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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포토기행

林 山 2006. 1. 28. 18:23

토요일 진료를 끝내고 청주공항으로 갑니다. 1박2일의 일정으로 제주여행을 다녀오기 위해서지요. 제주도 남원읍에서 감귤농장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생이 있는데요. 벌써부터 한 번 다녀가라고 성화를 했거든요. 청주공항에서 제주에 가는 주말 비행기표는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한성항공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서울 사람들이 제주에 갈 때 김포공항보다 청주공항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는데요. 그래서 한달 전에 예약해서 겨우 토요일 오후에 떠나 일요일 마지막 비행기로 돌아오는 아시아나 항공권을 구할 수 있었지요.

 

드디어 비행기가 활주로를 미끄러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더니 금방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제주공항까지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네요. 충주에서 청주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공항에서 수속을 밟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비행기가 바다 위를 잠깐 나는가 싶더니 창밖으로 한라산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제주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비행기는 곧 제주공항 활주로에 내려앉았습니다.

 

제주에는 실로 5년만에 다시 와보는 것 같네요. 공항 밖으로 나오니 친구가 차를 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친구의 차로 성판악을 넘어서 서귀포로 가기로 합니다. 한라산 성판악을 넘는 도로는 5.16도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던데요. 아무래도 박정희가 일으킨 5.16 군사쿠데타를 합리화시키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5.16 군사쿠데타는 민주정치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따라서 5.16 도로는 하루 빨리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시민을 모독하는 것이 될 테니까요. 박정희처럼 군사쿠데타를 일으켜서 독재정치로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간들은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까지는 약 45분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멀리서 바라보는 한라산이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몇 년 전 겨울 눈이 아주 많이 내렸을 때 한라산을 이틀 연속으로 두 번이나 오른 적이 있었는데요. 그 전 날 대학산악부 대원 두 명이 한라산을 등반하다가 조난을 당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산을 오를 때는 항상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무리를 해서도 안 되지요.

 

*조랑말 방목장

 

서귀포로 넘어가기 전에 조랑말 방목장에 들렀습니다. 목장에는 풀이 파릇파릇 자라고 있고요. 조랑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네요. 목가적인 풍경입니다. 말의 털색깔이 고동색, 검정색, 회색, 하얀색 등으로 참 다양하네요. 언젠가 제주경마장에서 조랑말 경주를 봤는데요. 저렇게 작은 말이 사람을 태우고 얼마나 잘 달리는지 깜짝 놀란 적이 있지요. 그 때 5만원인가를 경마에 걸었는데 몽땅 날린 적도 있습니다. 경마는 하지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랑말(pony, 포니)은 키가 142cm 미만인 작은 말 품종인데요. 온순하고 지구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일반적인 품종 중에는 온순하고 지구력이 강해서 짐을 나르거나 어린아이들이 타기에 적합한 셰틀랜드 포니, 지구력과 풍채가 좋고 튼튼한 웰시 포니, 다리를 높이 들고 걷는 웰시 콥(Welsh Cob) 등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영국의 서머싯·데번·콘월 등의 황야가 원산지이고 지금은 폴로 경기용으로 쓰이는 엑스무어(Exmoor)와 다트무어(Dartmoor), 회색 승마용 말로 골격이 큰 하일랜드(Highland), 한국의 제주마 등이 있지요.

 

*조랑말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정란숙 여사

 

풀을 뜯어서 울타리 너머로 내밀자 조랑말들이 서로 다가와서 받아 먹습니다. 여기 있는 조랑말들은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네요.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조랑말 몇 마리 길러보고 싶은데요. 차 대신 말을 타고다니는 것도 괜찮을 듯 하네요. 

 

*친구네 감귤농장

 

성판악을 넘어서 남원읍에 있는 친구네 감귤밭에 들릅니다. 귤밭이 만오천 평이라는데 엄청 크네요. 노랗게 잘 익은 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귤농사를 잘 지은 것 같군요. 지금 귤을 한창 따는 중이라는데요. 육지에서 일꾼 다섯 명이 12월 말까지 두 달 동안이나 따야 한다네요.

 

*황금색으로 잘 익은 감귤

 

내 친구 박정선은 충주시 산척면 천등산 아래에 있는 산척국민학교(초등학교로 바뀌기 전의 이름)를 같이 다녔습니다. 또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랐고요. 그런데 이 친구 역마살이 단단히 낀 친구입니다. 젊었을 때는 전국각지를 헤매고 돌아다녔습니다. 방랑자가 따로 없지요. 그러다가 제주에 유람이나 한 번 하자고 왔다가는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대로 눌러앉았다고 합니다.

