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을 맞아 내 고향 산척을 찾았습니다. 고향의 시골집 뜰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활짝 피어 있네요. 방긋 웃는 꽃들이 저를 반갑게 맞아주는 듯 합니다. 뒤안에는 갖가지 약초들도 보입니다. 삽주, 더덕, 으아리, 오가피, 천궁 등등.....
빠알간 색의 백일홍도 활짝 피었네요. 백일홍은 한번 꽃이 피면 백일동안이나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국화과에 속하는 이 꽃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이지요. 원산지는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하네요. 관상용으로 정원에 많이 심는 꽃이지요. 꽃색은 참 다양합니다. 노란 색, 붉은빛을 띤 노란 색, 검붉은 색, 붉은 색, 흰색이 있는데, 꽃잎이 초를 칠한 파라핀 종이처럼 윤기가 나면서 반짝거립니다. 가을에 꽃을 말려서 건화(乾花)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백일홍을 밀짚꽃이라고도 하는데 영어 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11월 28일의 탄생화인 과꽃.....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과꽃을 취국 또는 당국화라고도 하지요. 줄기는 자줏빛을 띠고 가지를 많이 치며, 풀 전체에 흰 털이 많이 나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고 거친 톱니가 있지요. 4월 중순경에 꽃씨를 뿌리면 7월부터 9월에 걸쳐서 꽃이 피어납니다. 꽃모양은 국화와 비슷합니다. 꽃 빛깔은 흰색, 보라색, 빨간색, 분홍색, 자주색, 노란색, 여러 가지 빛깔이 섞인 색 등 아주 다양합니다. 열매는 수과로 납작한 바소꼴의 긴 타원형이며 털이 나 있지요.
과꽃은 화단용과 꽃꽂이용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어린 순은 식용하기도 하고요. 원래 한국의 북부와 만주 동남부 지방에 자생하던 한해살이 화초였으나, 18세기 무렵 프랑스로 건너가 프랑스, 독일, 영국 등지에서 현재의 과꽃으로 개량되었다고 하네요. 북한에서는 이 꽃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과꽃의 야생종이 함경남도(부전고원, 혜산진), 함경북도(백두산) 등지에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꽃은 전문 정원사들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꽃이라네요. 그 까닭은 이 꽃이 세련미가 좀 떨어지고 장식성도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광견병에 걸렸을 때 이 풀로 만든 연고가 잘 듣는다고 하는데..... 글쎄요. 과꽃은 공양용 꽃으로써 묘지나 불단(佛檀)을 장식하는데 쓰기도 합니다.
독일의 점술중에 꽃점이라는 것이 있지요. 꽃잎을 한 장씩 떼어내면서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반복하면서 최후에 한장이 남아 있을 때 '사랑한다와 사랑하지 않는다'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가를 알아맞추는 사랑점입니다. 이 점술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마가렛이라는 소녀가 과꽃을 가지고 사랑의 점술을 치는 장면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젊은 여성들이 얼마나 사랑에 목마르면 꽃잎을 떼어내면서까지 꽃점을 치겠습니까? 그만큼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꽃의 꽃말은 '추억, 추상, 아름다운 추억, 변화, 단꿈, 믿음직한 사랑, 믿는 마음, 당신의 사랑이 걱정이다, 나의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도 깊다' 등입니다. 꽃말이 참 다양하네요.
천궁의 꽃은 백화주(百花酒)를 담그는데도 쓰입니다. 백화주는 여러 종류의 꽃들을 넣고 술울 빚어 술의 향기와 약효를 높여주는 가향주(加香酒)인 동시에 약주라 할 수 있습니다. '규곤요람'에는 금은화, 국화, 송화, 매화 등 온갖 꽃을 모아서 말렸다가 모시자루에 담아 항아리 밑바닥에 넣고 술을 빚는다는 기록이 있지요. 또 '규합총서'에는 겨울에 매화, 동백꽃에서부터 이듬해 가을 국화까지 꽃을 모으되 송이째 그늘에 말렸다가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술을 빚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때 다른 꽃은 비록 향기가 진하더라도 마르면 향기가 사라지나 국화는 마른 뒤에 향기가 더욱 좋으니 주장을 삼고 복숭아꽃, 살구꽃, 매화, 연꽃, 구기자꽃, 냉이꽃 등 성미가 유익한것은 양을 좀 넉넉히 넣고 다른 꽃은 각 한 돈씩만 넣으라고 했지요. 그러나 철쭉, 옥잠화, 싸리꽃 등은 독이 있으므로 넣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술을 빚는 물은 강의 한가운데서 떠온 물이나 돌틈에 괴는 물을 써야 한다고 하네요.
