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윔블던 여자단식 3회전에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7월 2일 밤 11시(한국 시간) 영국 런던 머튼 구 윔블던의 올 잉글랜드 클럽 1번 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3회전에서 2022 프랑스 오픈 챔피언 이가 시비옹텍(폴란드, 1위)이 알리제 코르네(프랑스, 37위)에게 0-2(4-6, 2-6)로 패해 3회전에서 탈락했다. 대어를 낚은 코르네는 4회전 진출과 함께 상금 19만 파운드(약 2억9,700만원)를 확보했다.
이날 경기 패배로 시비옹텍은 2000년 이후 WTA 투어 단식 최다 37연승 행진도 종지부를 찍었다. 시비옹텍은 1회전에서 야나 페트(크로아티아, 252위)를 2-0(6-0, 6-3)으로 이겨 윔블던에서만 5번 우승한 '살아있는 전설'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571위))가 보유한 2000년 이후 최다 연승 기록인 35연승을 넘어선 바 있다. 이어 2회전에서 레슬리 케르크포프(네덜란드, 138위)를 2-1(6-4, 4-6, 6-3)로 꺾고 37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WTA에서 37연승을 거둔 선수는 1997년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은퇴) 이후 시비옹텍이 처음이다.
코르네는 강력한 우승 후보 시비옹텍을 완파하며 이번 대회 최대의 파란을 일으켰다. 코르네의 그랜드 슬램 대회 최고 성적은 2022 호주 오픈에서 거둔 8강전 진출이다. 윔블던은 2014년 대회에서 16강까지 진출했으며, WTA 투어에서는 통산 6번 우승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윔블던에서 시비옹텍을 처음 만난 코르네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이며 압도했다. 시비옹텍은 잔디 코트에 약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범실을 연발하며 경기 내내 코르네게게 끌려다녔다. 코르네는 세트 포인트를 스매쉬로 장식하며 1세트를 6-4로 따냈다. 코르네의 예상밖 선전은 조국의 자존심을 보기 위해 모여든 폴란드 응원단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반격에 나선 시비옹텍은 2세트에서 2-0으로 앞서가며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거기까지만이었다. 시비옹텍은 2022 프랑스 오픈 챔피언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코르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시비옹텍은 잔디 코트에 적응하지 못해 실책을 연발하는 자신의 모습에 답답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게임 스코어 2-4 상황에서 결정적인 스매쉬를 실패한 시비옹텍은 자신도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결국 코르네는 시비옹텍을 2게임에 묶어놓고 6게임을 연달아 따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2세트를 6-2로 이기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잔디 코트에 약한 징크스를 가진 시비옹텍이 윔블던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은 2021 대회 16강전 진출이었다. 그랜드 슬램 대회 승률도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 오픈 91%, 하드 코트인 호주 오픈 75%, US 오픈 67%와 비교해 잔디 코트인 윔블던에서는 60%로 가장 낮다. 시비옹텍이 지금까지 WTA 투어에서 거둔 9회 우승은 모두 하드 코트와 클레이 코트에서 이룬 것이다. 시비옹텍은 아직까지 잔디 코트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시비옹텍은 서브 에이스(3-1)와 더블 폴트(1-2), 첫 서브 성공률(57%-55%)에서는 코르네를 앞섰다. 위너에서도 시비옹텍은 21개를 기록하며 17개의 코르네에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르네는 첫 서브 득점률(64%-62%)과 서비스 포인트(38-29), 리시브 포인트(31-22)에서 앞서면서 두 번째 서브 득점률에서 68%-32%로 상대를 압도한 것이 결정적인 승인으로 작용했다. 시비옹텍은 코르네보다 26개나 많은 33개의 실책을 범해 패배를 자초했다.