 

친구가 제주에 처음 왔을 때는 수타면을 전문으로 하던 '박가네 짜장면'이라는 중식집을 했더랍니다. 제주시와 서귀포 등 5일장이 설 때마다 옮겨다니면서 장사를 했는데요. 면을 손으로 일일이 뽑다보니 나중에는 어깨가 아파서 더 이상 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군요. 그래서 감귤농사로 전업을 했다고 합니다.

 

*감귤밭에서 정란숙 여사

 

저 많은 귤을 언제 다 딸지 짐작도 안 되네요. 정말 귤이 엄청나게 많이 달렸습니다. 귤을 딸 시기에는 눈이 내리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눈을 맞은 귤은 저장이 안 되기 때문이랍니다. 저장을 할 수 있으면 가격이 높을 때 출하를 해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데요. 저장이 안 되면 바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기가 힘들겠지요.

 

*감귤밭에서 필자

 

필자도 감귤밭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아봅니다. 이 동네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 감귤밭입니다. 귤밭마다 거의 돌담을 쌓아놓았는데요. 밭에서 나온 그 많은 돌들을 치울 데가 없어서 아예 돌담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또 귤밭 둘레에는 삼나무들을 심어놓았습니다. 삼나무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한다네요. 제주도를 삼다도라고 하잖아요. 바람과 돌, 여자가 많다던가요?  

 

*서귀포 시내 어느 집 돌담에 피어 있는 동백꽃

 

친구네 감귤농장을 보고나서 서귀포 시내로 들어가자 곳곳에 활짝 핀 동백꽃들이 반겨 줍니다. 육지는 지금 막 겨울로 접어들었는데..... 여기는 동백꽃이 한창이네요. 동백나무는 차나무과(茶―科 Theaceae)에 속하는 상록교목 활엽수로 한국과 일본, 타이완, 중국 등지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산다목(山茶木) 또는 산다화(山茶花)라고도 하고요. 겨울에서 봄까지 꽃이 귀한 시기에 피기에 동백목(冬柏木)이라고 하는 겁니다. 너무껍질인 수피(樹皮)는 회색빛이 도는 갈색이며 미끈하고요. 잎은 가죽처럼 두껍고 앞면은 광택이 나는 짙은 초록색이지만 뒷면은 노란색이 섞여 있는 초록색입니다. 꽃은 빨간색이며 겨울에 1송이씩 잎겨드랑이나 가지끝에 피는데요. 꽃잎은 5~7장이지만 꽃잎의 아래쪽은 서로 감싸고 있으며 꽃받침잎은 5장입니다. 수술대는 흰색이고 꽃밥은 노란색이고요. 

 

동백꽃의 붉은 꽃잎과 노란 수술은 맞붙어 있어서 시들기 전에 꽃이 통째로 톡 떨어집니다. 그 모습이 장렬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참수형이 연상된다고 해서 집안에 심거나 가문의 문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기시했다고 하네요. 동백나무 열매는 삭과( 果)로, 가을에 구형(球形)으로 익으며 3갈래로 벌어지는데 그 속에는 진한 갈색의 씨가 들어 있습니다. 꽃의 밑에서 화밀(花蜜)이 많이 나오는데, 동박새가 이것을 먹는 동안에 꽃가루받이가 일어나므로 조매화(鳥媒花)라고 할 수 있지요. 동백나무는 잎을 사시사철 달고 있어서 사절목(四節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동백나무는 한국에서는 제주도 및 중부 이남의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데 바닷가를 따라 서해안 어청도까지, 동쪽으로는 울릉도까지 올라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백나무 자생지로 유명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요. 우선 울산광역시 온산읍 방도리에 있는 목도(目島)에는 동백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어 동백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섬의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 제65호로 지정되어 있고요.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리의 동백나무숲은 동백나무의 북한계선으로 천연기념물 제66호로,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의 백련사 동백나무숲은 제151호로,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마량리의 동백나무숲은 제169호로, 전라남도 고창군 삼인리의 동백나무숲은 제 184호로, 경상남도 거제시 학동리의 동백나무숲은 제 233호로 각기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여수시의 오동도 또한 동백나무숲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의 남부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동백나무 중에 꽃 형태가 홑꽃이며 꽃 색갈이 분홍색 흰색인 희귀동백나무가 통영시 인근의 도서지방에서 군락형태로 발견된 바 있습니다.


