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나 보네요. 아침 저녁으로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면..... 아침 출근길에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를 나섭니다. 오늘은 또 어떤 꽃들이 피어났을까요?
*봉숭아꽃
맨 처음 만난 꽃은 봉숭아꽃..... 연분홍색의 봉숭아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봉선화라고도 하는 꽃..... 벌써 꽃이 진 줄기에는 봉숭아 씨앗 꼬투리가 달려 있네요. '톡'하고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습니다. 요즘 여학생들 사이에 봉숭아물이 성탄절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사랑하는 임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에 애지중지한다고 하는데..... 글쎄요.
붕숭아는 빨간색, 분홍색, 흰색, 보라색 등 네 가지 색의 꽃이 핍니다. 이 꽃을 보니 문득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수가 부른 '봉숭아'란 노래가 생각나네요.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밤이 다하면 질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터인데
손가락 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 고운 내님은 어딜갔나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전에 그리운 내님도 돌아오소
*분꽃
빠알간 색의 분꽃도 참 예쁘게 피었네요. 이제 막 피어나려는 꽃도 있고..... 까만 씨앗을 달고 있는 녀석도 있습니다. 분꽃도 아주 오랜 기간 계속해서 피어나는 꽃이지요.
분꽃의 원산지는 열대 아메리카인데, 한국에는 17세기를 전후해 들어왔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뿌리를 자말리근(紫茉莉根)이라 하여 한방에서 이뇨제와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하지만 임산부에게는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페르시아 여왕의 보석이 변해서 되었다는 꽃..... 채송화..... 키가 작아서 화단의 맨앞에서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오늘은 진분홍색으로 곱게도 피었네요.
채송화는 쇠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라네요. 키는 20㎝ 정도 자라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지요. 채송화는 흰색, 자주색,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의 꽃이 7월부터 10월까지 핍니다. 삭과의 열매는 익으면 수평으로 갈라지고요. 씨는 작고 많은데 흑자색 또는 흑색입니다. 관상용으로 전국적으로 재배되고요. 백과사전에는 채송화 전초를 마치현(馬齒見)이라 하여 한방에서 마교(馬咬), 종창(腫瘡), 지갈(止渴), 촌충(寸蟲), 생목(生目), 이병(痢病), 혈리(血痢), 각기(脚氣) 치료에 사용하고 살충제로도 쓴다고 나와 있는데요.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한국에 자생하는 채송화와 비슷한 종인 쇠비름이 바로 마치현입니다. 채송화와 쇠비름은 같은 과에 속하기에 효능도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요.
키가 크게 자란 왕고들빼기도 꽃이 피었네요. 하얀 색의 꽃이 아름답군요. 왕고들빼기는 흔히 '쌔똥'이라고도 부르는데,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입니다. 학명은 Lactuca indica var. laciniata고요. 한국, 일본, 타이완 등지의 들이나 길가에 널리 분포하는 식물이지요. 왕고들빼기는 오래 전부터 시골에서 먹어온 나물입니다. 김치를 담가서 먹기도 하고요. 왕고들빼기의 쓴 맛은 건위제 역할을 해서 소화를 잘 되게 합니다. 그래서 입맛이 없을 때 왕고들빼기를 먹기도 한답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왕고들빼기의 엽록소에 항암성분이 들어 있다고 하네요.
왕고들빼기가 다 크면 높이가 1∼2m 정도 되고요, 두화는 지름이 약 2cm 정도 됩니다. 뿌리잎은 꽃이 필 때 스러지지요. 줄기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의 바소꼴로 길이 10∼30cm로서 밑부분이 직접 원줄기에 달립니다. 앞면은 녹색이며 뒷면은 분백색이고 깃처럼 갈라지고요.. 갈래조각에 톱니가 있습니다. 잎이나 줄기에 상처가 나면 흰 유액(乳液)이 나오지요. 꽃은 7∼10월에 피고 많은 두화(頭花)가 원추꽃차례(圓錐花序)로 달리며, 꽃은 노란색과 흰색 두 가지가 있습니다.
왕고들빼기와 비슷하지만 잎이 갈라지지 않고 바소꼴인 것을 가는잎왕고들빼기(for. indivisa)라고 하고요. 잎이 갈라지지 않고 크며 재배하는 것을 용설채(var. dracoglossa)라고 합니다. 요즘 쌈밥집에서 내놓는 것들 중 대부분이 용설채지요. 그냥 고들빼기는 쓴나물이라고도 하며 농가에서 재배하기도 합니다. 어린 잎과 뿌리는 김치를 담그거나 나물로 먹고, 민간에서는 전초를 약재로 쓰기도 하지요.
자주색의 비비추꽃도 피었습니다. 먼저 핀 꽃들은 시들고 있네요. 비비추는 백합과(百合科 Lili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모두 뿌리에서 나와 로제트로 나고 잎들 사이에 꽃줄기가 나와 꽃이 핀답니다. 잎은 길이 10~15㎝, 너비 7~9㎝ 정도로 잎가장자리가 조금 쭈글쭈글하지요. 잎자루에 날개가 있는데 뿌리 쪽으로 갈수록 점점 희미해집니다. 여름에 자주색의 꽃이 꽃줄기에 서로 어긋나 1송이씩 피고, 꽃부리 끝은 6갈래로 나누어지지요. 열매는 긴 타원형의 삭과로 익습니다. 그늘진 산 속 냇가에 흔히 자라는 꽃이지요.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요즘 미국과 유럽지역 화훼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꽃 가운데 링거비비추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 이 꽃은 홍도비비추라고 불리는 한국 자생종으로 미국 수목연구사인 링거씨가 1984년 홍도에서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한 뒤 링거비비추라는 신품종으로 등록한 바 있지요. 그래서 홍도비비추가 한국특산종이라고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네요. 품종보호를 위한 세계 종다양성 협약에 의해 식물을 개량한 사람이 특허 등록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이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부차원의 한국자생종에 대한 실태파악과 외국으로 반출된 품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진작가 김정명 씨가 최근 우리꽃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 13개의 식물원에서 확인한 한국 원산지 꽃만도 30여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이 종자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생종을 잘 지켜야 하는데.....
