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사스레피나무 '당신은 소중합니다'

林 山 2024. 3. 18. 09:38

2024년 3월 초 전북(全北) 군산시(群山市) 옥도면(沃島面)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를 찾았다. 군산에서 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해상에 자리잡은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有人島)와 47개의 무인도(無人島)를 합해 모두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인도 가운데 야미도(夜味島)와 신시도(新侍島)는 현재 새만금(新万金) 사업으로 연륙(連陸)되었고, 무인도 가운데 북가력도(北可力島)와 남가력도(南可力島)는 방조제(防潮堤, 미세기뚝)로 연륙되었다.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넓은 섬 신시도에는 전망이 아주 좋은 대각산(大覺山, 187m)과 월영산(月影山, 月影峰, 198m)이 가까이 마주보고 솟아 있다. 신시도는 섬 앞쪽에 횡경도(橫境島)가 있어 바다 바람을 막아 주기에 아늑한 곳이라는 뜻으로 지풍금, 신치(新峙), 심리(深里) 등으로 불리다가 제국주의(帝國主義, Imperialism) 일본(日本)의 야만적인 식민지 시대(植民地時代)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 The Japanese Government General of Korea)가 신시도로 이름을 바꿨다.

신시도 대각산에서 바라본 무녀도,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2024. 3. 9)

 

신시도에는 신라(新羅) 말기의 대문장가(大文章家)/유학자(儒學者) 최치원(崔致遠, 857~908년?)과 관련된 지명(地名)이나 유적(遺蹟)이 많이 남아 있다. 대각산은 최치원이 크게(大) 깨달음(覺)을 얻은 산(山)이라고 하며, 월영산 꼭대기의 월영대(月影臺)에는 최치원이 단(壇)을 쌓고 글을 읽어 그 소리가 중국(中國)에까지 들렸다는 전설(傳說)이 전해온다. 심리(深里)는 최치원이 깊이(深) 은둔했던 마을(里), 신치(新峙)는 그가 글을 읽으며 새로움(新)을 다진 언덕(峙)에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대각산을 오르다가 사스레피나무를 만났다. 대각산 기슭에는 사스레피나무가 여기저기 꽤 많이 보였다. 사스레피나무는 바닷가 산기슭에서 자라는 난대성(暖帶性) 식물이라서 중부 이북, 특히 내륙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다. 사스레피나무는 그 이름 때문에 사스래나무와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차나무과의 사스레피나무는 자작나무과의 사스래나무와 전혀 다른 식물이다.

사스레피나무(군산 신시도, 2024. 3. 9)

 

국립생물자원관(국생관)은 사스레피나무를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차나무목(Theales) 차나무과(Theaceae) 사스레피나무속(Eurya)의 상록활엽관목(常綠闊葉灌木)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의 분류는 물레나물목(Guttiférales) 차나무과 사스레피나무속의 상록활엽관목이다. 물레나물목(Guttiférales)은 벤썸 & 후커 분류 체계(Bentham & Hooker system)나 벳슈타인 분류 체계(Wettstein system), 베시 분류 체계(Bessey system)에서 사용된 목명(目名)이다. 이들 분류 체계는 결함이 많아서 크론퀴스트 분류 체계(Cronquist system)와 함께 현재 다수의 식물학자들은 APG II 분류 체계(Angiosperm Phylogeny Group II system)를 사용하고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 국명(國名, Vernacular name)은 사스레피나무(추천명), 가새목, 무치러기나무, 섬사스레미나무, 세푸랑나무 등이 있다. 북한명(北韓名, North Korean name)은 사스레피나무(추천명), 섬사스레피나무 등이 있다. 국생정 등재 국명은 사스레피나무(추천명), 가새목(비추천명) 등이 있다. 사스레피나무의 꽃말은 '당신은 소중합니다'이다.

사스레피나무라는 이름은 제주도 방언 '가스레기낭'에서 왔다. '가스레기'는 '가시랭이', '낭'은 '나무'의 방언이다. '가스레기'는 '벼나 보리 등의 수염인 까끄라기, 까락, 까시레기' 또는 '살갗이 터서 일어나는 거스러미'라는 뜻이다. '가스레기낭'은 고목이 되면 나무껍질에 울퉁불퉁한 혹 같은 것이 돋고 손거스러미처럼 껍질이 갈라져 벗겨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김진수).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사스레피나무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에우리아 자포니카 툰베리(Eurya japonica Thunb.)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에우리아(Eurya)'는 '넓은(broad, wide)'이란 뜻의 그리스어 '에우리스(eurys)'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다. 종소명(種小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자포니카(japonica)'는 '일본의(of Japan)'라는 뜻의 라틴어다. 처음 발견된 곳 또는 자생지가 일본임을 나타낸다.

