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너도개미자리 '나는 당신의 것'

林 山 2022. 11. 27. 02:49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을 때 마침 흰색의 작고 앙증맞은 너도개미자리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너도개미자리 꽃은 귀엽고 순박해서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너도개미자리는 개미자리속의 개미자리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나도개미자리도 있다. 너도개미자리, 나도개미자리다.    

 

너도개미자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너도개미자리는 중심자목 석죽과 나도개미자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미누아르티아 라리키나 (린네) 맷프[Minuartia laricina (L.) Mattf.]이다. 속명 '미누아르티아(Minuartia)'는 스페인의 식물학자이자 약사인 후안 미누아르트(Juan Minuart, 1693~1768)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종소명 '라리키나(laricina)'는 라틴어 '라리키누스(laricīnus)'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라리키누스(laricīnus)'는 '낙엽송(larch)'이란 뜻의 '라릭스(larix)'와 '~같은(like)의 뜻을 가진 형용사화 접미사 '이누스(inus)'의 합성어다. 잎이 낙엽송을 닮은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맷프(Mattf)'는 구글 검색에서도 찾지 못했다.  

  

너도개미자리의 영어명은 라취라이크 스티취워트(Larchlike stitchwort)이다. '라취라이크(Larchlike)'는 '낙엽송 같은', '스티취워트(stitchwort)'는 '별꽃'이다. 일본명은 다이린츠메쿠사(タイリンツメクサ), 중국명은 싀미누차오(石米努草)이다. 너도개미자리를 산개미자리, 큰개미자리, 큰솔자리풀이라고도 한다. 북한명은 큰솔자리풀, 큰개미자리이다. 꽃말은 '나는 당신의 것'이다. 

 

너도개미자리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러시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낭림산 이북으로부터 백두산까지 높은 지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헤이롱쟝(黑龙江), 지린(吉林), 네이멍구(内蒙古)의 해발 430m~1,600m 지대의 자작나무 숲이나 침엽수림 가장자리에 자란다. 

 

너도개미자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너도개미자리의 키는 1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가지가 밑에서 갈라져서 위로 향한다. 원줄기에는 두 줄의 모조(毛條, 중국어로 털실 다발)가 있고 모여나기한 것처럼 보인다. 마주나기하는 잎은 침형(針形)이고 밑부분이 합쳐져서 원줄기를 감싸며, 잎 밑부분과 더불어 바늘 같은 긴 털이 있다.

 

꽃은 6~10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1.5cm 정도이다. 꽃이 가지 끝에 1~2개씩 달려 피지만 잎겨드랑이에 달리는 것도 있다. 꽃자루에 짧은 털, 중앙부에 작은 포가 있으며, 꽃받침보다 2~3배 길다. 꽃받침 조각은 5개이고 피침형으로서 뾰족하며, 밑부분에 털이 다소 있다. 꽃잎은 5개이고, 거꿀달걀 모양으로서 끝이 둥글며, 꽃받침보다 길다. 수술은 10개이고, 암술대는 3개이다.

 

열매는 긴 타원형의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길이 8mm 정도이다. 종자는 달걀 모양이며, 길이 1mm 정도로 뒷면에 뾰족한 돌기가 있다. 종자 표면은 밤색으로 거의 밋밋하고, 양쪽에 백색 막질(膜質)의 비늘 같은 것이 붙어 있다.

 

너도개미자리는 꽃이 앙증맞고 귀여워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거리 미화용으로 원산지 미국에서 귀화한 식물인 지면패랭이 일명 꽃잔디를 대량으로 심고 있다. 어디를 가나 지면패랭이 천지다. 지면패랭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정체도 모를 귀화식물이 한강토의 공원이나 정원을 점령하고 있다. 이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지면패랭이는 꽃은 아름답다. 하지만 잎을 만지면 뻣뻣하고 억세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래서 결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식물이다. 지면패랭이는 토종 패랭이꽃이나 너도개미자리 등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정말 굼금하다.

 

너도개미자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너도개미자리의 유사종에는 나도개미자리(Arctic stitchwort), 관모개미자리(Slender mountain sandwort), 차일봉개미자리, 삼수개미자리(Asian spring stitchwort) 등이 있다. 

 

나도개미자리[Minuartia arctica (Steven ex Seringe) Graebn.]는 한강토 북부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키는 5cm 정도이다. 줄기에 2줄의 모조(毛條)가 있으며, 밑에서는 다소 눕고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모여나기한 것처럼 보인다. 너도개미자리에 비해서 키가 작고, 꽃도 작다. 관모개미자리[Eremogone capillaris (Poir.) Fenzl, Arenaria capillaris Poir.]는 관모봉 해발 2,400m 고지대에서 자란다. 키는 9cm 정도이다. 줄기 밑동에는 지난해의 마른 잎이 남아 있다. 잎은 선형이고, 길이는 2~9cm이며, 밑부분에 길고 연한 털이 난다. 차일봉개미자리[Minuartia macrocarpa var. koreana (Nakai) H. Hara]는 함경남도 함주군 고산면과 평안남도 대흥군에 걸쳐 있는 차일봉(遮日峯) 암석지에서 자란다. 키는 3~5cm 정도이다. 원줄기는 옆으로 기고, 짧은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마치 이끼처럼 보인다. 윗부분에는 퍼진 털이 있다. 삼수개미자리[Arenaria stricta var. uliginosa (Schleicher ex Lam. & DC.) B.Boivin]는 함경남도 삼수에서 혜산진 사이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줄기 윗부분에 털과 샘털이 있다. 잎은 침형이고, 길이는 8~15mm이며, 털이 없다.

 

2022. 11. 27.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