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나도송이풀 '욕심(欲心)'

林 山 2023. 5. 9. 07:40

2022년 9월 중순경 야생화 탐사를 위해 동호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을 지나 성곽 바깥쪽 길을 따라 오르다가 청량산(淸凉山, 497m) 기슭에서 붉은빛을 띤 연한 자주색 꽃이 앙증맞고 이쁘게 피어난 나도송이풀을 만났다. 

나도송이풀은 잎과 꽃이 송이풀을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송이풀은 꽃이 줄기 끝에서 잇따라 나와 송이를 이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또, 이 풀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송이가 나오기 시작한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나도송이풀(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나도송이풀은 통화식물목 현삼과 나도송이풀속의 반기생 한해살이풀이다. 나도송이풀속 식물은 한강토(조선반도)에 단 1종이 자생하고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이명에는 송호(松蒿), 초백지(草柏枝) 등이 있다. 꽃말은 '욕심(欲心)'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생정 등재 나도송이풀의 학명은 프테이로스페르뭄 자포니쿰 (툰베리.) 카니츠[Phtheirospermum japonicum (Thunb.) Kanitz]이다. 속명 '프테이로스페르뭄(Phtheirospermum)'은 '이(蝨, louse)'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명사 '프테이로(phtheírō)'와 '씨, 종자(seed)'라는 뜻의 라틴어 '스페르뭄(spermum)'의 합성어이다. '프테이로(phtheírō)'의 유래는 불확실하다. 인도유럽어족에서 기원한 '파멸하다(to ruin), 파괴하다(to destroy)'라는 뜻의 '프테이로(phtheírō )'와 관련이 있지만, 그 연관성은 의심스럽고 민속학적 어원으로 간주된다. '스페르뭄(spermum)'은 '씨(seed), 정액(semen), 정자(sperm)'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스페르마(spérma)'에서 어미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蝨)를 닮은 아주 작은 까만색 씨를 표현한 이름이다. 종소명 '자포니쿰(japonicum)'은 '일본의(Japanese)' 또는 '일본과 관련이 있는(of or relating to Japan)'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자포니쿠스(japonicus)'에서 중성형으로 어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툰베리(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나가사키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카니츠(Kanitz)'는 헝가리의 식물학자 아우구스트 카니츠(August Kanitz, 1843~1896)이다.   

나도송이풀(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국표와 국생정 등재 나도송이풀의 영어명은 스티키 씨어로스퍼멈(Sticky phtheirospermum)이다. '스티키(Sticky)'는 '끈적끈적한, 달라붙는', '씨어로스퍼멈(phtheirospermum)'은 '나도송이풀속 식물'이다. 국생정에는 재퍼니즈 씨어로스퍼멈(Japanese phtheirospermum)이라는 영어명도 등재되어 있다. '일본 나도송이풀속 식물'이라는 뜻이다.   

국표와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 FOM)에 등재된 나도송이풀의 일본명은 고시오가마(コシオガマ, 小塩竈)이다. '고(小)'는 '작은', '시오가마(塩竈)'는 현삼과 송이풀속 식물의 총칭(總稱)이다. 森の植物の歳時記(숲 식물의 세시기)에는 고시오가마(小塩釜)에 대해 "시오쿠미(しおくみ, 汐汲)라는 가부키(歌舞伎)가 있다. 그 가사(台詞)에 '浜で美しいのは塩竈(해변에서 아름다운 것은 시오가마(塩竈)'를 '葉まで美しい(잎까지 아름답다)'고 해서 명명한 시오가마기쿠(シオガマギク, 塩竈菊, 송이풀)보다 식물체가 작아서 고시오가마(小塩釜)라는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서리가 내릴 무렵 단풍 표면의 털에 이슬을 머금고 있어 그야말로 잎까지 아름답게 보인다."고 했다. 시오가마(塩竈)는 소금가마라는 뜻도 있다.  

FOM과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 등재된 중국명은 숭하오(松蒿), 중문판 위키백과(维基百科)에 등재된 일본명은 르벤숭하오(日本松蒿)이다. 百度百科에 등재된 이명에는 눠하오(糯蒿), 시룽하오(细绒蒿), 투인첸(土茵陈), 샤오옌짜오차이(小盐灶菜), 따예펑하오(大叶蓬蒿), 홍후핑(红壶瓶), 차오인첸(草茵陈), 링인첸(铃茵陈), 지관차오(鸡冠草) 등이 있다.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의 한중사전에 등재된 중국명은 캉비마셴하오(糠秕马先蒿), 숭하오(松蒿), 차오바이즈(草伯枝)이다.    

