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三陟市) 근덕면(近德面) 하맹방리(下孟芳里)를 지나가다가 길가에 '삼척교수당(三陟敎授堂, 강원도유형문화재 제61호)'이라고 쓴 안내판을 보았다. 교수당? 교수당이 뭘까? 궁금했다. 궁금한 것은 꼭 풀어야 하는 성격이라 교수당을 찾아서 하맹방리로 들어섰다.
교수당 전경
교수당은 하맹방 마을의 남쪽 끝 대나무 숲에 들러싸여 있었다. 대문이 굳게 잠겨 있어 교수당 안으로 들어가 건물 내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할 수 없이 사방에 둘러친 담벽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밖에 없었다.
교수당
고려 말기인 1388년(고려 우왕 14) 랴오둥(遼東) 정벌군의 장수 이성계(李成桂, 1335∼1408)와 조민수(曺敏修, ?~1390)는 압록강의 위화도(威化島)에서 회군(回軍)한 뒤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이성계의 군사반란으로 고려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민심도 흉흉해지자 춘주(春州, 지금의 춘천)의 유학교수관(儒學敎授官) 홍준(洪濬)은 삼척으로 피신해 와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이곳에 교수당을 지었다. 이리하여 홍준은 남양홍씨(南陽洪氏) 삼척 입향시조가 되었다.
이곳은 원래 1308년(고려 충선왕 1) 삼척현위(三陟縣尉) 조신주(趙臣柱)가 맹방해안에 향목 250주를 파묻고 미륵(彌勒)이 태어나 인간세계를 구원한다는 용화회주(龍華會主)를 기다렸다는 곳이다. 조신주가 묻었다는 향목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도 맹방해안 어디쯤에 묻혀 있을까?
교수당
교수당은 3단의 잡석 기단 위에 12개의 민흘림기둥을 세우고, 겹처마팔작지붕을 올린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의 건물이다. 공포(栱包)는 무익공(無翼工) 양식을 취하고 있다. 마루는 낮게 깔았으며, 주위에는 계자난간(鷄子欄干)을 돌렸다. 사방은 개방되어 있고, 측면 좌우 1칸에서만 출입할 수 있다. 지금의 건물은 남양홍씨 종중에서 복원한 것이다.
‘敎授堂(교수당)’ 현판은 서예가 죽사(竹史) 박충식(朴忠植)이 썼다. 교수당 문미(門楣)에는 홍준의 스승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이 보낸 시판(詩板)과 1980년 남양홍씨교수공파종회(南陽洪氏敎授公派宗會)에서 쓴 교수당실기(敎授堂實記)가 걸려 있다.
남양군(南陽郡)은 지금의 경기도 화성시 서부(남양읍 등)와 안산시 대부동,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일대의 옛 지명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남양군은 수원군과 합쳐졌고, 섬 지역인 대부면과 영흥면은 부천군으로 흡수되었다. 남양홍씨는 당홍(唐洪)과 토홍(土洪)이 있다. 당홍의 시조는 고구려 제27대 왕인 영류왕(榮留王) 때 당(唐)나라에서 귀화한 학사(學士) 홍천하(洪天河)의 후예 홍은열(洪殷悅)이다.
홍천하는 고구려에 귀화해서 유학을 가르치다가 642년 연개소문(淵蓋蘇文)이 쿠데타를 일으켜 영류왕을 살해하고 집권하자 신라로 피신하였다. 신라 선덕여왕(善德女王)은 유학을 발전시킨 공으로 홍천하를 당성백(唐城伯)에 봉하고 태자태사로 임명했다. 이로부터 홍천하의 후손들은 본관을 당성으로 하였다. 당성이 후에 남양으로 바뀌자 본관도 다시 남양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시조 홍천하 이후의 세계(世系)가 확실치 않아 고려 개국공신으로 삼중대광태사(三重大匡太師)를 지낸 홍은열을 중시조(中始祖)로 하여 세계를 잇고 있다. 홍은열의 원래 이름은 홍유(洪儒)였다. 홍유가 고려 개국에 공을 세우자 태조(太祖) 왕건(王建, 877~943)은 '은(殷)나라 부열(傅說, 중국 은 고종 때의 명재상)과 같다.'며 ‘은열’이란 이름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토홍은 고려 고종(高宗) 때 금오위 별장을 지낸 홍선행(洪先幸)의 후손이다. 귀화파인 당홍의 역사가 토착파인 토홍의 역사보다 300년 이상 오래되었다.
교수당 사적비
이색의 시를 감상하고 싶었으나 대문이 잠겼으니 어쩌랴! 삼척시청 문화관광과와 문화공보실, 근덕면사무소에 문의하니 교수당은 남양홍씨 종중 소관이기 때문에 대문 열쇠를 관리하는 사람의 연락처를 모른단다.
교수당 밖에 우두커니 서 있는 '교수당사적비(敎授堂史蹟碑)'를 한번 살펴보고 귀로에 오르다.
2017. 2. 19
'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 준경묘와 영경묘를 찾아서 (0) | 2017.03.16 |
---|---|
삼척 실직군왕릉과 왕비릉을 찾아서 (0) | 2017.03.13 |
공양왕도 울고 넘은 삼척 한재를 찾아서 (0) | 2017.03.08 |
새벽에 열리는 삼척번개시장을 가다 (0) | 2017.03.07 |
봄소식이 들려오는 고흥반도 녹동항을 가다 (0) | 2017.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