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백두산 야생화] 나도개미자리

林 山 2024. 11. 11. 12:31

2024년 7월 18일에 이어 19일에도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최고봉 백두산(白頭山, 2,744m)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만나기 위해 북파(北坡) 산문(山門) 중국 국가대표 운동원촌 숙소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소형 승합차에 올라 어둠을 뚫고 북파 천문봉(天文峰, 2,620m)에 올랐다. 신령한 하늘연못(天池) 북파 천문봉에는 대륙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강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먼동이 터오자 천문봉 북쪽 기슭에 드넓은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눈앞에는 야생화의 천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천문봉 기슭에는 두메양귀비, 좁은잎돌꽃, 천지괭이눈, 바위구절초, 구름송이풀, 두메자운, 구름범의귀, 호범꼬리 등 온갖 야생화들이 피어나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 아주 작은 흰색 꽃들이 안개꽃처럼 오밀조밀 빽빽하게 꽃방석을 이룬 나도개미자리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나도개미자리는 해발 2,000m 이상의 고산 지대에서만 자라기에 한강토 남부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이다. 그런 나도개미자리를 바로 눈앞에서 실물로 접하니 몹시 기쁘고 감개(感慨)가 무량(無量)했다. 

 

백두산 북파 천문봉 해돋이(2024. 7. 19.)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은 나도개미자리를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석죽아강(石竹亞綱, Caryophyllidae) 석죽목(石竹目, Caryophyllales) 석죽과(石竹科, Caryophyllaceae) 나도개미자리속(Minuartia)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하고 있다.  

나도개미자리는 그 이름 때문에 개미자리와 같은 속 식물로 오해하기 쉽다. 두 종은 같은 석죽과이기는 하지만 나도개미자리는 나도개미자리속(Minuartia), 개미자리는 개미자리속(Sagina) 식물로서 속(屬)이 서로 다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국생관 등재 나도개미자리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미누아르티아 아르크티카 (스테벤 엑스 세린지) 그레브너[Minuartia arctica (Steven ex Ser.) Graebn.]이다. 국생관 등재 원기재명(原記載名)은 Arenaria sedifolia Nasarow, Arenaria stenopetala Turcz., Arenaria arctica var. minor Hook., Arenaria pumilio R.Br., Arenaria laricifolia Pursh, Arenaria grandiflora Pall., Arenaria arctica Steven ex Ser. 등이 있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미누아르티아(Minuartia)'는 스페인의 식물학자이자 약사인 후안 미누아르트(Juan Minuart, 1693~1768)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미누아르트(Minuart)'에 라틴어 명사화 접미사 '-이아(-ia)'가 붙은 것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아르크티카(arctica)'는 '북쪽의(northern), 북극의(arctic)'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아르티쿠스(arcticus)'의 탈격(奪格)/여성/단수형이다. 북방계 식물임을 표현한 이름이다.  

'스테벤(Steven)'은 핀란트 태생의 러시아 식물학자이자 곤충학자 크리스티안 폰 스테벤(Christian von Steven, 1781~1863)이다. '엑스(ex)'는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이 유효 출판을 하지 못하고, 다음 사람이 유효 출판을 했다는 뜻이다. '세린지(Ser.)'는 프랑스 의사이자 식물학자 니콜라 샤를 세린지(Nicolas Charles Seringe, 1776~1858)다. 학명 Arenaria arctica Steven ex Ser.는 스테벤이 처음 나도개미자리를 벼룩이자리속(Arenaria)으로 분류한 학명 아레나리아 아르크티카 스테벤(Arenaria arctica Steven)을 최초로 명명했지만 유효 출판을 하지 못하고 세린지가 유효 출판을 했다는 뜻이다. 왕립 식물원 큐(Royal Botanic Gardens, Kew)와는 달리 국제 식물명 목록(IPNI, International Plant Names Index)에서는 세린지의 유효 출판을 인정하지 않는다.     

괄호 안의 인명(人名)은 원명자(原名者)다. 린네가 창안한 이명법(二名法, binomial nomenclature)에서는 식물의 학명이나 속명이 바뀌는 경우 먼저 학명을 출판한 원명자를 괄호 안에 기재한 뒤 새 명명자(命名者)를 기재해야 한다.  

