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봄소식이 들려오는 고흥반도 녹동항을 가다

林 山 2017. 3. 3. 16:37

2월도 거의 끝나가는 어느 날 남도에서 봄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주말을 이용하여 남도 고흥반도로 봄처녀를 맞이하러 떠났다. 10여 년만에 다시 찾은 고흥반도 끝자락의 녹동항(鹿洞港)은 그 모습이 엄청나게 많이 달라져 있었다. 건물도 많이 늘어나고, 신항도 생겨나 있었다. 신항은 생겨난 지 아직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횟집이나 음식점도도 별로 없고 썰렁한 분위기였다. 


녹동항


녹동항


녹동항


녹동항은 고흥반도 남서쪽 끝에 있는 어항으로 거문도, 백도, 제주도를 잇는 해상교통의 중심지이다. 구항에는 녹동재래시장이 들어서 있고, 신항에서는 제주도와 거문도 여객선이 운항 중이다. 소록도와 거금도는 연륙교가 놓여 있어 자동차로도 들어갈 수 있다. 녹동항은 인근 섬에서 생산되는 각종 활어와 멸치,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소록도


소록대교


녹동항 바로 앞에는 소록도(少鹿島)가 그림처럼 떠 있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고 불린다. 이 섬에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들어서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의 전신은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시대인 1916년에 설립된 도립자혜의원이다. 자혜의원은 당시 조선 내의 유일한 한센병 전문 치료 기관이었다. 


조선총독부는 1936년 12월부터 3년 4개월 동안 연인원 6만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동원해서 6천여 평 규모의 소록도 중앙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입구에는 일제 때 원장이 한센병 환자들을 불법적으로 감금하고, 퇴원하는 남자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관수술을 강제 시술했던 감금실과 검시실이 있다. 또 공원 안에는 한센병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와 일본인이면서도 조선인 한센병 환자들을 가족처럼 헌신적으로 보살핀 소록도의 슈바이처 하나이젠키치(花井善吉) 제2대 원장의 창덕비(彰德碑) 등이 세워져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은 과거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지금은 6백여 명의 환자들이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희망의 터전이 되고 있다. 소록도 생활자료관에는 소록도병원의 역사와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담긴 생활상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센병 환자들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기념물들도 곳곳에 잘 보존되어 있다.


2009년 길이 1,160m의 소록대교(少鹿大橋)가 개통됨으로써 차량을 이용해서 소록도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소록대교를 거금도 연륙교라고도 부른다. 소록대교의 개통으로 녹동항에서 소록도까지의 소요시간이 4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되었다. 


녹동항 수협 활어회센터


녹동항 수협 활어회센터


녹동항 수협 활어회센터


해산물


해산물


해산물


구항 서쪽 끝에는 수협 활어회센터가 있다. 여기서는 감성돔, 도다리, 놀래미, 광어, 삼치, 갯장어 등 각종 자연산 생선회와 낙지, 멍게, 해삼, 개불, 전복, 꼬막, 조개 등의 해산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수협 활어회센터 뒤편에는 마늘과 풋고추, 상추, 깻잎 등의 채소와 초장을 제공해주고, 매운탕까지 끓여주는 식당들이 죽 늘어서 있다. 


참고로 수협 활어회센터에서 자연산 감성돔은 4만원/kg이고 낙지는 만원/마리인데, 횟집에서는 자연산 감성돔 10만원/kg 이상, 낙지는 2~3만원/마리 정도 줘야 먹을 수 있다. 다른 어종은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물론 상차림 비용까지 생각하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저녁 6~7시 이전에 녹동항에 도착한다면 수협 활어회센터를 이용하고 싶다. 수협 활어회센터에서 구입한 낙지탕탕이를 맛보고 낙지의 신세계를 알았다. 횟집에서 먹어본 낙지탕탕이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앞으로는 낙지탕탕이도 종종 먹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017.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