백화주에 들어가는 꽃들입니다. 진달래, 살구, 밤꽃, 아카시아, 매싹꽃, 마늘취꽃, 인동꽃, 갓꽃, 씀바귀꽃, 초피꽃, 고들빼기꽃, 횟잎꽃, 해당화, 당투지꽃, 물래이꽃, 고양이시금치꽃, 가지나물꽃, 아욱꽃, 사발꽃, 호박꽃, 염주꽃, 취꽃, 천궁꽃, 기미취꽃, 청도라지꽃, 백도라지꽃, 해바라기꽃, 질경이꽃, 깨꽃, 배추꽃, 초롱단꽃, 분꽃, 무꽃, 쑥갓꽃, 벼꽃, 산딸기꽃, 냉이꽃, 나팔꽃, 머위꽃, 민들레꽃, 콩꽃, 팥꽃, 조위꽃, 닭의장다리꽃, 익모초꽃, 봉취꽃, 색동꽃, 두릅꽃, 다복쑥꽃, 나물취꽃, 곰취꽃, 강낭콩꽃, 감자꽃, 산수유꽃, 찔레꽃, 싸리꽃, 미역취꽃, 앵도꽃, 복숭아꽃, 원추리꽃, 메밀나물꽃, 산추꽃, 염주꽃, 만삼꽃, 밤나무꽃, 배꽃, 구월국꽃. 백화주라고 해서 꼭 백 가지 꽃으로 담그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꽃으로 술을 담근다는 뜻이지요.
연보라색 동부콩꽃도 예쁘게 피었습니다. 동부콩은 쌍떡잎식물로 장미목 콩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입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중앙아프리카, 미국 등지에 분포하는 식물이지요. 원산지는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라는 설도 있고 중앙아프리카라는 설도 있습니다. 한국에는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고 합니다. 동부는 강두, 광저기라고도 하며, 지방에 따라서는 광정이로 부르기도 합니다. 농작물로 재배하는데, 왜성(矮性)과 덩굴성의 두 종류가 있지요.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총상꽃차례(總狀花序)를 이루고 8월에 나비모양으로 핍니다. 꽃의 색깔은 백색이나 자주색 또는 담황색 등이 있지요. 동부는 팥과 비슷하지만 씨앗이 약간 길고 씨앗의 눈도 길어서 쉽게 구별됩니다.
동부는 흔히 밥에 넣어 먹습니다. 동부를 넣어서 지은 밥은 영양도 뛰어나거니와 맛도 좋습니다. 그리고 떡의 소나 고물, 과자를 만들 때도 쓰지요. 미국에서는 풋베기 사료나 건초로도 이용하고 녹비(綠肥)로 쓰기도 한다네요. 동부콩은 약재로도 쓰이는데, 신장과 위장을 보호하고 튼튼히 하며 혈액순환을 촉진시킵니다. 또한 당뇨병이나 구토, 설사에도 좋습니다.
'변강쇠전'을 보면 변강쇠가 옹녀의 그곳을 샅샅이 만지면서 '동부꽃' 이니 '감씨'니 하는 타령을 하지요. 여기서 말하는 동부꽃이란 바로 여성의 가장 은밀한 곳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곳을 뜻합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네요.
자주색 바탕의 꽃잎에 노오란 꽃밥이 인상적인 양달개비꽃도 피었네요. 꽃잎의 색이 자주색이라 자주달개비라고도 합니다. 닭의장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북미가 원산이지요. 관상용으로 많이 심습니다. 5월경부터 자줏빛 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모양은 닭의장풀과 비슷하나 꽃빛이 더 짙기 때문에 자주달개비라고 하지요. 꽃색은 하늘색, 흰색, 홍색 등이 있으며 꽃잎이 많아진 겹꽃도 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자로초라고도 합니다.
양달개비의 수술에서 돋은 털은 1줄로 배열하여 원형질의 유동과 세포분열 등을 관찰하기 쉽기 때문에 식물학 실험재료로 흔히 사용된다고 하네요. 또 양달개비의 꽃은 방사능에 대한 노출정도에 따라서 빛깔이 변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많이 심는다고 합니다.