빠알간 맨드라미꽃이 정겹네요. 어릴 때부터 보아온 꽃이라 그런가 봅니다. 맨드라미는 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지요. 붉은색이 도는 줄기는 곧추 자라며 키가 90㎝에 이릅니다. 잎은 어긋나며 잎끝이 뾰족하고 잎가장자리는 밋밋합니다. 꽃은 7~8월에 피는데 넓적한 꽃대 위에 수많은 잔꽃들이 빽빽하게 무리지어 피어나지요.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생김새가 닭 벼슬처럼 보여서 계관화(鷄冠花)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꽃색은 품종에 따라 여러 가지이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붉은색, 노란색, 흰색 등이지요. 꽃은 5장의 꽃덮이조각과 5개의 수술 및 1개의 암술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술의 밑은 모두 합쳐져 있습니다. 열매는 동그랗게 익으며 뚜껑처럼 옆으로 갈라지면서 검정색 씨들이 밖으로 나오지요.
맨드라미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며 씨와 꽃을 말려 내장출혈 치료에 쓰기도 합니다. 아시아 열대지방이 원산지이며 관상식물로 전세계 곳곳에서 널리 심고 있는 꽃입니다. 개맨드라미(C. argentea)는 맨드라미와 비슷하나 꽃자루가 있으며 꽃의 길이가 1㎝ 정도 되는데, 이런 점에서 꽃자루가 없으며 꽃의 길이가 4㎜밖에 안 되는 맨드라미와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화단가 풀숲에는 닭의장풀이 꽃 한 송이를 피우고 있네요. 닭장 근처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닭의장풀'로 불리지요. 다른 이름으로 달개비, 닭개비 또는 닭의밑씻개라고도 합니다. 외떡잎식물의 닭의장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랍니다. 분포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 우수리강 유역, 사할린, 북아메리카 등지로 산과 들의 길가나 냇가의 습지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풀입니다.
줄기는 옆으로 뻗으면서 자라고 마디에서 새로운 뿌리가 나오기도 하고요.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 밑에 있는 잎집의 가장 자리에 긴 털이 있습니다. 꽃은 연한 파란색이고 7~8월에 나비와 비슷한 생김새로 피는데, 6장의 꽃덮이조각 중 3장은 하얀색으로 꽃의 뒤쪽에 달리고, 안쪽에 달리는 3장 중 2장은 파란색으로 둥글고 서로 마주보고 달려 나비의 날개처럼 보입니다. 나머지 1장은 하얀색이고 나비날개같이 생긴 2장의 아래쪽에 달리지요. 수술은 6개이나 이중 4개는 꽃밥이 없고 2개만이 꽃밥이 달려 있는데, 나비의 더듬이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식물 전체를 나물로 먹기도 하며, 꽃에서 푸른색 염료를 뽑아 종이를 염색하기도 합니다.
닭의장풀 전초를 말린 것을 한약명으로 압척초라고하는데요, 성질은 약간 차고(性微寒) 맛은 달면서 담담(味甘淡)합니다. 12경맥 중에서 심, 간, 비, 신, 대소장(歸經 心 肝 脾 腎 大小腸)으로 들어가고요. 해열, 해독, 이뇨 작용이 있어서 소변이 붉고 적게 배설되거나 몸이 붓고 소변을 잘 못 보면서 열을 겸한 증상에 효과가 있지요. 또 일반 감기로 열이 많고 편도선이 붓는 증상에 종자를 복용하면 열이 내리면서 감기와 인후염이 치료됩니다. 종자에서 채취한 기름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므로, 동맥경화증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할 수 있지요.
압척초는 민간요법에서 당뇨병을 치료하는데 많이 쓰이는 약초이기도 하지요. 압척초는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압척초에 다른 약물을 더해 쓸 경우 혈당 개선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네요. 그러나 민간요법은 대부분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서 전해져 온 것으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중독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현재 당뇨병 민간요법으로는 달개비풀, 인삼, 달맞이꽃, 결명자, 구기자, 누에, 우엉, 메밀 등이 이용되고 있지요. 이들의 혈당강하 효과에 대해서는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빠알간 꽃의 백일홍도 보입니다. 참 오랫동안 피는 꽃입니다. 백일홍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백일초라고도 한답니다. 키는 60∼90cm 정도 자라고요.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며 잎자루가 없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털이 나서 거칩니다. 끝이 뾰족하며 밑은 심장 모양이지요. 꽃은 6월부터 10월까지 피고요. 두화(頭花)는 긴 꽃줄기 끝에 1개씩 달립니다. 꽃은 지름이 5∼15cm이고 빛깔은 녹색과 하늘색을 제외한 여러 가지가 있어요. 총포조각은 둥글고 끝이 둔하며 윗가장자리가 검은색이고요. 종자로 번식하며 품종은 주로 꽃의 크기에 따라서 대륜(大輪), 중륜, 소륜으로 나눕니다. 열매는 수과로 9월에 익고요. 씨를 심어서 번식하지요.
