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10월 중순에 피는 꽃

林 山 2005. 12. 27. 16:51

가을도 깊어가는 10월의 중순 어느 날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 화단으로 향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꽃들이 나를 반겨 줄까요.

 


*분꽃

 

가장 먼저 반겨 주는 꽃은 분꽃입니다. 요염한 진홍색이네요. 분꽃도 참 오랜 기간 동안 피는 꽃입니다. 수술이 꼭 분홍색 색실같지요? 분꽃은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이고요. 꽃말은 '비겁함, 소심, 겁장이, 수줍음'이랍니다.



*금잔화

 

금잔화도 여전히 피어있습니다. 진황색과 노란색, 그리고 두 가지 색이 섞여 있는 꽃도 있군요. 벌써 진 꽃도 있고, 이제 막 지려고 하는 꽃도 있네요. 이 꽃과 비슷한 디모르포테카란 꽃이 있는데요. 아프리카금잔화라고 하는 꽃입니다.



*맨드라미꽃

 

맨드라미꽃도 아직 한창입니다. 이 녀석은 꼭 닭의 벼슬처럼 생겼네요. 그래서 맨드라미를 닭 계자, 갓 관자를 써서 계관화(鷄冠花)라고도 하지요. 꽃이 길게 늘어지는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인 줄맨드라미도 있는데요. 다른 이름으로 줄비름이라고 하는 꽃입니다.


*장미꽃

 

아파트 뒤 한적한 곳에 장미 한 송이가 피어 있네요. 흑장미입니다. 흑장미 즉 검은색의 장미란 실제로는 없는 꽃이지요. 흑장미는 바로 검붉은 색의 장미를 말하는 것입니다.

 

장미는 장미과(薔薇科 Rosaceae) 장미속(薔薇屬 Rosa)에 속하는 다년생 관목 또는 덩굴식물로 전세계에 약 100여종(種)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원산지는 아시아고요. 장미는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꽃으로 많은 종들이 재배되고 있지요. 꽃은 흔히 흰색, 노란색, 오렌지색, 분홍색, 붉은색을 띠며, 야생 장미의 경우도 1송이씩 피거나 작게 무리지어 피는데 보통 5장의 꽃잎으로 되어 있습니다. 재배되는 장미의 경우 종종 꽃잎이 겹으로 달리는 겹꽃이 있고요. 줄기에는 가시가 있으며, 잎은 마주나는데 깃털 모양으로 갈라진 겹잎입니다. 약간 넓은 타원형의 잔잎에는 날카로운 톱니가 있고요. 장과(漿果) 같은 다육질의 열매는 때때로 먹을 수 있는데 이는 실제로 꽃받침통이 익은 것으로, 장미과라고 하는 겁니다. 로사 오도라타(R. odorata)는 흔히 재배되는 장미 중 가장 아름다운데 중국이 원산지라네요. 잡종을 만드는 데 널리 쓰이는 이 장미는 키가 약 60cm이고 가지를 치며 대개 흰색 또는 분홍색의 향기로운 큰 꽃이 무리지어 핀다고 합니다.

 

향수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장미유는 꽃에서 얻는데 특히 로사 다마스케나(R. damascena)의 꽃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장미과 중 해당화(R. rugosa)의 열매에는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어 때때로 설탕절임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요.



*비비추꽃

 

비비추도 아직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시드는 꽃이 있는가 하면 이제 막 피어나려고 하는 꽃도 있네요. 비비추에는 비비추, 좀비비추, 주걱비비추, 홍도비비추, 일월비비추, 흰일월비비추 등이 있습니다. 



