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전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들 정하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 있다. 평소 그럴 녀석이 아닌데..... 아무래도 몸에 이상이 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불을 들추고 까닭을 물어 보자, 정하는 '몸이 오슬오슬 떨리면서 머리도 아프고 속도 편하지 않아요.' 하는 것이 아닌가! 이마를 짚어 보니 열이 심하고, 맥도 부긴(浮緊)한 맥상이다.
더 물어볼 것도 없이 녀석은 감기에 걸렸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급히 삼소음(參蘇飮) 한 첩을 처방해서 아내에게 달이라고 일렀다. 삼소음은 감기로 인해 두통, 열, 기침, 가래가 성한 증세를 치료하는 처방이다. 이 처방은 감기 초기증세나 어린아이 감기, 여성의 임신 오조(惡阻)에도 쓸 수가 있다. 삼소음은 민간요법이 아닌 만큼 반드시 한의사와 같은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정하에게 삼소음 한 첩을 달여서 먹이고는 따뜻한 방에서 땀을 푹 내도록 하였다. 이튿날 아침, 이불속에서 나온 정하가 하는 말이 감기기운이 깨끗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나는 혹시나 해서 재탕한 한약을 한 번 더 먹으라고 하였다. 하지만 녀석이 감기가 깨끗하게 다 나아서 약을 더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바람에 그만두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그날 저녁 내 몸이 오슬오슬 떨리면서 목젖과 편도가 부어서 음식은 물론이고 침도 삼키기 어려울 만큼 목이 아픈 것이 아닌가! 정하에게서 나간 감기가 멀리도 못가고 나에게 온 것이다. 이런 불효막심한 녀석같으니라고..... 마침 정하에게 먹이려고 남겨 놓았던 삼소음 재탕한 것을 한 사발 마시고 이불을 덮어쓰고 땀을 푹 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른 증세는 다 풀렸는데 목젖과 편도선이 부은 것은 그대로다.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아파 견딜 수 조차 없다. 음식맛도 제대로 모르겠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만 했기에 한약을 처방할 겨를도 없이 삼소음 삼탕한 것을 마시고 집을 나섰다.
어제 저녁 때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쌍화탕에 시호, 황금, 사간, 길경을 가미한 처방을 만들어 달였다. 쌍화탕은 외감(外感), 내상(內傷)을 막론하고 두루 쓸 수 있는 처방으로 감기에도 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시호, 황금, 사간, 길경은 인후염이나 편도선염을 치료하는 효능이 뛰어난 약재들이다. 우방자가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하필이면 그 때 마침 약재가 떨어지고 없었다.
약을 한참 달이고 있는데 평소 가깝게 지내던 후배 김봉환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독감에 걸려서 학교도 결근을 하고 집에서 끙끙 앓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는데도 아무런 차도가 없다는 것이 아닌가! 증세를 물어보니 정하의 증세에다가 내 증세를 합쳐 놓은 꼴이다. 한약을 지어놓을테니 집으로 오라고 일렀다.
김선생이 오기전에 삼소음에 쌍화탕 가감방을 합방한 처방 여섯 첩을 지어놓았다. 잠시후 김선생이 왔다. 현관을 들어오면서 그는 요즘 독감이 한창 유행하는데 특히 목이 아픈 것이 특징이라는 말을 전한다. 그에게 삼소음 사탕한 것을 먹도록 하고, 남은 것은 보온병에 담아서 한약과 함께 보냈다.
쌍화탕 가감방을 한 사발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방을 따뜻하게 해서 땀을 푹 내고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훨씬 덜 아프다. 편도선도 많이 가라앉았다. 학교에 가기전에 재탕 달인 것을 한 사발 마시고 집을 나섰다. 어제보다는 한결 상쾌한 느낌이다. 정말 날아갈 듯 한 기분이다. 어제와 비교해서 이제는 거의 완쾌된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김선생도 어제 내가 지어준 한약을 복용하고서 독감이 거의 다 나았다는 것이다. 목도 그렇게 아프던 것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정하와 나, 그리고 김선생은 올겨울에 유행하는 독감으로부터 탈출할 수가 있었다.
2002.11.26
자료제공-장수건강마을 충주 임종헌한의원 http://cafe.daum.net/leemsa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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