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도 거의 끝나갈 무렵..... 아침 출근시간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선다. 아파트 화단에는 그동안 또 어떤 꽃들이 피고 졌을까?.......
*천일홍
맨 처음 눈에 띈 꽃은 천일홍이다. 꽃색이 1000일 동안이나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천일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꽃은 예로부터 법당을 장식하는 꽃으로 쓰였다. 아메리카 열대지방이 원산인 천일홍은 꽃모양과 색이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고 있다.
*과꽃
지난 7월부터 피기 시작한 과꽃은 8월달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많이 피어 있다. 분홍색의 과꽃이 참 곱기도 하다. 이 꽃을 보면 어린시절에 부르던 '과꽃'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그럴 때마다 나의 유년시절이 문득 떠오르고.....
올해도 과꽃이 피았습니다 .
꽃밭 가득 예쁘게 피였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
*백일홍
백일홍 한 포기도 노오란 꽃이 피었다. 花無十日紅(아름다운 꽃도 열흘 이상 가지는 못한다는 뜻)이라지만.....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100일이나 오래 간다고 해서 백일홍이란 이름이 붙었다. 백일홍은 붉은색, 노란색, 자주색, 분홍색 등 여러 가지 색의 꽃이 핀다.
백일홍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바닷가 마을에 목이 셋이나 달린 이무기가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해마다 이무기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쳤다. 그러던 어느 해 김첨지의 딸 차례가 되자 집안식구들은 모두 슬픔에 빠졌다. 그 때 뜻밖에도 늠름한 청년이 나타나 자신이 이무기를 처치하겠다고 나섰다. 청년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 그와 혼인을 하겠다는 처녀에게 100일만 기다리면 이무기를 죽이고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은 처녀에게 자신이 타고 가는 배가 돌아올 때 돛이 흰색이면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이고, 붉은 색이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으라고 말해 주었다. 처녀는 100일이 되기를 기다리며 매일 높은 산에 올라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100일째 되는 날 청년을 태운 배가 나타났으나 돛은 붉은 색이었다. 처녀는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은 청년이 이무기를 베었을 때 피가 돛에 튀어서 붉게 물든 것이었다. 처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급히 오느라 청년은 그녀와의 약속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 뒤 처녀의 죽은 자리에서는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백일기도를 하던 처녀의 넋이 꽃으로 피어났다고 하여 백일홍이라 불렀다는.....
*옥잠화
화단 한 귀퉁이에는 옥잠화가 고고한 모습으로 피어 있다. 먼저 피어난 꽃들은 이미 시들어 버리고..... 새로 올라온 꽃봉우리들은 막 개화하려고 하는 순간이다. 하얀색의 꽃봉우리 모양이 아주 곱고도 정갈하다. 그 모습이 흡사 옥비녀같다고 해서 옥잠화(玉簪花)란 이름을 얻었다. 코를 갖다 대고 꽃향기를 맡아보니 그윽하기 그지없다.
옥잠화에도 전설이.....
아주 먼 옛날 중국에 피리 부는 솜씨가 뛰어난 명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피리 한 곡조를 그윽하게 불고 있는데, 아름다운 피리소리에 넋을 빼앗긴 선녀가 홀연히 나타났다. 선녀의 청으로 피리의 명인은 밤이 새도록 피리를 불어 주었다. 이윽고 날이 밝아 하늘로 올라갈 시간이 된 선녀는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마음의 정표로 자신의 머리에 꽂고 있던 옥비녀를 던져주었다. 그러나 옥비녀는 피리 명인의 손을 스치며 땅에 떨어져 그만 깨져 버리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은 뒤 그 자리에는 이름 모를 꽃 한송이가 피어났다. 그런데 꽃봉오리의 모습이 마치 선녀가 던져 주었던 옥비녀와 쏙 빼닮은 것이 아닌가! 이 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옥잠화(玉簪花)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더덕꽃
백목련 나무줄기를 휘감고 올라간 더덕도 종모양의 꽃을 피웠다. 상큼한 더덕향이 코끝을 스친다. 더덕의 잎과 줄기에서 풍기는 향은 특이해서 야생동물을 쫓는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산골 농작물밭에 더덕을 심어서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의 피해를 막았다는 보고도 있다.
