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큰꿩의비름 '순종(順從), 희망(希望), 생명(生命)'

林 山 2023. 5. 5. 22:23

2022년 9월 중순경 야생화 탐사를 위해 동호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을 지나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가 청량산(淸凉山, 497m) 기슭 성곽 바깥벽을 따라 진분홍색 꽃이 아름답게 피어난 큰꿩의비름 군락지를 만났다.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성벽의 돌 틈바구니에서 자라는 큰꿩의비름을 보면 생명력이 무척이나 강인한 식물임에 틀림없다. 

큰꿩의비름(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큰꿩의비름은 장미목 돌나물과 꿩의비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강토(조선반도)에 자생하는 꿩의비름속 식물은 꿩의비름, 키큰꿩의비름을 비롯해서 8종이 있다. 큰꿩의비름 꽃말은 '순종(順從), 희망(希望), 생명(生命)'이다. 

큰꿩의비름은 꿩의비름보다 식물체가 커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도 꿩의비름보다 크고 화려하다. 꿩의비름은 꿩이 잘 다니는 곳에 자라는 식물이고, 잎을 건드리면 비름(비듬의 강원도 사투리)처럼 떨어진다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또, 잎 모양이 쇠비름과 비슷하고, 가늘고 긴 줄기와 꽃대가 마치 꿩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꿩의비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큰꿩의비름(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큰꿩의비름의 학명은 힐로텔레피움 스펙타빌레 (보로) H.오오바[Hylotelephium spectabile (Boreau) H.Ohba]이다. 속명 '힐로텔레피움(Hylotelephium)'은 '재료, 물질(matter), 나무, 목재(wood)'를 뜻하는 영어와 폴란드어 접두사 '힐로-(hylo-)'가 '멀리 있는 연인, 먼 연인(distant-lover, far-off-lover)'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텔레피움(telephium)' 앞에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힐로-(hylo-)'는 '나무(wood, trees), 숲(forest, woodland)'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명사 '휠레(húlē)'에서 유래했다. '숲속의 먼 연인'이라는 뜻이다. '텔레피움(telephium)'은 헤르쿨레스(Hercules)의 아들이었던 미시아(Mysia)의 왕 텔레푸스(Telephus)를 기리는 이름이기도 하다. 

종소명 '스펙타빌레(spectābile)'는 라틴어 형용사 '스펙타빌리스(spectābilis)'에서 유래했다. '스펙타빌리스(spectābilis)'는 '스펙타레(spectare)'와 '아빌리스(abilis)'가 합성된 라틴어 형용사로, '보이는, 뚜렷한(visible), '주목할 만한, 존경할 만한(notable, admirable, remarkable)'의 뜻이다. '스펙타레(spectare)'는 '~을 보다, 살피다(look at)'라는 뜻의 '스펙토(spectō)에서 어미 변화가 일어난 라틴어 동사, '아빌리스(abilis)'는 '~수 있는, ~한 특질을 지닌(-able)'의 뜻을 가진 라틴어 접미사이다.    

'보로(Boreau)'는 프랑스의 약사이자 식물학자인 알렉상드르 보로(Alexandre Boreau, 1803~1875)이다. 보로는 폴리고늄 아레아스트룸(Polygonum areastrum), 풀모나리아 롱기폴리아(Pulmonaria longifolia) 같은 식물의 이항 학명의 권위자다. 'H.오오바(H.Ohba)'는 일본의 식물 분류학자로서 양치식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오오바 히데아키(大場秀章, 1943~)이다. 

국표와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 FOM) 등재 큰꿩의비름의 영어명은 쇼우이 스톤크랍(Showy stonecrop)이다. '쇼우이(Showy)'는 '화려한, 현란한(ostentatious)', '스톤크랍(stonecrop)'은 '꿩의비름'이다. '스톤(stone)'은 '돌, 바위', '크랍(crop)'은 '작물'이다. 스톤크랍은 많은 힐로텔레피움(hylotelephium)이나 세둠(sedum)이 암석 지대에서 야생으로 자란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FOM에 등재된 큰꿩의비름의 일본명은 오오벤케이소우(オオベンケイソウ, 大弁慶草)이다. '오오(大)'는 '큰, 넓은, 많은', '벤케이소우(弁慶草·辨慶草)'는 '꿩의비름'이다. '벤케이(弁慶)'는 '튼튼하고 강한 성질, 강자(強者)'를 뜻한다. 일본에서의 꽃말은 '활기(活気), 젊음(若さ)'이다. FOM과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维基百科)에 등재된 중국명은 창야오빠바오(长药八宝)이다. 维基百科에는 창야오징톈(长药景天), 싀터우차이(石头菜), 시에즈짱(蝎子掌)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큰꿩의비름(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큰꿩의비름의 원산지는 한강토와 중국이다(FOM). 큰꿩의비름은 경기 이북에 나며 만주에 분포한다(국생정). 큰꿩의비름(长药八宝)은 중국 둥베이 3성(东北三省), 안후이(安徽), 샨시(陕西), 허난(河南), 샨둥(山东), 허베이(河北) 성(省) 등지의 해발 700m 지대에서 자란다. 한강토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维基百科).