*둥근잎나팔꽃

 

둥근잎나팔꽃은 이제 시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꽃은 쌍떡잎식물 꼭두서니목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열대 아메라카원산의 귀화식물인데요. 줄기에 털이 있으며 크기는 약 1.5m 정도 자랍니다. 잎은 나팔꽃과 비슷하지만 어긋나고  광난형 혹은 심장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깔때기 모양의 꽃은 청색, 자주색, 담홍색 등으로 7월부터 10월까지 잎겨드랑이에서 산형꽃차례 형태로 피어납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보아온 메꽃과 나팔꽃은 비슷합니다. 메꽃을 흔히 나팔꽃이라 불렀지요.메꽃은 메꽃과(―科 Convolvulaceae)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식물로 흰색 땅속줄기에서 여러 개의 덩굴로 된 줄기가 나와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가며 자라지요. 잎은 긴 타원형이며 어긋나고 잎밑 양쪽은 귓불처럼 조금 나와 있고요. 꽃은 엷은 붉은색이고 6~7월에 잎겨드랑이에서 1송이씩 피는데 깔때기처럼 생겼으며 꽃부리에 주름이 져 있고 꽃부리 끝만 5갈래로 갈라집니다. 봄에 땅속줄기를 캐서 굽거나 쪄 먹기도 하고요. 어린 잎은 나물로 먹지만 많이 먹으면 현기증이나 설사가 나기도 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어릴 때 메꽃 뿌리 많이 캐 먹었지요. 맛은 들그므리한데 별 맛은 없습니다. 요즘은 아마도 메의 어린 잎이나 뿌리를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메꽃과 비슷한 식물로는 바닷가에서 흔히 자라는 갯메꽃(C. soldanella), 잎이 3각형으로 생긴 애기메꽃(C. hederacea), 큰메꽃(C. sepium) 등이 있고요. 애기메꽃과 큰메꽃의 땅속줄기도 메꽃의 경우처럼 굽거나 쪄 먹기도 합니다. 식물 전체를 말린 것을 선화(旋花)라고 하여 한방에서는 고혈압, 당뇨병의 치료나 이뇨 등에 쓰고 있습니다. 



*유홍초꽃

 

유홍초꽃도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이얀 꽃밥이 인상적이군요. 유홍초는 둥근잎유홍초와 새깃유홍초가 있는데요. 이 꽃은 둥근잎유홍초입니다. 두 종류 모두 메꽃과에 속하는데, 새깃유홍초는 새의 깃털처럼 가는 잎이 특징이고요. 꽃도 둥근잎유홍초보다 더 짙은 붉은 색입니다.



*메밀꽃

 

메밀꽃은 처음 보이네요. 누가 씨를 뿌려놓은 것도 아닐 텐데..... 메밀꽃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연분홍색으로 물든 작은 꽃들이 예쁘군요. 메밀은 모밀이라고도 하지요.

 

메밀은 마디풀과(―科 Polygonaceae)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조금 붉은 빛이 도는 속이 빈 줄기에서 많은 가지가 나오며, 키는 50~80㎝ 정도 자랍니다. 잎은 3각형이고, 잎밑이 2갈래로 갈라져 줄기를 감싸고요. 꽃은 7~10월에 가지 끝에 총상(總狀)꽃차례를 이루어 피며 흰색을 띠지만 붉은 빛이 도는 5장의 꽃덮이조각, 수술 8~9개, 암술 1개로 이루어졌습니다. 수술과 암술의 길이는 같지 않은데 수술이 길면 암술이 짧고, 암술이 길면 수술이 짧지요. 열매가 맺히기 위해서는 긴 수술을 지닌 꽃과 긴 암술을 지닌 꽃 또는 짧은 수술을 지닌 꽃과 짧은 암술을 지닌 꽃이 반드시 필요하다네요. 열매는 갈색 수과(瘦果)로 세모진 난형이며 능선이 3개 있습니다. 빛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잘 자라며, 서리가 내리면 씨가 많이 맺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강원도 평창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곳으로 메밀을 많이 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요.

 

메밀은 성질이 찬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열이 많은 사람은 베게속에 메밀 껍질을 넣어서 베고 자기도 하지요. 메밀 베게는 통풍이 잘 되어 머리를 시원하게 해줍니다. 천식환자는 메밀 베개가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메밀에는 천식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엔도톡신(內毒素.Endotoxin)이 함유돼 있으니까요.

