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중순경 야생화 탐사를 위해 동호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을 지나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가 청량산(淸凉山, 497m) 기슭 풀섶에서 털진득찰 군락지를 만났다. 털진득찰이란 이름에서 이 풀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다.
'진득찰'은 '진득'과 '찰'의 합성어다. 열매의 샘털에서 분비되는 액이 '진득'하고 '찰'지다는 뜻에서 '진득찰'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진득찰은 번식을 위해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옷에 붙어 퍼져나가기 위해 열매에 샘털이 나 있고, 끈끈한 액이 나온다. '털진득찰'은 '털'이 많은 '진득찰'이란 뜻이다. 털진득찰은 줄기에 흰색의 긴 털이 많고, 꽃대에 샘털이 있다.
털진득찰은 초롱꽃목 국화과 진득찰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털진득찰의 본초명은 희렴초(豨薟草) 또는 희렴(豨薟)이라고 한다. 풀에서 돼지(豨) 냄새가 나며, 맵고 쏘는 맛이 있기 때문에 희렴(豨薟)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薟'은 '가위톱 렴(염), 털진득찰 험'이다. 꽃말은 '신비(神祕), 요술(妖術)'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털진득찰의 학명은 시게스베키아 오리엔탈리스 린네. 섭스피시즈. 푸베스켄스 (마키노) H.고야마[Sigesbeckia orientalis L. subsp. pubescens (Makino) H.Koyama]이다. 다음백과 국생정에 등재된 학명은 지게스베키아 푸베스켄스 (마키노) 마키노[Sigesbeckia pubescens (Makino) Makino]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는 Sigesbeckia pubescens (Makino) Makino가 정명, Sigesbeckia orientalis L. subsp. pubescens (Makino) H.Koyama가 유사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속명 '시게스베키아(Sigesbeckia)'는 독일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사망한 의사이자 식물학자 요한 게오르크 지게스베크(Johann Georg Siegesbeck, 1686~1755)에서 따왔다. 학명 Sigesbeckia orientalis는 1753년 카를 린네(Carl Linnaeus)가 공식적으로 처음 명명했다. 지게스베크는 린네의 식물의 성적(性的) 체계에 대한 분류를 '음란하고 혐오스러운 창녀'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린네는 진득찰속을 하찮은 잡초로 간주했기 때문에 지게스베크의 이름을 따서 시게스베키아(Sigesbeckia)라고 명명했다.
종소명 '오리엔탈리스(orientalis)'는 '동쪽의(of the east, eastern), 떠오르는(rising)'이라는 뜻의 라틴어 형용사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subsp'는 '섭스피시즈 (subspecies)'의 줄임말로 '아종(亞種)'의 뜻이다. 아종명 '푸베스켄스(pubescens)'는 '익다, 숙성하다(ripening), 털이 많은(hairy)'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다. 줄기와 꽃대에 털이 많은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마키노(Makino)'는 일본의 식물 분류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 1957)이다. 일본 식물에 학명을 붙인 최초의 일본인이다. 그가 이름을 붙인 식물은 1000여 종, 1500여 변종에 이른다. 'H.고야마(H.Koyama)'는 국화과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일본의 식물학자 고야마 히로시게(小山博滋, 1937~2016)이다.
국표와 국생정 등재 털진득찰의 영어명은 글랜절러-스토크 세인트 폴스 워트(Glandular-stalk St. Paul's wort)이다. '글랜절러(glandular)'는 '분비선의, 샘(腺)의', '스토크(stalk)'는 '줄기', '세인트 폴(St. Paul)'은 지저스 크러이스트의 12사도 가운데 한 사람인 '성 바울', '워트(wort)'는 '초목, 풀'이다.
국표와 국생정, FOM에 등재된 털진득찰의 일본명은 메나모미(メナモミ, 豨薟)이다. FOM과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 维基百科)에 등재된 중국명은 셴겅시셴(腺梗豨莶)이다. 维基百科에는 마오시셴(毛豨莶, 东北植物检索表), 미엔창랑(棉苍狼, 江苏), 주차오(珠草, 福建)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국생정에는 털진득찰의 분포지에 대해 '일본, 만주, 중국에 분포한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남부 지방에서 보다 왕성하게 자란다'고 나와 있다. FOM은 털진득찰의 원산지가 '일본 전토, 한강토(조선반도), 중국, 타이완, 인도'라고 실려 있다. 百度百科와 维基百科에는 털진득찰의 중국 자생지에 대해 '허베이(河北), 샨시(陕西), 구이저우(贵州), 시짱(西藏), 쓰촨(四川), 샨시(山西), 지린(吉林), 저쟝(浙江), 허난(河南), 쟝시(江西), 후베이(湖北), 쟝쑤(江苏), 랴오닝(辽宁), 윈난(云南), 깐쑤(甘肃) 등지의 해발 160~3,400m 지대에 분포한다.'고 나와 있다.