나팔꽃이 호박덩굴을 감고 올라가서 피었군요. 자주색 나팔꽃입니다. 나팔꽃은 청자색, 흰색, 분홍색 등 여러 가지가 있지요. 꽃은 7월부터 피어나기 시작해서 아주 오랫동안 핍니다. 열매는 분과(分果:분열과에서 갈라진 각 열매)로 좁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며 편평하고 물에 젖으면 끈적거립니다. 나팔꽃은 가을에 꿀벌에게 꿀을 제공하는 밀원식물이기도 하고요. 어린 순은 나물로 식용할 수 있습니다. 꽃은 아침에 일찍 피어납니다. 나팔꽃의 씨는 한방에서 견우자(牽牛子)라 하는데 하제(下劑)로 사용합니다.
나팔꽃에 얽힌 전설이 있지요. 옛날 중국에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화공이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화공의 부인은 세상에 둘도 없는 절세의 미인이지요. 화공과 부인은 서로서로 매우 사랑합니다. 둘은 아주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런데 화공이 사는 고을을 다스리는 원은 마음씨가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 그는 어느 날 화공의 부인이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원은 그 소문을 듣고는 음흉한 생각을 품습니다. 그날부터 원은 밤낮으로 부인을 잡아올 방법만을 궁리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부인을 잡아 들일 구실이 없습니다. 생각 끝에 부인에게 엉터리 죄를 뒤집어 씌우기로 하고, 부인을 잡아 오라고 명령합니다. 화공의 부인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고을사람들로 하여금 죄를 저지르게 한다는 터무니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끌고 옵니다. 원이 부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듣던대로 과연 미인입니다. 원은 욕정이 발동하여 부인에게 수청을 들도록 명합니다. 그런데 이 부인이 누굽니까? 절개가 곧기로 유명한 부인은 원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그러자 원은 부인을 달래고 구슬립니다. 위협도 해봅니다. 그래도 부인은 요지부동입니다. 원은 또 한참을 달래고 위협도 해봅니다. 그러나 부인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침내 원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릅니다. 그래서 원은 부인을 아주 작은 창문 하나만 뚫려 있는 어두컴컴한 성의 꼭대기 방에 가둡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부인은 눈물로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한편 졸지에 아내를 뺏긴 화공은 원통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아내가 감옥에 갇혀 지내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속수무책으로 무력감에 빠진 화공은 결국 괴로워하다가 미쳐 버리고 맙니다. 미친 화공은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혼신의 힘으로 그림 한 장을 그립니다. 화공은 그 그림을 가지고 부인이 갇혀 있는 성으로 달려갑니다. 화공은 그 그림을 성 밑에 파묻고 높은 성벽만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맙니다. 부인은 남편이 성 밑에서 죽은 것도 모릅니다. 그런데 부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녀는 며칠동안 계속 똑같은 꿈을 꾸게 됩니다. 남편이 꿈에 나타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보, 밤새 잘 지냈소? 나는 매일 밤 당신을 찾아 헤매는데 그 때마다 금새 아침이 되어 당신이 잠을 깨는 바람에 할 말을 못 하고 떠나게 되는구려. 하는 수 없이 또 내일까지 기다려야 할까 보구료.' 부인은 이상히 여겨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둘러 봅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성벽을 타고 나팔처럼 생긴 꽃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죽은 남편이 꽃이 되어 아내를 찾아 올라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을 원이 참 나쁜 인간이군요. 꽃과 관련된 전설은 대부분 슬픈 것 같네요. 나팔꽃은 지금도 한 곳으로 향한 그리움을 나타내려는 듯이 위로 감겨 올라가면서 핍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도 아내를 만날 수 없었던 죽은 남편처럼, 이른 아침에 잠깐 피었다가 금새 시들어 버리고 말지요. 나팔꽃은 '덧없는 사랑, 기쁨'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네요.
종모양의 더덕꽃이 물방울을 머금고 피어 있네요. 더덕의 향이 진동을 합니다. 코끝을 스치는 더덕의 향이 참 좋군요. 쌍떡잎식물 합판화군에 속하는 더덕은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이지요. 자생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입니다. 생약명으로는 사삼(沙蔘, Codonopsis Radix)이라고 하고요. 백삼(白蔘), 양유(羊乳)라는 다른 이름도 있습니다. 한자이름(漢名)으로는 만삼(蔓蔘), 양각삼(羊角蔘)이라고 부릅니다.