 

메밀은 부종을 내려주기도 하지요. 그것은 비타민 B1을 메밀이 보충해주기 때문입니다. 또 메밀은 고혈압에도 좋은 음식입니다. 그 이유는 메밀에 모세혈관을 튼튼하고 유연하게 해서 혈관의 저항성을 강화시키는 루틴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루틴은 폴리페놀 화합물로 비타민 P라고도 불리는데,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등 혈관손상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는 물질이지요. 그런데 루틴은 메밀이 발아할 때 어린 싹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메밀 싹을 날로 먹거나 야채샐러드 또는 비빔밥에 넣어 먹으면 좋다고 생각되네요.

 

또한 메밀에는 섬유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장청소에도 좋은 식품이지요. 메밀은 장 속의 해로운 물질과 불결한 것을 잘 배출시켜 주어서 설사를 멈추게 합니다. 메밀의 속껍질에 많이 들어있는 섬유질은 위에 들어가면 부피가 늘어나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변비도 예방할 수 있어서, 체중조절을 위해 식사량을 줄여야 하는 비만증 환자에게도 좋습니다.

 

예로부터 메밀을 많이 먹으면 속살이 예뻐져서 아들을 잘 낳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골 부녀자들이 한가한 겨울에 메밀묵 추렴을 하기도 했지요.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보면 메밀은 '기를 내리고 장을 좋게 하며 체한 것이나 부종을 내리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메밀가루에는 배아가 섞여 있어서 전분이나 지방,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들이 많아 메밀로 만든 음식은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지요.

 

메밀 음식에는 메밀국수, 메밀묵, 메밀수제비 등이 있는데요.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이어서 비만증, 변비, 고혈압 증세가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메밀국수에 당근, 양파, 버섯, 완두콩 등을 곁들일 수도 있고요. 메밀국수 야채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요.



*좁은잎해란초꽃

 

좁은잎해란초꽃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지금 한창 시드는 중입니다. 이 꽃은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어서 한동안 잊고 지냈었는데요. 오늘 다시 보니 반갑네요.

 

해란초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일본, 사할린섬, 쿠릴열도, 중국 동북부의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생하고 있는 식물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동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분포한다고 합니다. 크기는 높이 15∼40cm 정도로 자라고요. 해란, 일본유천어, 운란초라고도 부르지요. 뿌리가 옆으로 길게 벋으면서 자라고 마디에서 새싹이 돋는데요, 가지가 갈라지며 분백색이 돕니다. 잎은 대가 없고 마주나거나 3∼4개씩 돌려나고요. 위에 달린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두꺼우며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뚜렷하지 않은 3개의 맥이 있습니다. 잎자루는 없어요. 잎사귀는 가느다랗지요.

꽃은 7∼8월에 피고 노란색이며 총상꽃차례로 달리고요. 꽃받침은 깊게 5개로 갈라지고 화관은 입술 모양입니다. 윗입술은 곧게 서서 2개로 갈라지고 아랫입술은 3개로 갈라지며, 길이 5∼10mm 되는 꿀주머니가 있습니다. 4개의 수술 중 2개가 길지요. 연한 노란색과 진한 노란색이 잘 조화된 꽃이 참 예쁩니다. 열매는 삭과로서 10월에 익는데, 둥글고 종자에 날개가 있으며 길이 3mm 정도고요. 관상용으로 많이 심습니다. 원줄기와 잎은 청열, 해독, 소종의 효능이 있어 황달이나 수종, 소변불리를 치료하는 한약재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꽃범의꼬리꽃

 

꽃범의꼬리꽃은 다 지고 두 송이만 남았네요. 꽃이 한창 필 때는 분홍색이었는데..... 오늘은 꽃대 맨끝에만 흰꽃이 피었군요. 꽃범의꼬리는 범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 마치 금붕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 한 모습이지요. 또 아래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꽃이 피는데요. 그래서 맨 위의 꽃이 피고나면 끝입니다.

