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조록싸리 '생각이 나요'

林 山 2022. 11. 24. 19:06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을 때 마침 조록싸리 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싸리와 조록싸지는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싸리와 조록싸리는 우선 잎 모양으로 구별한다. 싸리와 조록싸리는 잎이 3출엽으로 같다. 그러나, 싸리의 잎은 넓은 달걀형에 원두(圓頭) 또는 약간 오목형이다. 조록싸리의 잎은 마름모꼴에 첨두(尖頭) 또는 넓은 예형(銳形)이다. 잎끝이 둥글면 싸리, 뾰족하면 조록싸리로 알면 되겠다. 

 

 

조록싸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조록싸리는 장미목 콩과 싸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레스페데자 막시모비치이 C.K. 카를 슈나이더(Lespedeza maximowiczii C.K.Schneid.)이다. 속명 '레스페데자(Lespedeza)'는 1785년 동플로리다의 스페인 총독으로 프랑스 식물학자 앙드레 미쇼(André Michaux, Andre Michaud, 1746~1802)를 후원하던 V. M. 데 제스뻬데스(V. M. de Zespedes)의 이름을 잘못 적어서 굳어진 근대 라틴어다. 종소명 '막시모비치이(maximowiczii)'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요한 막시모비치(Karl Johann Maximowicz, Carl Johann Maximovich, 1827~1891)를 기리는 의미가 있다. '-ii'가 붙으면 사람 이름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C.K. 슈나이더(C.K.Schneid.)'는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조경가인 카밀로 카를 슈나이더(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이다. 슈나이더는 작센 왕국의 그뢰펜도르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이츠, 드레스덴, 베를린, 그라이프스발트에서 정원사로 일했다.

 

조록싸리의 영어명은 코리언 레스퍼디저(Korean lespedeza)이다. '코리언(Korean)'은 '한강토(조선반도)', '레스퍼디저(lespedeza)'는 '싸리나무, 콩과 싸리속 식물의 총칭'이다. 일본명은 죠센키하기(チョウセンキハギ, 朝鮮木萩)이다. '죠센(朝鮮)'은 '한강토', '기하기(木萩, Lespedeza buergeri)'는 콩과의 낙엽 관목으로 일반적인 싸리의 일종이다. 중국명은 콴예후즈즈(宽叶胡枝子)이다. '콴예(宽叶)'는 '넓은 잎', '후즈즈(胡枝子)'는 '싸리'이다. 조록싸리를 지리산싸리, 흰조록싸리, 늦싸리, 조선목추(朝鮮木萩)라고도 한다. 꽃말은 '생각이 나요'이다. 

 

조록싸리는 한강토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함경북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지에서 자란다. 일본에서는 규슈(九州)의 쓰시마(対馬)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안후이(安徽), 쩌쟝(浙江), 허난(河南) 등지에 난다.

 

조록싸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조록싸리의 키는 2~3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갈색이고 세로로 갈라진다. 일년생 가지는 둥글다. 재부(材部)는 연한 녹색이고, 속은 흰색이다. 잎은 3출엽이고, 마름모 모양에 첨두이며 넓은 예형, 원저(圓底)이다. 잎 길이는 3~6cm이다. 잎 뒷면에 잎자루와 더불어 견모(絹毛)가 있다. 턱잎은 선형(線形)이고, 뾰족하다.

 

꽃은 길이 3~8cm의 총상꽃차례, 흔히 복총상꽃차례에 달린다. 꽃대축에는 털이 있다. 꽃은 길이 8~12mm이고, 꽃대는 길이 1~2mm로 털이 있다. 꽃받침은 중열(中裂)하고, 예첨두(銳尖頭)로서, 길이 3~4mm이다. 기꽃잎(旗瓣)은 보랏빛의 붉은색이고, 날개꽃잎(翼瓣)은 붉은 보라색, 용골꽃잎(龍骨瓣)은 연한 붉은색이다. 작은꽃대와 꽃대축에는 털이 있다.

