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으로 좌반신이 마비된 50대 중반의 남자 환자가 래원했다. 최씨 성을 가진 그는 2년 전인가 중풍으로 쓰러져 좌반신이 마비되었다. 중풍의 원인은 뇌출혈. 그로 인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되어 좌반신 마비라는 후유증이 남은 것이다. 그의 후유증은 한의원 2층 계단을 올라올 때는 난간에 의지하고 간신히 올라올 수 있으나 혼자힘으로는 도저히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중증이었다. 이 정도면 노동력이나 생활력이 거의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가정형편도 매우 어려웠다. 부인이 막노동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과년한 딸은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모양이었고..... 내가 보기엔 그는 분명 의료보호 대상자였다. 그러나 작은 평수의 아파트나마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의료보호 대상자 선정에서 번번이 제외된다고 했다. 의료보호 대상자 선정기준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에 틀림없다. 나는 그 대안으로 장애인 판정을 받으면 의료보호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그에게 일러 주었다.
그 날부터 중풍 후유증 치료에 들어갔다. 물론 최소한 3년 동안 일주일에 2일 내지 3일은 침과 뜸치료를 받는다는 다짐을 받고..... 중풍후유증은 그 치료경과가 매우 더디다. 그래서 환자들은 대개 1,2년간 치료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약까지 쓴다면 돈도 많이 드는 병이다. 풍을 맞아서 심각한 후유증이 남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고생이다. 치료를 담당한 의사도 지치기 일쑤고.....
그러나 꾸준히 치료를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 보면 치료결과에 확실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나는 중풍환자가 오면 최소한 3년 동안은 열심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럴 자신이 없는 환자는 애시당초 받지도 않는다. 몇 주 또는 몇 달 치료하다가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고 중간에 포기하면 그간의 치료가 아무런 소용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치료한 환자들 중에는 후유증을 4년만에 고친 사람도 있다. 내 어머니가 좋은 예다. 4년 전 어머니는 중풍으로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었었는데 꾸준한 치료결과 지금은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아직 좌측 손발에 저림증세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어머니는 완전한 회복을 목표로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최씨는 1주일에 두 번씩 빠지지 않고 치료를 받으러 왔다. 그가 올 때마다 나는 왼쪽과 오른쪽 반신을 번갈아가며 중풍칠처혈(中風七處穴)을 중심으로 침과 뜸치료를 해 주었다. 중풍칠처혈이란 백회,곡빈,견정,곡지,풍시,족삼리,절골 등 일곱 개의 혈로 중풍 후유증을 치료하는 중요한 혈자리이다. 나는 보통 중풍칠처혈에다가 외관,합곡,후계,양릉천,삼음교,태충,곤륜(일명 임종헌의 중풍14처혈)혈을 더 추가해서 시침을 한다. 중풍 후유증에는 이 일곱 개의 혈자리를 기본으로 증상에 따라 몇 개의 혈을 추가해서 침이나 뜸을 놓는다. 예를 들면, 말을 못할 때는 중풍칠처혈에다가 아문,염천,천돌,풍부혈을 추가하는 식으로.....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최씨가 한의원에 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최씨가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2층 계단을 업고 내려가서 택시까지 잡아주곤 했던 사무장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까닭을 물으니 저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의원에 왔을 때라고 한다. 치료를 마친 최씨가 사무장의 등에 업혀 계단을 내려가는데, 그의 부인으로부터 '차라리 나가서 죽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울먹이더란다. 그리고 앞으로는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지 못 할 것 같다는 말을 하더란다.
중풍을 앓기 전 최씨는 가족들에게 못 할 짓을 많이 했다고 한다. 부인에게 함부로 욕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손찌검도 자주 했다. 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제대로 갖다 주지 않았다. 자식들도 아버지가 없는 것이 도리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몸이 성할 때 부인에게 살갑게 잘했다면 그렇게 모진 말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 날품팔이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의 부인은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 남편이 얼마나 야속했을까! 젊었을 때 온갖 구박을 하던 남편..... 이제는 가족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짐만 되는 남편..... 나는 그의 부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니 '있을 때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세상의 남편들이여, 지금의 부인에게 있을 때 잘 하시기 바란다.
내가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의 가정형편을 감안해서 진료비를 면제해 주는 것이었다. 사무장을 통해서 최씨에게 치료를 계속 받으러 오라고 했는데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왜 치료를 포기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중풍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뇌출혈이다. 또 뇌출혈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관리를 잘 해야만 한다. 고혈압을 다스리는 명방인 천마구등음이나 두충산같은 한약처방은 혈압을 근본적으로 다스려 줄 뿐만 아니라 중풍을 예방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양약은 현상만을 다스려 줄 뿐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그래서 양방병원에서 처방한 혈압약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평생 죽을 때까지 그 약을 복용해야 한다.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중풍은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중풍으로 한 번 쓰러지면 원래의 건강을 되찾기란 힘들고도 어렵다. 환자 자신도 고통스럽거니와 가족들도 힘들게 한다. 중풍을 앓았던 사람의 재발율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4 배나 높다. 그렇기 때문에 중풍환자들은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중풍을 예방하려면 우선 욕심을 버리고 즐겁고 신바람나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중풍에 걸리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대개가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욕심이 많다 보니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화가 치밀게 된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면 뇌혈관이 터지기 쉽다. 다음,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 골프나 테니스와 같은 비대칭운동보다는 산보나 등산,수영,달리기와 같은 대칭운동이 좋다. 물론 스트레스를 주는 내기운동은 금물이다. 마지막으로 체질에 맞는 섭생이 중요한데 되도록이면 농약이나 공해에 오염이 안 된 식품을 먹어야 한다. 또한 가공식품보다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같은 가공이 안 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하루에 한 끼 이상은 반드시 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예방법을 잘 지켜서 모든 사람들이 중풍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05년 6월 15일
자료제공-장수건강마을 충주 임종헌한의원 http://cafe.daum.net/leemsa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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