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1월 20일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하룻밤 쉬어간 임 산입니다.
산행에 지친 몸으로 저녁밥을 하려니까 황선생님께서 함께 식사를 하자며 저를 식탁으로 초대를 하셨지요.백두대간 종주자에게 한끼의 식사와 하루의 잠자리 제공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대개의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의 사무적인 태도와는 다른 선생님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씨는 저를 감동시켰습니다.그날 함께 묵었던 산행객들이 대피소 너머에 있는 샘으로 물을 뜨러 가다가 빙판에 미끄러져 다칠까봐 물까지 떠다 주시는 모습을 보고 저는 바로 이런 분이야말로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꼭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작년 5월에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도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지리산에서 삿갓골재까지 걸어서 오느라 지친 저에게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해 주셨습니다.이튿날 아침 다시 대피소를 떠나기 전에 저는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꼭 전해 주겠다고 약속했었지요.
저는 그 사진을 우편이나 다른 방법으로 전해주기는 싫었답니다.선생님을 직접 만나 제 손으로 전해 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저는 백련사에서 향적봉을 올라 중봉,백암봉,동엽령,무룡산을 넘어 사진 한장을 들고서 삿갓골재 대피소까지 갔던 것입니다.선생님이 저에게 베풀어 주셨던 도움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진 한장을 전해 주고 나서야 빚진 마음을 어느 정도 덜 수가 있었답니다.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눈덮인 덕유산맥을 넘었습니다.
이번에도 선생님께서는 아침까지 해 주셨지요.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삿갓골재를 떠날 때는 못내 아쉬웠답니다.그러나 선생님을 만난 기쁨에 하루종일 눈보라를 맞으면서도 흐믓한 마음으로 육십령까지 무사히 갈 수가 있었습니다.삿갓봉을 지나 남덕유,서봉을 거쳐 육십령에 내려설 때까지 내내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걸었습니다.
제가 덕유산 근처에 갈 때마다 삿갓골재를 바라보는 것은 바로 덕유산과도 같이 넉넉한 마음을 가진 선생님같은 분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공무수행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선생님만 같다면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새해에도 건강하시고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안녕히 계십시요.
2002년 1월 23일
충주에서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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