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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윔블던] '흙신' 라파엘 나달, '악동 닉 키리오스 동반 8강행

林 山 2022. 7. 5. 16:58

'에스빠냐의 황소' 라파엘 나달 3-0 판더잔츠휠프 완파

 

'클레이 코트의 제왕' 라파엘 나달(에스빠냐, 세계 순위 4위)이 2022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에 이어 2022 윔블던 제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에스빠냐의 황소' 나달은 7월 5일 오전 12시 45분(한국 표준시간) 영국 런던 머튼 구 윔블던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남자 단식 4회전에서 2시간 22분 만에 보틱 판더잔츠휠프(네덜란드, 25위)를 3-0(6-4, 6-2, 7-6)으로 완파하고 8강이 겨루는 준준결승전에 올라갔다. 나달은 8강전 진출과 함께 상금 31만 파운드(약 4억8,500만 원)를 확보했다.

 

8강 진출이 확정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에스빠냐의 황소' 라파엘 나달

그랜드 슬램 23회 우승에 도전하는 나달은 왼발과 무릎, 옆구리 부상을 극복하고 잔디 코트에도 완전히 적응한 듯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1, 2회전에서 모두 3시간이 넘는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나달은 3, 4회전을 2시간대에서 승부를 마무리함으로써 귀중한 체력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메이저 대회는 종반전으로 갈수록 부상과 체력이 우승의 관건으로 작용한다.

 

두 선수는 1세트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게임 스코어 1-0 상황에서 나달은 판더잔츠휠프의 키를 넘기는 로브를 성공시켜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후 두 선수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착실히 지키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대결을 벌였다. 게임 스코어 4-4 상황에서 균형이 깨졌다. 상대가 흔들린 틈을 타 나달은 서비스 게임을 지켜 5-4로 앞선 뒤 첫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1세트를 6-4로 따내고 앞서가기 시작했다.    

 

2세트에 들어서자 나달은 잔디 코트에 완전히 적응한 듯 공세에 나서 순식간에 3-0으로 달아났다. 게임 스코어 3-1 상황에서 나달은 절묘한 드롭 샷을 성공시켜 상대를 허탈하게 했다. 2세트에서 나달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나달은 강력한 서브와 예리한 백핸드 스트로크로 판더잔츠휠프를 몰아붙이며 게임 스코어 5-2까지 앞서나갔다. 나달은 8번째 게임에서 상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2세트를 6-2로 가볍게 따내며 승세를 굳혔다. 판더잔츠휠프는 세트 포인트에서 더블 폴트를 범해 허무하게 2세트를 내줬다. 

 

벼랑 끝에 몰린 판더잔츠휠프는 반전의 기회를 노리며 저항했다. 나달이 3세트 5-2로 앞선 상황에서 판더잔츠휠프는 투혼을 발휘해 연달아 3게임을 따내며 게임 스코어 5-5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달이 다시 6-5로 달아났지만 판더잔츠휠프가 12번째 게임을 이기면서 승부는 타이브레이크로 넘어갔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6-6까지 가는 초박빙 접전이 이어졌다. 나달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먼저 7-6 매치 포인트를 잡았다. 판더잔츠휠프의 서브였다. 나달은 상대의 강서브에 이은 다운더라인 스트로크를 간신히 로브로 걷어올렸다. 판더잔츠휠프의 결정적인 스매쉬 기회였다. 하지만 판더잔츠휠프의 스매쉬는 사이드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아웃되고 말았다. 나달이 3세트를 7(8)-6(6)으로 이기며 8강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판더잔츠휠프는 서브 에이스에서 11-9로 나달에 우세를 보였지만 더블 폴트에서 7-2로 5개나 많이 범해 강력한 서브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나달은 첫 서브 성공률(64%-61%)과 첫 서브 득점률(73%-66%), 서비스 포인트(62-59), 네트 포인트 득점률(65%-63%)에서 앞서고 두 번째 서브 득점률(70%-53%)과 리시브 포인트(42-26)에서 상대를 압도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판더잔츠휠프는 범실에서도 나달보다 17개나 많은 34를 범해 패배를 자초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나달은 "긍정적으로 경기를 계속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5-2에서 나쁜 경기를 펼치기 전까지 어려운 선수를 상대로 매우 긍정적인 경기를 했다. 솔직히 보틱은 지난 1년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나달은 이어 “개인적으로 지난 몇 달 동안 일어난 모든 일들과 함께 3년 만에 여기 윔블던에서 8강에 진출했다는 것이 놀랍고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흙신' 나달은 잔디 코트에 유난히 약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나달은 메이저 대회 22회 우승 중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 오픈에서만 14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잔디 코트인 윔블던에서는 2008, 2010 대회 등 단 2번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나달은 2011 윔블던에서 결승에 진출한 이후 단 한번도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다.