*동백꽃

 

동백꽃을 가까이서 바라보니 그 아름다움이 더욱 잘 드러나네요. 한겨울에도 늘 푸르른 대나무나 소나무, 눈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 이 세 가지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 하는데요. 다른 꽃이 모두 지고 난 겨울에 피는 동백꽃도 엄동설한에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친구에 비유해서 세한지우(歲寒之友)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동백나무는 분재(盆栽)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생장속도는 느리지만 그늘지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잘 자라고 줄기에서 가지가 나오므로 가지치기를 많이 해도 잘 견디고요. 공해나 소금기에도 강한 나무입니다.

 

옛날에는 동백나무 열매의 기름을 짜서 등잔기름이나 머릿기름, 식용유, 화장품, 약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또 혼례식 상위에 동백나무, 대나무를 함께 꽂은 화병을 올려놓아 신혼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했고요. 견고하고 단단한 재질을 가진 동백나무는 지팡이나 다식판, 얼레빗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울타리나 관상수로 많이 심었던 까닭에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나무이기도 하지요.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중국남부에 걸쳐서 자생하는 동백속(屬) 식물은 약 200종(種)이상이 알려져 있는데요. 이 중 약 70종이 동백아속(亞屬), 즉 동백(C.japonica)과 애기동백(C.sasanqua)의 근연종이라고 하네요.

 

지난해 1월 일본 가고시마에 갔을 때도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놀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었는데요. 오늘 제주도 서귀포에 와서 예쁘게 핀 동백꽃을 보니 반갑네요.


*서귀포 죽림횟집에서 왼쪽부터 갈구님, 필자, 만주별님

 

친구의 안내로 서귀포에 있는 '죽림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마침 서귀포에 살고 있는 지인들 두 사람이 달려왔습니다. 만주별님은 지금 감리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갈구님은 무슨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 다 사회문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고향인 제주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지라 반갑기 그지없네요.


*죽마고우 박정선과 그의 부인

 

친구 박정선은 제주도에 와서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친구의 부인은 제주도 토박이라는데요. 인상이 부잣집 맏며느리처럼 인자하고요. 그리고 아주 넉넉한 마음씨를 간직한 분입니다. 다정한 두 부부의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군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필자와 정란숙 여사

 

정란숙 여사는 이번에 제주도를 처음 온 것이라고 하네요. 그만큼 제주는 가까우면서도 먼 곳이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지금은 충주에서 가까운 청주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가 있어서 옛날보다는 거리가 훨씬 가까와지긴 했지요. 제주에 친구와 지기들이 살고 있기에 앞으로는 좀더 자주 제주를 찾게 될 것 같네요.


*벵에돔회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는 사이에 벵에돔회가 나옵니다. 벵에돔은 양식이 아닌 자연산이라고 하네요. 벵에돔은 처음 먹어보는 회인데요. 육질이 찰지면서도 씹는 맛이 좋군요. 연홍색이 감도는 살색이 식욕을 돋구네요. 크기가 40㎝ 이상 되는 벵에돔은 지방층이 알맞게 발달하여 생선회가 깊은 맛을 낸다고 합니다. 벵에돔의 껍질회도 나왔는데요. 복어껍질처럼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더군요.

벵에돔

*벵에돔

 

벵에돔은 농어목 황줄깜정이과의 바닷물고기입니다. 이 놈은 밤에는 주로 암초 지대에 가만히 있다가 낮이 되면 먹이 활동을 한다고 하는데요. 몸길이는 최대 50cm까지 자란다고 하고요. 몸의 색은 매우 어두운 흑갈색으로 암초 또는 자갈이 많은 지역의 해조류가 무성한 곳에 서식하고 있답니다. 벵에돔은 타이완과 동중국해, 일본 중부 이남, 한국 남부 등 서북태평양의 온대 해역에 주로 많이 분포하고요. 한국에서는 남해 근해에서 제주도까지 폭넓게 서식하고 있다네요. 