백일홍은 멕시코 원산의 귀화식물이며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하고 있는 꽃입니다. 남미에서는 이 꽃이 마귀를 쫓고 행복을 부르는 꽃으로 생각한답니다. 한국에는 약 200여년 전에 들어왔습니다. 백일홍이란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이지요. 흰백일홍의 꽃말은 '순결'이라네요. 또 다른 꽃말은 '희박해 가는 우정에 대한 근심, 떠나간 님을 그리다. 죽은 친구를 생각하다' 등입니다. 백일홍은 원래 잡초였으나 여러 화훼가들이 개량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들꽃을 개량한 본보기의 하나지요. 배롱나무의 꽃을 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전혀 다른 식물입니다.
백일홍 꽃잎이 처음 자라날 때 모습은 마치 옛날 시집갈 때 신부가 쓰던 족두리 같습니다. 백일홍의 전설은 이 꽃이 백일 동안 피기도 하지만 이 족두리 같은 모습에서도 유래하는 것입니다. 전설은 이렇습니다.
옛날 어느 어촌마을에 갑자기 나타나 행패를 부리는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한 처녀가 제물로 바쳐지게 되었지요. 그 때 한 장사가 이무기를 물리치자 처녀는 이미 죽었던 목숨이니 장사에게 시집가기를 청합니다. 장사는 자신이 용왕의 아들로 이무기의 다른 짝을 마저 물리친 후 백일 후에는 흰 돛을 달고 꼭 돌아오겠다며 떠나갑니다. 붉은 돛을 달고 있으면 자신이 죽은 줄 알라는 말을 남기고..... 백일 동안을 기도하며 기다리던 처녀는 백일 째 되는 날 화관단장하고 절벽 위에서 장사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붉은 돛을 단 배가 나타나자 처녀는 절망하여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고 말지요. 이무기를 죽일 때 피가 튀어 돛이 붉게 물든 줄 모르던 장사는 처녀의 죽음을 알고 크게 슬퍼합니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족도리 같은 모습의 꽃이 피어나더니 백일 동안을 피었습니다. 사람들은 백일 동안 혼례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던 처녀의 정성이 꽃으로 피어났다 하여 백일홍이라 불렀지요.
참취는 한방에서 해소, 소변불리, 방광염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민간에선 참취의 잎과 뿌리를 오줌을 잘 나오게 하는 데 써왔고요. 생잎을 하루 5g 가량 달여서 공복에 복용하면 효과가 좋답니다. 생잎을 그냥 씹어 먹어도 됩니다. 그늘에 말린 참취는 진통, 해독 및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해서 요통이나 두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참취 단독으로는 약효가 약하기 때문에 해소, 이뇨, 보익, 방광염 등에 다른 한약재와 같이 처방해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참취는 에탄올에 의해 유발된 산화적인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방어하여 특히 간장에서의 지질과산화 및 Mn-SOD활성을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그 효과는 참취의 첨가량에 비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하고요. 따라서 참취는 생체 안에서 알코올과 같은 산화적 스트레스에 대한 항산화제로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나 간이 나쁜 사람에게 참취가 좋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작은 나팔꽃처럼 생긴 주홍색의 유홍초(留紅草)도 피었습니다. 완전히 빨간색은 아니고 꽃자루는 노란색입니다. 유홍초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메꽃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지요. 3m 내외로 자라고요. 메꽃과의 꽃들이 다 그렇듯이 유홍초의 덩굴은 주변에 있는 것들을 왼쪽으로 휘감으면서 하늘을 향해 올라갑니다. 주변에 다른 것이 없으면 서로를 의지해서라도 하늘을 향해서 뻗어오르지요. 꽃도, 잎도, 줄기도 모두.....
유홍초는 둥근잎유홍초와 새깃유홍초 두 가지가 있는데요. 잎의 생김새로 구분합니다. 잎이 갈라지지 않고 꽃줄기 끝에 3∼5개의 꽃이 달리는 것을 둥근잎유홍초(Q. angulata)라고 하고요. 새깃유홍초는 잎이 어긋나고 긴 잎자루가 있으며 빗살같이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은 줄 모양이지요. 유홍초의 뜻을 풀어보면 '붉은 빛이 머무는 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록색의 잎새를 배경으로 정열에 불타는 작은 꽃들이 피어납니다. 사진에 보이는 꽃은 둥근잎유홍초랍니다. 주홍색의 꽃잎을 배경으로 하얀 꽃가루가 선명하네요.
꽃은 7∼8월에 붉은색, 흰색 등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서 자란 긴 꽃줄기 끝에 1∼2개가 달립니다. 꽃받침은 5갈래로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긴 타원형이고요. 화관통은 길고 끝이 5개로 얕게 갈라져서 거의 수평으로 퍼지며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습니다. 열매는 삭과(殼果)로서 달걀 모양이며 10월에 익는데, 꽃받침 안에 들어 있고요. 종자는 줄 모양이며 깁니다.
번식은 종자로 하고요. 고온에서도 잘 자라며 5월 중순 무렵에 씨를 뿌립니다. 남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원예농가에서 관상용으로 많이들 심고 있지요.
