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풍도바람꽃 '덧없는 사랑, 비밀(秘密)한 사랑, 기다림'

林 山 2024. 3. 18. 17:31

2024년 3월 중순 이른 봄에 피는 풍도바람꽃을 보려고 경기도(京畿道) 안산시(安山市) 단원구(檀園區) 풍도동(豊島洞) 풍도(豊島)를 찾았다. 풍도는 행정 구역상 경기도 안산에 속해 있지만, 오히려 충남 당진이나 서산이 더 가깝다.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항에서 풍도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비해 충남 서산시 대산읍 삼길포항(三吉浦港)에서 풍도까지는 40분 정도면 충분하다.  

풍도는 원래 단풍나무가 많아 고려시대(高麗時代)부터 풍도(楓島)로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청일전쟁(淸日戰爭)의 첫 전투로 1894년 7월 25일 발발한 풍도해전(중국 豐島海戰, 일본 豊島沖海戦)에서 승리한 일본이 '풍요롭다'는 뜻을 담아 풍도(豊島)로 바꾼 것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굳어졌다고 한다.  

풍도(2024. 3. 16)

 

풍도바람꽃은 2009년 오병운(Byoung-Un Oh)이 풍도에서 발견하여 신종으로 발표하였다. 하지만, 일본어판 위키피디아(ウィキペディア)에는 풍도바람꽃이 변산바람꽃의 유사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미등재종(未登載種)이다. 풍도를 찾은 것은 풍도바람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변산바람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풍도항에서 풍도 최고봉 후망산(候望山, 176m) 정상을 향해 10분 정도 오르다가 500년 묵었다는 은행나무를 지나면 풍도바람꽃을 비롯해서 개복수초, 노루귀, 꿩의바람꽃, 중의무릇 등의 야생화(野生花)들이 무리지어 자라는 곳이 나타난다. 개체수도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다. 후망산 주능선 주변에는 붉은대극이 지천이다.

 

후망산 기슭에는 전호(前胡, Wild chervil)도 많이 보인다. 전호는 사약채, 생치나물이라고도 하는데, 맛과 향이 뛰어난 산나물로 알려져 있다. 풍도 주민들은 봄철 후망산에서 채취한 전호를 관광객들에게 팔기도 한다.   

풍도바람꽃(안산시 풍도, 2024. 3. 16)

 

마침내 500살 은행나무를 지나 산기슭에서 생전 처음 풍도바람꽃을 만났을 때는 자못 감격스러웠다. 풍도바람꽃은 언뜻보기에도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꽃받침이 변산바람꽃보다 확실히 조금 더 컸다. 변산바람꽃은 꽃잎이 깔때기 모양으로 퇴화한 꿀샘(蜜腺)이 U자형으로 파였는데, 풍도바람꽃의 꿀샘은 V자형에 가깝게 파였다. 변산바람꽃과는 달리 줄기가 녹색인 개체도 있었고, 꽃받침이 분홍색인 개체도 있었다. 아주 희귀하지만 한 줄기에 두 송이의 꽃이 핀 개체도 있었다. 오병운은 두 종 사이의 이러한 차이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풍도항(2024. 3. 16)

 

국립생물자원관(국생관)에는 풍도바람꽃이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미나리아재비목(Ranunculales)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너도바람꽃속(Eranthis)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풍도바람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 비밀(秘密)한 사랑, 기다림'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국생관 등재(登載) 풍도바람꽃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에란티스 풍도엔시스 B.U.오(Eranthis pungdoensis B.U.Oh)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에란티스(Eranthis)'는 '봄( spring)'이란 뜻의 고대 그리스어 '에아르(ἔαρ, éar)'와 '꽃( flower)'이란 뜻을 가진 '안토스(ἄνθος, ánthos)'의 합성어다. 이른 봄에 꽃이 피는 특징을 표현한 이름이다.   

미나리아재비과(buttercup family)의 너도바람꽃속(Eranthis) 식물은 전 세계에 8종이 남부 유럽과 동쪽으로 아시아 전역, 일본 등지에 자생한다. 영문(英文) 일반명(common name)은 윈터 애커나이트(Winter aconite)다. '겨울(winter) 부자(附子), 바꽃(aconite)' 또는 '노랑너도바람꽃(Eranthis hyemalis)'이라는 뜻이다. 이른 개화 시기(winter), 투구꽃속(Aconitum)의 부자 또는 바꽃(aconite)의 잎과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독성이 강한 투구꽃속 또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다른 여러 속과 마찬가지로 너도바람꽃속 식물도 독성이 있지만 화학적 성질은 다르다. 너도바람꽃속 식물에 존재하는 독성 화합물은 주로 유럽복수초(Adonis vernalis L.)에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한 부파디에놀리드(bufadienolide) 그룹의 강심배당체(强心配糖体, cardiac glycosides)로 존재하는 독성 알칼로이드(virulent alkaloid)다(Wikipedia).  

