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신감채(辛甘采) '연정(戀情)'

林 山 2023. 4. 28. 16:41

2022년 9월 중순경 야생화 탐사를 위해 동호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을 지나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가 청량산(淸凉山, 497m) 기슭에서 이제 막 꽃이 피어난 신감채(辛甘采)를 만났다.  

신감채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한자명이 '辛甘采(신감채)'로 되어 있다. 식물명에 '채'자가 들어갈 때는 일반적으로 '나물 채(菜)'를 쓴다. 그런데, 신감채는 특이하게도 '캘 채(采)'를 썼다. 물론, '采(채)'도 '푸성귀. 채소'란 뜻이 있기는 하다.  

신감채가 속해 있는 산형과(繖形科)는 250속(屬)에 이르는 대가족이어서 전문가가 아니면 종(種)의 구별이 쉽지 않다. 신감채의 이름 유래는 굳이 옛 문헌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한자명으로 짐작할 수 있다. '辛甘采(신감채)'는 '맵고(辛) 단맛(甘)이 나는 나물(采)'이라는 뜻이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을 때 매콤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풀의 특징이 그대로 이름으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조민제 등이 편저한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도 신감채에 대해 '신감채라는 이름은 한자명 辛甘采에서 비롯했으며, 어린잎을 나물로 식용할 때 맵고 단맛이 나는 것에서 유래했다. 옛 문헌에 기록된 신감채와 신감초는 원래 중요 약재였던 당귀의 별칭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감채(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신감채는 산형화목 산형과 묏미나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이명에는 강활(羌活), 당귀(當歸), 승엄초(조선식물향명집), 신가삼 등이 있다. 꽃말은 '연정(戀情)'이다. 
  
국표와 국생정에 등재된 신감채의 학명은 오스테리쿰 그로세세라툼 (막시모비치.) 기타가와.[Ostericum grosseserratum (Maxim.) Kitag.]이다. 속명 '오스테리쿰(Ostericum)', 종소명 '그로세세라툼(grosseserratum)'의 유래는 구글링을 통해서도 찾을 수 없었다. 'picturethisai.com'에는 신감채(Deeply-serrate-leaf ostericum)에 대해 "라틴어 이름 Ostericum groseseratum은 잎 가장자리를 따라 돌출된 이빨(특정 이름은 '큰 이빨을 가지고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나와 있다.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기타가와(Kitag.)'는 일본의 식물학자로서 양치식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기타가와 마사오(北川政夫, Kitagawa Masao, 1910~1995)이다. 

국표와 국생정에 등재된 신감채의 영어명은 디플리-세레이트-립-오스테리쿰(Deeply-serrate-leaf ostericum)이다. '깊은-톱니가 있는-잎을 가진 묏미나리속 식물'이라는 뜻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 FOM)에 등재된 신감채의 일본명은 니오이우도(ニオイウド, 匂い独活·土当帰)이다. '니오이(匂い)'는 '향기가 나는', '우도(独活·土当帰)'는 '독활(独活, 땃두릅. 土當歸)'이다. '향독활' 정도의 뜻이 되겠다.    

FOM과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에 등재된 신감채의 중국명은 따치샨친(大齿山芹)이다. '따치(大齿)'는 '큰 이빨', '샨친(山芹)'은 '묏미나리'이다. 이명에는 따치당구이(大齿当归, 江苏南部种子植物手册), 차오셴두훠(朝鲜独活), 차오셴챵훠(朝鲜羌活, 东北植物检索表), 따치두훠(大齿独活, 全中中草药汇编), 수이예샨친(碎叶山芹, 东北植物志) 등이 있다.(維基百科)  

신감채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 중국, 러시아다(FOM). 한강토에서는 제주, 전남북, 경북, 충북, 강원, 황해, 함남북에 나며 만주, 중국, 우수리에 분포한다.(국생정) 중국에서는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허베이(河北), 샨시(山西), 샨시(陕西), 허난(河南), 안후이(安徽), 쟝쑤(江苏), 저쟝(浙江), 푸졘(福建) 등의 성(省)에 분포한다. 한강토, 일본, 극동러시아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維基百科) 