 

꽃범의꼬리는 피소스테기아라고도 부르는데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라고 하네요.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꽃이지요.



*샐비어(사르비아)

 

새빨간 색의 샐비어도 피었습니다. 사르비아, 약불꽃, 서미초(), 깨꽃이라고도 하는 꽃이지요. 꽃은 꽤 오래전부터 피었는데 사진으로 찍기는 처음이네요.

 

샐비어는 브라질 원산의 귀화식물이며 원산지에서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남부 유럽이 원산인 샐비어도 있습니다. 높이는 60∼90cm 정도로 자라고요. 원줄기는 사각형이며 곧게 서고 가지를 칩니다. 잎은 마주나고 긴 달걀 모양으로 길이는 5∼9cm 정도고요.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이 넓으며 뭉툭하고 낮은 톱니가 있고 흰 털이 납니다.잎자루는 길지요. 5∼10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입술 모양의 꽃이 층층이 돌려가면서(총상꽃차례) 꽃이 피는데 포, 꽃받침, 화관이 모두 진한 붉은색이지요. 꽃차례의 길이는 8∼10cm고요. 꽃받침은 종 모양으로 윗입술 끝은 뾰족하고 아랫입술 끝은 둘로 갈라지며 능선이 있습니다. 화관은 길이 5∼6cm로 통 부분이 길고, 아랫입술이 윗입술보다 짧으며 3갈래로 갈라지고요. 수술은 2개입니다. 열매는 분과로 7월부터 익으며 둥근 모양으로 꽃받침 속에 들어 있지요. 겉모양이 깨와 비슷하여 깨꽃이라 하였으며 여러 가지 변종이 있습니다.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데, 전세계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 꽃이지요. 유럽에서는 향기가 나는 잎을 요리에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샐비어는 타오르는 여름 햇살 아래서 더 붉게 타오르는 꽃입니다. 종명인 스프렌덴스(splendens)란 '화려한 빛, 강하고 휘황찬란한 빛'이라는 뜻인데요. 이 꽃은 꿀풀과의 식물로 씨는 식용하지 않지만 꿀은 생산할 수 있습니다. 허브 식물 가운데 세이지(Sage)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 식물은 셀비어와 같은 속의 식물로 약셀비어(Salvia officinalis)입니다. 속명인 샐비어(Salvia)는 라틴어로 '안전, 치유, 구하다'라는 뜻인데요, 옛날부터 유럽 남부지방에서는 약셀비어를 약초나 향신료로 이용했다고 하네요. 또 이 꽃의 잎으로 이를 닦았다고도 하고요.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연인은 샐비어가 활짝 피어있는 꽃밭에서 사랑을 속삭입니다. 그 때 청년이 샐비어 잎을 따며 말합니다. 청년은 '이 잎은 식후의 치아를 깨끗이 씻어 준다'며 이를 닦습니다. 이를 닦는 중에 어찌 된 일인지 청년은 갑자기 죽어버립니다. 사람들은 여자가 남자를 독살했다고 의심합니다. 그녀는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도 그 잎으로 이를 닦자 여자도 죽고 말지요. 사람들이 이상히 생각하여 그 꽃의 뿌리를 캐어 보니 뿌리 쪽에 독을 내뿜는 큰 두꺼비가 있었다 합니다. 두 연인은 두꺼비가 내뿜는 독을 지닌 잎 때문에 죽은 것이지요. 그때부터 샐비어잎을 따서 이를 닦는 풍습이 생겼다고 하네요. 또 연인들은 선홍색 샐비어 꽃빛과 같은 정열적인 사랑을 바라고, 샐비어 꽃밭 같은 달콤한 보금자리를 원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샐비어는 중세 유럽에서 약용이나 향신료로 많이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샐비어는 잎에서 파인애플과 같은 향기가 나서 파인애플셀비어라고도 불리웠으며, 성서나 찬송가의 책갈피에 그 꽃잎을 꽂기도 했다네요. 샐비어는 관상용과 약초용이 있는데, 약초용은 세이지라 부르는 유럽 남부 원산의 허브식물이고, 관상용은 브라질 원산의 화단꽃입니다. 이 꽃의 빛깔은 주홍색 외에도 진한 자주색, 분홍색, 백색, 보라색 등이 있습니다.