 

나달은 12년 만에 다시 한번 윔블던 우승에 도전한다. 또, 나달은 캘린더 그랜드 슬램에도 도전한다.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한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대기록이다. 2022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챔피언 나달은 이미 캘린더 그랜드 슬램 절반을 달성했다. 나달이 2022 윔블던에 이어 US 오픈 마저 제패하면 생애 첫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프로 선수의 메이저 대회 참가가 허용된 1968년 오픈 시대 이후 로드 레이버(호주, 은퇴) 단 한 명 만 성공한 대기록이다.

 

다이빙을 하며 공을 받아내는 테일러 프리츠

나달의 준준결승 상대는 테일러 프리츠(미국, 14위)이다. 프리츠는 16강전에서 제이슨 쿠블러(호주, 99위)를 3-0(6-3, 6-1, 6-4)으로 완파하고 올라왔다. 프리츠는 대진운이 좋았다. 프리츠는 1회전에서 로렌초 무세티(이탈리아, 70위)를 3-0(6-4, 6-4, 6-3), 2회전에서 알라스테어 그레이(영국, 283위)를 3-0(6-3, 7-6, 6-3), 3회전에서 알렉스 몰칸(슬로바키아, 51위)을 3-0(6-4, 6-1, 7-6)으로 올라왔다. 4회전 상대 쿠블러까지 프리츠의 상대로 세계 50위 안에 든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달과 프리츠의 상대 전적인 1승 1패다. 최근 대결에서는 프리츠가 이겼다. 프리츠는 지난 3월 열린 ATP 투어 2022 BNP 파리바 오픈 결승전에서 나달을 2-0(6-3, 7-6)으로 이기며 생애 첫 마스터스 1000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당시 나달은 갈비뼈를 다친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다. 

 

프리츠의 그랜드 슬램 대회 최고 성적은 2022 호주 오픈에서 거둔 16강전 진출이다. 2022 프랑스 오픈에서는 2회전에서 탈락했다. 나달-프리츠의 준준결승은 7월 6일에 열린다.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 3-2 나카시마에 역전승

 

나달-판더잔츠휠프의 경기에 앞서 7월 4일 밤 9시 30분 센터 코트에서 열린 16강전에서는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호주, 40위)가 브랜든 나카시마(미국, 56위)를 풀 세트 접전 끝에 3-2(4-6, 6-4, 7-6, 3-6, 6-2)로 힘겹게 물리치고 8년 만에 8강 대열에 합류했다. 

 

준준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포효하는 닉 키리오스

2014 윔블던에서 8강에 진출했던 키리오스는 2016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한 이후에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1 대회에서는 3회전 탈락한 바 있다.

 

1세트는 나카시마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첫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잡은 나카시마는 4-4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킨 뒤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6-4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반격에 나선 키리오스는 강서브를 주무기로 앞세워 3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6-4로 따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키리오스는 두 번째 서브도 첫 서브와 다름없는 강서브를 구사하며 9개의 에이스를 기록했다. 나카시마는 키리오스의 예리하고 강력한 서브에 속수무책이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키리오스는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자주 메디컬 타임 아웃을 요청했다. 3세트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타이브레이크에서 키리오스는 에이스 2개와 위너 하나를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6-2로 달아났다. 세트 포인트에서 키리오스는 또 위너 하나를 성공시켜 3세트를 7-2로 이기며 전세를 뒤집었다.  