 

열매는 넓은 피침형이고, 길이 1~1.5cm로 끝이 뾰족하며, 꽃받침과 더불어 복모(伏毛)가 있다. 종자는 콩팥 모양이고, 녹색 바탕에 갈색 무늬가 있다. 종자는  9~10월에 성숙한다.

 

조록싸리 잎은 사료용, 나무껍질은 섬유용, 나무는 빗자루나 울타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조록싸리는 황폐지의 사방조림용으로 심는다.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가치가 높다. 도로변이나 경관이 좋지 않은 곳에 차폐용 생울타리 소재로도 좋다. 염료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조록싸리(충주 계명산, 2020. 6. 28)

조록싸리의 유사종에는 싸리, 좀싸리, 참싸리, 흰참싸리, 긴잎참싸리(Long-leaf lespedeza), 털싸리, 흰싸리, 선녀싸리, 털조록싸리, 삼색싸리(Three-color Korean lespedeza), 흰조록싸리, 개싸리(Woolly lespedeza, イヌハギ), 검나무싸리(Black-flower lespedeza), 고양싸리(Goyang lespedeza, 高陽萩), 괭이싸리(Pilose lespedeza), 땅괭이싸리(Hair-spreading lespedeza), 비수리(Chinese bush-clover, メドハギ, 老牛筋), 땅비수리(Juncea lespedeza), 개파리채(Silky juncea lespedeza), 털파리채, 긴괭이싸리(Long-peduncle pilose lespedeza), 해변싸리, 눈해변싸리(Large wand lespedeza), 해안싸리, 속리싸리(Songni lespedeza), 지리산싸리, 풀싸리, 흰풀싸리, 부채싸리, 중국풀싸리, 분홍싸리, 큰잎싸리, 늦싸리(細葉朝鮮木萩) 등이 있다. 

 

싸리(Lespedeza bicolor Turcz)는 키가 3m까지 자란다. 싸리의 잎은 넓은 달걀형에 원두(圓頭) 또는 약간 오목형이다. 꽃은 7~8월에 붉은 보라색으로 핀다. 잎겨드랑이 또는 가지 끝에서 나온 긴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좀싸리[Lespedeza virgata (Thunb.) DC]는 중부 이남의 산기슭 숲 속에 난다. 키는 50cm 까지 자란다. 잎은 긴 타원형에 원두 또는 미요두, 원저이다. 꽃은 8~9월 총상꽃차례에 살색 또는 흰색으로 달린다. 

 

참싸리(Lespedeza cyrtobotrya Miq)의 키는 2m 정도이다. 잎은 원형 또는 타원형이고, 끝이 대개 요두(凹頭, 오목형) 또는 원두에 원저이다. 꽃은 7~9월 짧은 총상꽃차례에 홍자색으로 핀다. 꽃차례가 짧기 때문에 머리모양꽃차례로 보인다. 잎겨드랑이에서 피기 시작하여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계속 핀다. 흰참싸리(Lespedeza cyrtobotrya f. semialba T.B.Lee)는 강원도에 분포한다. 기꽃잎과 날개꽃잎은 흰색이며, 용골꽃잎은 다소 홍색이 돈다. 긴잎참싸리(Lespedeza cyrtobotrya var. longifolia Nakai)는 잎이 타원형이고, 참싸리의 꽃차례가 달린다. 

 

털싸리(Lespedeza bicolor var. sericea Nakai)의 키는 3m까지 자란다. 잎은 싸리와 비슷하다. 잎 뒷면이 회백색으로 털이 많다. 꽃은 7~8월 총상꽃차례에 짙은 자색 또는 홍자색으로 핀다. 흰싸리[Lespedeza bicolor f. alba (Bean) Ohwi]는 강원도와 경기도 산기슭에 난다. 키는 3m까지 자란다. 흰색 꽃이 피는 싸리다.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이다. 선녀싸리(Lespedeza cyrtobotrya f. alba T.B.Lee)는 꽃이 7월부터 순백색으로 피기 시작하여 서리가 내리기 직전까지 계속하여 핀다.   