나도송이풀(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나도송이풀은 한강토, 중국, 일본, 러시아에 분포한다. 산과 들의 양지쪽 풀밭에서 자란다(국생정). 나도송이풀은 일본 재래종(在来種)으로서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한강토, 중국, 러시아에 분포한다(FOM). 중국에서는 신장(新疆), 칭하이(青海)를 제외한 전 지역의 산비탈, 모래땅, 풀밭에서 자란다(百度百科).

나도송이풀은 키가 30~6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를 많이 치며, 전체에 부드러운 샘털(腺毛)이 밀생(密生)한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삼각상 달걀 모양에 끝이 뾰족하고 길이 3~5cm, 너비 2-3.5cm이며, 깃꼴(羽狀)로 깊게 갈라진다. 열편(裂片)은 불규칙하게 깊게 갈라지고,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엽병(葉柄)은 길이 5~12mm이고 날개가 있다.

꽃은 8~9월에 연한 홍자색(紅紫色)으로 핀다.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피어 총상꽃차례(總狀花序) 꼴을 이룬다. 꽃받침은 종형(鐘形)이고 비스듬히 5개로 갈라지며, 길이 5~7mm이다. 꽃이 진 다음 다소 커진다. 열편은 녹색이고 타원형이며 톱니가 있다. 꽃부리는 길이 2cm 정도로서 긴 판통(瓣筒)의 끝이 2개로 갈라지며 양순형(兩脣形)이다. 상순(上脣)은 젖혀져서 끝이 파지고, 하순(下脣)은 옆으로 퍼져서 3개로 갈라진다. 4개의 수술 중 2개가 길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이그러진 좁은 달걀 모양이며, 길이 3~12cm, 너비 4~6cm로서 끝이 뾰족하고 샘털이 있다.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열매가 배봉선(背縫線)을 따라 터지면서 종자가 나온다(胞背裂開). 종자는 타원형으로서 길이 1mm 정도이다. 표면에 그물망이 있다.  

나도송이풀(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나도송이풀은 관상용(觀賞用), 밀원용(蜜源用)으로서 가치가 있다(국생정). 나도송이풀은 사료용, 약용으로 이용된다(익생양술대전).    

나도송이풀의 전초(全草)를 송호(松蒿)라 하며 약용한다. 청열이습(淸熱利濕)의 효능이 있다. 황달(黄疸), 수종(水腫), 풍열감모(風熱感冒), 비염(鼻炎) 등을 치료한다(국생정). 청열이습의 효능이 있어 간염황달(肝炎黄疸), 수종, 풍열감모, 구창(口疮), 비염 등을 치료한다(长白山植物药志). 

숭하오(松蒿)의 맛은 약간 맵고(味微辛), 성질은 차다(性凉). 폐비위경(肺脾胃经)으로 들어간다. 청열이습, 해독(解毒)의 효능이 있다. 황달, 수종, 풍열감모, 구창, 비염, 창절종독(疮疖肿毒)을 치료한다. 황달형간염(黄疸型肝炎), 감모발열(感冒发热)에도 응용할 수 있다. 숭하오의 동속식물(同属植物) 차오바이즈(草柏枝)는 쓰촨(四川)의 시창(西昌) 지역에서는 숭예지에구차오(松叶接骨草), 숭예하오(松叶蒿), 우공차오(蜈蚣草)라고도 한다. 청열해독(清热解毒), 양심안신(养心安神), 지통(止痛)의 효능이 있다. 심장쇠약(心脏衰弱), 심계(心悸), 해수(咳嗽), 담중대혈(痰中带血) 등의 증상에 활용할 수 있다(百度百科).

나도송이풀(응봉산 용소골, 2022. 9. 24)

FOM에는 나도송이풀의 품종으로 시로바나고시오가마[シロバナコシオガマ, 白花小塩竈, 학명 Phtheirospermum japonicum (Thunb.) Kanitz f. albiflorum (Honda) H.Hara]가 등재되어 있다. 흰색 꽃이 피는 나도송이풀이다. 

 

2023. 5. 9. 林 山. 2023.6.29.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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