샐비어의 꽃말은 '불타는 마음, 정열'입니다. 짙은 붉은색의 샐비어꽃에 잘 어울리는 꽃말이네요.



*백일홍

 

백일홍은 아직 한창입니다. 참 오래도 피네요. 아주 진한 붉은색의 백일홍꽃이 정열적인 느낌을 줍니다. 분홍색과 노란색 백일홍도 보이네요.

 

백일홍은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멕시코의 잡초가 원예종으로 개발되어 전세계의 정원에 심고 있는 식물이지요. 백일홍 외에도 꽃차례의 지름이 작은 좁은잎백일홍(Z. angustifolia)과 멕시코백일홍(Z. haageana)이 있는데요. 백일홍은 꽃의 크기와 생김새 및 색에 따라 여러 품종으로 나뉘며, 꽃의 크기가 15㎝ 정도 되는 것을 대륜계(大輪系), 4~5㎝ 정도 되는 것을 중륜계, 그리고 3㎝ 정도 되는 것을 소륜계라 하고, 꽃의 생김새에 따라 다알리아처럼 생긴 다알리아형, 선인장처럼 생긴 캑터스형, 꽃에 무늬가 있는 무늬천엽형, 꽃이 공처럼 둥그렇게 달리는 폼폰형으로 나뉩니다.

 

조선시대에 씌어진 '물보(物譜)'라는 책을 보면 초백일홍(草百日紅)이란 식물 이름이 나오는데요. 이것이 백일홍과 같은 것이라 짐작되지만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심기 시작했는지는 모릅니다.



*옥잠화

 

하이얀 색의 옥잠화도 곱게 피었습니다. 순백색의 꽃이 순결한 느낌을 주네요. 옥잠화도 오랜 기간 동안 피는 꽃입니다. 중국 원산인 옥잠화는 옥비녀꽃, 백학석이라고도 하는데요. 밀원식물로 잎과 꽃이 아름다워 원예용으로 많이 재배되며, 어린 잎은 나물로 식용할 수도 있습니다.

 

옥잠은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지요. 크기는 꽃줄기 높이가 40∼56cm, 1~2개의 포가 달리며 포 길이는 3∼8cm 정도입니다. 굵은 뿌리줄기에서 잎이 많이 총생하고요. 잎은 자루가 길고 달걀 모양의 원형이며 심장저로서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이고 8∼9쌍의 맥이 있습니다. 꽃은 8∼9월에 피고 흰색이며 향기가 있고 총상으로 달리지요. 6개의 꽃잎 밑부분은 서로 붙어 통 모양이 됩니다.

화관은 깔때기처럼 끝이 퍼지고 길이 11 cm 내외이며 수술은 화피의 길이와 비슷하고요. 열매는 삭과(殼果)로 세모진 원뿔 모양이고 종자에 날개가 있습니다. 꽃말은 ‘추억’이고요. 잎이 보다 길고 드문드문 달리며 꽃의 통이 좁은 것을 긴옥잠화(var. japonica)라고 하는데 열매를 맺지는 못합니다.

