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한의학 치료로 수면제를 완전히 끊은 불면증 할머니

林 山 2014. 4. 1. 10:11

10년 이상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74세의 할머니가 내원했다. 완고한 불면증으로 10년 이상 수면제에 의존해온 할머니는 성격이 예민하고 때때로 심계(心悸), 불안, 다겁(多怯) 증상을 동반하고 있었다. 10여년 전 남편이 대장암 선고를 받았을 때 크게 놀란 적이 있으며, 당뇨병도 앓고 있었다.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매일 밤을 뜬눈으로 새야 하는 고통스러운 불면증으로 할머니의 삶의 질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할머니는 '제발 내 불면증 좀 고쳐 주구료. 내 불면증만 고쳐주면 온 동네방네 다니면서 원장님을 명의라고 소문을 내주겠수'라고 말했다. 그만큼 할머니는 절박한 심정이었을 게다. 


소 겪지 않은 사람들은 불면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질환인지를 잘 모른다. 독재정권 치하에서 반정부 인사들을 탄압할 때 가장 흔히 써먹은 고문 수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잠 안재우기다. 인간의 생리현상을 강제적으로 차단하고 방해함으로써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제로 수면을 방해할 경우 심하면 정신이상 증세까지 초래하여 폐인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수년 동안의 임상을 통해서 수면제를 복용한 불면증 환자의 치료율이 그렇지 않은 환자의 치료율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목격했다. 할머니는 10년 이상 수면제를 복용해왔기 때문에 어려운 치료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2014년 2월 초부터 꾸준하게 치료에 임할 것을 당부한 뒤 할머니의 불면증 치료에 들어갔다. 한약은 귀비탕과 온담탕 계열을 위주로 처방했다. 침은 1주일에 2~3회 백회, 단중, 신문, 영도, 삼음교, 부류 가운데 3~4개 혈을 선택해서 시술했다. 2월 한 달은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치료 기간이 한 달이 넘어가면서 할머니는 점점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갔다. 할머니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내원할 때마다 용기를 불어넣어 주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할머니는 반신반의하면서도 필자의 치료를 성실하게 잘 따라 주었다. 할머니의 신뢰가 있었기에 필자는 다년간의 불면증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를 계속할 수 있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두 달째 되는 날 월요일이었다. 할머니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가득 담은 채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나를 보자마자 할머니는 '지난 주에는 드디어 매일 먹던 수면제를 완전히 끊었다우'라는 말을 무용담처럼 들려주는 것이 었다. 일주일 동안 수면제를 단 한 알도 먹지 않았다니! 할머니의 말을 듣고 나 스스로도 잘 믿어지지가 않아서 '정말인가요?' 하고 되물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마침내 10여년 이상 의존해 온 수면제에서 해방되었다. 하지만 수면의 질은 아직 그리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면제를 끊은 것만 해도 그게 어딘가! 앞으로는 수면의 질을 높이는 치료만 하면 될 것이다. 한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는 하루였다.     


할머니의 수면제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2014.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