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중순경 야생화 탐사를 위해 동호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북문(北門)인 전승문(全勝門)에서 동쪽 능선을 따라 남한산 정상에 올랐다. 남한산 정상 기슭 성곽에서 꽃이 활짝 핀 백부자(白附子)를 보고 내려오다가 까맣게 맺혀 있는 덩굴별꽃 열매를 만났다. 하마터면 덩굴별꽃 열매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저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회원이 먼저 발견하고 알려 주었다.
덩굴별꽃은 중심자목(中心子目, Centrospermae) 석죽과(石竹科, Caryophyllaceae), 덩굴별꽃속(Cucubalus)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크론퀴스트(Cronquist) 분류에서 사용한 중심자목은 APG(Angiosperm Phylogeny Group) 분류에서 석죽목(石竹目, Caryophyllales)으로 변경되었다. 덩굴별꽃이라는 이름은 줄기가 덩굴을 이루고, 꽃잎이 별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꽃말은 '추억(追憶)'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덩굴별꽃의 학명은 실레네 바키페라 (린네) 로스[Silene baccifera (L.) Roth]이다. 다음백과에 실려 있는 국생정 학명 Cucubalus baccifer var. japonicus Miq.은 국표에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덩굴별꽃의 속명 '실레네(Silen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숲의 신(Greek woodland deity) '실레누스(Silenus)'의 여성형 고유명사이다. '사일리너스(Silenus)'는 고대 그리스어 '세일레노스(Seilēnós)'에서 유래한 영어 고유명사이다. 사일리너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술의 신 디오니수스(Dionysus)의 동반자이자 보호자이다.
종소명 '바키페라(baccifera)'는 라틴어 '바키페르(baccifer)'의 어미 변화형이다. '바키페르(baccifer)'는 '바키페르(bacifer)'의 대체형이다. '바키페르(bacifer)는 '산딸기류 열매(berry)'라는 뜻의 '바크(bāc)'에 어간과 접미사의 연결 모음 '이(i)', '나르는, 가지고 다니는, 데려오는(carrying, bearing, bringing)'의 뜻을 가진 접미사 '페르(fer)'가 붙어서 이루어진 라틴어 형용사로서 '열매가 맺히는, 장과(漿果)를 맺는(bearing-berries, bacciferous)'의 뜻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로스(Roth)'는 독일의 의사이자 식물학자인 알브레히트 빌헬름 로스(Albrecht Wilhelm Roth, 1757~1834)이다.
국표와 국생정에 실려 있는 덩굴별꽃의 영문명은 베리 캐취플라이(Berry catchfly)이다. '베리(Berry)'는 '산딸기류 열매', '캐취플라이(catchfly)'는 '끈끈이대나물'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 등재된 일본명은 난방하코베(ナンパンハコペ, 南蛮蘩蔞)이다. 국표와 국생정에 등재된 일본명 난팡하코페(ナンパンハコペ)는 난방하코베(南蛮蘩蔞)의 오기(誤記)이다.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维基百科)에 등재된 중국명은 꺼우진만(狗筋蔓)이다. 줄기가 덩굴성이고, 잎이 짧고 작으며, 무늬맥이 많고, 개의 꼬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维基百科에는 바이뉴시(白牛膝, 云南), 처우진차오(抽筋草, 贵州), 진구차오(筋骨草, 四川)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덩굴별꽃은 한강토(조선반도),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부 지방에 분포한다. 전국의 산야에 난다. 산골짜기 개울가나 숲 가장자리에서 자란다(국생정). 난방하코베(南蛮蘩蔞)의 원산지는 일본, 한강토, 중국, 러시아, 인도, 부탄, 네팔, 카자흐스탄, 유럽이다(FOM). 꺼우진만(狗筋蔓)은 한강토, 일본, 유럽, 카자흐스탄, 러시아, 타이완, 중국 본토의 신쟝(新疆), 푸젠(福建), 샨시(山西), 안후이(安徽), 쟝쑤(江苏), 간쑤(甘肃), 광시(廣西),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닝샤(寧夏), 시난(西南), 샨시(陕西), 후베이(湖北), 쩌쟝(浙江), 랴오닝(辽宁) 등지의 해발 40~4,000m 지역의 관목지, 삼림 가장자리, 초원에서 자란다(百度百科, 维基百科).
