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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일본 수상의 추억

林 山 2019. 7. 14. 12:59

아베 일본 수상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서자 우리나라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가 이루어지면 그 피해가 실제로 상당한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을 WTO에 제소한다고 하더라도 제소 절차에만 최소한 1년 6개월 이상 걸리는데다 반드시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다.


문제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주재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자제해달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고민은 수출 규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천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외교적 해법이 최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교적 해법이 일본군 성노예 배상, 강제 징용 배상 등 대일청구권을 양보 또는 포기하는 것이라면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발표 이후 7월 1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 파렴치한 망동, 친일매국행위의 산물’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미국의 무역전쟁 양태를 따라 한 것이라며 일본을 비난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는 '세계 도처에서 무역전쟁을 일삼는 미국을 본따 남조선을 길들이는 방법으로 우익세력의 지지를 얻어보려는 아베 일당의 저열하고 간악한 흉심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는 또 '이번 수출 규제 조치에는 남조선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여 과거 죄악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라는 법적,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날강도적 흉심이 악습으로 굳어진 일본의 저질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이어 '일본이 과거 범죄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라며 '원래 약탈자, 침략자들의 본성은 한걸음 양보하면 열 걸음, 백 걸음 양보할 것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수상(출처 연합뉴스)


일본이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을 때 문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가 떠오른다. 한미일 정상회담을 겸한 오찬 때 문 대통령은 아베의 면전에서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아베의 표정이 굳어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아베 면전에서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이 사실이라면 '당신은 내 친구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과 마찬가지다. 이는 분명 외교적 결례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중국과 한국 내 반일감정을 의식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석상에서 이런 식의 발언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라는 의사를 꼭 전달하고 싶었으면 '한국 국민이 바라는 대로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면 일본은 한국과 우방이 될 수도 있다' 정도로 순화시켰으면 좋았을 것이다. 말은 한번 뱉으면 도로 주워담을 수 없다. 아베는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또 새겼을 것이다.


아베는 일본이 필수 원자재 수출을 막아버리면 한국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 경제의 대일의존도는 그만큼 심각하다. 한국 경제의 대일의존도는 일제시대부터 비롯된 것이다. 해방이 되고 나서도 미국은 한국을 일본에 묶어두기를 원했다. 그래서 미국은 원조를 해주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미국의 원조금으로는 반드시 일본 제품을 사라는 것이었다. 이후 한국의 대일의존도는 더욱 심화되었다. 미국의 의도는 일본을 통해서 한국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빅 브라더 미국은 일본을 한국 등을 관리하는 아시아의 중간 보스로 삼고자 했다.


아베는 때를 기다렸다. 한국이 일본군 성노예 배상 문제, 강제 징용 배상 문제를 더이상 요구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버릴 필요가 있었다. 아베는 지금이 그때라고 판단했다. 장기에서 외통수 '장군'을 부른 것이다.


아베는 한국에 대해, 문 대통령에 대해 '일본이 아시아의 보스 맞지?'하고 물은 것이다. 공은 이제 민주당 문재인 정부에게 돌아왔다. 민주당 문재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 강제 징용 배상 요구를 포기하고 항복할 것인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대응을 할 것인가? 앞으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도록 하자.


문 대통령이 아베에게 말 한마디 잘못해서 국가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빌미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주원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일본은 수출 규제 압력을 통해서 한국의 대일 청구권을 말소시키려는 속셈이다. 7월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승리를 위한 선거전략으로 아베가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자민당의 선거전략이라면 장기적이고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해치는 선택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특히 나라를 대표하는 고위직에 있는 사람일수록 말은 조심 또 조심 가려서 해야 한다.


2019.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