경기를 마친 뒤 코르네는 코트 인터뷰에서 "할 말이 없다. 세레나 윌리엄스를 이겼던 순간이 생각난다"면서 "나는 이가 시비옹텍의 팬이다. 그녀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이 코트는 나에게 행운의 부적이다. 만약 시비옹텍을 이길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바로 잔디 코트 위에서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비옹텍은 인터뷰에서 "나는 테니스를 잘 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나는 내 전술에 대해 꽤 혼란스러웠다. 연습할 때 잔디 코트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녀는 "이번 시즌 달라진 점은 공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도권을 잡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정말 편했는데, 여기서는 공을 제어할 수 없었다. 2세트에서 빠른 공격을 하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보통 돌아올 때는 일종의 계획이 있고 무엇을 변경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여기서는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몰랐다. 혼란스러웠다. 잔디 코트에서는 모든 일이 너무 빨리 진행된다. 탱킹(Tanking)을 한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털어 놓았다.
코르네의 4회전 상대는 아일라 톰랴노비치(호주, 44위)다. 톰랴노비치는 1회전에서 질 타이히만(스위스, 22위)을 2-0(6-2, 6-3), 2회전에서 캐서린 해리슨(미국, 264위)을 2-0(6-2, 6-2), 3회전에서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체코, 14위)를 2-1(2-6, 6-4, 6-3)로 제압하고 올라왔다. 코르네-톰랴노비치의 16강전 경기는 7월 4일에 열린다.
한편, 밤 9시 30분 센터 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3회전 경기에서는 2022 프랑스 오픈 준우승자이자 10대 돌풍의 주인공 코리 '코코' 가우프(미국, 12위)가 아만다 아니시모바(미국, 25위)에게 1-2(7-6, 2-6, 1-6)으로 역전패해 탈락했다. 아니시모바의 16강전 상대는 하모니 탄(프랑스, 115위)이다. 중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혈통인 탄은 1회전에서 '살아있는 전설'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1,204위)를 2-1(7-5, 1-6, 7-6), 2회전에서 사라 소리베스 토르모(에스빠냐, 45위)를 2-0(6-3, 6-4), 3회전에서 케이티 볼터(영국, 118위)를 2-0(6-1, 6-1)으로 이기고 올라왔다. 아니시모바-탄의 16강전 경기는 7월 4일에 열린다.
2019 윔블던 우승자 시모나 할렙(루마니아, 18위)은 2번 코트에서 열린 경기에서 마그달레나 프레흐(폴란드, 92위)를 2-0(6-4, 6-1)으로 완파하고 16강이 겨루는 4회전에 올라갔다. 할렙은 3년 만에 윔블던 정상 탈환에 나선다. 2022 호주 오픈에서 16강에 진출한 할렙은 이어 열린 프랑스 오픈에서는 2회전에서 탈락했다.
밤 10시 45분 센터 코트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빠울라 바도사 기버트(에스빠냐, 4위)가 2011, 2014 윔블던 챔피언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26위)를 2-0(7-5, 7-6)으로 누르고 16강 대열에 합류했다. 바도사의 4회전 상대는 할렙이다. 바도사-할렙의 16강전 경기는 7월 4일에 열린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제시카 페굴라(미국, 9위)는 밤 11시 3번 코트에서 열린 경기에서 페트라 마르티치(크로아티아, 80위)에게 0-2(2-6, 6-7)로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페굴라의 탈락으로 여자 단식 16강 진출자 가운데 세계 순위 10위권 안의 선수는 온스 자베르(튀니지, 2위)와 바도사만 살아남았다.
마르티치의 4회전 상대는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23위)이다. 리바키나는 1회전에서 코코 밴더웨이(미국, 157위)를 2-0(7-6, 7-5), 2회전에서 비앙카 안드레스쿠(캐나다, 56위)를 2-0(6-4, 7-6), 3회전에서 정친원(중국, 46위)을 2-0(7-6, 7-5)으로 제압하고 올라왔다. 마르티치-정친원의 16강전 경기는 7월 4일에 열린다.
7월 3일부터는 여자 단식 16강전 경기가 시작된다. 밤 9시 1번 코트에서는 34살의 두 아이 엄마 선수 타티아나 마리아(독일, 103위)-2017 프랑스 오픈 챔피언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17위)의 경기, 다음날 오전 12시 15분에는 메인 이벤트 '아프리카의 복병' 온스 자베르(튀니지, 2위)-엘리제 메르텐스(벨기에, 31위)의 4회전 경기가 열린다.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텍이 탈락한 상태에서 여자 단식에서는 세계 2위 자베르의 우승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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