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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모(出雲) 시마네 와이너리(島根ワイナリ)를 찾아서

林 山 2019. 2. 2. 14:14

마쓰에 포겔 파크(松江 Vogel Park, まつえふぉーげるぱーく)를 둘러본 다음 시마네 와이너리(島根ワイナリ)로 향했다. 시마네 와이너리는 시마네 현(島根県) 이즈모 시(出雲市) 타이샤 정(大社町) 히시네(菱根)에 있다. 서쪽 바로 근처에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가 있어서 행정구역이 타이샤 정이다. 북서쪽에는 미센(弥山), 남서쪽에는 시마네현립 하마야마 공원(島根県立浜山公園)이 있다. 


시마네 와이너리


시마네 와이너리는 시마네 현에서 나는 포도를 원료로 와인을 생산하는 양조장이다. 이곳에는 양조장 말고도 와인 기념관, 갤러리, 연회장, 시음장, 판매장 등 여러 가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마네 와이너리는 포도주 생산 공정 등을 유럽풍 물씬 나는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견학 코스를운영하고 있다.


시마네 와이너리 생산 설비


와인 양조장은 건물 한가운데로 난 복도를 따라서 2층으로 올라가 양쪽 생산 시설을 내려다보면서 견학하도록 되어 있었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와인 생산 설비는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양조장을 둘러보는 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시마네 와이너리 숙성고


양조장에는 와인을 오크통에 담아서 숙성을 위해 보관하는 창고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보르도(Bordeaux) 오크통은 용량이 225리터이며, 부르고뉴(Bourgogne) 오크통은 228리터로 약간 더 크다. 일부 포도주 양조장에서는 300리터 용량의 오크통을 사용하기도 한다. 와인이 담겨 있는 오크통들 옆에는 큰 스테인리스강 와인 탱크도 있었다. 각 스테인리스강 와인 탱크의 용량은 10,965리터였다. 


오크(oak)는 다양한 색과 맛, 타닌(tannin) 함량을 지니고 있어 포도주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이를 발효시키는 발효조(醱酵槽) 역할을 한다. 스테인리스강 발효조에는 오크가 칩의 형태로 첨가되기도 한다. 오크의 구멍들은 포도주를 산화시키고, 증발시킨다. 225리터의 오크통에서는 연간 약 21~25리터의 포도주가 증발되며, 대부분은 물과 알코올이다. 이는 포도주의 맛과 향을 농축시키고, 오크통을 통해 들어오는 미세한 양의 산소는 포도주의 타닌을 부드럽게 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아하고 섬세한 타닌과 향을 지닌 Pinot Noir(삐노 누아)는 1년 미만의 짧은 기간만 오크통에 보관된다. 고품질의 Cabernet Sauvignon(까베르네 쇼비뇽)은 약 2년, 타닌 함량이 높은 Nebbiolo(네비올로)의 경우 약 4년 이상 오크통에 보관되기도 한다. 스페인산 Rioja(리오하)의 경우 오크통에서 10년 정도 보관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삼나무와 허브의 향을 띠게 된다. 


오크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크의 성분들이 포도주로 빠져나가고, 포도주 침전물이 표면에 쌓이게 된다. 3~5년 이상 된 오크통들은 더 이상 특유의 오크향이 나지 않게 된다. 또 포도주 침전물 때문에 오크통의 미세한 기공이 막히면 발효를 위한 산소 투과력이 떨어지게 되어 숙성 속도도 느려지게 된다.  


시마네 와이너리 시음장 직매장


와인 양조장을 견학한 다음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와인 시음장과 직매장으로 향했다. 와인 시음장과 직매장은 양조장 바로 옆에 있었다. 입구에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었다.


시마네 와이너리 직매장


시마네 와이너리 직매장으로 들어가면 매점 초입에 와인이 순위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여기서는 해마다 와인의 순위를 매겨 방문객들이 알아보기 쉽게 전시한다. 시마네 와인의 가격은 1천엔대부터 3천엔대까지 다양하다. 와인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직매장에는 와인뿐만 아니라 술안주, 와인으로 만든 과자와 떡, 간식거리, 지역 특산물, 장난감, 기념품 등도 판매한다. 직매장에서 맥주나 와인 안주로 좋을 듯해서 치즈채 몇 봉지를 샀다.   