덩굴별꽃 덩굴의 길이는 1.7m에 이른다. 전체에 꼬불꼬불한 털이 나 있다. 줄기는 가늘고 마디는 퉁퉁하며, 가지가 많고 꼬불꼬불한 털이 있다.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달걀 모양이거나 난상 피침형이고 길이 2~5cm, 너비 7~20mm로서 표면에 털이 없다, 잎 뒷면 맥 위와 가장자리에는 털이 있고,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이 갑자기 좁아져서 길이 1~4mm의 엽병(葉柄)으로 된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가지 끝에 꽃이 1개씩 옆을 향해 달린다. 꽃받침은 녹색이며 5개로 갈라지고 처음에는 통형으로서 길이 1cm 정도이다. 하지만 꽃이 피면 중앙부까지 갈라지며, 나중에는 벌어져서 붙어 있다. 꽃잎은 5개이고 길이 15mm 정도로서 끝이 2갈래이다. 수술은 10개, 암술대는 3개, 씨방은 1실이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장과상(漿果狀)으로 둥글며, 꽃받침과의 사이에 길이 2.5~3mm의 대가 있다. 열매는 9월에 흑색으로 익으며 윤이 나고 매끈하며 터지지 않는다. 종자는 많으며 흑갈색이고 지름 1~1.5mm로서 둥글다.
덩굴별꽃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국생정). 꺼우진만(狗筋蔓)은 중국 둥베이(东北)와 화둥(华东) 지역에서 이른 봄의 주요 녹색 식용 산나물 중 하나다. 어린 잎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데친 후 물을 갈아 씻어 쓴맛을 제거하고 기름소금을 넣어 무쳐 먹는다(全国中草药汇编, 中国的野菜).
덩굴별꽃의 전초(全草)를 화근초(和筋草)라 하며 약용한다. 이대소장(利大小腸)의 효능이 있다. 구토, 요폐(尿閉), 풍한기통(風寒氣痛), 타박상을 치료한다. 구토의 치료는 화근초 15g에 소금을 가하여 달여 복용한다. 요폐의 치료는 화근초, 백모근(白茅根), 지비파(地枇杷)를 짓찧어 종이에 싸서 음경(陰莖)에 도포(塗布)한다(국생정).
꺼우진만(狗筋蔓)은 뿌리를 약으로 쓴다. 맛은 달고 담담하다. 성질은 따뜻하다. 접골생기(接骨生肌), 거풍제습(祛风除湿), 이뇨소종(利尿消肿), 산어지통(散瘀止痛) 등의 효능이 있어 골절(骨折), 질타손상(跌打损伤, 타박상), 풍습관절통(风湿关节痛), 비뇨계 감염(泌尿系感染)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외용(外用)하면 창양절종(疮疡疖肿, 종기), 림프절 결핵(淋巴结结核)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百度百科).
화근초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동의보감에도 실려 있지 않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화근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국표 등재 덩굴별꽃의 유사종 자생식물은 자주덩굴별꽃[Silene baccifera (L.) Roth var. japonicus (Miq.) H. Ohashi & H. Nakai], 장구채(Silene firma Siebold & Zucc.), 가는다리장구채(Silene jeniseensis Willd.), 가는장구채(Silene seoulensis Nakai), 갯장구채[Silene aprica Turcz. var. oldhamiana (Miq.) C.Y.Wu], 끈끈이장구채(Silene koreana Kom.), 명천장구채(Silene myongcheonensis S.P.Hong & H.K.Moon), 분홍장구채(Silene capitata Kom.), 애기장구채(Silene aprica Turcz.), 오랑캐장구채(Silene repens Patrin), 울릉장구채(Silene takeshimensis Uyeki & Sakata), 층층장구채(Silene macrostyla Maxim.), 털장구채[Silene firma Siebold & Zucc. f. pubescens (Makino) Ohwi & H.Ohashi], 한라장구채(Silene fasciculata Nakai), 호산장구채(Silene foliosa Maxim.), 흰장구채(Silene oliganthella Nakai) 등 16종이 있다.