'툰베리(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큐슈(九州) 나가사키(長崎)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국표, 국생정 등재 사스레피나무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이스트 에이션 에우리아(East Asian eurya)다. '동아시아(East Asian) 사스레피나무속(eurya) 식물'이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사스레피나무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히사카키(ヒサカキ, 姫榊)다. '작은(姫) 비쭈기나무(榊)'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옛날 신사(神社)의 경내에 심는 상록수를 모두 일러 '사카키(榊)'라고 불렀다. 일본 혼슈(本州) 미카와 지방(三河地方, 東三河)에서는 히사카키(姫榊)를 샤샤키(シャシャキ)라는 별명(別名)으로 부른다.

히사카키(姫榊)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소형(小型)의 사카키(榊)를 뜻하는 히메사카키(姫榊)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사카키(榊)를 닮았지만 사카키가 아니어서(非) 히사카키(非榊)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또, 열매(実)가 많이 달려서 미사카키(実榊), 양지(陽地)를 선호하기 때문에 히사카키(陽榊)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히사카키(姫榊)의 꽃말은 '신을 존중하다(神を尊ぶ)'이다.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사스레피나무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링무(柃木)다. 百度百科에는 시예차이(细叶菜), 하이안링(海岸柃), 예구이화(野桂花) 등의 별명이 실려 있다.

사스레피나무는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중국, 타이완, 일본,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남, 경남, 경북 울릉도에 난다(국생정). 한강토에서는 제주도, 경남, 전남북 등지에 자생하며 일본, 타이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다(국생관).

히사카키(姫榊)의 원산지는 일본, 조선(朝鮮), 중국이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큐슈(九州), 오키나와(沖縄)다(FOM).

링무(柃木)는 중국, 타이완, 조선, 일본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쩌쟝(浙江) 연해(沿海) 닝보(宁波), 푸퉈샨(普陀山), 전하이(镇海), 인셴(鄞县), 둥터우(洞头)에 난다(百度百科).

사스레피나무(군산 신시도, 2024. 3. 9)

 

사스레피나무의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흑갈색(黑褐色)이 나고 일년생 가지는 털이 없다. 가지의 끝눈이 비쭈기나무(빗죽이나무)와 비슷한 피침형(披針形)이다. 가죽질이고 광택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타원형(楕圓形) 또는 긴 타원상 넓은 피침형(長楕圓上廣披針形)이며 예두(銳頭) 또는 둔두(鈍頭)에 예저(銳底)다. 잎은 길이 3~8cm, 너비 1~3cm로서 위를 향한 둔한 톱니가 있다. 잎 앞면은 진녹색(津綠色)이며 광택이 나고 뒷면은 황록색(黃綠色)이며 측맥(側脈)이 뚜렷하다. 잎 가장자리에는 둔한 거치(鋸齒)가 있고 엽병(葉柄)의 길이는 1~5mm로 짧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4월 초 전년도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1~2개씩 모여 연한 황록색으로 아래를 향해 핀다. 꽃 지름은 5~6mm이고, 향기가 난다. 화경(花梗)은 길이 1~2mm 정도로서 자흑색(紫黑色)이며, 작은포는 2개이고 끝까지 붙어 있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며 둥글고 자흑색이며 길이 1~1.5mm로서 가장자리가 막질이다. 꽃잎은 5개로서 아랫부분이 합쳐지며, 자주백색(紫朱白色)이고 길이 3~4mm이다. 수꽃의 수술은 10~15개이며, 암꽃의 꽃잎은 길이 2mm로서 수술이 없고 씨방이 둥글다.

열매는 핵과((核果)다. 핵과로 둥글며 지름은 5~6mm 정도이다. 열매는 8월 말~10월 초에 보랏빛 나는 검은색으로 익는다. 중앙에는 많은 작은 종자(種子)가 들어 있다.

링무(柃木)를 태워 끓는 물에 담가 재를 걸러내고 식용 알칼리를 추출한다. 중국 꿀벌의 이상적인 밀원식물(蜜源植物, honey plants)이며, 열매는 염료(染料)로 사용할 수 있다. 가지와 잎을 태운 재로 만든 용액(灰汁)은 염매제(染媒劑)로 사용할 수 있다. 초원(草原) 가장자리에 생울타리를 만들거나 심을 수도 있다. 일본인들은 링무(柃木)를 신보쿠(神木)라고 부른다. 일본인들이 전통적으로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이 나무를 종교적 숭배 대상인 신목(神木)으로 삼는다(百度百科). 가지와 잎은 약으로 쓰고, 열매는 염료로 쓰며, 일본에서는 종교의식에 쓴다(維基百科).

