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74세의 할머니가 손발과 온몸이 떨리는 진전증(振顫症, tremor)으로 내원했다. 할머니는 덜덜덜 떨리는 손을 보여주면서 혹시라도 중풍이 오는 것 아니냐면서 불안해 했다. 그동안 양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전혀 없어서 고민하다가 문득 내 생각이 떠오르더란다.
먼저 할머니의 증상은 중풍이 아니라고 안심부터 시켜 드렸다. 그리고 문진(問診)을 통해서 진단에 도움이 될 만한 변증거리들을 찾았다. 할머니의 진전증은 파킨슨 증후군(Parkinson-Plus Syndrome)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할머니는 다리보다 손이 더 떨린다면서 마음이 복잡하고 불안하면 심해지고, 안정되면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었고, 낮에는 땀을 별로 흘리지 않지만 밤에 잘 때는 식은땀을 흘렸다.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으며, 현기증도 심했다.
오른쪽 무릎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잘 걷지 못했고, 팔과 다리에는 힘이 없었다. 대퇴와 아래다리의 근육통도 호소했다. 입은 쓰고 바싹바싹 마른다는 것이었다. 기운도 없고 피곤해서 만사가 다 귀찮다고도 했다.
할머니를 주의깊게 살피면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천지신명의 계시처럼 한약 처방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이상하게도 치료 효과가 매우 좋았다. 그래서 나는 한약 처방이 떠오를 때까지 환자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한약은 보중익기탕을 주방으로 보간신(補肝腎), 거풍습(去風濕), 안신(安神) 약재 몇 가지를 더하여 처방했다. 할머니에게서 전형적인 기허증(氣虛症) 주증과 함께 음허증(陰虛症), 혈허증(血虛症)의 겸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약 처방과 함께 사암침법의 비정격을 이틀에 한 번 병행하기로 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한약을 복용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내원한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기쁨에 넘치는 목소리로 '손발이 벌벌 떨리던 게 이젠 안떨려요. 한약 효과가 어쩌면 그리도 좋을 수가 있지요?'라고 말했다. 정말 할머니의 수전증과 전신 진전증은 거짓말처럼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나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할머니는 한약 효과의 뛰어남에 대해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앞으로는 몸이 아플 때마다 꼭 내 한의원에 와서 치료하겠다는 것이었다. 진전증 할머니의 예처럼 한약을 정확하게 쓰면 부작용 없이 근본적으로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 한의학의 우수성은 이미 전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다음부터는 할머니의 진전증에 대한 치료를 종료하고, 불면증과 무릎의 관절염에 대한 치료는 계속하기로 했다. 기뻐하는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한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끼는 하루였다.
2014.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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