 

벵에돔과 비슷한 물고기로 긴꼬리벵에돔이 있는데요. 전문낚시꾼들이 최고로 회맛이 좋다고 꼽는 어종입니다. 돌돔과 쌍벽을 이루는 최고급 어종이지요. '여름에는 돌돔, 겨울에는 긴꼬리벵에돔'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요. 제주도와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난류성 어종이랍니다. 특히 동해바다 독도에 많이 살고 있다네요. 양식은 물론 불가능한 어종이고요.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가장 맛있는 시기랍니다. 제주도에서는 가파도나 마라도, 지귀도 등 남제주군에서 잡은 것을 최고로 치고요. 긴꼬리벵에돔을 회로 뜨면 연홍색 살점에 무지개빛이 돌고 기름기가 많은데 그것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해산물 구이모듬

 

다음에는 해산물을 굽거나 삶은 요리가 한 접시 나옵니다. 대하, 홍합, 소라가 올라와 있네요. 소라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이지요. 소라류는 연체동물문(軟體動物門) 복족강(腹足綱) 전새아강(前 亞綱)의 소라과에 속하는 해산동물들인데요. 각구(殼口)가 넓으며, 패각은 단단하고 터번 모양으로 볼록하게 꼬여 있습니다. 패각의 표면에는 작은 구슬 모양의 돌기 또는 혹이 돋아 있거나, 융기선(隆起線)이 있고요. 소라류 중에서 가장 큰 종은 동인도제도와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지인 녹색소라로 각고(殼高)가 20㎝까지 성장한다고 합니다. 연체부를 보호하기 위해 각구를 막는 덮개인 뚜껑은 넓고 등글며, 그것으로 단추를 만들기도 한다네요. 한국에는 소라, 납작소라, 눈알고둥, 바퀴고둥, 잔뿔소라, 팥 알고둥 등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대하는 뭐니뭐니해도 소금구이가 최고지요. 푸라이팬에 소금을 깔고 대하 껍질이 빨간색이 돌 정도로 구우면 되는데요.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지요. 자연산 대하와 양식 대하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자연산 대하의 수염은 양식 대하의 수염에 비해서 두 배 정도 더 길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자연환경에서 먹이를 찾다가 보니 더듬이 역할을 하는 수염이 발달한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양식 대하는 먹이를 주니까 먹이를 찾기 위한 더듬이가 사실상 필요없잖아요. 그래서 자연산에 비해 수염이 퇴보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홍합은 구이도 좋지만 뜨끈뜨끈한 홍합국이 더 좋지요. 옛날 포장마차에 들르면 주인이 덤으로 내놓곤 하던 것이 홍합이었는데..... 요즘은 포장마차 구경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또 옛날같은 인심도 보기 힘들고요.  


*각종 해산물 모듬회

 

이번에는 여러 가지 해산물 모듬회가 나오네요. 전복회도 보입니다. 그 비싸고 귀하다고 알려진 전복이 이 집에서는 덤으로 나오는군요. 그밖에 오분자기, 성게알, 멍게, 소라, 해삼도 올라왔습니다. 전복과 오분자기의 맛은 비슷하네요. 오늘에서야 비로소 전복과 오분자기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전복은 오분자기에 비해 몸체가 크고요. 그리고 출수구(호흡구멍)가 전복은 4~5개인데 비해 오분자기는 7~8개로 전복보다 많습니다. 출수구의 모양도 전복은 깔대기 모양으로 위로 돌출되어 껍질위로 나와 있는데, 오분자기는 밋밋하고 평편한 편이지요. 또 전복의 패각은 울퉁불퉁한데 오분자기는 비교적 매끈한 편입니다. 오분자기는 제주도에서만 생산된다고 하네요.

 

성게알도 좋아하는 해산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게알은 일본사람들도 즐겨먹는다고 그러던데요. 술안주로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성게알은 비타민이 많고 맛이 고소해서 병후 회복기나 식욕이 없을때 특히 좋다고 하는데요. 희소성과 뛰어난 맛으로 인해 성게알을 운단이라고도 하는데, 최고급 해산물로 인정받고 있지요. 성게로는 젖도 담그고 국이나 죽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습니다.

 

해삼이나 멍게도 훌륭한 술안주지요. 해삼은 바다의 산삼이라고 불릴 만큼 사람에게 좋은 해산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몸색깔이 붉은 해삼을 홍삼이이라고 하는데 해삼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치지요. 해삼회는 그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이고요. 멍게는 상큼한 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요. 소라회는 약간 미끌거리면서 비린내가 나서 손이 자주 가지 않네요.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친구와 함께 보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려 봅니다. 동네 앞 개울에서 벌거벗고 헤엄을 치던 일이며, 여름철 저녁이면 동네 어귀로 참외서리를 하러 갔던 일들이 마치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아, 옛날이여~~

 

서귀포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내일 아침 일찍 한라산을 오르려면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들어야만 합니다. 갈구님, 만주별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친구가 서귀포에 있는 아담한 모텔에 숙소를 잡아주는군요. 친구 부부는 남원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한라산을 꿈꾸며.....

 

2005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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