자주색의 가지꽃입니다. 가지는 가지과의 한해살이풀로 열대에서 온대에 걸쳐서 자랍니다. 온대지방에서는 한해살이풀이지만 열대지방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지요. 인도 원산으로 동아시아에는 5~6세기에 전파되었다고 하네요. 중국 송나라의 '본초연의(本草衍義)'에 '신라에 일종의 가지가 나는데, 모양이 달걀 비슷하고 엷은 자색에 광택이 나며, 꼭지가 길고 맛이 단데 지금 중국에 널리 퍼졌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한국에서는 신라시대부터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지요. 유럽에는 13세기에 전해졌으나 동아시아처럼 식용으로 활발하게 재배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가지는 60∼100cm 정도 자라는데, 전체에 별 모양의 회색털이 나고 가시가 나기도 합니다. 줄기는 짙은 보라색이며,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으로 길이가 15∼35cm정도 됩니다. 꽃은 6∼9월에 피는데, 줄기와 가지의 마디 사이에서 꽃대가 나와 여러 송이의 연보라색 꽃이 달리지요. 가지의 모양은 달걀 모양, 공 모양, 긴 모양 등 품종에 따라 다양하며 한국에서는 주로 긴 모양의 가지를 재배합니다. 가지의 색은 보통은 흑색이지만 종류에 따라서 홍자색, 자색, 백색, 녹백색을 띠는 것도 있습니다.
가지는 영양가가 낮은 편에 속하는 채소입니다. 열매를 쪄서 나물로 먹거나 전으로 부쳐서 먹기도 합니다. 가지는 고혈압, 신경통에 좋은 나물이지요. 또 소박한 식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동맥경화를 방지해준다고 합니다. 가지주스는 암의 전조가 되는 세포의 손상 즉 염색체 이상을 억제한다네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신경통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가지를 먹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지에 들어있는 스코폴레틴과 스크파론이라는 물질이 경련을 억제한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가지는 대부분 수분(93%)으로 되어 있고, 비타민이나 무기질의 함량도 낮아 영양가가 낮은 식품으로 인식되어 왔는데요. 그래도 가지요리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있는 요리 중의 한 가지입니다. 한국에서도 가지를 먹어온 역사는 오래되어 '해동역사'에 보면 신라 때의 가지가 품종이 아주 우수하여 중국 사람들이 그 씨를 받아다가 심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입니다.
가지를 쪄서 나물로 먹거나 전으로 부쳐서 먹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가지요리는 그 종류가 상당히 많지요. 가지김치, 가지 누름적, 가지장아찌도 있고요. 가지를 결대로 잘라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 뒤 물을 꼭 짜내어 겨자나 초간장에 찍어 먹는 가지요리도 있고요. 가지에 십자로 칼집을 내어 그 속에 양념한 쇠고기로 소를 넣고 쪄낸 가지찜도 있고요. 보리밥에 가지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을 떨어뜨려 먹는 가지비빔밥도 여름철의 별미지요.
가지의 과실을 한방에서 가자(茄子)라고 합니다. 가자는 성질이 차서 청열소종(淸熱消腫), 활혈지통(活血止痛)의 효능이 있어 장풍하혈(腸風下血), 열독(熱毒)에 의한 창옹(瘡癰), 피부의 궤양을 치료할 수 있는 한약재입니다. 가지는 훌륭한 채소이며 식품일 뿐만 아니라 쓰임새가 많은 한약재이기도 하지요.
화단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주 작은 주름잎꽃도 피어 있네요. 꽃이 작아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스쳐 지나치기 쉬운 꽃이지요. 주름잎꽃은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현삼과의 한해살이풀로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 인도 북부, 아프가니스탄, 자바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입니다. 이 꽃은 양지바른 길가보다는 물기가 있는 밭이나 습한 빈터에서 잘 자라는데요. 키는 5∼20cm 정도 자라고 전체에 털이 있습니다. 밑에서 여러 대로 갈라지는데요. 잎은 마주달리고 위로 가면서 어긋나며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 또는 긴 타원상 주걱형이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고 옆면에 주름이 집니다. 잎의 옆면에 주름이 진다고 해서 주름잎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꽃은 5∼8월에 줄기 윗부분에 피고 총상꽃차례로 달리며 연한 자주색입니다. 화관은 통 모양이며 2개로 갈라진 다음 하순(下脣) 꽃잎은 다시 3개로 갈라지고 중앙갈래조각에 있는 2개의 줄은 황색이지요. 4개의 수술 중 2개는 길고 열매는 삭과(殼果)로 둥글며 꽃받침으로 싸여 있습니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가녀린 주름잎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황대권은 서울대학교 농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중, 이른바 구미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바 있지요. 그 후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안기부에 의한 조작이었다는 진상이 밝혀졌지만..... 그는 이미 13년 2개월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뒤였습니다. '야생초 편지'는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 쓴 야생화에 관한 글입니다.
'화단 구석에 수줍게 핀 주름잎꽃을 보면서는 묵내뢰(默內雷:겉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속으로는 우레와 같다)의 미덕을 깨닫는다. 평화란 절대적 평온, 정지, 무사, 고요의 상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부단히 움직이고 사고하는 동적평형(動的平衡) 상태다. 사회가 평화롭다, 두 사람 사이가 평화롭다라고 할 적에는 내부적으로 부단히 교류가 이뤄지고 대화가 진행되어 신진대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화단 구석에 수줍은 듯 얌전히 피어 있는 주름잎 꽃을 보면서 아무도 보아 주지 않는 저 작은 꽃을 피워 내기 위하여, 화단 구석의 내밀한 공간 속에 의젓하게 자리하기 위해 쉼없이 움직이고 있는 주름잎의 내면을 그려본다.' -(야생초 편지 중에서)
금잔화..... 이 꽃도 상당히 오랜 기간 피는 꽃이네요. 금잔화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매리골드, 금송화, 만수국, 홍황초라고도 하지요. 남유럽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심습니다. 높이는 30∼50cm까지 자라고요. 가지가 갈라지며 전체에 선모(腺毛) 같은 털이 있어 독특한 냄새를 풍깁니다. 잎은 어긋나고 잔 톱니가 있으나 거의 없는 것 같으며, 밑부분은 원줄기를 감싸고 있습니다. 잎자루는 좁은 날개가 있고 위로 갈수록 짧아져 없어지지요.
