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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윔블던] '튀니지 특급' 온스 자베르 16강행, 2-0 패리 완파

林 山 2022. 7. 2. 20:26

'튀니지 특급' 온스 자베르(세계 순위 2위)가 2022 윔블던 챔피언쉽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16강전에 진출하며 우승을 향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27살의 자베르는 7월 1일 밤 9시 30분(한국 시간) 영국 런던 머튼 구 윔블던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3회전에서 19살의 디안 패리(프랑스, 77위)를 68분 만에 2-0(6-2, 6-3)으로 완파했다. 자베르는 4회전 진출과 함께 상금 19만 파운드(약 2억9,700만원)를 확보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온스 자베르

테니스를 스포츠로서 즐기는 선수로 알려진 자베르는 타고난 엔터테이너다. 무대만 제공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팬들을 즐겁게 하는 쇼를 벌이곤 한다. 2주 전 베를린 잔디 코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자베르는 현재 8연승을 기록 중이다. 이번 윔블던 대회에서도 무실 세트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자베르는 본선 3회전까지 오면서 치른 총 49게임 가운데 단 13임만 잃었을 뿐이다. 이날 경기 승리로 자베르는 2년 연속 윔블던 4회전에 올라갔다. 

 

자베르는 절묘한 드롭 샷 2개와 허를 찌르는 패싱 샷, 과감한 네트 플레이로 1세트를 6-2로 가볍게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패리는 2세트에 들어서도 시종일관 자베르에게 끌려다녔다. 패리는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자베르는 스매쉬와 발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2세트마저 6-3으로 따내고 16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온스 자베르의 코믹 쇼

패리는 첫 서브 성공률은 66%-52%로 자베르를 압도했으나 파워가 약해 위력이 없었다. 또, 더블 폴트를 2개나 기록했다. 서브 에이스도 상대보다 2개 적은 2개를 기록했을 뿐이다. 반면에 자베르는 첫 서브 득점률(86%-52%)과 두 번째 서브 득점률(60%-45%), 리시브 포인트(33-11), 네트 플레이 성공률(76%-56%)에서 패리를 압도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자베르는 위너에서도 22-14로 패리를 압도했다. 패리는 범실에서 자베르보다 10개나 많은 24개를 범함으로써 패배를 자초했다.    

 

6월 28일 본선 1회전에서 카이아 카네피(에스토니아, 38위)를 2-0(6-4, 6-4), 6월 3일 2회전에서 마이 혼타마(일본, 138위)를 2-0(6-3, 6-2)으로 이기고 올라온 패리는 3회전에서 '튀니지의 복병' 자베르에게 덜미를 잡혀 4회전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패리는 홈 코트에서 열린 지난 2022 프랑스 오픈에서 디펜딩 챔피언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체코, 14위)를 2-1(1-6, 6-2, 6-3)로 격파한 바 있다. 이 대회에서도 패리는 3회전 탈락했다.          

 

테니스 역사상 아프리카나 아랍 선수 중 최초로 세계 랭킹 2위에 올라선 자베르의 경기 스타일은 한마디로 정의할 없을 만큼 다양하다. 스스로 '미친 샷'(crazy shots)이라고 부르는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자베르는 즐기는 테니스를 치기 때문에 어려운 샷도 과감하게 자주 날린다. 자베르는 특히 슬라이스와 드롭 샷을 활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베이스 라인에서 백핸드 드롭 샷, 포핸드 스트로크 더운더라인 공격 등 다양한 기술도 구사한다. 

 

자베르는 2017년 중반부터 피트니스 코치로 활동한 러시아계 튀니지인 전 펜싱 선수 카림 카몽(Karim Kamoun)과 결혼했다. 그녀는 아랍어는 물론 영어와 프랑스어에도 능통하며 남편이 구사하는 러시아어도 배우고 있다. 어린 시절 자베르의 우상은 앤디 로딕(Andy Roddick)이었다. 그녀는 또 여가에 축구를 하며 에투알 스포르티브 뒤 사엘(Étoile Sportive du Sahel)과 레알 마드리드 CF(Real Madrid CF)의 팬이다. 자베르는 2019년 스포츠 부문 올해의 아랍 여성상을 수상했다.

 

경기가 끝나고 코트 인터뷰에서 자베르는 "나는 항상 삶을 사랑한다. 잘하고 있을 때만이 아니다."라면서 “나는 언젠가 이곳에 오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 나는 내 조국, 아랍 세계, 아프리카 대륙에 큰 기쁨과 좋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온스 자베르의 16강전 상대 엘리제 메르텐스

자베르의 4회전 상대는 벨기에의 엘리제 메르텐스(벨기에, 31위)이다. 메르텐스는 2회전에서 판나 우드버르디(헝가리, 100위)를 이틀 간 195분의 장기전 끝에 2-1(3-6, 7-6, 7-5)로 꺾은데 이어 3회전에서는 2018 윔블던 우승자 안젤리크 케르버(독일, 19위)를 2-0(6-4, 7-5)으로 격파하고 올라왔다.  