더덕의 뿌리는 도라지처럼 굵고 식물체를 자르면 흰색의 즙액(汁液)이 나옵니다. 잎, 줄기를 잘라도 양유(羊乳)라 하는 끈적이는 유액이 나오지요. 더덕은 특유의 독특한 향기가 있어서 숲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8∼9월에 종 모양의 자주색 꽃이 짧은 가지 끝에서 밑을 향해 핍니다. 꽃의 끝은 다섯 갈래로 갈라져서 뒤로 말리는데, 겉은 연한 녹색이고 안쪽에는 자주색의 반점이 있지요. 꽃이 아름답습니다. 봄에는 어린 잎을, 가을에는 뿌리를 식용합니다. 유사종으로 화관 안쪽에 자갈색 반점이 없는 푸른더덕(for. emaculata)도 있지요.
더덕의 뿌리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양유근이라고 하는데요. 치열(治熱), 거담(痰) 및 폐열(肺熱)의 제거 등에 사용하는 한약재입니다. 인삼, 더덕, 도라지 뿌리에는 특유의 쌉싸름한 향을 내는 사포닌이 많이 들어 있지요. 더덕의 뿌리에는 이러한 사포닌이 많이 들어있고, 이 사포닌이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관지염, 편도선염, 인후염 등 호흡기 질환에 좋은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지요. 감기로 인해 열이 나고 갈증으로 물을 자주 마시는 경우에도 도움이 됩니다. 비위, 폐, 신장 등 내장기관을 튼튼히 하고 피로를 없애는 강장효과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월경불순이나 피부미용에도 좋은 효과가 있으며, 모유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 더덕은 혈압을 낮춰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 좋고, 식욕부진이나 변비에도 효과가 있지요. 그러나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덕은 칼슘, 인, 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B 등 영양가가 골고루 갖추어진 고칼로리의 영양식품입니다. 주로 허약하고 노쇠하거나 정력이 약한 사람, 기관지가 약한 사람에게 훌륭한 식품이지요. 또한 추위를 많이 타거나, 가슴이 답답한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습니다.
더덕으로는 약술을 담그기도 합니다. 더덕주는 가래가 많은 사람이 자기 전에 마시면 거담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더덕주의 주요 효능은 피로 회복, 건위 정장, 강장(强壯), 거담, 쾌면 등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옛날부터 혈액순환을 증진시켜서 어혈을 없애는 용도로 술을 사용하였고, 물에 잘 녹지 않는 약효성분을 뽑아내기 위하여 약재를 술에 담가서 그 술을 마셨지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인삼주, 더덕주 등은 이러한 약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오란 오이꽃도 피었네요. 오이는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박목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입니다. 원산지는 인도의 북서부 히말라야산계라고 하네요. 오이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는 식물입니다. 한국에는 1,500년 전에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이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채소 가운데 하나이지요. 담백한 맛과 독특한 향으로 여러 가지 찬감으로 많이 이용되기 때문입니다. 오이즙은 뜨거운 물에 데인 데 효과가 있습니다. 또 줄기나 열매에서 얻은 즙은 화장수로 쓰거나 콜드 크림을 만드는 데 쓰기도 합니다. 얇게 썰어 마사지를 하기도 하고요.
오이와 참외, 메론, 수박, 박은 꽃이 비슷하지요. 그것은 이들이 모두 덩굴채소이며, 박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박에다가 수박을 접붙일 수가 있는 겁니다. 박에 접을 붙여서 생산한 수박은 크고 맛도 좋다고 하네요.
해바라기 꽃이 비를 맞아서 흠뻑 젖었군요. 해바라기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라고 합니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지만 특히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지요. 크기는 약 2m 높이까지 자랍니다. 해바라기는 향일화(向日花), 산자연, 조일화(朝日花)라고도 부르지요.
해바라기꽃이 피기 전까지는 항상 태양을 바라봅니다. 그 이유는 식물이 빛에 대해 굴광성이란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굴광성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옥신이라는 식물호르몬입니다. 옥신은 식물줄기의 끝부분에 분포하면서 빛에 반응하는데요. 그런데 이 호르몬은 빛의 반대방향으로 가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식물이 빛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어두운 쪽으로 옥신이 이동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히 어두운 쪽만 생장이 많이 일어나므로 빛을 받는 쪽으로 굽어서 자라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해바라기는 자랄 때에 햇빛을 따라서 동서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꽃이 피고 나면 줄기가 굵어져서 몸을 돌리는 일이 없습니다.