꽃은 5월부터 10월까지 즉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가지와 원줄기 끝에 1개씩의 황색 두상화(頭狀花)가 달리고 가장자리의 것은 설상화(舌狀花)가 핍니다. 황색 계통이 많으나 원예품종에 따라 각각 빛깔이 다르고 밤에는 오므라들지요. 짙은 노랑색의 금잔화는 여름의 꽃이라 할 수 있는데, 6월 6일 현충일날 무명용사의 무덤에 바치는 꽃이기도 하지요. 금잔화는 매우 강건한 꽃으로서 절화나 분화로 죽은 사람을 추념하는 꽃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금잔화의 꽃말은 '겸손, 인내'라네요.
금잔화는 내한성이 강해서 따뜻한 곳에서는 가을에 파종하면 12월부터 봄까지 출하가 가능합니다. 절화용이나 분식용, 화단용 등에 따라 품종을 선택는데 병이 없고 잘 자라서 재배가 쉽습니다. 한 때 외상약(外傷藥)의 재료로 재배하기도 하였지요.
금잔화는 그리이스 신화에 등장하는 꽃입니다. 옛날 페로루산에서 멀지않은 시실리아의 골짜기에 크리무농이라는 젊은 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에로스와 마드릿드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습니다. 크리무농은 어려서부터 태양신을 숭배했는데 자라면서 점점 더 심해져서 늘 하늘만 쳐다보며 살았답니다. 크리무농은 아침이 되어 태양이 떠오르면 무척 좋아했고, 태양이 서산에 지거나 날이 흐리면 한없이 쓸쓸해 하곤 했지요. 그런데 시기심과 질투심이 많은 구름이 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구름은 어느 날부터 동쪽 하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해가 뜨면서부터 저녁 때까지 태양을 가려 버립니다. 여드레 동안 태양을 보지 못한 크리무농은 한없는 슬픔에 빠지지요. 태양을 볼 수 없게 된 크리무농은 너무나 절망하여 마침내 죽게 됩니다. 여드레만에 구름이 걷히자 아폴로는 지상을 내려다 보고는 항상 자기를 흠모하던 크리무농이 죽은 것을 알고 슬퍼하여 그 시체를 금잔화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금잔화는 조금만 어두워져도 꽃잎을 닫아버리고, 아침에 햇빛이 들면 꽃잎을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네요. 그래서 꽃말도 '이별의 슬픔'이라고 한답니다.
분홍색의 꽃범의꼬리꽃은 지금이 한창이군요. 이 꽃은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피소스테기아라고도 부르지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배수가 잘 되는 사질양토에서 잘 자라고 여름의 건조에는 약하답니다. 줄기는 사각형이고 키는 60∼120cm 정도까지 자라납니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벋으면서 줄기가 무더기로 나오고요. 잎은 마주나고 바소꼴에서 줄 모양 바소꼴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지요.
꽃은 7∼9월에 피고 총상꽃차례로 달립니다. 꽃받침은 종처럼 생기고 화관은 길이 2∼3cm이며 입술 모양이고요. 윗입술은 둥글며 아랫입술은 3개로 갈라집니다. 꽃은 홍색, 보라색, 흰색 등이 있고요. 화단과 절화용으로 많이 심습니다. 번식은 봄, 가을에 포기나누기로 하며 종자로도 번식합니다.
그 많던 층층잔대꽃은 다 지고 시들기 시작한 한 송이만 남았네요. 세월의 흐름은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나봅니다. 층층잔대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조선제니, 윤엽사삼, 백마육, 남사삼이라고도 하지요. 한국, 일본, 중국, 만주 등지에 분포하는데, 산지의 양지바른 풀밭에 서식합니다. 한국에서는 산과 들에서 널리 자라고 농가에서 키우기도 하지요. 번식은 씨를 뿌리거나 포기나누기로 할 수 있습니다. 층층잔대(A.radiatifolia) 말고도 왕잔대(A. tyosenensis), 두메잔대(A. lamarckii)를 비롯한 10종(種) 이상의 식물들이 있지요. 크기는 30~60cm 정도 자라고요. 줄기는 곧게 서고, 털이 없거나 위쪽에만 약간 있습니다. 줄기잎은 어긋나며 길이 10~16cm의 거꾸로 선 넓은 바소꼴이지요.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양면에 털이 있지요. 뿌리잎은 꽃이 피면 말라버리는데, 잎자루가 길고 긴 타원형이며 털이 길게 나 있습니다.
꽃은 8∼9월에 피고 자줏빛이며 종처럼 생긴 꽃이 밑을 향하여 달리고, 줄기가 매끈하고 자르면 흰 유즙이 나오지만 독은 없습니다. 맛이 순하고 담백하여 생나물로 먹어도 좋고요. 아니면 살짝 데쳐서 양념으로 무침을 해서 먹거나, 말려서 묵나물을 해서 먹으면 맛과 향이 매우 좋은 나물이지요. 뿌리도 먹을 수 있는데 맛은 담담해서 별 맛이 없습니다. 뿌리를 더덕처럼 양념을 해서 구워먹을 수도 있고요. 잔대를 반찬으로 늘 복용하면 살결이 옥처럼 고와지고 살이 찌며 힘이 난다고 하네요. 어릴 때 뒷산에서 많이 캐먹던 기억이 납니다.