시마네 와이너리 시음장


직매장 한쪽에는 무료 와인 시음장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는 적포도주와 백포도주, 단맛이나 신맛, 떫은맛 와인 등 10여 가지 정도의 와인을 무제한으로 시음할 수 있다. 맛을 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할 수 있도록 해당 와인 상품도 옆에 전시되어 있다. 시음대에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포도 주스도 갖다 놓았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지만 과음은 금물이다. 알콜은 1급 발암물질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활성산소 생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직매장에는 유료 시음장 코너도 있다. 유료 시음장 코너에는 상을 받은 와인이나 고가의 와인이 20여 종류 구비되어 있다.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무료 시음장의 적포도주


키바야시 신(樹林伸)이 스토리를 쓰고, 오키모토 슈(沖本秀子)가 그린 '神の雫(신의 물방울)'이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칸지키 유타카가 죽으면서 '12사도'라 불리는 12병의 와인과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1병의 와인을 찾는 사람에게 유산과 와인 컬렉션을 상속하겠다고 유언하자 유타카의 아들 칸자키 시즈쿠와 소믈리에 견습생 시노하라 미야비, 유타카가 죽기 1주일 전에 양자로 입적한 와인 평론가 토미네 잇세가 와인 찾기에 뛰어들면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본격 와인 만화다. 만화지만 와인에 대한 접근 방식과 소개가 전문서적 못지 않게 훌륭하다. 일본에서는 이 만화를 바탕으로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했다.  


무료 시음장의 백포도주와 적포도주


'신의 물방울'을 찾아 무료 시음장을 한바퀴 돌면서 와인을 한가지도 빼놓지 않고 다 맛을 보았다. 포도 주스도 마셔 보았는데, 맛과 향이 과연 일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단맛이 살짝 도는 백포도주가 취향에 맞았다.   


야키니꾸(やきにく, 焼肉) 전문점 샤토 미센(Chateau Misen, シャトー弥山)


시마네 와이너리 견학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야키니꾸(やきにく, 焼肉, 불고기) 전문점 샤토 미센(Chateau Misen, シャトー弥山)으로 들어갔다. 가이드가 미리 연락을 해놓은 듯 이미 상차림이 되어 있었다. 메뉴는 와규(和牛) 등심 정식이었다. 식전주로 백포도주도 한잔 올라와 있었다. 


와규 등심 정식 차림상


시마네 특산 와규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먹었는데, 육질도 좀 질기고 맛도 기대 이하였다. 마블링도 썩 좋지 않았다. 쇠고기를 많이 먹어본 나로서는 등급이 낮은 와규를 내놨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 품질의 와규를 기대했는데 대실망이었다. 


와규는 일본의 소라는 뜻의 和牛(화우)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쇠고기로 정평이 나 있는 와규는 일반 쇠고기보다 근내지방도가 높아 고기가 연하고, 오메가-3와 오메가-6,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고급육이다. 일본 재래종 와규는 시마네 현과 도토리 현(鳥取県), 효고 현(兵庫県) 타지마(但馬), 오카야마 현(岡山県)에서 주로 키우는 흑모와규(黒毛和牛, 검은소), 고치 현(高知県)과 구마모토 현(態本県)에서 주로 키우는 적모와규(赤毛和牛, 누렁소), 야마구치 현(山口県)에서 사육하는 무각와규(無角和牛, 뿔없는 소),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사육하는 단각와규(短角和牛, 뿔이 짧은 소) 등 4종이 있다. 이 가운데 흑모와규는 와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육종소의 대표 품종이 되었다. 단각와규는 1%도 되지 않는 소수 품종이다.  


와규 등심 구이


메이지 유신 전까지 일본인들은 육식금지령으로 고기를 잘 먹지 않았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고기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재래종 소를 고기소로 개량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덩치 큰 소를 수입해 재래종과 교잡했다. 그 결과 몸집은 커졌지만 육질이 나빠졌다. 이에 일본은 품종 간 교잡보다 와규의 순수혈통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와규는 특히 효고 현 고베(神戸) 지역에서 키우는 와규가 유명하다. 현지에서는 옛 지명을 딴 '타지마 와규(但馬和牛)', 외국에서는 '고베 와규(神戸和牛)'라고 불린다. 미국과 호주에서 고베 와규를 도입해서 블랙앵거스(Angus) 품종과 교배한 것도 와규라고 부르며, 일본산 와규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에 수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본에서 사육한 소만 와규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와규 등심 정식 차림상에 나온 소바(蕎麦, そば)


와규 등심과 함께 나온 소바(蕎麦, そば)를 오히려 더 맛있게 먹은 듯하다. 소바는 역시 본고장 일본에서 먹어야 한다. 소바 소스는 간장과 가쓰오부시(かつおぶし, 鰹節), 다시마 등을 넣고 끓여서 우려낸 국물에 무와 파, 고추냉이 등을 갈아넣어서 만든다. 이 소스에 삶아서 식힌 메밀면을 찍어서 먹는다. 샤토 미센의 소바는 정말 괜찮았다. 


2018.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