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노박 조코비치, 차세대 주자 시너에 3-2 대역전승
'무결점 테니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위)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윔블던 4연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조코비치는 7월 5일 밤 9시 30분(한국 표준시간) 영국 런던 머튼 구 윔블던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남자 단식 준준결승전에서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야닉 시너(이탈리아, 13위)에게 3-2(5-7, 2-6, 6-3, 6-2, 6-2) 대역전승을 거두고 가장 먼저 4강이 겨루는 준결승에 올라갔다. 조코비치는 준결승 진출과 함께 상금 535,000파운드(약 8억4,100만 원)를 확보했다.
조코비치는 2018, 2019, 2021 윔블던을 제패했다. 2020 대회는 코비드19 대유행으로 열리지 않았다. 따라서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를 제패하면 4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또한, 그랜드 슬램 대회 우승 기록을 21회로 늘리게 된다. 그랜드 슬램 대회 최다 우승자는 라이벌 '흙신' 라파엘 나달(에스빠냐, 4위)의 22회다.
조코비치-시너의 경기는 윌리엄 왕세손과 왕세손빈 케이트 미들턴 캠브리지 공작 부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세트는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조코비치는 시너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순식간에 4-1로 앞서나갔다. 반격에 나선 시너는 상대 서브 게임을 잡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며 게임 스코어 4-4에 이어 5-5로 무섭게 추격했다. 시너는 이어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잡은 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1세트를 7-5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시너는 188cm의 장신을 이용한 강서브로 세트 포인트를 서비스 포인트로 장식했다.
2세트도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시너는 상대의 2번째 서브 게임을 잡으며 3-2로 달아났다. 시너는 상대에게 단 한 게임도 허용하지 않고 내리 3게임을 이겨 2세트를 6-2로 따내고 승세를 굳히는 듯했다. 2세트가 끝나고 조코비치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화장실에 다녀온 조코비치는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듯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조코비치는 3세트 첫 서브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잡은 뒤 시너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5-2로 달아났다. 시너에게 한 게임을 허용한 조코비치는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처음으로 세트 포인트를 잡았다. 세트 포인트를 서비스 포인트로 장식한 조코비치는 3세트를 6-3으로 따내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4세트는 시너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시너의 첫 서브 게임을 잡은 조코비치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순식간에 4-0으로 달아났다. 조코비치는 흔들리는 시너를 압박하며 게임 스코어 5-2 상황에서 세트 포인트를 잡았다. 4번의 듀스 끝에 세트 포인트를 또다시 서비스 포인트로 장식한 조코비치는 4세트를 6-2로 따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경기 도중 조코비치는 시너가 드롭 샷을 받으려고 달리다가 넘어지며 왼쪽 발목을 다치자 네트를 넘어가 부축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 주기도 했다. 관중들은 그런 조코비치에 아낌없는 박수로 성원했다.
5세트도 시너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조코비치는 3번째와 7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5-2로 앞서나갔다. 조코비치는 시너가 때린 회심의 스트로크 강타를 슬랑이딩하며 백핸드 드라이브로 맞받아친 공격이 성공하자 승리를 확신한 듯 그대로 코트에 엎드려 양팔을 날개처럼 활짝 벌리고 비행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세트 포인트를 잡은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를 작렬시키며 6세트를 6-2로 따내고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날 경기 승리로 조코비치는 통산 11번째 윔블던 준결승에 진출하며 대회 2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두 선수는 서브 에이스에서 각각 8개로 동률을 기록했다. 시너는 두 번째 서브 득점률(57%-47%)과 위너(43-41)에서는 조코비치를 앞섰지만, 더블 폴트(7-5)와 범실(41-33)이 상대보다 많았다. 조코비치는 서비스 포인트(88-81)와 네트 포인트 득점률(72%-63%)에서 우세를 보이는 한편 첫 서브 성공률(66%-54%)과 첫 서브 득점률(82%-68%), 리시브 포인트(53-40)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조코비치는 “나는 부족했고, 너무 수동적이었다."면서 “1세트와 2세트가 끝날 때까지 서브가 잘 안 됐다. 그는 내 서브를 잘 읽고 공격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수비 모드였다."고 털어 놓았다. 조코비치는 이어 "첫 두 세트와 마지막 세 세트는 완전히 다른 경기였다. 시너는 첫 두 세트에서 나보다 뛰어났다"고 자평했다. 경기 흐름을 바꾼 비결에 대해서는 "잠시 기분을 전환하려고 코트를 떠나 화장실에 갔다.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어려운 상황에선 이렇게 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윔블던 무대에 경험이 많은 것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조코비치는 자타가 공인하는 2022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 후보 0순위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조코비치의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세계 1위 다닐 메드베데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이나 침략전쟁으로 제재를 받아 출전하지 못했고, 차세대 주자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2위)도 2022 프랑스 오픈에서 입은 발목 부상 수술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또,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97위)는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남은 강력한 경쟁 상대는 나달이다. 하지만 나달은 잔디 코트에 유난히 약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나달은 메이저 대회 22회 우승 중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 오픈에서만 14번 우승한 반면에 잔디 코트인 윔블던에서는 2008, 2010 대회 등 단 2번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윔블던에서 나달은 2011 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이후 단 한번도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다.
