보였다. 나달은 코트 지붕이 닫히는 1여분 동안 차분하게 옷을 갈아입으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경기가 재개되자 심리전술이 적중한 듯 소네고의 상승세가 찾아왔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3-4로 추격한 소네고는 이어 8번째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연달아 두 게임을 따내 4-4 동점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소네고의 상승세는 거기까지만이었다. 나달은 강력하고 예리한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며 소네고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3세트를 6-4로 따내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91cm의 장신 소네고는 서브 에이스(2-1)와 더블 폴트(1-4)에서 나달에 조금 앞섰다. 그러나, 나달은 첫 서브 득점률(78%-57%)과 두 번째 서브 득점률(78%-50), 리시브 포인트(31-18), 서비스 포인트(49-36)에서 소네고를 압도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네트 플레이 득점률에서도 나달은 71%-48%로 상대를 압도했으며, 첫 서브 성공률(67%-63%)에서도 앞섰다. 소네고는 최고 시속 212km를 넘나드는 강서브를 구사했지만 승부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코트 인터뷰에서 나달은 3회전 경기를 두고 "아마도 챔피언십 기간 동안 의심의 여지없이 내 최고의 경기였을 것이다."라면서 “아마도 내가 상대한 선수 중 가장 어려운 선수를 상대했다. 덕분에 내 레벨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 그것에 대해 매우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달은 이어 소네고에 대해 "나는 로렌조가 남은 시즌 동안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그는 잔디 코트에서 훌륭한 선수다. 작년에 벌써 4강을 했고, 올해도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 앞으로 그의 미래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나달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테니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힘든 부상을 겪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내 나이에 여전히 뛸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10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달의 16강전 상대는 보틱 판더잔출프(네덜란드, 25위)이다. 2022 프랑스 오픈 3회전에서 나달은 판더잔출프를 만나 3-0(6-3, 6-2, 6-4)으로 이긴 바 있다. 판더잔출프는 3회전에서 리샤르 가스케(프랑스, 69위)를 3-1(7-5, 2-6, 7-6, 6-1)로 누르고 올라왔다. 나달-판더잔출프의 4회전 경기는 7월 4일에 열린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뒤 포효하는 '악동' 닉 키리오스

한편, 7월 3일 오전 12시 15분 1번 코트에서 열린 남자 단식 3회전에서는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호주, 40위)가 차세대 주자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5위)에게 3-1(6-7, 6-4, 6-3, 7-6)로 역전승을 거두고 2016년 이후 6년 만에 윔블던 16강에 진출했다.  

 

2014 윔블던에서 8강까지 올라갔던 키리오스는 2016 윔블던에서 16강에 진출한 이후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2021 대회에서는 3회전 탈락했다. 코트에서의 숱한 기행으로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는 키리오스는 이번 대회 1회전에서 경기를 마친 뒤 자신과 말다툼을 벌인 팬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 침을 뱉었다가 1만 달러(약 1천293만 원)의 벌금을 물 처지에 놓였다. 

 

키리오스만큼 사고를 치지 않았지만 치치파스도 다혈질 성격으로 유명하다.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1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2위)와 함께 차세대 주자로 불리는 치치파스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종종 라켓을 내팽개치거나 부러뜨리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한다. 

 

키리오스와 치치파스는 1세트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키리오스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1세트를 6(2)-7(7)로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심기일전한 키리오스는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며 반격에 나서 2세트를 6-4로 따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2세트를 내준 치치파스는 엄파이어에게 항의하는 등 평정심을 잃고 흥분했다. 그는 자신에게 화를 내며 공을 멀리 쳐서 관중석으로 날리는 행동으로 엄파이어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치치파스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후 관중들은 키리오스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키리오스는 3세트를 6-3으로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치치파스의 반격으로 4세트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경기는 결국 타이브레이크 승부로 이어졌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대접전이 펼쳐졌다. 타이브레이크 7-7 상황에서 승리의 여신은 키리오스 편이었다. 키리오스는 중요한 순간에 연달아 두 포인트를 따내 9-7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다. 키리오스가 매치 포인트에서 드롭 샷으로 짜릿한 득점을 올리자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치치파스는 집중력 싸움에서 졌다. 치치파스는 키리오스의 강서브에 고전하며 단 한 번도 브레이크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서브 에이스에서는 치치파스가 21-14로 오히려 키리오스를 압도했다. 그러나, 더블 폴트에서는 7-1로 상대보다 무려 6개나 많이 범해 서브 에이스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치치파스는 두 번째 서브 득점률(59%-50%)과 서비스 포인트(106-102)에서도 키리오스를 앞섰다. 

