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항재
삼척서 돌아오는 길..... 화방재를 넘다가 갑자기 만항재가 보고 싶어졌다. 만항재에 올라서자 함백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하늘에는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가끔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2001년 5월 14일 지리산 천왕봉을 떠난 나는 백두대간 마룻금을 한달이 넘도록 홀로 걸어서 2001년 6월 19일 이 화방재에 올랐었다. 20kg이 넘는 배낭을 지고 수없이 많은 산봉우리들을 넘느라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무릎은 몹시도 시큰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날도 안개가 잔뜩 끼고 비까지 내렸었는데......
만항재는 남한 제6봉 함백산(1,573m)에서 남한 제7봉 태백산(1,567m)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 마룻금에 있는 고개다. 함백산과 화방재 중간쯤에 있는 이 고개는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 그리고 영월군 상동읍의 경계를 이룬다. 만항재를 오르다가 보면 민족의 영산 태백산의 장엄한 모습이 바로 앞에 바라다 보인다.
만항재(1,313m)는 한국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지리산 정령치(1,172m)나 성삼재(1,102m), 계방산의 운두령(1,089m)보다도 높다. 그래서
별들이 쏟아지는 듯한 밤하늘의 풍경이 환상적인 야간 드라이브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만항재 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더니 지저분한데다가 악취까지 나서 도저히 용변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화장실은 그 나라의 얼굴이다. 사용자도 공중도덕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지만 관리도 잘해야 한다.
해발 800m 고지대에 자리잡은 만항마을은 원래 탄광촌이었는데, 폐광이 되면서 주민들은 밭농사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에는 야생화 마을을 조성하여 매년 '함백산 야생화 축제'를 열고 있다. 만항마을 아래에는 한국의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인 정암사가 있다.
만항마을을 지나오는데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함백산 만항재 풍력발전단지에는 총 16기의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이 자연생태관광지를 망친다면서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결사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나라의 정책을 결정할 때는 과거 독재정권들이 해왔던 밀어붙이기식보다는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201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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