 

털조록싸리[Lespedeza maximowiczii C.K.Schneid. var. tomentella (Nakai) Nakai]는 조록싸리와 풀싸리의 잡종이다. 늦싸리, 좁은잎풀싸리, 밀때싸리, 속리산싸리 등으로 불린다. 일년생 가지와 꽃차례 및 잎 표면에 개출모(開出毛, 곧게 선 털)가 있다. 꽃잎 뒷면은 연한 보라색이고, 안쪽은 진한 자주색이다. 삼색싸리[Lespedeza buergeri Miq. subsp. tricolor (Nakai) Hatus]는 기꽃잎이 백색, 날개꽃잎이 자주색, 용골꽃잎이 홍색으로 3가지 색깔의 꽃이 핀다. 완도 및 진도에 자란다. 흰조록싸리(Lespedeza maximowiczii f. albiflora Uyeki)는 강원도 난곡에서 자란다. 꽃은 6월부터 액생 또는 정생하는 복총상꽃차례에 흰색으로 달린다. 꽃대축에는 털이 있다.  

 

개싸리[Lespedeza tomentosa (Thunb.) Siebold ex Maxim.]는 키가 1m 정도이다. 잎은 우상 3출복엽이다. 중앙소엽은 측소엽보다 크며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이다. 꽃은 8~9월에 가지 끝에서 융털로 덮여 있는 굵고 긴 총상꽃차례가 발달하여 많은 꽃이 달린다. 꽃은 연한 황백색이고 나비형이다. 검나무싸리(Lespedeza melanantha Nakai)는 중부 이남의 산기슭에서 자라고, 키는 3m 정도이다. 꽃은 7~8월 총상꽃차례에 흑자색 또는 홍자색으로 핀다. 흑자색 꽃이 특징이다. 고양싸리(Lespedeza × robusta Nakai)는 전남 무등산과 청량리 등지에 야생한다. 참싸리와 풀싸리의 잡종으로 추정된다. 싸리와 비슷하지만 잎 표면의 털이 떨어지지 않으므로 구별할 수 있다. 참싸리와도 비슷하지만 꽃차례가 잎보다 긴 것이 다르다.

 

조록싸리(충 주 계명산, 2020. 6. 28)

괭이싸리[Lespedeza pilosa (Thunb.) Siebold & Zucc.]는 줄기가 가늘고, 잎과 더불어 퍼진 털로 덮여 있으며, 지면으로 기어간다. 키는 30~60cm 정도이다. 꽃은 8~9월에 짧은 꽃차례가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3~5개의 흰색 꽃이 모여서 핀다. 땅괭이싸리(Lespedeza × patentihirta T.B.Lee)는 황해도 이남에서 자란다. 땅비수리와 괭이싸리의 중간형이다. 키는 60cm 정도이다. 

 

비수리(Lespedeza cuneata G.Don)는 키가 1m 정도이고, 줄기는 가늘며, 짧은 가지는 능선과 더불어 털이 있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핀다. 잎겨드랑이에 모여 달리고, 기꽃잎 중앙부에 자주색 줄이 있다. 땅비수리[Lespedeza juncea (L.f.) Pers.]는 잎겨드랑이에서 나오는 짧은 또는 긴 총상꽃차례에 1~4개의 정상화가 달리고, 그 밑에 화경이 거의 없는 닫힌꽃이 달린다. 꽃은 흰색이고, 기꽃잎의 중앙부와 용골꽃잎의 끝은 자주색이다. 개파리채(Lespedeza juncea var. subsericea Kom.)는 생김새가 비수리 같다. 가지에 줄이 있으며 잔털로 덮혔다. 7월에 자질구레한 흰 나비형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총상꽃차례로 핀다. 털파리채(Lespedeza juncea var. umbrosa T.B.Lee)는 뿌리에서 맹아가 나온다. 가지에 능선과 잔털이 있다. 꽃은 흰색이고, 기꽃잎의 중앙부와 용골꽃잎의 끝이 자주색이다. 긴괭이싸리(Lespedeza pilosa var. pedunculata T.B.Lee)는 황해도 이남에서 자란다. 키는 60cm 정도이다. 8~9월에 화경의 길이가 12mm에 달하는 꽃차례가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3~5개의 흰색 꽃이 모여서 핀다.

