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전호(前胡) ≠ 본초명(本草名) 전호(前胡)

林 山 2024. 3. 20. 09:27

2024년 3월 중순 경기도(京畿道) 안산시(安山市) 단원구(檀園區) 풍도동(豊島洞) 풍도(豊島)를 찾았다. 풍도는 원래 단풍나무가 많아 고려시대(高麗時代)부터 풍도(楓島)로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청일전쟁(淸日戰爭)의 첫 전투로 1894년 7월 25일 발발한 풍도해전(중국 豐島海戰, 일본 豊島沖海戦)에서 승리한 일본이 '풍요롭다'는 뜻을 담아 풍도(豊島)로 바꾼 것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굳어졌다고 한다.

풍도(2024. 3. 16)

 

풍도 최고봉 후망산(候望山, 176m) 기슭에는 풍도바람꽃을 비롯해서 개복수초, 노루귀, 꿩의바람꽃, 중의무릇 등의 야생화(野生花)들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었다. 후망산 주능선 주변에는 붉은대극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었다. 풍도는 그야말로 야생화(野生花)의 보고(寶庫)였다.

후망산 기슭에는 전호(前胡) 새싹이 한창 돋아나고 있었다. 전호는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난 산나물 가운데 하나다. 풍도 주민들은 봄철이면 후망산에서 뜯은 전호를 이 섬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팔기도 한다.

전호(안산시 풍도, 2024. 3. 16)

 

국립생물자원관(국생관)에는 전호가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미나리목(Apiales) 미나리과(Apiaceae) 전호속(前胡屬, Anthriscus)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다음백과 국립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의 분류는 산형화목(繖形花目, Umbellales) 산형과(繖形科, Umbelliferae) 전호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산형화목=미나리목, 산형과=미나리과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登載) 국명(國名, Vernacular name)은 전호(추천명), 동지, 반들전호, 사약채, 생치나물, 큰전호 등이 있다. 북한명(北韓名, North Korean name)은 생치나물(추천명), 물생치, 전호 등이 있다. 국생정 등재 국명은 전호(추천명), 동지(비추천명) 등이 있다. 국생관 등재 국명은 전호(추천명) 동지, 물생치, 반들전호, 사양채, 생치나물 등이 있다.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전호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안트리스쿠스 실베스트리스 (L.) 호프만[Anthriscus sylvestris (L.) Hoffm.]이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안트리스쿠스(Anthriscus)'는 허브의 일종인 'chervil(처빌)'을 뜻하는 그리스어 '안트리스코스(anthriskos)'와 라틴어 '안트리스쿠스(Anthriscus)'에서 유래했다. 속명은 아마도 '곡물의 수염(beard of grain)'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테르(athēr)'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처빌(chervil)은 파슬리(parsley)와 흡사해 보이는 한해살이 허브의 일종이다.

종소명(種小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실베스트리스(sylvestris)'는 '숲 또는 나무의, 숲 또는 나무와 관련된(Of or pertaining to a forest or wood), 숲 또는 나무가 우거진(forested, wooded, overgrown with trees), 시골의(rural), 야생의(wild), 숲에 사는(living in forests)'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실베스트리스(silvestris)'의 대체 형태다. 'silvestris'는 '실바(silva, wood, forest) + -에스트리스(-estris)'의 형태다. '-에스트리스(-estris)'의 유래는 알 수 없다.

'L.'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Hoffm.'은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지의류학자 게오르크 프란츠 호프만(Georg Franz Hoffmann, 1760~1826)이다. 그는 전호를 1814년 그의 저서 'Genera Plantarum Umbelliferarum'에서 최초로 출판했다.

풍도에서 나는 전호는 그 이름 때문에 전국 한의과대학(韓醫科大學) 본초학(本草學) 교과서에 등재된 청화열담약(淸化熱痰藥) 전호(前胡, Peucedani Radix)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본초명(本草名) 전호의 이명(異名, Synonym)에는 라귀채(羅鬼菜), 수전호(水前胡), 야근채(野芹菜) 등이 있다. 전호(前胡)는 시호(柴胡)와 비교하여 시기적으로 싹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유래한 이름이다. 이는 본초명 전호의 이름 유래에 대한 설명이지 풍도에서 나는 전호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본초학에서 한약명(韓藥名) 전호는 바디나물[紫花前胡, 학명 Peucedanum decursivum (Miq.) Maxim.=Angelica decursiva (Miq.) Franch. & Sav.]과 흰꽃바디나물[白花前胡, Peucedanum praeruptorum Dunn.=Angelica decursiva f. albiflora (Maxim.) Nakai]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본초명 전호는 백화전호(白花前胡, Peucedani Praeruptori Radix)와 자화전호(紫花前胡, Angelicae Decursivae Radix) 등 두 가지만 해당한다.