잔대를 중국에서는 행엽채(杏葉菜), 행엽사삼(杏葉沙參)이라 하고, 한국에서는 지방마다 딱추, 잠다귀,향삼, 게로기, 모싯대, 뭉아지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지요. 잔대의 뿌리를 한방에서는 제니(濟尼)라고 하는데 더덕이나 도라지 뿌리와 생긴 것이 비슷합니다. 제니의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며 진해, 거담, 해독 등의 효능이 있는데요. 그래서 제니를 해독, 거담, 강장, 간염, 위장병, 만성 식체, 식욕부진, 간암 등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에는 생나물로 복용하거나 사과와 함께 섞어서 즙을 내어먹기도 하지요.
제니는 폐경에 주로 작용하므로 가래를 삭이고 갈증을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가래나 기침, 열이 나면서 갈증이 있을 때 쓸 수 있지요. 또 제니는 해독의 효능도 있어서 중금속중독과 약물중독, 식중독, 독사나 독충에 의한 중독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글쎄요. 제니는 약성이 약해서 그런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네요. 나는 그런 용도로는 한번도 써보지 않았습니다.
산후풍으로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임산부는 제니와 가물치를 한데 넣고 달여서 먹거나, 늙은 호박 속에 잔대를 넣고 고아서 마시면 좋습니다. 이밖에도 자궁염, 생리불순, 자궁출혈 등 부인병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고요. 천식에는 꿀과 은행을 달여서 복용하고, 요통에는 잔대와 북어 두 마리를 넣어 삶아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천식에는 쓸 수도 있지만 요통에는 효과가 의문입니다.
자주빛이 도는 보라색의 양달개비..... 자주색 꽃잎바탕에 샛노란 꽃밥이 선명하게 드러나네요. 자주달개비는 양달개비, 자주닭개비, 자로초라고도 하지요. 이 꽃은 외떡잎식물 분질배유목 닭의장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제주도를 비롯한 중남부 지방에서 자라고 있고요. 개화기는 6-7월이라고 나와 있는데, 9월까지도 핍니다. 줄기는 무더기로 자라며 잎은 어긋나고요, 넓은 줄 모양이며 윗부분은 끝이 젖혀지고 밑부분은 넓어져서 줄기를 감싸지요.
꽃은 자줏빛이 돌며 꽃줄기 끝에 모여달립니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3개씩이고 수술은 6개고요. 꽃은 아침에 피어 오후에 시들며 닭의장풀과 비슷하지만 꽃색이 보다 짙기 때문에 자주달개비라고 한답니다. 꽃색은 하늘색, 흰색, 홍색 등이고요. 꽃잎이 많아진 겹꽃도 있습니다.
자주달개비는 북미 원산의 식물로 세포 원형질 염색이 잘 되고 관찰이 쉬워서 학생들의 현미경 실습용으로 많이 쓰인다고 하네요. 그리고 방사능량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지는 점을 이용하여 요즘은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 방사능 유출 여부를 알기 위해서도 심는다고 합니다.
가을의 전령사 쑥부쟁이꽃이 피었네요. 하늘거리는 쑥부쟁이꽃을 보니 이젠 확실히 가을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쑥부쟁이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의 습기가 약간 있는 산과 들에서 자생하고 있지요. 크기는 30∼100cm 정도 자라고요. 이 꽃을 권영초, 왜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라고 부르기도도 한답니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어갑니다. 원줄기가 처음 나올 때는 붉은빛이 돌지만 점차 녹색 바탕에 자줏빛을 띠지요. 뿌리에 달린 잎은 꽃이 필 때 진답니다. 줄기에 달린 잎은 어긋나고 바소꼴이며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고요. 겉면은 녹색이고 윤이 나며 위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집니다.
꽃은 7∼10월에 피는데, 설상화(舌狀花)는 자줏빛이지만 통상화(筒狀花)는 노란색이지요. 두화는 가지 끝에 1개씩 달리고 지름은 2.5cm고요. 총포는 녹색이고 공을 반으로 자른 모양이며, 포조각이 3줄로 늘어섭니다. 열매는 수과로서 달걀 모양이고 털이 나며 10∼11월에 익지요. 관모는 길이 약 0.5mm로서 붉은색이고요. 번식은 종자나 포기나누기로 합니다. 어린순을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기름에 볶아먹기도 한다는데요. 나는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쑥부쟁이에 얽힌 슬픈 전설이 있지요. 옛날 어느 마올에 아주 가난한 대장장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11남매나 되는 자녀들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매우 열심히 일을 했지만 항상 먹고살기도 어려운 처지지요. 대장장이의 큰딸은 쑥나물을 좋아하는 동생들을 위해 항상 산과 들로 돌아다니며 쑥을 열심히 캐 옵니다. 이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네 딸’이라는 뜻의 쑥부쟁이라 부릅니다. 어느 날 쑥부쟁이는 쑥을 캐러 산에 올라갔다가, 상처를 입고 쫓기던 노루 한 마리를 숨겨 주고 상처까지 치료해 주게 되는데요. 노루는 고마워하며 언젠가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는 말을 남기고 산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날 쑥부쟁이가 산 중턱쯤 내려왔을 때입니다. 한 사냥꾼이 멧돼지를 잡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쑥부쟁이가 치료해 준 노루를 쫓던 사냥꾼이었는데요. 쑥부쟁이는 재빨리 칡덩굴을 잘라서 사냥꾼을 구해 줍니다. 