자주덩굴별꽃(Purple-stem berry catchfly, ナンバンハコベ, 南蛮繁縷)는 줄기와 잎이 자주색이다. 장구채(Catchfly, フシグロ, 節黒, 疏毛女娄菜)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다. 키는 30~80cm이다. 줄기는 곧고 가지를 치지 않으며, 털이 없고 밋밋하며, 자줏빛이 도는 녹색이지만 마디 부분은 흑자색이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긴 타원형, 달걀 모양 또는 넓은 피침형이고 양끝이 좁다. 잎 길이는 3~10cm, 너비 1~3cm로서 가장자리에 털이 있고, 흔히 양면에도 털이 약간 있다. 엽병은 없다. 꽃은 7월에 흰색으로 핀다. 잎겨드랑이와 원줄기 끝에 취산꽃차례가 층층으로 달리며, 포(苞)는 밑부분 양쪽이 흔히 막질(膜質)로 된다. 꽃자루는 길이 1~3cm로서 털이 없이 가늘고 길다. 꽃받침은 난상 원통형이며 끝이 5조각으로 얕게 갈라지고, 털이 약간 있거나 없으며 10맥이 있다. 10개의 수술과 3개의 암술대가 있다. 장구채의 종자를 본초명 왕불류행(王不留行)이라고 한다.
가는다리장구채(Slender catchfly, アシボソマンテマ, 蚂蚱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몽골, 러시아다. 한강토에서는 강원도 속초시, 양양군, 인제군, 평창군에 분포한다. 키는 25cm 정도이다. 줄기는 연약하고 여러 대이며 가지가 없다. 꽃은 7~8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가는장구채(Seoul catchfly, チョウセンマンテマ, 朝鮮まんてま, 汉城蝇子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이다. 한강토에서는 중부 이남 산지에서 자란다. 키는 50cm 정도이다. 전체에 잔털이 난다. 줄기는 약하며 밑부분이 옆으로 기고, 윗부분은 비스듬히 올라가거나 곧게 서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원줄기와 가지 끝의 원뿔 모양 취산꽃차례에 많은 꽃이 달린다. 갯장구채(Seashore catchfly, ハマフシバ, ハマフシグロ)는 중부 이남의 해변에 분포한다. 키는 50cm 정도이다. 줄기 전체에 회백색의 우단 같은 털이 밀생하고 모가 지며 곧게 선다. 가지가 갈라진다. 꽃은 5~6월에 분홍색으로 핀다. 끈끈이장구채(Sticky catchfly, ネバリマンテマ, 粘りまんてま, 朝鲜蝇子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일본, 러시아다, 한강토에서는 강원도 삼척시, 양구군, 인제군, 춘천시, 홍천군, 화천군에 분포한다. 키는 90cm 정도이다. 줄기는 모여나기하고 짧은 털이 있으며, 상부의 마디 사이에 선점(腺點)이 있어 끈적끈적하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와 원줄기 끝의 취산꽃차례에 달리고 전체가 원뿔 모양으로 된다. 꽃자루는 털이 없고 선점이 있으며 가늘다.