 

해변싸리(Lespedeza maritima Nakai)는 전남과 경남에 분포한다. 키는 2m 정도이다. 꽃은 8~9월에 핀다. 기꽃잎은 붉은색에 아랫부분이 자주색이고, 날개꽃잎은 붉은 보라색이며, 용골꽃잎은 흰색 끝에 자줏빛이 돈다. 조록싸리와 참싸리의 잡종으로 추정된다. 눈해변싸리(Lespedeza macrovirgata Kitag.)는 경기도, 서해안에 분포한다. 개싸리와 좀싸리의 잡종이다. 좀싸리와 비슷하나 잎이 크고, 개싸리처럼 건장하게 보이는 것이 특색이다. 해안싸리(Lespedeza uekii Nakai)는 한강토 특산종으로 전남 보길도, 경남 해안 등지에 분포한다. 잎 뒷면에 잔털이 있다. 7월에 짙은 자줏빛의 꽃이 잎겨드랑이의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속리싸리(Lespedeza tetraloba Nakai)는 충북 속리산의 산기슭에 분포한다. 풀싸리와 달리 줄기는 겨울철에 말라죽지 않는다. 꽃은 8월에 총상꽃차례에 달리며, 단생 또는 복생하고, 짙은 자색이다. 지리산싸리(Lespedeza xchiisanensis T.B.Lee)는 지리산, 백운산의 산지에 분포한다. 조록싸리와 싸리의 잡종이다. 한강토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총상꽃차례는 액생 또는 정생하며, 화경은 싸리처럼 가늘지만 조록싸리처럼 길고 백색 털이 있으며, 꽃은 자홍색이다.

 

풀싸리[Lespedeza thunbergii (DC.) Nakai]는 풀처럼 생겼다 하여 풀싸리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8~9월에 피는 꽃은 붉은 자주색이고, 가지 끝 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원뿔모양꽃차례를 이룬다. 지상부의 대부분이 말라죽는다. 흰풀싸리(Lespedeza thunbergii var. intermedia f. alba T.B.Lee)는 흰색 꽃이 피는 풀싸리이다. 부채싸리(Lespedeza thunbergii var. retusa T.B.Lee)는 잎 끝이 현저한 요두이다. 꽃은 8~9월에 액생하는 총상꽃차례 또는 정생하는 원뿔모양꽃차례에 달린다. 꽃부리는 홍자색이다. 기꽃잎은 연한 홍색에서 진한 홍색 등 변이가 있고, 날개꽃잎은 홍색 또는 자홍색이며, 꽃받침통은 자록색 또는 녹색이다. 중국풀싸리[Lespedeza thunbergii (DC.) Nakai subsp. formosa (Vogel) H.Ohashi]는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이다. 키는 1~3m이다. 줄기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꽃은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꽃부리는 적자색이고, 드물게 흰색도 있다.

 

분홍싸리(Lespedeza floribunda Bunge)는 서울과 충남의 공원이나 도로 주변에 자란다. 키는 30cm~1m 정도이다. 줄기와 잎에 흰 털이 있다. 꽃은 6~9월 액생하는 총상꽃차례에 짙은 분홍색으로 핀다. 자주색이나 홍자색도 있다. 싸리와 비교해서 닫힌꽃이 달리고, 작은잎이 타원형이며, 짧은 꽃받침조각이 특징이다. 큰잎싸리(Lespedeza davidii Franch.)는 중국이 원산지로 한강토에서는 귀화식물이다. 잎 길이는 10cm, 너비는 8cm로 다른 싸리의 두 배 정도 크므로 쉽게 구분된다. 총상꽃차례에 홍자색으로 16~20개의 꽃이 달린다. 늦싸리(Lespedeza maximowiczii var. elongata Nakai)는 조록싸리의 잎이 좁고 양끝이 좁은 것을 말한다. 꽃은 8~9월 복총상꽃차례에 홍자색으,로 핀다. 기꽃잎은 자적색, 날개꽃잎은 홍자색, 용골꽃잎은 연한 홍색이다. 자생지 확인이 필요하다. 

 

2022. 11. 24.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