 

심기일전한 나카시마는 강력하게 저항하며 추격에 나섰다. 두 선수는 4세트에서 서로 서브 게임을 지키며 게임 스코어 3-3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균형을 먼저 깬 선수는 나카시마였다. 나카시마는 키리오스의 서브 게임을 두 번이나 브레이크하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4세트를 6-3으로 따내고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5세트는 나카시마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키리오스는 나카시마를 1게임에 묶어 놓고 2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순식간에 5-1로 달아났다.이어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5세트를 6-2로 따내고 8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나카시마도 잘 싸웠다. 나카시마는 첫 서브 득점률(79%-78%)과 두 번째 서브 득점률(60%-54%), 서비스 포인트(100-99)에서는 키리오스보다 우세를 보였다. 범실도 키리오스의 42개보다 10개나 적은 32개를 범했다. 키리오스는 전매 특허인 겨드랑이 서브를 선보이며 리시브 포인트(48-42)에서 앞서고 첫 서브 성공률(73%-58%)과 에이스(35-10), 위너(79-37)에서 상대를 압도한 것이 결정적인 승인으로 작용했다. 더블 폴트도 나카시마보다 6개나 적은 3개를 기록했다.   

 

나카시마는 일본계 미국인 선수다. 아버지는 일본인, 어머니는 베트남인이다. 나카시마의 최고 성적은 2022 프랑스 오픈 3회전 진출이다. 이번 윔블던에서는 16강까지 오르며 그랜드 슬램 대회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키리오스의 강서브를 극복하지 못하고 8강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키리오스는 "오늘 밤에는 확실히 와인 한 잔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힘든 경기였다는 말이다. 키리오스는 이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열심히 싸웠다."고 덧붙였다.   

 

키리오스는 코트에서의 숱한 기행으로 '코트의 악동'으로 불린다. 키리오스는 이번 대회에서도 1회전 경기를 마친 뒤 자신과 말다툼을 벌인 관중이 있는 관람석을 향해 침을 뱉는 비신사적 행동을 저질렀다. 이 행동으로 키리오스는 1만 달러(약 1천293만 원)의 벌금을 물 처지에 놓였다. 

 

키리오스는 7월 3일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5위)와 맞붙은 3회전에서도 엄파이어에게 항의하다가 벌금 징계를 받았다. 키리오스는 2세트가 끝난 뒤 치치파스가 관중석 쪽으로 공을 날리자 페널티를 줘야 한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윔블던 측은 키리오스에게 벌금 징계를 내렸다. 이날 벌금 징계로 키리오스의 통산 벌금은 70만 파운드(약 1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애 첫 그랜드 슬램 대회 8강전에 진출한 뒤 울컥한 크리스찬 가린

키리오스의 준준결승전 상대는 크리스찬 가린(칠레, 43위)이다. 가린은 3회전에서 젠슨 브룩스비(미국, 33위)를 3-1(6-2, 6-3, 1-6, 6-4), 4회전에서 알렉스 드 미노(호주, 27)에게 3-2(2-6, 5-7, 7-6, 6-4, 7-6)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올라왔다. 

 

가린의 그랜드 슬램 대회 최고의 성적은 2021 프랑스 오픈 4회전 진출이다. 올해 호주 오픈에서는 3회전에서 탈락했다. 가린은 클레이 코트나 하드 코트보다 잔디 코트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다. 윔블던에서는 3번 출전해서 모두 1회전에서 탈락했다. 키리오스-가린의 준준결승전은 7월 6일에 열린다. 

 

키리오스가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윔블던이 될 가능성이 높다. 키리오스는 2022 시즌 잔디 코트인 할레 오픈과 슈투트가르트 오픈에서 준결승에 진출했다. 현재 11승을 거두고 있는 키리오스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둔 선수는 없다. 키리오스는 2014 윔블던에 10대의 나이로 출전해서 나달을 꺾고 8강까지 진출한 적이 있다.  

 

7월 5일부터는 남자 단식 준준결승전이 열린다. 밤 9시 30분 센터 코트에서는 메인 이벤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위)-야닉 시너(이탈리아, 13위)의 경기, 10시 15분 1번 코트에서는 영국의 희망 캐머런 노리(12위)-다비드 고팽(벨기에, 58위)의 경기가 열린다.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는 결승전에서 조코비치와 나달이 만나느냐 여부다. 결승전까지는 이제 단 2게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