큰꿩의비름의 뿌리는 굵다. 굵은 뿌리에서 몇 개의 줄기가 나온다. 줄기의 길이는 30~70cm이다. 줄기는 굵은 원기둥 모양으로 녹백색이다. 마주나기 또는 돌려나기하는 잎은 육질이고 달걀 모양 또는 거꿀달걀 모양, 주걱 모양이다. 잎 길이는 4~10cm, 너비는 2~5cm이다. 엽병(葉柄)은 없다. 잎 가장 자리는 밋밋하거나 다소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꽃은 8∼9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줄기 끝에 산방상(繖房狀) 꽃차례에 많은 꽃이 빽빽하게 달린다. 꽃이 연분홍색으로 피어서 점차 홍자색을 띠다가 가을이 깊어가면서 짙은 커피색으로 변한다. 꽃받침조각은 5개로 선상 피침형(線狀披針形)이다. 꽃잎은 5개로 넓은 피침형이며, 길이 5~6mm로 꽃받침보다 3배 정도 길다. 수술은 10개로 길이 6~7mm이다. 꽃밥은 자주색이 돌고, 심피(心皮)는 5개이다. 열매는 골돌(蓇葖)이다. 골돌은 곧추서며 끝이 뾰족하다.

큰꿩의비름(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큰꿩의비름은 꽃이 아름답고 잎이 다육질이어서 관상 가치가 높아 공원이나 정원에 심는다. 꽃에 향기가 있어 화분에 심어도 좋다. 조경에도 사용할 수 있다. 잔디밭이나 암석원의 수놓기 조경에 좋은 재료이다. 지반 식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창야오빠바오(长药八宝)는 '약용으로서 가치가 있고, 풀 전체를 약으로 쓸 수 있다. 거풍이습(祛风利湿), 활혈산어(活血散淤), 지혈지통(止血止痛)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 티눈(肉刺), 화상, 독충이나 독사에 물림(毒虫毒蛇咬伤), 대상포진, 발의 진군감염증(脚藓) 등을 치료할 수 있다.(百度百科)

큰꿩의비름(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국표에 등재된 큰꿩의비름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꿩의비름(Garden stonecrop, ベンケイソウ, 弁慶草, 八宝), 둥근잎꿩의비름(Round-leaf hylotelephium, ウスリーミセバヤ), 새끼꿩의비름(Bulbil stonecrop, コモチベンケイソウ, 子持弁慶, 珠芽八宝), 섬꿩의비름(Green-flower stonecrop, ミドリベンケイ, 緑弁慶), 세잎꿩의비름(Whorled-leaf stonecrop,ミツバベンケイソウ, 三つ葉弁慶草, 轮叶八宝), 자주꿩의비름(Purple-flower stonecrop, live-forever, orpine, vit-toujours, witches'-moneybags, ムラサキベンケイソウ, 紫弁慶草), 키큰꿩의비름(Tall stonecrop, ムラサキベンケイソウ, 紫弁慶草, 白八宝) 등 7종이 있다. 

꿩의비름[Hylotelephium erythrostictum (Miq.) H.Ohba]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이다. 키는 30~90cm 정도이다. 잎은 털이 없으며, 잎자루가 짧다. 꽃은 8~9월에 백색 바탕에 붉은빛이 도는 색으로 핀다. 꽃밥은 자주빛이 돌고, 암술은 5개이며 붉은빛이 돈다. 둥근잎꿩의비름[Hylotelephium ussuriense (Kom.) H.Ohba]의 원산지는 러시아 동부 지방이다. 한강토(경북 청송군, 포항시), 중국에도 분포한다. 키는 15~25cm 정도이다. 잎과 꽃차례가 둥글고, 꽃이 자홍색인 것이 큰꿩의비름과 다르다. 새끼꿩의비름[Hylotelephium viviparum (Maxim.) H.Ohba]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러시아이다. 키는 60cm 정도이다. 세잎꿩의비름과 비슷하지만, 잎겨드랑이와 꽃차례의 살눈으로 번식하는 특색이 있으므로 새끼꿩의비름이라고 한다. 꽃은 8~9월에 황백색으로 핀다. 섬꿩의비름[Hylotelephium viridescens (Nakai) H.Ohba]의 원산지는 한강토이다. 제주도 한라산, 전라남도 무등산, 지리산에 분포한다. 키는 10~50cm 정도이다. 꽃은 8~9월에 녹색으로 핀다. 세잎꿩의비름[Hylotelephium verticillatum (L.) H.Ohba]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이다. 키는 30~50cm이다. 줄기는 암자색을 띤다. 잎은 육질로 분백색이 돌며 보통 3잎돌려나기한다. 드물게 마주나기 또는 어긋나기한다. 꽃은 8∼9월에 누른빛이 도는 녹백색으로 핀다. 자주꿩의비름[Hylotelephium telephium (L.) H.Ohba]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코카서스, 유럽이다. 키는 30~50cm이다. 꽃은 7~9월에 자색(紫色) 또는 자적색(紫赤色), 홍자색으로 핀다. 키큰꿩의비름[Hylotelephium pallescens (Freyn) H.Ohba]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홋카이도), 중국, 몽골, 러시아이다. 키는 20~60(~100)cm이다. 꽃은 8~9월에 백색 또는 적색으로 핀다. 

국표에 등재된 큰꿩의비름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텔레피움세둠 '린다 윈저', 텔레피움세둠 '피콜렛' 등 2종이 있다. FOM에는 '린다 윈저', '피콜렛' 등 62종의 품종이 등재되어 있다. 

텔레피움세둠 '린다 윈저(Hylotelephium telephium 'Lynda Windsor')의 키는 30~40cm 정도이다. 잎은 짙은 자주색이다. 꽃은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붉은색으로 핀다. 텔레피움세둠 '피콜렛'(Hylotelephium telephium 'Picolette')의 키는 30cm 정도이다. 잎은 적갈색 또는 적갈색을 띤 짙은 녹색이다. 잎과 꽃은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분홍색으로 핀다. 납작한 모양의 꽃송이가 특징이다.

 

2023. 5. 5. 林 山

#꿩의비름 #큰꿩의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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