사냥꾼은 자신이 서울 박재상의 아들이라고 말한 뒤, 다음 가을에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나갑니다. 쑥부쟁이는 그 사냥꾼의 씩씩한 기상에 호감을 갖고 다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요. 그리고 가을이 어서 오기만을 열심히 기다립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쑥부쟁이는 사냥꾼과 만났던 산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올라 갑니다.그러나 사냥꾼은 나타나지 않습니다.쑥부쟁이는 더욱 가슴이 탑니다. 애타는 기다림 속에 가을이 몇 번이나 지나갔으나 끝내 사냥꾼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지요. 쑥부쟁이의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해 갑니다. 그동안 쑥부쟁이에게는 두 명의 동생이 더 생겼지요. 게다가 어머니는 병을 얻어 자리에 눕게 됩니다. 쑥부쟁이의 근심과 그리움은 나날이 쌓여만 갑니다. 어느 날, 쑥부쟁이는 몸을 곱게 단장하고 산으로 올라갔지요. 그리고는 흐르는 깨끗한 물 한 그릇을 정성스레 떠놓고 산신령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그러자 갑자기 몇 년 전에 목숨을 구해 준 노루가 나타납니다. 노루는 쑥부쟁이에게 노란 구슬 세 개가 담긴 보라빛 주머니 하나를 건네 주며 말합니다. '이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입니다.' 말을 마친 노루는 곧 숲속으로 사라집니다. 쑥부쟁이는 우선 구슬 한 개를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합니다. '우리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신기하게도 어머니의 병이 순식간에 완쾌됩니다. 그 해 가을, 쑥부쟁이는 다시 산에 올라 사냥꾼을 기다렸지요. 그러나 사냥꾼은 역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쑥부쟁이는 노루가 준 주머니를 생각하고 그 속에 있던 구슬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소원을 빌었지요. 그러자 바로 사냥꾼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사냥꾼은 이미 결혼을 하여 자식을 둘이나 둔 처지였습니다. 사냥꾼은 자신의 잘못을 빌며 쑥부쟁이에게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쑥부쟁이는 마음 속으로 다짐합니다. ‘저이에게는 착한 아내와 귀여운 아들이 있으니 그를 다시 돌려 보내야겠다.’ 쑥부쟁이는 마지막 하나 남은 구슬을 입에 물고 가슴 아픈 소원을 말합니다. 그 후에도 쑥부쟁이는 그 사냥꾼을 잊지 못하지요. 세월은 자꾸 흘러갔으나 쑥부쟁이는 결혼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동생들을 보살피며 늘 산에 올라가 사냥꾼을 생각하면서 나물을 캡니다. 그러던 어느 날 쑥부쟁이는 산에서 발을 헛디뎌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지요. 쑥부쟁이가 죽은 뒤, 그 산의 등성이에는 더욱 많은 나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났는데요. 동네사람들은 쑥부쟁이가 죽어서까지 동생들의 주린 배를 걱정하여 많은 나물이 돋아나게 한 것이라고 믿었지요. 연한 보라빛 꽃잎과 노란 꽃술은 쑥부쟁이가 살아서 지니고 다녔던 주머니 속의 구슬과 같은 색이며, 꽃대의 긴 목같은 부분은 아직도 그 사냥꾼을 사랑하는 쑥부쟁이의 기다림의 표시라고 전해집니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쑥부쟁이라 불렀다는 이야기..... 그래서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 기다림'이라네요.
구절초도 활짝 피었습니다. 역시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꽃이지요. 구절초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일본, 중국 북동부, 헤이룽강 유역의 깊은 산속 양지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땅속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새싹이 나오며 키는 50㎝ 정도 자라고요. 뿌리에서 나오는 잎과 줄기 밑에 달리는 잎은 날개깃처럼 2번 갈라지는데, 줄기 가운데 달리는 잎은 깊게, 줄기 위에 달리는 잎은 얕게 갈라집니다. 꽃은 하얀색 또는 연한 분홍색이며 9~10월에 지름이 8㎝에 달하는 두상(頭狀)꽃차례를 이루면서 피고요, 이 꽃차례는 줄기 끝에 하나씩 달리지요.
식물 전체에서 좋은 향기가 나서 뜰에 심어도 좋고요. 해가 잘 비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잘 자랍니다. 어린 순을 나물로도 먹을 수 있지요. 꽃이 달린 식물 전체를 캐서 그늘에서 말린 구절초는 한방과 민간에서 부인냉증, 위장병, 치풍 등을 치료하는 데 쓰고요. 음력 9월 9일에 약재로 쓰려고 꺾어 모은다고 해서 구절초(九節草)라고 한답니다.
가을의 여왕 국화입니다. 노오란 국화꽃이 피어야 비로소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지요. 그래서 국화는 가을의 상징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화는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고요. 관상식물로 널리 심고 있습니다. 줄기 아래쪽은 점점 단단해지며 키가 1m까지 자라기도 합니다. 잎은 어긋나고 날개깃처럼 갈라졌으며 갈라진 조각의 가장자리에는 작은 톱니들이 있지요. 꽃은 가을에 두상(頭狀)꽃차례로 무리지어 한 송이 꽃처럼 피나, 꽃이 피는 시기는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암, 수술이 모두 있는 통상화(筒狀花)와, 가장자리가 암술로만 된 설상화(舌狀花)가 있는데요. 꽃 색깔은 노란색, 흰색, 빨간색, 보라색, 주황색 등 품종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요.