명천장구채(Myeongcheon catchfly, ベニバナマンテマ)는 한강토 북부의 고산에서 자란다. 가지가 퍼지고 줄기 윗부분에 샘털이 있다. 꽃은 처음에는 꽃자루가 없으나 긴 산형상으로 자라며, 가장자리의 꽃자루는 꽃받침보다 2~3배 길다. 꽃자루는 샘털이 있어 끈적끈적하다. 꽃자루, 꽃받침에 퍼진 샘털이 있다. 분홍장구채(Pink catchfly, タマザキマンテマ)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이다. 키는 30cm 정도이다. 전체에 털이 산재해 있다. 꽃은 10~11월에 분홍색으로 피며, 가지 끝에 밀생(密生)한다. 애기장구채(Meadow catchfly, ケフシクロ)는 한강토, 중국, 일본, 몽골, 러시아 극동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처의 산지에서 자란다. 키는 25~50cm 정도이다. 전체에 회색의 잔털이 밀생한다. 잎은 선상 피침형 또는 피침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5~6월에 흰색 또는 분홍색으로 핀다. 줄기 끝에서 취산꽃차례로 달린다. 오랑캐장구채(Creeping catchfly, カラツトマンテマ)는 한강토, 중국, 시베리아, 유럽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중부 이북의 산지에서 자란다. 키는 10~60cm 정도이다.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전체에 잔털이 퍼져 있다. 잎은 피침형, 긴 타원상 피침형이다. 꽃은 6~7월에 흰색 또는 연한 홍색으로 핀다. 울릉장구채(Ulleung catchfly, タケシママンテマ)는 울릉도에서 자란다. 키는 20~50cm이다. 뿌리 끝에서 많은 원줄기가 모여나기한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핀다. 윗부분의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달려서 원뿔 모양 꽃차례를 형성한다.
층층장구채(Long-style catchfly, クルマセンノウ)는 한강토 북부의 산지에 분포한다. 키는 1m 정도이다. 줄기는 모여나기하고 짧은 털이 다소 있다. 잎겨드랑이에 잎이 밀생한 짧은 가지가 나온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취산꽃차례는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위로 올라갈수록 화경이 짧아져서 층층으로 달린 것처럼 보인다. 털장구채(Hairy catchfly)는 전체에 부드러운 털이 있다. 국표에는 국명, 학명, 영어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에는 학명, 국명만 등재되어 있다. 한라장구채(Halla catchfly, タンナシラタマソウ, 耽羅白玉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제주도이다. 키는 20cm 정도이다. 줄기 밑부분이 새순의 잎과 더불어 모여나기하고 자주색이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핀다. 윗부분의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달리고, 총상 비슷한 원뿔 모양이다. 호산장구채(Hosan catchfly, エゾマンテマ, 石缝蝇子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중국, 러시아다. 한강토에서는 울릉도에서 난다. 키는 20~30cm 정도이다. 줄기는 밀생한다. 꽃은 흰색이다. 꽃잎은 아주 깊게 둘로 갈라져 수술처럼 보인다.
국표 등재 덩굴별꽃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갈퀴장구채(Silene dichotoma Ehrh.), 고산각시장구채(Silene pusilla Waldst. & Kit.), 고산장구채(Silene alpestris Jacq.), 끈끈이대나물(Silene armeria L.), 넓은잎장구채(Silene latifolia Poir.), 바위장구채(Silene saxifraga L.), 불가리아장구채(Silene asterias Griseb.), 붉은장구채[Silene dioica (L.) Clairv.], 이끼장구채(Silene acaulis L.), 훼리장구채[Silene caroliniana var. wherryi (Small) Fernald] 등 19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국표 등재 덩굴별꽃의 유사종 외래식물에는 가는끈끈이장구채(Silene antirrhina L.), 달맞이장구채[Silene latifolia Poir. subsp. alba (Mill.) Greuter & Burdet], 말냉이장구채(Silene noctiflora L.), 양장구채(Silene gallica L.), 염주장구채(Silene conoidea L.) 등 5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3. 6. 15. 林 山
#덩굴별꽃 #장구채 #끈끈이대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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