종소명(種小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풍도엔시스(pungdoensis)'는 최초 발견지나 자생지가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풍도(豊島, Pungdo)임을 나타낸다. '풍도(Pungdo)'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엔시스(-ensis)'는 '~의(of)'나  '~로부터(from)'의 뜻을 나타내는 라틴어 접미사다.  

'B.U.오(B.U.Oh)'는 충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를 역임한 식물분류학자 오병운(1954년~ )이다. 그의 저서에는 '한국 관속식물 분포도(2016, 국립수목원, 이유미 등과 공저)'가 있다.  

풍도바람꽃(안산시 풍도, 2024. 3. 16)

 

국표, 국생정 등재 풍도바람꽃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풍도 윈터 애커나이트(Pungdo winter aconite)다. '풍도 (Pungdo) 겨울(winter) 부자(附子), 바꽃(aconite)' 또는 '풍도 노랑너도바람꽃(winter aconite, Eranthis hyemalis)'이라는 뜻이다. 풍도바람꽃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구글링(Googling)을 통한 일본과 중국 문헌(文獻)에서 찾지 못했다. 

풍도바람꽃의 원산지는 한국(韓國)이다. 경기도 안산시 풍도에 분포한다. 한국 특산종(特産種)이다(국생정). 풍도바람꽃은 경기도 풍도에 분포하는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고유종(固有種, endemic species)이다(국생관). 

풍도바람꽃(안산시 풍도, 2024. 3. 16)

 

풍도바람꽃의 뿌리는 구형(球形)의 덩이뿌리(塊根, tuberous root)로서 지름 1~2cm이다. 줄기는 높이 10cm 내외로 자란다. 근생엽(根生葉)은 방사형(放射形)으로 오각형(五角形)에 가까운 원형(圓形)이며, 3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너비는 2.2~3.8cm이다. 측열편(側裂片)이 갈라져 각 열편(裂片)은 선형(線形)처럼 된다. 잎자루는 길이 8.3~27.2cm 정도이고, 털이 없다. 

꽃줄기는 뿌리에서 하나씩 나며, 길이 11~29cm다. 꽃은 2~3월에 피는데 꽃줄기 끝에 하나씩 달리며, 꽃자루는 길이 1.1~1.9cm이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꽃줄기 하나에 두 개의 꽃이 달리는 개체도 있다. 꽃받침은 5~10장이고, 흰색 또는 녹백색이며, 난형(卵形) 또는 도란형(倒卵形)으로 길이 1.0~1.9cm, 너비 0.9~2.0cm이다. 꽃받침이 연분홍색을 띠는 것도 있다. 꽃잎은 4~11장이고, 꽃받침 위 수술들 속에 섞여 깔때기 모양으로 난다. 꽃잎의 중앙 아랫부분이 옅은 노란색이며, 위쪽 가장자리가 짙은 녹색이고, 길이 2.5~3.7mm이다. 꽃잎 끝은 V 모양이다.  

열매는 골돌과(蓇葖果)이다. 종자(種子)는 5~6월에 성숙한다. 골돌의 열매는 반월형(半月形)이며, 종자는 구형(球形)으로 갈색을 띤다. 변산바람꽃과 유사하나 꽃잎의 크기가 매우 커서 구별된다.  

풍도바람꽃(안산시 풍도, 2024. 3. 16)

 

국표 등재 풍도바람꽃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Maxim.), 변산바람꽃(Eranthis byunsanensis B.-Y.Sun) 등 2종이 있다.   