'그레브너(Graebn.)'는 독일의 식물학자 파울 그레브너(Paul Graebner, 1871)다. 그래브너는 1918년 'Synopsis der Mitteleuropaischen Flora'에서 나도개미자리의 속명을 벼룩이자리속(Arenaria)에서 나도개미자리속(Minuartia)으로 변경한 학명 Minuartia arctica (Steven ex Ser.) Graebn.를 최초로 출판했다.   

국표 등재 학명 Minuartia arctica (Steven ex Ser.) Graebn의 국명(國名, common name)은 나도개미자리(추천명), 산솔자리풀, 큰산개미자리, 털산개미자리, 두메솔자리풀, 두메개미자리 등이 있다. 개미자리는 일제 강점기 때 국내 1,944종의 식물명을 한글로 정리한 식물명 목록집'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서 처음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미자리'는 '개미가 있는 자리'라는 뜻이며, 이 식물이 밭둑이나 길가 등 개미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또, 종자가 개미에게 식물성 단백질을 제공하는 에너지 원천이라고 해서 개미자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나도개미자리는 개미자리와 잎 모양은 닮았지만 꽃이 훨씬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나도개미자리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아크틱 스티치워트(Arctic stitchwort)이다. '북쪽 지방, 북극(Arctic) 별꽃(stitchwort)'이라는 뜻이다. '스티치워트(stitchwort)'는 옆구리에 '바늘(stitch)'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악마의 짓이라고 여겨져 이 '풀(wort)'을 치료제로 사용했던 데서 유래했다.  

국표, 국생정, 일본어판 YList 등재 나도개미자리의 일본명(日本名, Japanese name)은 에조타카네츠메쿠사(エゾタカネツメクサ, 蝦夷高嶺爪草), 별명은 누뿌리뽀츠메쿠사(ヌプリポツメクサ, 登帆爪草)다. '홋카이도(蝦夷) 고산(高嶺) 개미자리(爪草)'라는 뜻이다. '에조(蝦夷)'는 간토(関東) 이북에 살던 일본의 선주민(先住民)으로서 아이누족의 옛 이름이다. 에미시(えみし)라고도 한다.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식물의 일본명에서 '에조(蝦夷)'가 앞에 붙으면 '북부 지방', '홋카이도'라는 뜻이다. 에조타카네츠메쿠사(蝦夷高嶺爪草)는 홋카이도 고산에서만 자라는 개미자리(爪草)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츠메쿠사(爪草)는 잎 모양이 새 발톱을 닮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누뿌리뽀츠메쿠사(ヌプリポツメクサ, 登帆爪草)는 '사할린 누뿌리뽀산(サハリン登帆山, Mt. Nuburi-bo, Mt. Vladimirovka) 개미자리(爪草)'라는 뜻이다. 

중문판 식물지(植物智) 등재 나도개미자리의 중국명(中國名, Chinese name) 정명(正名)은 뻬이지리치구(北极丽漆姑), 속명(俗名)은 뻬이지미누차오(北极米努草)다. YList 등재 나도개미자리의 중국명은 뻬이지미누차오(北極米努草)다. 뻬이지리치구(北极丽漆姑)는 '북극(北极) 고려(丽) 개미자리(漆姑)'라는 뜻이다. '고려(丽)'라고 풀이한 것은 주관적 추측이다. '리(丽)'는 '아름답다, 예쁘다'라는 뜻도 있다. 뻬이지미누차오(北极米努草)는 '북극(北极) 나도개미자리속(米努草屬) 식물'이라는 뜻이다.  

 

나도개미자리(백두산 천문봉, 2024. 7.18.)

 

나도개미자리는 한강토 북부 고산 지대에서 자란다. 높은 산 돌밭에서 자란다(국생정). 한강토 북부 지방에 자생하며, 북반구 아한대 지역에 넓게 분포한다. 해발 2,000m 이상의 암석지와 풀밭에 자란다(국생관).  