신감채의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3출우상복엽(三出羽狀複葉)이며, 엽병(葉柄)은 위로 갈수록 짧아지고, 밑부분은 넓어져서 줄기를 거의 감싼다. 소엽(小葉)은 난상 피침형(卵狀披針形)으로 다시 결각상(缺刻狀)으로 갈라지고, 불규칙한 톱니가 있으며, 끝부분이 길게 뾰족하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핀다. 줄기 끝부분에 겹우산 모양 꽃차례(複傘形花序)로 달린다. 소산경(小傘梗)은 10개 정도로 능선이 있고 윗부분에 잔돌기가 있다. 꽃자루는 10~20개이고, 총포(总苞)는 4~6개이며, 소총포(小总苞)는 선형(線形)으로 꽃자루보다 길다. 꽃은 5수성이고 씨방하위이다. 열매는 분과(分果)로 편평한 넓은 타원형이고, 날개가 있다.  

묏미나리속 식물 가운데 루화샨친(绿花山芹)은 미나리 또는 샐러리(芹菜) 중에서도 고급이면서도 진귀한 채소(珍菜)이다. 영양소 함량이 높아 좋은 봄나물이다.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에도 좋으며, 눈을 밝게하고, 머리털을 검게 한다. 고섬유질 채소로 소화작용을 돕고 변비에도 좋다. 또, 리그닌 등 항산화제가 들어 있어 고농도 장내 세균에 의한 발암물질을 억제할 수 있다. 장 연동운동을 가속화하여 발암 물질과 결장 점막의 접촉을 감소시켜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소화관의 소화와 배출을 빠르게 하고, 샐러리의 이뇨기능을 통해 위장의 알코올을 소변으로 배출함으로써 위장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百度百科) 

묏미나리속 식물은 풍습비통(风湿痹痛), 요슬산통(腰膝酸痛), 감모두통(感冒头痛), 옹창종통(痈疮肿痛) 등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중국의 산형식물 연구에 따르면 관상동맥 심장병(冠心病), 종양(肿瘤), 백반병(白斑病) 등을 치료하는 다양한 생리 활성을 가진 일부 화학 성분이 들어 있음이 밝혀졌다.(百度百科) 

국표 등재 신감채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묏미나리(East Asian ostericum, ヤマゼリ, 山芹), 가는바디(가는멧미나리, Maximowicz's ostericum, ホソバセンキュウ, 全叶山芹) 등 2종이 있다.   

묏미나리[Ostericum sieboldii (Miq.) Nakai]는 한강토, 일본, 중국, 극동러시아, 인도, 말레이지아, 호주 등지에 넓게 분포한다. 고려 때 근저(芹菹)라는 이름의 미나리 김치를 종묘 젯상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털이 없다. 잎은 2~3회 3출우상복엽이다. 소엽은 달걀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간혹 2~3개로 깊이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거치(鋸齒)가 있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핀다. 5~8개로 갈라진 소산경 끝에 15~20개의 꽃이 달린다. 총포는 없거나 1~2개이고, 소총포는 5~6개로 피침형이며, 가장자리는 막질이다. 분과는 편평한 타원형이고, 양끝이 오그라들며, 가장자리에 날개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황달, 부인병,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좋다고 했다. 근래에는 혈압을 내리는 약효로 인정되어 고혈압 환자가 즐겨 찾는 식품이다. 심장병, 류마티스, 신경통, 식욕 증진 등의 효과가 있다. 심한 땀띠에는 즙을 바르면 낫는다. 어린 순은 식용한다.(국생정) 

가는바디[Ostericum maximowiczii (F.Schmidt) Kitag.]는 한강토(평북, 함남북, 강원도), 중국, 러시아에 분포한다.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수염뿌리이고 가늘다. 키는 40~100cm 정도이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고, 능선이 있으며, 털이 없거나 드물게 있다. 잎은 2~3(4)회 우상복엽으로 삼각상 난형이다. 최종 열편은 선형 또는 난상 피침형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맥에 털이 있다. 엽초(葉鞘)는 보라색을 띤다. 꽃은 8~9월 흰색으로 핀다. 10~30개의 꽃이 산형꽃차례로 달리고, 화경은 털이 없다. 소총포는 5~7개로 선형 또는 피침형이며, 끝은 점첨두이다. 꽃받침은 넓은 삼각상 난형으로 강모가 있다. 꽃잎은 아구형(亞球形)이다. 분과는 넓은 난형으로 능선이 뚜렷하며, 가장자리는 넓은 날개가 발달한다. 

2023. 4. 28. 林 山
#신감채 #가는바디 #묏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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