뒤안에는 배롱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습니다. 어린 나무에 분홍색의 배롱꽃이 피었네요. 비를 흠뻑 맞아서 몹시 무거워 보입니다. 중국이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다른 이름으로 백일홍, 목백일홍, 간지럼나무, 자미라고도 하지요. 중부 이남의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인데요. 꽃이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 사찰, 그리고 가로변에 많이 심고 있지요. 꽃색은 붉은색과 흰색이 있고요. 7월부터 9월까지 꽃이 핍니다. 배롱나무는 정원수나 공원수, 약용, 가공재 등의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같은 이름의 백일홍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나무백일홍인 이 배롱나무이고 다른 하나는 멕시코 원산의 꽃백일홍입니다. 슬픈 왕자에 얽힌 전설이 전해지는 꽃은 꽃백일홍이랍니다. 둘 다 꽃이 피는 기간이 아주 길지요.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백 일 동안이나 붉게 피고진다고해서 백일홍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배롱나무는 가지가 보기좋게 뻗어갑니다. 그리고 껍질이 하얗게 벗겨지는 나무 표면은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원숭이도 미끄러질 정도로 매끄럽지요. 그래서 간지럼나무라고도 합니다. 중국인들은 이 배롱나무를 너무나 좋아하여 꽃이름도 자미화(紫薇花)라 부르고 고을이름도 자미성(紫薇省)이라고 붙였을 정도입니다.
담양의 명옥헌은 배롱나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명옥헌은 조선 중기 오명중이라는 사람이 지은 정자인데요.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수를 담은 못을 2개 파고 정자를 세웠지요. 수백 년 이상 된 배롱나무가 연못 가운데와 정자 옆에 댓그루나 자라고 있습니다. 원래 담양은 배롱나무가 유명했다고 하는군요. 지금은 댐이 생겨 물길도 변했지만 개울가를 따라 배롱나무가 늘어선 모습이 마치 붉은 꽃구름을 이루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울 이름도 자미탄(紫微灘)이었고요. 명옥헌 배롱나무는 당시의 풍광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곳입니다.
안동의 병산서원 입구도 9월까지 100일간 진분홍색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 길로 또한 유명합니다. 그 풍광에 반해 일부러 이 시기에 찾아오는 답사객이 많다고 하네요. 또 지리산으로 연결되는 함양읍에서 휴천면까지 8㎞나 되는 국도변의 배롱나무 꽃도 활짝 피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지요.
물기를 담뿍 머금고 있는 이 꽃을 보니 도종환 시인의 '목백일홍'이라는 시가 떠오르네요.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연자주빛의 방아꽃도 피었습니다. 벌이 한 마리 날아와 앉았군요. 회채화(回菜花)라고도 하는 꽃이지요. 방아풀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써 키는 1m 정도이고 줄기는 네모집니다. 잎은 넓은 난형으로 마주나며 잎자루에 날개가 달립니다. 엷은 자주색 꽃이 8월부터 9월까지 수상(穗狀)꽃차례를 이루면서 피지요.
방아의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습니다. 방아의 잎을 따서 냄새를 맡아보면 아주 향긋한 향이 납니다. 그래서 생선 매운탕을 끓일 때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 넣기도 하지요. 방아풀 전초를 가을에 캐서 그늘에 말린 것을 연명초(延命草)라 하여 한방에서 소화불량이나 식욕부진, 복통의 치료제로 쓰기도 하지요. 식욕을 돋구고 생명을 연장시켜준다고 해서 연명초라고 부른답니다. 방아풀과 비슷하지만 잎끝이 거북이 꼬리처럼 길게 자란 오리방풀도 어린잎을 나물로 먹을 수 있지요.
호박순이 하늘을 향해서 뻗어가고 있네요. 더 이상 잡을 것이 없는 덩굴손이 허전해 보입니다. 새로 나온 연한 호박잎을 쪄서 진하게 끓인 된장찌개를 얹어 쌈을 싸먹으면 아주 구수하고 맛있지요. 호박잎은 섬유질이 많아서 소화도 잘 된답니다. 그러니까 변비에도 좋겠지요.
사주당 이씨(師朱堂李氏)가 한문으로 짓고 그의 아들 유희(柳僖)가 언해를 붙인 '태교신기(胎敎新記)'라는 책이 있습니다. 한국의 본격적인 태교연구서지요. 이 책에 유산을 방지하려면 임신 3~4개월이 되었을 때 은가락지나 호박순을 삶아먹으면 좋다고 나와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태교와 육아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 전한시대 유향(劉向)의 '열녀전(烈女傳)', 가의(賈誼)의 '신서(新書)', 대덕(戴德)이 찬한 '대대례기(大戴禮記)' 등이 유명하지요.
시골집에는 지금 꽃들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네요. 갖가지 색, 갖가지 모양으로 피어난 꽃들을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아,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2005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