풍도에서 나는 전호[Anthriscus sylvestris (L.) Hoffm.]는 본초명 토전호(土前胡, Anthrisci Sylvestri Radix) 또는 아삼(峨參)이라고 한다. 토전호 또는 아삼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수재(收載)되지 않았다. 따라서, 토전호 또는 아삼을 전호 대용(代用)으로 쓸 수 없다. 풍도에서 나는 전호와 본초명 전호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국표, 국생정,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전호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와일드 처빌(Wild chervil)이다. '야생(Wild) 처빌(chervil)'이라는 뜻이다. '반디나물(Cryptotaenia canadensis)'을 뜻하기도 한다. FOM에는 카우 파슬리(cow parsley)라는 영문명도 실려 있다. 카우 파슬리는 아주 작은 흰 꽃이 많이 피는 유럽산 야생화다. '소(가 잘 먹는) 파슬리'라는 뜻이다. 파슬리는 녹색을 띠는 두해살이 허브이자 식재료다. 중동과 유럽, US 요리에 많이 쓰인다. FOM에는 레이디스 레이스(lady's lace)라는 영문명도 실려 있다. '숙녀의 레이스'라는 뜻이다.

와일드 비크트 파슬리(wild beaked parsley), 퀸 앤스 레이스(Queen Anne's lace), 켁(keck) 등의 영문명도 있다(Wikipedia). 퀸 앤스 레이스(Queen Anne's lace)는 앤 여왕(Queen Anne)과 관련이 있는 이름이다. 그녀가 5월에 UK 전국을 여행할 때 길가에 무성하게 자란 전호를 보고 그녀를 위해 특별히 장식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앤 여왕이 천식 때문에 종종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시골로 산책을 가곤 했는데, 그녀가 전호 꽃을 지나갈 때 시녀들이 가지고 다니던 레이스 베개가 생각나서 퀸 앤스 레이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켁(keck)의 사전적 정의는 토하거나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느낌을 뜻한다. 어떤 사람들은 전호에서 나는 향이 파슬리와 아니스의 씨(aniseed)의 향과 비슷해서 매우 기분 좋은 냄새를 느끼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냄새가 지나치게 심하고 끔찍해서 토할 것 같다고 말하며 싫어한다. 그래서 전호에 '켁(keck)'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머더-다이(mother-die), 독스 플러리쉬(dog's flourish)라는 이름도 있다. 'mother-die'는 '엄마가 죽는다'라는 뜻이다. UK 민간 전설에 따르면 전호를 실내로 가져가면 엄마가 죽을 것이라고 한다. 전호가 독미나리(hemlock )와 비슷해 보인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보인다. 'dog's flourish'는 '개 번성'이라는 뜻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전호가 개들이 있던 가장자리에서 잘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한 포기의 전호는 800~10,000개의 씨앗을 맺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조건이 맞으면 빠르게 군집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dog's flourish'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국표, 국생정, FOM 등재 전호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샤쿠(シャク, 杓)다. 샤쿠(杓)라는 이름은 일본 도우호쿠(東北) 지방의 방언(方言)이라는 설도 있고, 열매의 형태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샤쿠(杓)의 별명(別名)은 코쟈쿠(コジャク)인데,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일설에는 사쿠(サク)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신에게 올리는 제사(神事)에 사용하는 사쿠마이(さくまい, 赤米)와 샤쿠(シャク, 杓)의 열매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素人植物図鑑). FOM에는 야마닌진(ヤマニンジン, 처빌, 기름나물), 코쟈쿠(コジャク), 와이루도챠-비루(ワイルドチャービル, Wild chervil) 등의 별명(別名, Synonym)이 실려 있다.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전호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어찬(峨参)이다. 百度百科에는 투톈치(土田七), 진샨톈치(金山田七), 랴오보치(蓼卜七) 등의 별명이 실려 있다.

전호는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남쪽의 섬들과 깊은 산, 산기슭, 구릉지대, 들판, 강기슭등 습한 곳에 군락을 이루어 자생한다. 일본과 중국, 사할린,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동부 유럽에도 분포한다(국생정). 전호는 한강토 전역에 자라며, 세계적으로 러시아, 일본, 중국, 동유럽 등에 분포한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도입하여 자란다(국생관).

샤쿠(杓)는 일본 재래종(在来種)으로서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큐슈(九州)에 분포한다. 조선(朝鮮), 중국, 러시아, 인도, 네팔, 파키스탄, 동유럽, 아프리카에도 분포한다(FOM).