 

옥잠화에도 얽힌 전설이 있지요. 옛날 중국의 석주라는 곳에 장이라는 피리의 명인이 살고 있었지요. 어느 여름날 그는 저녁에 누각에 올라 밝은 달빛을 등지고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흥이 점점 오르자 자신도 도취되어 비장의 명곡을 불었습니다. 그때 하늘에 영롱한 빛이 감돌더니 한 선녀가 내려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선녀는 아름다운 피리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다는, 월궁의 공주의 소원을 전달하기 위해 내려온 사자였습니다. 선녀는 말합니다. '당신의 피리소리는 참으로 아름답소. 월궁의 우리 공주님께서는 당신이 아까 부른 피리소리를 다시금 들으시기를 원하고 있어요. 그러니 힘이 드시겠지만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사이다.' 장은 선녀의 말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비장의 명곡을 다시 한번 연주합니다. 선녀는 귀를 귀울여서 피리연주를 다 듣고나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하늘로 날아 올라가려고 합니다. 피리의 명인은 선녀와의 작별이 안타까와 오늘밤의 추억을 되새길 만한 정표를 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합니다. 그러자 선녀는 머리에 꽂고 있던 옥비녀를 뽑아 그에게 던져 줍니다. 명인은 매우 기뻐하면서 옥비녀를 받으려다가 잘못하여 그만 땅에 떨어뜨리고 맙니다. 그러자 옥비녀는 사라지고, 옥비녀가 떨어진 그 자리에 한 떨기의 꽃이 피어납니다. 옥처럼 고운 하얀 꽃이..... 이때부터 이 꽃을 옥잠화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



*포천구절초

 

구절초꽃도 활짝 피어 있습니다. 가녀린 꽃잎이 청초한 느낌을 주는 꽃이네요. 국화과에 속하는 구절초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가을꽃이지요. 토종식물중 관상가치가 매우 높은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번식력도 대단히 강하고요. 외래종인 코스모스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야생화입니다.

 

이 꽃은 5월 단오에는 줄기가 5마디가 되고, 9월 9일(음력)이 되면 9마디가 된다 하여 구절초(九節草)라 불립니다. 꽃은 줄기 끝에 한 송이만 피는데요. 하얀 꽃잎이 신선보다 더 돋보인다 하여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부른답니다.

한방에서 구절초는 부인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특히 월경장애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구절초꽃을 술로 담그거나, 말려서 베개 속에 넣으면 두통이나 탈모에 효과가 있고, 머리칼이 희게 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합니다. 어린 싹은 나물로 무쳐 먹고, 잎은 떡을 찔 때 넣으면 향기가 좋지요. 

구절초는 전국에 자생하며 특히 높고 깊은 산에서 군락(群落)을 형성하여 자랍니다. 구절초는 종(種)으로는 단일종(單一種)이지만, 품종은 몇 가지가 있지요. 산구절초는 높이 10∼60cm· 꽃직경3∼6cm이며, 바위구절초는 중북부 지방의 깊은 산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 식물로 높이 20cm·꽃직경 2∼4cm입니다. 포천구절초는 한탄강 지역에 자생하며 꽃색이 분홍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사진의 꽃이 바로 포천 구절초지요.



*국화

 

노오란 국화는 바야흐로 한창입니다. 국화가 피어야 비로소 가을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곤 하지요. 사진에 보이는 국화는 소국이랍니다. 꽃이 피는 시기로 보면 추국이고요, 꽃의 생김새로 본다면 광판종입니다. 바람결에 날려오는 그윽한 국화향이 참 좋으네요. 국화의 꽃말은 '청결, 청순, 정조'랍니다.

 

국화는 꽃이 피는 시기와 꽃의 크기 및 생김새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는데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서는 5~7월에 피는 하국(夏菊), 8월에 피는 8월국, 9~11월에 피는 추국(秋菊) 및 11월 하순부터 12월에 걸쳐 피는 한국(寒菊)으로 나눌 수 있지요. 이런 구분은 주로 꽃꽂이용 국화를 나눌 때 많이 쓰입니다다. 꽃의 크기에 따라서는 꽃의 지름이 18㎝가 넘는 대국(大菊), 지름이 9~18㎝ 정도인 중국(中菊), 지름이 9㎝가 채 안되는 소국(小菊)으로 나누고요. 꽃의 생김새에 따라 편평한 꽃으로만 된 광판종(廣瓣種), 하나하나의 꽃이 말려 겹쳐진 것처럼 보이며 꽃의 끝이 위로 말려 있는 후판종(厚辦種), 둥그렇게 말려 관처럼 보이는 꽃으로만 이루어졌으며 끝이 위로 말리는 관판종(管辦種)으로 나눕니다.