사스레피나무는 내공해수종(耐公害樹種)으로서 주요 조림수종(造林樹種)이다. 상록성의 잎은 광택이 있고 잔잔하며 이식(移植)이 잘되고 수형(樹形)이 정돈되어 있으므로 생울타리로 식재(植栽, planting)할 수 있다. 내염성(耐鹽性), 내조성(耐潮性)이 강하고 수분요구도가 적어 남부 지방의 절개지(切開地)나 사방지(砂防地) 피복용(被覆用)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과실은 염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푸른잎이 적은 겨울철에는 꽃꽂이 소재나 꽃다발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한다(국생정).

링무(柃木)의 성질은 평(性平)하고 맛은 쓰다(味苦). 구이저우차오야오(贵州草药)에는 '둥룽뤄예(硐龙络叶)를 짓찧어서 상처에 바른다(硐龙络叶捣绒, 外敷伤口捣绒)'고 나와 있다. 거풍제습, 소종지혈의 효능이 있어 외상출혈(外伤出血) 등의 증상에 쓸 수 있다(百度百科).

링무(柃木)는 맛읍 쓰고 떫으며(苦涩), 성질은 평(平)하다. 비경(脾经), 방광경(膀胱经)으로 들어간다. 거풍제습(袪風除湿),소종지혈(消肿止血)의 효능이 있다. 풍습비통(风湿痹痛, 류마티스 관절염), 수종(水肿), 복수(腹水), 외상출혈(外伤出血) 등을 치료한다(維基百科).

사스레피나무의 가지와 잎(枝葉) 또는 과실을 영목(柃木)이라 하며 약용한다. 거풍제습(祛風除濕), 소종(消腫), 지혈(止血)의 효능이 있다(국생정).

영목(柃木)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수재(收載)되지 않은 한약재다. 한의사(韓醫師)들은 임상 치료에서 영목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스레피나무(군산 신시도, 2024. 3. 9)

 

국표 등재 사스레피나무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떡사스레피나무(Eurya japonica Thunb. var. aurescens Rehder & E.H.Wilson), 우묵사스레피[Eurya emarginata (Thunb.) Makino] 등 2종이 있다.

떡사스레피나무(Yellow East Asian eurya, アツバヒサカキ, 光柃)는 전남과 경남의 따뜻한 지역의 표고 1,000m 이하에서 자란다.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가죽질이고 넓고 두꺼우며 위로 향한 둔한 톱니가 있고 표면에 윤채가 있으며 뒷면은 황록색이다. 잎 길이는 3~8cm, 너비는 1~3cm의 긴 타원 모양(長楕圓形)이다. 우묵사스레피나무(Emarginate eurya, ハマヒサカキ, 浜姫榊, マメヒサカキ, 豆姫榊, 滨柃)의 원산지는 한강토(朝鮮), 일본, 중국, 타이완이다. 일본에는 혼슈(本州) 치바현(千葉県) 서쪽, 시코쿠(四国), 큐슈(九州), 오키나와(沖縄)다(FOM). 한강토에는 전남, 경남 등 남부 지방 해안과 섬에 분포한다(국생정). 전남, 경남, 울릉도, 제주도 등에 자생하며, 일본에도 분포한다(국생관). 키는 2~6m 정도이다.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어린 가지는 노란빛이 도는 갈색 털이 많다. 잎은 2줄로 붙고, 가죽질이며, 좁은 도란형에 끝이 오목하게 들어간다. 잎은 길이 2~5cm, 너비 1~2cm이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 톱니가 있고, 뒤로 젖혀진다. 잎 앞면은 짙은 녹색이고, 윤이 나며, 잎맥이 오목하게 들어간다. 사스레피나무에 비해 꽃은 여름에 피며, 잎은 좁은 도란형으로 뒤로 말려 우묵하게 들어가 있으므로 구별된다. 열매가 쥐똥 같고 바닷가나 섬에서 자라기 때문에 갯쥐똥나무 또는 섬쥐똥나무라고도 한다.

국표 등재 사스레피나무의 유사종 재배식물(裁培植物, garden plant, cultivated plant)은 사스레피나무 '컨페티'(Eurya japonica 'Confetti') 1종이 있다.

사스레피나무 '컨페티'는 국표에 정명, 국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국생관 미등재종이다. 원예종이다. US의 필립 노먼디(Phillip Normandy)가 명명한 수종이다. 잎 길이는 3~5cm, 너비는 1.5~2cm다. 잎은 녹색 바탕에 흰색이나 연노랑색이 섞인 무늬종이다. US의 특정 수목원에서만 공급하는 품종 같다(낙은재).

사스레피나무 '컨페티'는 일본에서 아베리아 '콘페티'(アベリア 'コンフェッティ')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호주 최대 가든센터 체인 플라워 파워(Flower Power)에는 Eurya japonica 'Confetti Blush'라는 품종이 있다. 사스레피나무 '컨페티 블러쉬'의 키는 3m 정도까지 자란다. 꽃은 3~6월에 연분홍색 또는 분홍색으로 핀다.

2024. 3. 1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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