 

반면에 키리오스는 첫 서브 득점률(82%-76%)에서 앞서면서 첫 서브 성공률(74%-60%)과 리시브 포인트(53-38)에서 상대를 압도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키리오스는 위너에서도 61-57로 상대를 앞섰다. 치치파스는 상대보다 5개나 많은 36개의 실책을 범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키리오스에 덜미를 잡혀 16강전 진출에 실패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경기가 끝나고 코트 인터뷰에서 키리오스는 "놀라운 분위기와 지옥 같은 경기였다."라면서 “솔직히 마음에 드는 선수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몇 주 전에 그와 플레이한 적이 있다. 하지만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선수였지만 난 나만의 전술이 있었다. 그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한 번 이긴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역 최고의 흥행 메이커 키리오스는 이어 “그냥 통과해서 너무 기쁘다. 그는 거기에서 좌절하고 있었고, 테니스는 때때로 좌절감을 주는 스포츠다. 그건 확실하다. 나는 그를 극도로 존경한다. 코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키리오스는 '코트의 악동' 이미지와는 달리 호주에서는 선행으로 자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코비드19 팬데믹 초기에 키리오스는 사람들의 집 앞까지 음식을 배달했으며, 소셜 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음식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했다. 그는 SNS에 "나에게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나누겠습니다. 국수 한 상자, 빵 한 덩이, 우유 한 덩이라도 묻지 않고 문앞에 가져다 드리겠습니다."라고 썼다.

 

뿐만 아니라 키리오스는 호주 산불 진압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그가 성공시킨 모든 에이스에 대해 기부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키리오스는 당시 화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키리오스는 또한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짓는 일을 시작했다. 

 

키리오스는 자신의 재단 웹사이트에 "테니스는 훌륭한 삶이다. 우리는 높은 급여를 받고 특혜도 꽤 좋다. 그러나 단지 돈을 위해 하는 것이라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 "이제 나는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았다."고 적었다. 그 후 그는 2022 호주 오픈의 홈 메이저 대회에서 타나시 코키나키스(Thanasi Kokkinakis)와 함께 첫 그랜드 슬램 복식 타이틀을 획득했다. '코트의 악동'이 키리오스의 장난끼 섞인 가면이라면, 그의 진정한 자아는 훌륭한 테니스를 치는 의욕적인 사람임에 틀림없다.

 

키리오스의 4회전 상대는 브랜든 나카시마(미국, 56위)다. 나카시마는 2회전에서 강호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 16위)를 3-1(6-2, 4-6, 6-1, 7-6), 3회전에서 다니엘 일라히 갈란(콜롬비아, 109위)를 3-0(6-4, 6-4, 6-1)으로 이기고 올라왔다. 키리오스-나카시마의 16강전 경기는 7월 4일에 열린다. 

 

7월 3일부터는 남자 단식 16강전이 시작된다. 밤 10시 15분 1번 코트에서는 영국의 희망 캐머런 노리(12위)-토미 폴(미국, 32위)의 경기가 열린다. 10시 45분 센터 코트에서는 10대 돌풍의 주인공 까를로스 알까라스(에스빠냐, 7위)-이탈리아의 희망 야닉 시너(이탈리아, 13위)의 경기, 이어 7월 4일 오전 12시 45분에는 메인 이벤트 '무결점 테니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위)-와일드카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팀 반 리즈도벤(네덜란드, 104위)의 경기가 벌어진다. 8강전 진출 상금은 31만 파운드(약 4억8,5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