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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하늘재 가는 길

林 山 2016. 7. 9. 12:55

신라 망국의 한을 품고 마의태자, 덕주공주 울면서 넘던 하늘재로 떠나볼까나! 물안보, 꽃샘마을(花泉里) 꽃피는골(發花洞)을 지나 작은새재(小鳥嶺) 옛길을 따라 또 한 고개를 올라서면 백두대간 이유릿재(梨花嶺)이다. 옛날에는 사나운 짐승들이 많아서 여럿이 함께 넘는다고 해서 이유릿재였는데, 주변에 배나무가 많아서 이화령으로 부르게 되었다.  


백두대간 이화령


이화령에서 바라본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삼풍리 일대



이화령에서 바라본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삼풍리 일대


이화령(548m) 산마루에 올라서서 북쪽 저 멀리 백두산(白頭山, 2,744m, 중국측 발표는 2,749.6m)을 떠나 남쪽으로 깃대봉(835m), 신선암봉(神仙巖峰, 937m), 조령산(鳥嶺山, 1026m)을 지나 이화령까지 치달려 온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소리없는 맥동을 온몸으로 느낀다. 백두대간은 다시 이화령을 떠나 조봉(鳥峰, 675m), 황학산(黃鶴山, 912m), 백화산(白華山, 1,063m)을 돌아서 지리산(智異山, 1,915.4m)을 향해 뻗어간다. 


이화령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삼풍리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장성봉(長城峰, 916.3m)에서 북쪽으로 뻗어올라간 능선에 솟은 봉우리는 악휘봉(樂輝峰, 845m)과 말똥바우 마분봉(馬糞峰, 776m), 악휘봉에서 서북쪽으로 뻗어간 능선에 솟은 봉우리는 시루봉(866m)과 덕가산(德加山, 850m)일 거다. 


이화령터널이 뚫린 뒤로는 이화령 옛길을 넘는 교통량이 많이 줄었다. 이화령터널은 민간투자사업으로 1998년 10월 20일 개통되어 통행료를 걷었다. 하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터널이 개통되면서 교통량이 급감하자 2007년 8월 1일 통행료 징수는 폐지되었다. 사회간접자본을 민자로 건설한다면 도대체 세금은 왜 걷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화령에서 바라본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 진안리 일대


동쪽을 바라보면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 진안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국도 3호선이 S자로 휘어지면서 사이좋게 나란히 달란다. S자 왼쪽으로 휘어지는 부분 좌우 양쪽에는 기산(箕山, 622m)과 갈미봉(葛味峰, 783m)이 솟아 있다. 기산은 조령산에서 남동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끝에 솟아 있고, 갈미봉은 황확산과 조봉의 중간쯤에서 북동쪽으로 뻗어간 능선에 솟아 있다. 고속도로가 꼬리를 감추는 지점 바로 뒤에 있는 야산은 잣밭산(376m), 그 뒤에 봉명산(鳳鳴山, 697m), 맨 뒤에 단산(檀山, 956m)이 보인다. 기산 능선 너머로 주흘산(主屹山, 1,106m)과 운달산(雲達山, 1,097m)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포암산 포암사


포암사 마애불


중나리


산딸기


이화령길을 따라 문경읍내로 들어간 다음, 다시 901번 주흘로-여우목로를 타고 가다가 문경읍 갈평리에서 북쪽으로 갈라지는 관음길이 바로 백두대간 하늘재로 오르는 길이다. 백두대간 탄항산(炭項山, 856m)과 포암산(布岩山, 962m) 사이에 있는 하늘재는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觀音里)와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彌勒里)를 이어주는 고개다. 탄항산은 세 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나란히 솟아 있어 삼봉, 산삼이 많이 난다고 해서 삼봉(蔘峰)이라 부르기도 한다. 월항마을 뒤에 있다고 해서 월항삼봉(月項蔘峰)이라고도 한다. 


하늘재는 곧 하늘나라에 이르는 재다. 동쪽은 관음리에서 하늘재를 넘어가면 서쪽의 미륵리에 이른다. 관음리는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마음으로 현세에서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세계, 미륵리는 석가모니불이 입멸한 뒤 56억 7천만 년이 되는 때에 다시 사바세계에 출현한다는 미륵불(彌勒佛)의 세계이다. 관음리에서 관세음보살의 구제를 받아 하늘재를 넘으면 화림원(華林園)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불한 미륵불이 용화삼회(龍華三會)로 모든 중생을 교화한다는 미륵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재는 현세와 미래세를 이어주는 경계인 셈이다.