국화는 동양에서 옛날부터 관상식물로 심었으며 사군자의 하나로 귀한 대접을 받아온 꽃이랍니다. 언제부터 국화를 심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고요. 중국에서 자라던 종류들 중 일부가 일본으로 들어가 많은 품종으로 개량되어 전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고려사'에 고려 의종(1163) 때 왕궁의 뜰에 국화를 심고 이를 감상했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이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국화를 심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화는 2,000여 종이 넘는 품종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새로운 품종들이 만들어져서 지금은 정확하게 몇 종류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네요. 국화는 품종에 따라서 꽃이 피는 시기와 꽃의 크기 및 생김새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눕니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서는 5~7월에 피는 하국(夏菊), 8월에 피는 8월국, 9~11월에 피는 추국(秋菊) 및 11월 하순부터 12월에 걸쳐 피는 한국(寒菊)이 있지요. 꽃의 크기에 따라서는 꽃의 지름이 18㎝가 넘는 대국(大菊), 지름이 9~18㎝ 정도인 중국(中菊), 지름이 9㎝가 채 안되는 소국(小菊)으로 나눕니다. 꽃의 생김새에 따라서는 편평한 꽃으로만 된 광판종(廣瓣種), 하나하나의 꽃이 말려 겹쳐진 것처럼 보이며 꽃의 끝이 위로 말려 있는 후판종(厚辦種), 둥그렇게 말려 관처럼 보이는 꽃으로만 이루어졌으며 끝이 위로 말리는 관판종(管辦種)이 있습니다. 위 사진의 국화는 추국이면서 소국에 속하는 꽃이랍니다.
국화는 반그늘지고 서늘하며 물이 잘 빠지는 흙에서 잘 자라며 가뭄에도 잘 견딥니다. 그런데 흙에 물기가 많으면 뿌리가 썩으므로 조심해야 하지요. 꽃의 크기가 큰 대국이나 중국 종류들은 화분에 심어 위로 곧추자라게 하고 소국은 분재를 하거나 한쪽으로만 길게 심는 현애작(懸崖作)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이나 들에 자생하는 국화도 있지요. 바로 들국화입니다. 들국화에는 노란색꽃이 피는 감국과 산국이 있는데요. 산국은 꽃의 달림이 줄기 끝에 뭉쳐있고 꽃의 크기가 1.5cm 정도인데, 감국은 꽃이 드문드문 흩어져 피고 꽃의 크기가 2.5cm 정도입니다. 감국이 산국보다 효과가 좋아 한약재나 국화차로 많이 이용되지요. 감국을 보기만 하면 너도나도 채취해가서 이제는 보기가 쉽지 않네요. 반면에 산국은 주변에 아주 흔하답니다.
*홍단풍
홍단풍의 잎새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네요. 단풍하면 내장산 단풍이 화려하지요. 오래전 내장산 단풍을 보러 갔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그 후로는 내장산 단풍을 보러갈 엄두가 안 나네요.
단풍나무는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단풍나무과(丹楓―科 Aceraceae)에 속하는 낙엽활엽 교목으로 키가 15m까지 자랍니다. 잎은 마주나고 5~7갈래로 갈라졌으며, 갈라진 조각의 끝은 뾰족하지요. 꽃은 5월에 산방꽃차례를 이루어 무리지어 피는데, 한 꽃에 암술 또는 수술만 있거나 2가지 모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꽃에는 수술이 8개, 암꽃에는 암술이 1개 있으며 암술머리는 2갈래로 갈라져 있고요. 꽃잎은 암꽃과 수꽃 모두 없고 꽃받침잎 5장이 꽃잎처럼 보이지요. 열매는 9~10월에 시과(翅果)로 익고요. 우리나라 남쪽지방에서 자라고 가을에는 잎이 붉은색으로 아름답게 물들기 때문에 관상수로 많이 심고 있습니다.
단풍나무는 많은 원예품종들이 만들어졌는데요. 이중에서 잎이 1년 내내 붉은 종류를 홍단풍(또는 봄단풍, 노무라단풍), 푸른 것을 청단풍,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수양단풍 등을 많이 심고 있지요. 단풍나무는 반그늘 또는 그늘지고 물기가 많은 땅에서 잘 자라며 추위에도 잘 견디지만, 공해가 심한 곳이나 바닷가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네요.
사진에 보이는 단풍나무는 홍단풍이지요. 홍단풍은 습기가 적당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라고요. 키는 7~13m 정도 자랍니다. 어린 가지는 녹색이나 자라면서 차츰 회색빛을 띠고요. 잎은 마주나고 붉은색이며 7~9개로 손바닥 모양으로 깊게 갈라집니다. 갈라진 조각은 넓은 바소꼴이며 차츰 뾰족해져 꼬리 모양으로 되지요. 잎은 봄부터 가을까지 붉은 것이 특징이나 잡종이 많아서 봄에만 붉은색을 띠는 것도 있고요. 꽃은 4~5월에 붉은색으로 피는데, 수꽃과 양성화(兩性花)가 함께 핍니다. 열매는 시과(翅果)로 2개의 날개가 거의 평행으로 달리지요. 공해나 병충해 및 추위에 강하고 재배가 쉬워서 어느 곳에서나 기를 수 있습니다. 나무 전체가 항상 붉게 물들어 있고 형태가 아름다워 관상수나 조경수로 많이 심는 품종이고요. 접붙이기나 꺾꽂이로 번식합니다. 일본이 원산지로 노무라(野村) 단풍이라고도 하지요. 한국과 일본 등지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쑥부쟁이, 구절초, 국화꽃이 활짝 피어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실감합니다. 아! 가을이네요.
2005년 9월 말경
봉숭아-정태춘, 박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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