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네 현(島根県) 야스기 시(安来市) 후루카와 정(古川町)에 있는 아다치 미술관(足立美術館, Adachi Museum of Art, あだちびじゅつかん)은 1970년 실업가인 아다치 젠코(足立全康)가 개관한 개인미술관이다. 아다치 미술관 주변에는 가노 미술관(加納美術館), 와코 박물관(和鋼博物館), 기요미즈사(清水寺) 등의 명소가 있다.
아다치 미술관은 일본 근대 최고의 화가 요코야마 다이칸(横山大観, 1868~1958)을 비롯해서 다케우치 세이호(竹内栖鳳, 1864~1942), 가와이 교쿠도(川合玉堂, 1873~1957), 우에무라 쇼엔(上村松園, 1875~1949), 하시모토 간세쓰(橋本関雪, 1883~1945)의 그림과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魯山人), 가와이 간지로(河井寛次郎)의 도예 작품 등 약 1200~1300여 점에 달하는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컬렉션은 130여 점에 이르는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이다. 아다치 미술관은 요코야마 다이칸 컬렉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아다치 미술관 설립자 아다치 젠코(足立全康)의 동상
아다치 젠코는 시마네 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열심히 노력한 끝에 기업가로 성공했다.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일본 근대 화단의 거장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을 수집했다. 같은 시마네 현 출신의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1924~2000) 전 수상은 아다치 젠코에게 일본식 정원과 일본화를 조화시킨 미술관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했다. 다케시타 전 수상의 권유를 받은 아다치는 16만5,289평방미터(약 5만 평)의 부지에 일본 최고의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일본식 정원을 조성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일본 최고의 미술관과 아름다운 정원을 남겨 후세인들이 찾아오게 함으로써 시마네 현민들의 자긍심을 드높인 아다치 젠코야말로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다치 미술관 정원
일본식 정원은 6개의 정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다치 젠코는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몸소 일본 전역의 소나무와 바위 등을 수집하여 그림처럼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 아다치 미술관 정원은 조원기법(造園技法) 중 하나인 차경(借景) 수법을 사용하여 멋진 조형미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차경이란 정원 밖의 산과 숲, 강 등 자연물을 정원 풍경의 배경으로 사용하는 수법을 말한다. 전라남도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이 무등산(無等山)을 외원(外園)으로 삼은 것도 일종의 차경이다.
아다치 미술관 정원
아다치 미술관 정원은 야스기의 산을 배경으로 소나무와 바위, 모래, 잔디, 이끼, 물 등을 사용해서 바다와 호수, 백사장, 산과 숲 등을 표현하였다. 이 정원은 미국의 일본 정원 전문잡지인 'Journal of Japanese Garden'에 의해 2003년 700여 곳의 일본 정원 중 1위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계속해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아다치 미술관 정원
아다치 미술관 정원의 풍경은 그 자체가 하나의 미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구도가 잘 잡힌 한폭의 거대한 진경산수(眞景山水)를 바라보는 듯하다. 이 정원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풍경도 멋지고 아름답다. 봄에는 아름다운 꽃, 여름에는 울창한 신록,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 겨울에는 멋진 설경을 연출한다.
아다치 미술관 연못 정원
아다치 미술관의 입장료는 성인 2,300엔, 대학생 1,700엔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입장료 할인 제도가 있다. 여권을 제시하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국 대학생인 경우 국제학생증이 아닌 국내 대학의 학생증만으로도 할인이 가능하다.
아다치 미술관 연못 정원
아다치 미술관 정원은 연못도 아지자기하게 예쁘게 잘 만들어 놓았다.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도 꼭 있을 자리에 배치되어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수면 위에 파문을 그리고 있었다. 연못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도 수면처럼 고요해지는 듯했다.
아다치 미술관 연못 정원
정원 연못가에는 찻집이 있다. 아다치 미술관에 오는 사람들은 찻집에 앉아 차를 한잔 마시면서 정원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정원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다는 점이다. 울타리 밖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아다치 미술관 정원은 눈요기 감상용 정원이다.
아다치 미술관 옥외 전시장의 조각 작품
미술관 건물 바깥 공간에는 조각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잊어버렸다. 서로 의지하듯 기댄 두 개의 타원형 조형물 위에 풍만한 여성이 옆으로 누워 있는 형상의 조각이다. 깍지를 낀 두 손은 목덜미에 대고 얼굴은 비스듬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다리는 무릎을 굽힌 채 두 발을 모으고 있다. 인체를 타고 흐르는 곡선에서 부드러움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아다치 미술관 정원
조각 작품에서 눈을 돌리면 또 이런 멋진 정원 풍경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모래밭과 잔디밭이 너무나 정갈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입장료가 전혀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다치 미술관 옥외 전시장의 조각 작품
또 한곳에는 '女と猫とヴィオロン彈き(여자와 고양이와 뷔오론 연주)'라는 제목의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고양이는 나신의 여성을 바라보고, 여성은 왼손과 오른손에 뷔오른과 활을 들고 머리에 모자를 쓴 음악가를 바라보고, 음악가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안내판을 보니 토미타 겐지(富田憲二)라는 조각가가 1970년에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아다치 미술관 연못 정원에서 필자
아다치 미술관을 떠나기 전 연못 정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언제 다시 아다치 미술관에 올 수 있을까? 다음에는 자유여행으로 와서 아다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예술 작품들과 정원을 천천히 감상해야겠다.
2018.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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