더덕의 뿌리는 폐와 신장을 보해주는 건강식품으로 쌉쌀한 맛이 일품이다. 진득거리는 하얀색의 즙액에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위를 튼튼하게 해준다. 더덕을 고추장에 장아찌를 박거나 구이를 해서 먹으면 좋다.
*참취꽃
참취꽃도 7월부터 피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여전히 피고지고 있다. 꽃모양이 작고 귀여운 것이 앙징맞다.
*원추리꽃
아직도 원추리꽃이..... 원추리는 봄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추리 무리 중에서 마지막으로 꽃을 피운 녀석이다. 한 송이는 이미 시들고 한 송이만 남았다.
*벌개미취꽃
7월달부터 피기 시작한 벌개미취도 여전히 한창이다. 벌써 씨앗을 맺은 녀석들도 보인다. 벌개미취도 아주 오랜기간 개화하는 꽃들 중의 하나다.
*봉숭아
봉숭아는 6월부터 피었는데..... 봉숭아도 참 오랜동안 피는 꽃이구나! 진분홍 봉숭아꽃이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들국화(감국)
노오란 들국화는 처음으로 피었다. 아! 이제 가을도 멀지 않았나 보다. 조금 이른 감도 없지는 않지만..... 무더운 여름도 이젠 다가올 가을에 자리를 넘겨 주어야 할 때가 된 모양이다.
원래 들국화라는 꽃은 없다. 산야에 자생하는 국화과 식물들을 통털어서 들국화라고 부른다. 국화과에 속하는 구절초, 개미취, 벌개미취, 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과꽃, 산국, 감국 등이 다 들국화로 불리우는 꽃들이다. 이들 중에서 식용과 약용으로 쓰는 것은 감국(甘菊)으로 줄기가 붉은색을 띠며, 맛이 달고 향기가 강하다.
들국화의 꽃봉오리는 해열, 소염, 항균, 혈압강하 등의 효능이 있다. 꽃봉오리에 들어있는 방향성 정유는 발열, 두통, 코막힘의 증상을 보이는 감기를 치료하는 약효가 있으며, 두통과 편두통, 어지럼증, 안구동통, 발적을 동반하는 고혈압을 치료하는 효과가 우수하다. 그 밖에도 들국화는 항균, 항병독의 효능이 있으며, 관상동맥 경화증, 지질대사 활성화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한약재다.
*쑥부쟁이꽃
가을의 전령사 쑥부쟁이도 피었다. 연한 자주색의 꽃잎은 높고 맑은 가을하늘을 닮았다. 산에 들에 쑥부쟁이가 피면 비로소 아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쑥부쟁이는 섬쑥부쟁이, 개쑥부쟁이, 참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꽃의 색깔도 흰색, 파란색, 보라색, 자주색 네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보라색의 까실쑥부쟁이꽃이다.
쑥부쟁이에 얽힌 슬픈 전설 하나.....
옛날 어느 마을에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대장장이) 딸이 있었다. 사람들은 대장장이의 딸을 ‘쑥 캐는 불쟁이네 딸’이라고 늘 ‘쑥부쟁이’로 불렀다. 어느 날 그녀는 산에서 우연히 위험에 빠진 젊은 사냥꾼을 구해 주었다. 사냥꾼은 훗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그녀를 떠나갔다. 그러나 재회를 굳게 약속했던 사냥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냥꾼을 기다리다 지쳐 버린 쑥부쟁이는 절망한 나머지 그만 절벽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듬해 그 자리에는 처음보는 보랏빛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이를 쑥부쟁이라 여겼다. 그래서 꽃이름을 쑥부쟁이로 부르게 되었다는.....