관음리에 있는 절들은 그래서 관음선사, 관음정사, 관음사 등에서 보듯이 사명을 대부분 관세음보살에서 따왔다. 포암사만 예외다. 포암산에서 북동쪽 너머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골치(馬骨峙)의 풍수는 연화만개형(蓮花滿開形)의 산세라고 할 수 있다. 마골치 북서쪽으로는 월악공룡능선의 만수봉(萬壽峰, 983m)-마애봉(摩崖峰, 960m)-월악산(月岳山, 1,092m), 복동쪽으로는 메밀봉(839m)-830m봉-776m봉-700m봉, 남동쪽으로는 백두대간 꼭두바위봉(838m)-대미산(大美山, 1,232m)-황장산(黃腸山, 1,077m)으로 뻗어간다. 불보살이 앉아 있는 자리가 연화좌(蓮華座)이니 연화만개형 지세는 곧 불교에서 최고의 명당인 셈이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과도 같으니 연화만개지는 바로 불법이 온 세상에 두루 퍼져나가는 근원지라고나 할까!    


포암산을 바라보면 산허리에 드넓은 벳자락를 펼쳐 놓은 듯하다. 그래서 베바위(布岩) 곧 포암산이라고 부른다. 포암사는 포암산 바로 남쪽 산자락에 남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명상센터 앞에는 미륵불입상이 세워져 있다. 관음지지에 미륵불상을 세운 뜻은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포암사는 사단법인 팔만종의 총본산으로 사단법인 전국사설사암단체총연합회 회원사라고 한다. 사단법인 팔만종의 설립 목적은 '석가모니의 근본 가르침 포교와 중생을 구제하며, 불교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불교 선지식인의 인재 양성과 불교문화를 연구 발전시키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팔만종은 처음 들어보는 종파다. 


절 뒤 암벽에는 마애불이 조성되어 있다. 조각 수법을 보면 최근에 조성한 듯하다. 본본불은 복련과 앙련 기단 위에 결가부좌 자세로 아미타정인 중 하품중생인을 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미타불로 보인다. 머리에는 나발이 촘촘하게 박혀 있고, 유난히 크게 강조된 귀가 특이하다. 상호는 요즘 아이돌 못지 않게 잘 생겼다. 목에는 卍자 목걸이가 걸려 있다. 법의는 통견이고, 군의에는 띠매듭이 표현되어 있다. 옷주름은 도식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본존불 왼쪽의 보살입상은 보관의 중앙 상단에 화불이 들어있고, 왼손에는 버드나무 가지, 오른손에는 정병을 든 것으로 보아 관세음보살이다. 오른쪽의 보살입상은 보관 중앙 상단에 정병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대세지보살로 보인다. 왼손은 어깨 높이로 들고, 오른손에는 정병을 들고 있다. 본존불은 두광과 신광, 양쪽 협시보살은 두광만 표현되어 있다.          


아미타삼존불 아래 바위 동쪽 1/3에는 산신도, 서쪽 2/3에는 신중도가 새겨져 있다. 산신도에는 호랑이와 변화신인 신선을 중심으로 동남 동녀가 시자로 등장한다. 신중도는 상단의 제석천과 대범천을 중심으로 모든 신중들이 빙 둘려 배치되어 있다. 칼, 몽둥이, 창 등을 들고 있는 신중들이 다소 위압감을 준다.


산기슭에는 중나리가 피어 있고, 포암사 돌담에는 산딸기가 바알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잘 익은 산딸기를 따서 입에 넣으니 세콤달콤 맛있다.   


백두대간 하늘재 정상


백두대간 하늘재 정상 표지석


백두대간 하늘재 정상 표지석


하늘재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포암산


하늘재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대미산과 여우목고개


하늘재산장


현세와 미래세의 경계 하늘재에 서면 북쪽의 포암산을 넘어 대미산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미산에서 갈라진 운달지맥(雲達枝脈)은 남쪽으로 여우목고개를 넘어 국사봉(國師峰, 729m)-마전령(馬轉嶺, 627m)-거르목산(900m)-장구령(811m)-장군목을 지나 운달산으로 달려간다. 운달지맥은 운달산에서 단산-배나무산(810.6m)-월방산(越房山, 360m)-약천산(藥泉山, 212.3m)-천마산(天馬山, 279m)-달봉산(236m)을 지나 낙동강에 이른다.


하늘재에는 하늘재산장이 있다. 하늘재산장에서는 막걸리와 부추전 등을 팔고 있다. 산행에 지치고 목이 마른 산객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특히 백두대간 순례객들에게 이런 곳은 야영지로서도 안성맞춤이다. 


현세와 미래세의 경계지점에 서서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다. 하늘재를 떠나 미래세에 미륵불이 용화삼회를 열어 중생을 제도할 땅 미륵리로 향하다.          


2016.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