 

16강전에서 우승 후보 자베르와 만나는 메르텐스는 "그녀는 놀라운 선수다. 지난 몇 달간 아주 좋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서 "나도 좋은 경기를 하러 왔다. 이틀 후인데 어떻게 되는지 보도록 하겠다. 하지만 이번 승리를 계기로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자베르-메르텐스의 16강전은 7월 3일에 열린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타티아나 마리아

한편, 밤 9시 25분 2번 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3회전에서는 5번 시드의 마리아 사카리(그리스, 5위)가 타티아나 마리아(독일, 103위)에게 0-2(3-6, 5-7)로 덜미를 잡혀 4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2021 프랑스 오픈과 US오픈에서 4강에 진출했던 사카리의 윔블던 최고 성적은 2017, 2019년 대회 3회전 진출이었다. 톱 랭커 사카리는 이번 대회에서도 그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3회전 탈락의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올해 4월 둘째 딸을 출산하고 투어에 복귀한 34살의 노장 타니아나 마리아는 3년 만에 2022 윔블던에 출전하여 대어 마리아 사카리를 낚음으로써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마리아는 1세트를 33분 만에 6-3으로 가볍게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반격에 나선 사카리는 2세트에서 3개의 서브 에이스에 힘입어 게임 스코어 2-0으로 앞서가며 마리아의 기세를 꺾는 듯 보였다. 게임 스코어 5-3에서 마리아는 더블 세트 포인트까지 몰렸다. 하지만, 이때 사카리의 포핸드가 무너졌다. 막판 뚝심을 발휘한 마리아는 2개의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히 지키며 4게임을 연달아 이겨 2세트를 7-5로 따내고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16강전에 올라갔다. 이번 대회 최대의 대역전극이었다. 

 

사카리는 두 번째 서브 득점률(58%-56%)과 리시브 포인트(29-24)로 마리아를 앞섰다. 하지만, 마리아는 서브 에이스(5-4)와 첫 서브 득점률(75%-74%)에서 근소하게 사카리를 앞서면서 서비스 포인트(53-37)에서 상대를 압도한 것이 결정적인 승인으로 작용했다. 마리아보다 4개나 많은 6개의 더블 폴트를 범한 사카리는 상대보다 무려 18개나 많은 30개의 실책을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마리아는 경기가 끝난 뒤 코트 인터뷰에서 “두 아이, 남편과 함께 윔블던에 처음 왔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미 본선에 진출해서 너무 행복했고 잔디 코트에서 뛰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내게 이곳은 특별한 곳이다. 가족들과 함께 윔블던 경기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지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그저 기쁘고 행복할 뿐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마리아는 이어 "딸이 장차 챔피언이 될 것이기 때문에 딸의 롤 모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딸에게 가능한 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라면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난 이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제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첫 딸 샤를로테(Charlotte)는 2013년에 태어났다. 남편 찰스 마리아(Charles Maria)는 현재 아내 타티아나의 코치를 맡고 있다. 마리아는 2017년에 상위 50위 안에 들었고, 1년 후 마요르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22 보고타 오픈에서도 우승했다. 보고타 오픈 우승으로 마리아는 이번 세기에 투어 수준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첫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4회전 진출이 확정된 뒤 기뻐하는 옐레나 오스타펜코

마리아의 16강전 상대는 2017 프랑스 오픈 챔피언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17위)이다. 오스타펜코는 2회전에서 야니나 위크마이어(벨기에, 603위)를 2-0(6-2, 6-2), 3회전에서 이리나-카멜리아 베구(루마니아, 43위)를 2-1(3-6, 6-1, 6-1)로 꺾고 올라왔다. 마리아-오스타펜코의 16강전은 7월 3일에 열린다.

 

2014 윔블던 주니어 챔피언인 오스타펜코는 4년 전 2018 대회에서 준결승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16강전에 진출했다. 오스타펜코는 경기가 끝난 뒤 코트 인터뷰에서 “나는 이 코트에서 뛰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조금 더 똑똑하게 플레이했고, 그렇게 실수를 많이 하지 않았다. 나는 2세트와 3세트에서 내 최고의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7 롤랑 가로스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오스타펜코는 시모나 할렙을 물리치고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한 최초의 라트비아인이 되었다. 오스타펜코는 또 1933년 이후 시드 없이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 최초의 선수라는 기록도 세웠다.  

 

7월 2일에도 여자 단식 본선 3회전 경기가 이어진다. 오후 7시 12번 코트에서는 2021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과 복식 챔피언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체코, 14위)-아일라 톰랴노비치(호주, 44위)의 3회전 경기가 열린다. 밤 9시 30분 센터 코트에서는 2022 프랑스 오픈 준우승자이자 10대 돌풍의 주인공 코리 '코코' 가우프(미국, 12위)-아만다 아니시모바(미국, 25위)의 경기, 10시 45분에는 빠울라 바도사 기버트(에스빠냐, 4위)-페트라 크비토바(체코, 26위)의 경기가 벌어진다. 밤 11시 1번 코트에서는 2022 프랑스 오픈 챔피언 이가 시비옹텍(폴란드, 1위)-알리제 코르네(프랑스, 37위)의 경기, 3번 코트에서는 제시카 페굴라(미국, 9위)-페트라 마르티치(크로아티아, 80위)의 경기가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