*좁은잎해란초
유라시아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인 노오란 색의 좁은잎해란초..... 우리나라에는 해란초가 바닷가 모래땅에서, 좁은잎해란초는 북한지방에서 자라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데 이 좁은잎해란초는 남한지방인 충청도하고도 충주에서 자라고 있는 것일까! 해란초에 바다해(海)자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척박한 바닷가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야생화임에 틀림없다. 바다가 그리워서 바닷가에 피는 꽃 해란초..... 지금 이 해란초도 어쩌면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분꽃
분꽃도 꽤 오랜 기간 동안 피어나는 꽃이다. 지난 7월부터 피기 시작하더니..... 꽃봉오리가 맺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활짝 피어있는 것도 있고..... 지는 꽃이 있는가 하면 까만 씨가 맺힌 것도 있다.
*꽃범의꼬리
벌개미취꽃이 지고있는 한켠에는 꽃범의꼬리가 한창 피어나고 있다. 이 꽃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범의꼬리는 북미 캐나다가 원산지로 원예용으로 많이 키운다. 이 꽃은 7월에서 9월까지 분홍색 또는 흰색의 꽃을 피우는데 꽃모양이 마치 배불뚝이 금붕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모양이다.
*층층잔대꽃
비비추 옆에는 자주색 층층잔대꽃도 피었다. 어릴 때 산에서 캐서 먹기도 했던 잔대..... 봄에 나온 연한 잔대싹은 훌륭한 산나물이다. 보리밥에 고추장을 얹어서 잔대싹에 쌈을 써서 먹으면 그 향과 맛이 아주 좋다.
초롱꽃과에 속하는 층층잔대는 7월에서 9월까지 종 모양의 연보라색 꽃이 핀다. 꽃은 원추꽃차례[圓錐花序]로 층층이 돌려나며 암술대가 화관 밖으로 뻗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층층잔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열매는 삭과(殼果)로 11월에 씨가 익는다. 한방에서 잔대의 뿌리를 사삼(沙蔘)이라 하는데 거담·진해·해독 등에 효과가 있다.
*꽈리
벌써 꽈리열매가 여물어간다. 어렸을 적 꽈리 주머니를 벗기고 열매의 씨를 모두 빼낸 다음 입에 넣고 불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열매가 익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 것은 땅꽈리다. 꽈리 전체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산장(酸漿)이라고 한다. 산장은 이뇨제·해열제로 쓰이고, 상처가 났을 때는 이것을 통째로 짓이겨서 바르기도 한다.
꽈리는 장식용으로 쓰기도 한다. 장식용으로 쓰려면 꽈리를 말릴 때 줄기 끝을 물에 담그어 둔다. 그러면 꽈리 주머니가 섬유질만 남아서 망사처럼 되어 안의 빠알간 열매가 들여다 보이게 된다.
*범부채 열매
범부채는 이제 꽃이 다 지고 까만 열매송이를 맺고 있다. 표범의 가죽무늬를 닮고 잎은 부채살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도 범부채다. 범부채의 뿌리는 인후종통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한약재다.
*부추꽃
잔디밭에는 하얀 부추꽃이 한 무더기 피었다. 부추는 여러 가지 요리에 많이 쓰이는 채소다. 특히 보신탕에는 이 부추가 꼭 들어가야만 제맛이 난다. 이 밖에도 부추로 김치를 담그거나 전을 부치기도 한다. 오이소박이에도 부추를 넣는다. 오이와 부추는 궁합이 잘 맞는 채소다. 여름에 입맛이 없을 때는 잘 익은 오이소박이가 최고의 반찬이다. 오이소박이를 한 입 물면 그 상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란.....
부추씨를 한방에서는 구자라고 하는데 양기를 보하는 한약재다. 간(肝)과 신(腎)을 보하고, 양기와 정력을 길러주는 효능이 있어서 조루, 유뇨, 냉대하, 허리와 무릎의 냉통에 쓴다.
오늘도 많은 야생화들과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꽃의 이름을 불러줄 때 그 꽃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와 활짝 피어난다. 오늘 하루도 흥겹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겠다.
2005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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