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노루오줌

林 山 2013. 6. 28. 15:57

노루오줌


예빈산 소나무 보호수 바로 옆에는 순백색의 노루오줌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아직 꽃이 다 피지 않아서 노루오줌인지 흰숙은노루오줌인지 구분할 수는 없었다. 꽃대가 꼿꼿하면 노루오줌, 꽃대가 옆으로 수구러지면 흰숙은노루오줌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긴 꽃대에 수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피는 노루오줌은 은은한 멋이 있어 초여름의 산객들에게는 반가운 꽃이다. 


전국의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루오줌은 여러해살이풀로 습기나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노루오줌의 꽃색은 흰색, 연분홍색, 연보라색, 붉은색, 홍자색 등 여러 가지다. 크기도 15㎝ 정도에서 1.5m까지 다양하다. 노루오줌은 뿌리에서 오줌과 비슷한 지린내가 난다. 그래서 노루오줌이란 이름이 붙었다. 노루오줌은 홍승마, 홍삼칠, 큰노루오줌, 왕노루오줌 등의 이명이 있다. 꽃말은 '기약 없는 사랑, 연정'이다


범의귀과(Saxifragaceae)의 노루오줌속(Astilbe)은 한국, 일본, 중국 등 주로 동아시아에 분포하며 일부가 북미에 자생한다. 노루오줌은 현재 약 14종이 알려져 있다. 유사종까지 포함하면 약 150종을 헤아린다. 외국에서 절화식물로 이용하는 '아스틸베(Astilbe)'는 노루오줌을 육종한 것이다.  


노루오줌속의 속명인 Astilbe는 그리스어로 ‘없다(without)’는 의미의 ‘a’와 ‘탁월하다(brilliance)’는 뜻의 ‘stilbe’의 합성어다. 어원에서 보듯이 꽃이 작아서 돋보이지 않는 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노루오줌의 영어명 'False Spirea'는 작은 꽃들이 모여 핀 모습이 조팝나무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 'False Goat's Beard'는 노루오줌의 또 다른 영어명이다. 'Goat's Beard'는 눈개승마의 영어명인데 꽃이 염소 수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노루오줌은 눈개승마와 비슷하다. 그래서 눈개승마에 '가짜(False)'를 붙여서 명명한 것이다. 울릉도에서 재배하는 삼나물이 바로 눈개승마다. 


한국에 자생하는 노루오줌속은 노루오줌, 숙은노루오줌, 흰숙은노루오줌, 둥근노루오줌, 진퍼리노루오줌, 한라노루오줌, 외잎승마 등이 있다. 숙은노루오줌은 꽃이 옆으로 기울어진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홍승마(朝鮮紅升麻)라고도 한다. 흰숙은노루오줌은 꽃이 흰색이다. 둥근노루오줌은 숙은노루오줌에 비해 잎이 작고 둥글며, 꽃과 열매는 다소 크다. 전남과 황해도, 함북에 분포하는 특산종이다. 진퍼리노루오줌은 충북 속리산, 경기 광릉, 강원 향로봉, 함북 경성에서 자라는 특산종이다. 꽃은 엷은 도색(桃色)이다. 한라노루오줌은 키와 잎이 작고 꽃이 연분홍색이다. 제주도 특산종이다. 외잎승마는 근생엽이 홑잎으로 압록강 상류와 일본에 분포한다.  


노루오줌은 토양을 덮어 풍수해를 방지해 주는 지피식물로 이용가치가 매우 높다. 호반이나 천변에 심으면 지피식물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경관도 아름답게 조성할 수 있다. 노루오줌은 다른 숙근초와 함께 심어도 잘 어울리고, 교목이나 관목의 그늘 아래 심어도 좋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노루오줌을 공원이나 식물원, 정원에 많이 심고 있다. 


노루오줌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전초를 술로 담그기도 한다. 노루오줌의 전초와 꽃은 한약재로 쓴다. 한의학에서 노루오줌의 전초를 소승마(小升麻)라고 한다. 소승마는 거풍(祛風), 해열(解熱), 진해(鎭咳) 작용이 있어 풍열감모, 기침, 두신통(頭身痛) 등의 치료에 쓴다. 노루오줌의 뿌리를 적승마(赤升麻)라고 한다. 적승마는 활혈거어(活血祛瘀), 해독진통(解毒鎭痛) 작용이 있어 타박상, 관절염, 근육통, 근골산통, 위통, 수술 후 동통, 독사교상(毒蛇咬傷) 등을 치료한다. 


2013.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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