어찬(峨参)은 중국 랴오닝(辽宁),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샨시(山西), 샨시(陕西), 쟝쑤(江苏), 안후이(安徽), 쩌쟝(浙江), 쟝시(江西), 후베이(湖北), 쓰촨(四川), 윈난(云南), 네이멍구(内蒙古), 간쑤(甘肃), 신쟝(新疆) 등지에 분포한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전호의 뿌리는 굵다. 줄기는 곧추서며, 녹색으로 듬성듬성하게 가지를 친다. 키는 50~120c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거나 거의 마주난다. 잎자루는 주름이 있고, 밑이 넓어져 줄기를 감싼다. 잎은 2~3번 갈라지는 깃꼴겹잎(羽狀複葉)이고, 마지막 갈래는 긴 난형(長卵形) 또는 피침형(披針形)이며, 가장자리는 깃꼴로 깊게 갈라진다. 잎 뒷면과 가장자리에 흰빛이 나는 단단한 털이 있다.

꽃은 5~6월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난 꽃대에 겹산형꽃차례(複傘形花序)를 이루며 흰색으로 핀다. 작은 산형꽃차례(小傘形花序)는 6~14개의 꽃이 달린다. 작은꽃싸개잎(小苞)은 5장, 넓은 피침형(廣披針形), 작은꽃자루(小花梗)와 길이가 비슷하다. 꽃부리는 소형(小形)이다. 꽃잎은 5장, 가운데에 보라색 줄이 있고, 바깥쪽 것이 더 크다.

열매는 분과(分果)다. 분과는 타원형(楕圓形)으로 길이 5~10mm, 지름 1.0~1.5mm다. 6월에 녹색이 도는 검은색으로 익으며, 윤기가 난다.

전호는 식물체에 전체적으로 털이 없는 점에서 잎에 퍼진 털이 많은 전호속의 유럽전호(Anthriscus caucalis M.Bieb.)나 사상자속(蛇床子屬, Torilis)의 긴사상자[Osmorhiza aristata (Thunb.) Rydb.] 등과 구별된다.

어찬(峨参)의 신선한 줄기와 잎은 좋은 산나물이다. 다른 야채와 섞어서 국을 끓이거나 만두 등의 소에 넣기도 한다.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 뿌리(根)는 약으로 쓰는데, 자보강장제(滋补强壮剂)다. 비허식창(脾虚食胀), 폐허해천(肺虚咳喘), 수종(水肿)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전호의 어린 잎은 식용한다. 뿌리(根)를 아삼(峨蔘)이라 하며 약용한다. 3~4월 또는 9~10월에 채취하여 줄기(莖), 코르크 및 잔뿌리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햇볕에 말리거나 불에 쬐어 말린다. 보중익기(補中益氣), 통기(通氣)의 효능이 있어 비허식창, 사지무력, 폐허해천, 노인의 야뇨, 수종, 위병(胃病), 타박상, 토혈을 치료한다(국생정).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아삼을 거의 처방하지 않는다.

전호(안산시 풍도, 2024. 3. 16)

 

국표 등재 전호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털전호[Anthriscus sylvestris (L.) Hoffm. var. hirtiructus (Ohwi) H.Hara] 1종이 있다.

털전호(Hairy wild chervil, オニジャク, 鬼杓, 刺果峨参)는 한강토 전역에 자라며, 러시아 사할린, 시베리아, 캄차카, 쿠릴 열도, 일본, 중국, 동유럽, 카프카스 산맥 등에 분포한다. 전호와 유사하나 열매에 누른빛이 도는 돌기가 있고, 전체에 털이 많이 나는 특징으로 구분한다. 학자에 따라서 전호에 포함시키기도 한다(국생관). 털전호의 원산지는 일본, 중국, 러시아, 북인도, 카시미르, 네팔, 파키스탄, 유럽 동부다(FOM)

국표 등재 전호의 유사종 재배식물(裁培植物, garden plant, cultivated plant)은 유럽전호(Anthriscus caucalis M.Bieb.), 쳐빌[Anthriscus cerefolium (L.) Hoffm.], 전호 '레이븐스윙'(Anthriscus sylvestris 'Ravenswing') 등 3종이 있다.

유럽전호(Bur chervil, ノハラジャク, 野原杓)는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한해살이풀로 키는 20~70cm 정도로 자란다. 줄기는 곧추서고 가지를 치며, 털이 없다. 잎은 3회 깃꼴겹잎으로 작은잎은 난형이며, 길이 3~7cm이고 가장자리에 긴 털이 드물게 난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산형꽃차례로 피며 지름 2mm, 흰색을 띤다. 열매는 분과로 난형이며, 길이 3~4mm, 표면에는 굽은 털이 밀생한다. 열매 끝에는 갈고리 모양의 돌기가 있다. 한강토 전역에 자라며, 세계적으로 뉴질랜드, 일본, 북아메리카 등에 귀화하여 분포한다. 전호에 비해 열매가 난형이며, 표면에 굽은 털이 있고, 끝은 갈고리 모양의 돌기가 달리므로 구별된다.

쳐빌(garden chervil , chervil)의 원산지는 유럽, 서남아시아다. 전호 '레이븐스윙'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2024. 3. 2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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