에조타카네츠메쿠사(蝦夷高嶺爪草)는 일본 홋카이도 히다카산계(日高山系), 다이세츠산계(大雪山系), 리시리섬(利尻島), 레분섬(礼文島), 시레토코반도(知床半島)에 분포한다. 사할린, 알류샨 열도 등지에도 분포한다(北海道レッドデータブック). 뻬이지리치구(北极丽漆姑)는 중국 지린성(吉林省) 창바이산(長白山)에 분포한다(植物智). 

나도개미자리의 키는 높이 5cm 정도이다. 줄기에는 2줄의 모조(毛條)가 있으며, 밑에서는 다소 눕고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모여나기한 것처럼 보인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침형(針形)이며, 길이가 8~20mm로서 밑부분이 동합(同合, connate)하며 1맥이 있고 털이 거의 없다. 

꽃은 (6)7~8월에 흰색(白色)으로 핀다. 대개 가지 끝에 1송이씩 달리지만, 잎겨드랑이에 달리는 것도 있다. 꽃받침조각은 긴 타원형(長楕圓形, oblong)이고 끝이 둥글며 길이 4~6mm로서 가장자리는 막질(膜質)이고 뒷면에 3맥이 있다. 꽃잎은 흰색이고 넓은 거꿀피침모양(廣倒披針形)이며, 길이 7~9mm로서 끝이 다시 파진다. 꽃잎이 꽃받침잎보다 2배쯤 길다. 수술은 10개, 암술대는 3개이다. 

열매는 삭과(蒴果, capsule)이다. 삭과는 긴 타원형이고, 길이 8mm 정도로서 꽃받침보다 1.5배 정도 길다. 종자(種子)는 신장(腎臟) 또는 달걀 모양(卵形)이며, 길이 1mm 정도로서 가장자리에 잔돌기가 있다. 

 

나도개미자리(백두산 천문봉, 2024. 7.19.)

 

국표 등재 나도개미자리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너도개미자리[Minuartia laricina (L.) Mattf.], 삼수개미자리[Minuartia verna (L.) Hiern var. leptophylla Nakai], 차일봉개미자리[Minuartia macrocarpa (Pursh) Ostenf. var. koreana (Nakai) H.Hara] 등 3종이 있다. 

너도개미자리(Larch-like stitchwort, タイリンツメクサ)는 한강토 북부 지방에 나며, 러시아, 몽골, 중국 등에 분포한다. 높은 산 바위지대, 수목 한계선 부근에 자란다. 줄기는 뭉쳐나고, 눕거나 비스듬히 자라며 높이 10~30cm 정도이다. 잎은 마디에서 돌려나고, 바늘 모양이다.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핀다. 1~5개의 꽃이 줄기 끝에서 취산꽃차례로 달린다. 나도개미자리에 비해 키가 크고, 꽃이 크며 줄기 끝에 2개씩 달리므로 구별된다. 

삼수개미자리(Asian spring stitchwort)는 한강토 함경남도 삼수 등 북부 지역에 나며, 러시아 북부, 몽골,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북아메리카, 유럽 등지에도 분포한다. 높은 산 돌밭에 자란다.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높이 10~20cm, 윗부분에 털이 있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가지 끝 취산꽃차례에 3~7개씩 달린다. 꽃 지름은 5~6mm이다. 한강토에 분포하는 나도개미자리속의 다른 식물들과 비교하여 꽃받침은 뾰족하고, 삭과는 꽃받침 길이와 비슷하므로 구분된다.  

차일봉개미자리(Korean big-fruit stitchwort, コケツメクサ, チョウセンミヤマツメクサ, 朝鮮深山爪草, 長白米努草)는 한강토 양강도 백두산, 함경남도 차일봉 등에 자생한다. 중국에도 분포한다. 높은 산 바위지대에서 자란다. 줄기는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옆으로 기며, 높이 3~5cm, 윗부분에 샘털이 있다. 잎은 마디에서 빽빽하게 모여나고, 선형 또는 피침형이다. 꽃은 7~8월 줄기 끝에 1개씩 흰색으로 달린다. 너도개미자리에 비해 전체가 소형이며, 줄기는 땅을 기고 잎맥이 3개, 꽃받침에 털이 있으므로 구분된다.  

2024. 11. 1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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