조코비치는 올해 앞서 열린 두 번의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22 호주 오픈에서는 코비드19 백신 미접종으로 호주 정부의 추방령을 받아 출전하지 못했고, 이어 열린 2022 프랑스 오픈 8강전에서는 나달에게 1-3(2-6, 6-4, 2-6, 6-7)으로 패해 탈락했다.
'영국의 희망' 캐머런 노리, '벨기에의 희망' 고팽 3-2 격파
영국의 희망 캐머런 노리(12위)가 생애 첫 윔블던 남자 단식 4강에 진출했다. 노리는 10시 15분 1번 코트에서 열린 남자 단식 준준결승전에서 홈 코트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3시간 28분 만에 다비드 고팽(벨기에, 58위)에게 3-2(3-6, 7-5, 2-6, 6-3, 7-5)로 역전승을 거뒀다. 생애 4번째 그랜드 슬램 대회 8강에 진출한 고팽은 첫 4강을 노렸지만 뒷심 부족으로 탈락했다.
지금까지 노리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3회전 진출이었다. 그러나 이번 윔블던에서 노리는 2016년 앤디 머리(영국, 52위) 이후 처음으로 4강에 올라갔다. 노리는 ATP 투어에서 4번 우승했다. ATP 투어 마스터스 1000시리즈 2021 BNP 파리바 오픈을 제패한 노리는 2022 델레이 리치 오픈과 리옹 오픈에서 우승에 이어 홈 코트인 윔블던 4강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세트는 고팽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고팽은 6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게임 스코어 5-2로 앞서갔다. 이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1세트를 6-3으로 가져갔다.
2세트는 노리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두 선수는 서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며 게임 스코어 5-5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전 윔블던 챔피언 앤디 머리, 팀 헨먼(영국, 은퇴)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투혼을 발휘한 노리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킨 뒤 고팽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2세트를 7-5로 이기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세트는 고팽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고팽은 노리의 서브 게임을 3개나 브레이크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3세트를 6-2로 따내고, 세트 스코어 2-1로 다시 앞서갔다. 벼랑 끝에 몰린 노리는 홈 코트 관중들의 '노리! 노리! 노리!' 하고 외치는 열화 같은 응원에 힘입어 4세트를 6-3으로 따내고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노리는 세트 포인트를 서비스 포인트로 장식했다.
마지막 5세트는 5-5까지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11번째 게임이 중요한 승부처였다. 노리는 고팽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어 노리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승부에 쐐기를 박고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매치 포인트에서 고팽은 스트로크 공격이 네트에 걸리며 뼈아픈 실책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승리로 노리는 조코비치처럼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노리는 고팽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3승 무패를 기록했다.
노리의 준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경기가 열린 윔블던 1번 코트에서는 홈 코트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도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2022 윔블던에 남녀 단식에 출전한 영국 선수들은 모두 다 탈락하고 노리만 남아 테니스 종주국의 체면을 지키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노리는 영국 왕실을 비롯한 홈 코트 관중들의 노도와 같은 응원에 대해 “솔직히 말문이 막힌다. 말도 못하겠다. 이렇게 훌륭한 팀과 훌륭한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리는 이어 "승리가 모든 희생을 가치 있게 만들었다"면서 "윔블던에서 조코비치의 26연승 행진을 끝내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노리의 준결승 상대는 조코비치이다. 노리는 2021 니토 ATP 파이널스 조별 리그에서 조코비치와 만나 0-2(2-6, 1-6)으로 완패했다. 조코비치-노리의 준결승전은 7월 7일에 열린다.
7월 6일에도 남자 단식 준준결승전이 벌어진다. 밤 10시 15분 1번 코트에서는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호주, 40위)-크리스찬 가린(칠레, 43위)의 경기, 10시 45분 센터 코트에서는 메인 이벤트 '흙신' 라파엘 나달-테일러 프리츠(미국, 14위)의 경기가 열린다.
이번 윔블던 최대 관심사는 나달의 그랜드 슬램 대회 23회 우승 신기록 달성이냐, 아니면 조코비치의 윔블던 4연패 달성이냐이다. 이번 대회에서 조코비치는 1번 시드, 나달은 2번 시드를 받았다. 따라서 나달과 조코비치 모두 패하지 않고 올라갈 경우 결승전에서 만나게 된다. 운명의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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