 

국화 문장(菊花紋章)은 일본황실의 문장입니다. 국장은 아니지만 국장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지요. 가마쿠라 시대의 고토바상황(後鳥羽上皇)은 국화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자신을 나타내는 징표로서 애용했다고 하네요. 그후 고후카쿠사천황(後深草天皇), 가메야마천황(亀山天皇), 고우타천황(後宇多天皇)으로 내려오면서 국화를 자신들의 징표로 계속 사용해 황실의 문장으로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국화가 공식적으로 일본 황실의 문장이 된 것은 1869년의 태정관포령에 의해서지요. 이 때, 천황의 문장으로서 16판 8중 국화문이, 천황 이외의 황족의 문장으로서 14판 홑겹리 국화문이 각각 정해졌다네요. 또, 1871년에는 황족 이외의 국화문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는데 그 후 완화되지요. 국화 문장은 야마토 전함(戰艦大和)등 일본제국 해군 군함의 뱃머리에도 붙여져 있었으며, 현재는 일본 발행 여권의 표지에도 이 문장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꽃이 일본의 국화(國花)는 아닙니다. 일본의 국화는 없습니다. 흔히들 일본의 국화가 벚꽃이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만..... 



*분홍국화

 

분홍국화는 제철을 만나기라도 한 듯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분홍색이라기 보다는 자홍색에 가깝네요. 분홍국화의 꽃말은 '사랑'입니다. 당분간 분홍국화의 향연이 벌어지겠군요. 향긋한 국화향에 온몸이 취하는 것 같네요.   

 


*산국

 

황금색의 산국도 한창입니다. 산국은 다른 이름으로 개국화, 산구화, 향엽국, 암향국, 나논개국화, 들국화, 황국이라고도 부르지요.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중국북부,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합니다. 선명한 황금색으로 피는 가을 꽃의 대표적인 꽃으로 향기가 훌륭한 밀원식물이기도 하지요. 들국화라고 하면 구절초나 쑥부쟁이를 말하기도 하지만 산국이나 감국이 대표적인 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노란색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뜰에 심기에 적당하지요.

 

식물 전체에 흰 털이 있으며, 키는 40~80㎝ 정도 자라고요. 잎은 어긋나며 잎가장자리는 깃털처럼 갈라져 있습니다. 꽃은 10~11월에 노랗게 두상(頭狀)꽃차례로 모여 피는데, 꽃차례의 지름은 1.5㎝ 정도 되고요. 꽃으로 술을 담그기도 하고 어린잎을 삶아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산국의 꽃은 진정, 해독, 소종 등의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 두통이나 현기증, 안질 등의 치료에 사용하고요. 산국을 차로 이용하려면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독성분을 제거해야 합니다.

 

산국과 비슷한 식물인 감국이 있는데요. 감국은 두상꽃차례로 피며, 지름이 약 2.5㎝ 정도로 산국보다 더 큽니다. 꽃판에 비해 꽃잎의 길이가 작으면 산국이고 길면 감국입니다. 잎은 반대로 산국이 감국보다 더 크고요. 산국은 꽃이 뭉쳐서 피는 반면에 감국은 산만하게 피지요. 그리고 산국은 비교적 곧게 자라는데 비해 감국은 뉘어 자랍니다.



*벌개미취꽃

 

벌개미취꼬도 시들고 있네요.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꽃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김없이 피고지고 있네요. 국화향이 아직도 코끝을 향그럽게 하는군요. 예쁜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내 마음도 저들을 닮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2005년 10월 중순경

 

El Condor Pasa_Los Machucam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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