너도바람꽃(White snowdrop,  チョウセンセツブンソウ, 朝鮮節分草, 菟葵)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러시아다(FOM). 한강토에서는 경기, 강원, 충남북, 경남북, 제주 등지에 분포한다(국생정). 뿌리는 둥근 덩이줄기가 있다. 덩이줄기 선단에서 잎과 꽃대가 자란다. 키는 15cm 정도이다. 근생엽은 길이 5~10cm의 긴 엽병(葉柄)이 있고, 3개로 깊게 갈라지며, 측열편은 다시 2개씩 깊게 갈라진다. 각 열편은 우상으로 갈라지고, 최종열편은 선형이다. 총포조각(總苞片)은 대가 없으며, 바퀴 모양으로 달리고 불규칙한 선형으로 갈라진다. 줄기끝의 꽃 기부에 총포가 있다. 꽃은 3~4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2cm 정도이다. 꽃대는 길이 1cm 정도로서 그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6개로서 크며 꽃잎 같고 달걀 모양이다. 꽃잎은 꽃받침 안쪽에 여러 개가 있으며, 막대기 모양으로 작고 뚜렷하지 않다. 꽃잎 끝은 2개로 갈라져 황색의 꿀샘을 이룬다. 수술은 여러 개이다. 암술(심피)은 2~3개이고, 꽃밥은 연한 자주색이다. 열매는 골돌(蓇葖)이다. 골돌은 2~3개로서 짧은 과병(果柄)이 있고 반월형이며, 뾰족한 끝부분까지의 길이가 1cm 정도이다. 종자는 갈색이며 둥글고 겉이 밋밋하다. 꿀샘이 명확하지 않고 꽃잎이 항아리 모양인 변산바람꽃과 구별된다.

변산바람꽃(Byeonsan winter aconite)은 한강토 신종(新種)으로 발표된 바 있으나, 일본에만 나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 세츠분소우(節分草)와 동일하다(다음백과 국생정). 한국변산바람꽃(韩国边山菟葵, Eranthis byunsanensis B.Y.Sun)은 분류학상 이미 일본바람꽃(日本菟葵, セツブンソウ, 節分草, Eranthis pinnatifida Maxim.)으로 분류되었다(維基百科). 변산바람꽃(유사종 풍도바람꽃)은 한강토(朝鮮) 서부에서 발견된다(ウィキペディア). FOM 미등재종(未登載種)이다. 변산바람꽃은 한강토의 경기도 수원시, 전북 부안군, 진안군, 경북 경주시, 울산시, 지리산, 한라산 등지에 분포한다. 진안군 마이산 해발 300m 지역의 조릿대 군락 수림 아래 전석지(轉石地)에서 자란다. 부안군 내변산 세봉계곡 해발 100~200m 지역의 물이 얕은 계곡 전석지(轉石地)에서 자란다(국생정). 충남 예산군과 금산군에도 분포한다. 키는 10cm 정도이며, 털이 없다. 근생엽(根生葉)은 오각상(五角狀) 둥근 모양이며, 우상(羽狀)으로 갈라지고 선형(線形)이다. 줄기잎은 2장으로서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꽃대는 높이 10cm 가량이고, 꽃자루는 1cm이며, 가는 털이 있다. 꽃받침은 흰색이고 5장이며 달걀 모양이다. 우산처럼 생긴 꽃받침 5장이 꽃잎과 수술을 떠받들 듯 받치고 있다. 꽃잎도 5장이다. 꽃자루 안에는 가운데 암술과 연녹색(軟綠色)을 띤 노란색 꽃이 있다. 꽃밥은 연한 자색(紫色)이다. 2~4월에 개화한다. 열매는 대과(袋果)이다. 종자는 여러 개가 들어 있으며, 둥글고 갈색이다.

풍도바람꽃(안산시 풍도, 2024. 3. 16)

 

국표 등재 풍도바람꽃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노랑너도바람꽃[Eranthis hyemalis (L.) Salisb.], 시실리너도바람꽃(Eranthis cilicica Schott & Kotschy) 등 2종이 있다. 국표에는 이들 2종의 정명, 국명만 나와 있다. 국생정, 국생관 미등재종이다. 

노랑너도바람꽃(winter-aconite, キバナセツブンソウ, 黄花節分草)의 원산지는 프랑스, 이탈리아,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레바논, 시리아다. 근생엽은 길이 3~10cm, 너비 3~5cm이다. 측소엽(側小葉)은 2심열(深裂)하고, 열편은 2~3열한다. 정소엽(頂小葉)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총포편은 길이 약 2cm이다. 개화기는 늦겨울~이른봄이다. 꽃은 잔 모양(杯形)이고, 지름 20~45mm이다. 악편(萼片)은 길이 15~22mm, 너비 5~11mm이다. 꽃잎은 수술보다 짧고, 바깥 입술은 안쪽 입술 길이의 2~2.5배다. 대과(袋果)는 길이 8~14mm이다. 종자는 길이 약 2mm이다. 시실리너도바람꽃은 노랑너도바람꽃의 유사종이다(FOM).    

 

2024. 3. 1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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