털진득찰의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곧게 서며 털이 많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마주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중앙부의 잎은 달걀 모양 또는 난상 삼각형이다. 잎 끝은 뾰족하고, 밑부분이 절저(截底) 또는 원저(圓底), 예저(銳底)이고 길이 7.5~19cm, 너비 6.5~18cm로서 양면, 특히 뒷면 맥 위에 털이 밀생한다. 잎 기부에는 3개의 큰 맥이 있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엽병(葉柄)은 길이 6~12cm로서 윗부분이 엽신(葉身)으로 흘러 날개처럼 된다.
꽃은 8~9월에 황색(黃色)으로 핀다.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꽃이 달려서 전체가 산방상(繖房狀)으로 된다. 화경(花梗)은 길이 15~35mm로서 대가 있는 샘털이 밀생한다. 총포조각(總苞片)은 5개이고, 길이 10~12mm로서 길이가 거의 같으며, 선형(線形)이고 윗부분 이외에는 샘털이 있다. 혀꽃(舌狀花)은 1줄이며 암꽃이고 길이 3.5mm로서 끝이 2~3개로 갈라진다. 통상화(筒狀花)는 양성(兩性)으로서 모두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거꿀달걀 모양이고 약간 굽으며, 4개의 능각이 있다. 길이는 2.5~3.5mm로서 털이 없으며, 외포편(外苞片)에 싸여 있다.
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에는 털진득찰에 대해 '여름 밭작물 포장에서 문제잡초이다. 어린순은 식용한다. 봄여름에 연한 잎을 삶아 말려 두고 나물로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고 했다.
국생정에는 털진득찰의 용도에 대해 '중풍, 종양, 사지마비, 골통(骨痛), 슬약(膝弱), 풍습신통(風濕身痛), 반신불수, 구안와사에 쓰이고, 생엽은 뱀이나 벌에 의한 교상(咬傷)에 외용한다.'고 실려 있다.
진득찰과 동속(同屬) 근연식물(近緣植物)의 전초를 말린 것을 희렴초(豨薟草)라고 한다. 희렴초는 거풍습약(祛風濕藥) 가운데 서근활락약(舒筋活絡藥)으로 분류된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희렴초에 대해 '거풍습(祛風濕), 통경락(通經絡), 청열해독(淸熱解毒)의 효능이 있어 풍습비통(風濕痺痛, 류마티스 관절염), 근골무력(筋骨無力), 요슬산연(腰膝酸軟), 사지마비(四肢痲痹), 반신불수(半身不隨), 풍진습창(風疹濕瘡) 등을 치료한다. 최근의 연구에 의햐면 고혈압(高血壓)과 관상동맥경화증(冠狀動脈硬化症)으로 인한 심장병(心臟病, heart disease)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에는 희렴(稀薟, 진득찰)에 대해 '성질은 차고[寒] 맛은 쓰며[苦] 조금 독이 있다. 열닉(熱䘌)으로 속이 답답하고[煩] 그득한[滿] 것을 낫게 하고 풍비(風痺)를 낫게 한다. 먹는 법은 『신농본초경』에 자세히 씌어 있다. ○ 곳곳에 있는데 일명 화험초(火薟草)라고도 하며 냄새가 도꼬마리의 냄새 비슷한데 쪄서 말리게[蒸暴] 되면 날아간다[散]. 음력 5월, 6월, 9월에 줄기와 잎을 베어 햇볕에 말린다[본초].'라고 했다.
국표에 등재된 털진득찰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진득찰(Hair-stalk St. Paul's wort, コメナモミ, 小豨薟, 毛梗豨莶), 제주진득찰(Common St. Paul's wort, eastern St. Paul's-wort, Indian-weed , stickyweed, ツクシメナモミ, 筑紫豨薟, 豨莶) 등 2종이 있다.
진득찰[Sigesbeckia glabrescens (Makino) Makino]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타이완이다. 키는 40~100㎝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원기둥 모양이다. 원줄기와 잎에 복모(伏毛)가 있다. 얼핏보기에는 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제주진득찰(Sigesbeckia orientalis L.)의 원산지는 일본, 중국 타이완, 러시아, 인도, 네팔, 부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열대 아메리카 등이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 지역의 낮은 지대 풀밭이나 냇가에 자란다. 키는 20~55㎝이다. 전체에 털이 많다.
2023. 5. 4. 林 山
#털진득찰 #진득찰 #희렴 #稀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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