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지디족(Yazidis) 은 이라크 북부 남쿠르디스탄에 거주 하는 소수종교 민족 집단이다. 2010년대에 야지디족 인구는 약 70만 명이었다. 이라크 지역에 50만 명, 시리아와 아르메니아, 러시아 카프카스 지방, 독일에 각각 4~6만 명, 조지아에 약 2만 명 정도가 분포한다. 야지디족은 고유의 언어가 없으며, 쿠르드어를 쓰지 않는 소수 야지디족은 아랍어 등을 사용한다. 또는 거주국의 공용어를 배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라크 북부 신자르 지도
매년 4월 18일 이라크 북부 도후크에서 열라는 야지디족 새해 축하 행사
이라크의 야지디족은 대부분 쿠르드어를 사용하며 문화도 쿠르드족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쿠르드족과 언어, 혈통적으로 긴밀하기는 하지만, 민족 정체성이 쿠르드족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터키 남동부 마르딘(Mardin)을 중심으로 아랍어와 쿠르드어를 사용하는 야지디족이 소수 거주한다. 터키에서는 이들을 쿠르드족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터키 동남부 마르딘 주의 주도 마르딘
야지디족은 세속적 세습 지도자인 에미르, 종교적 지도자인 셰이크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야지디족은 자신들 종족끼리 산지에서 격리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인도유럽어족 민족의 유전적 특징이 잘 보존되었다. 이들은 아랍인 등 외부 혈통과 어느 정도 혼혈이 이루어진 무슬림 쿠르드인들에 비하여 금발벽안이 많이 나타난다.
야지디교도들은 야즈단(Yazdan)이라는 유일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다. 야지디족은 자신들이 믿는 종교를 다와신이라고 부른다. 야지디란 이름은 시아파의 열두 이맘파가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프 야지드 1세의 추종자이며 아담의 후손이 아니라고 비아냥거리면서 붙인 명칭이다. 야지디교도들은 다른 민족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창조되었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종교인들과 격리되어 생활하려고 한다. 과거에는 무슬림과 컵이나 면도기도 공유해야 하는 징병도 거부할 정도였다.
야지디교는 이란 계통 종교와 메소포타미아의 종교가 혼합된 신앙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시아파 이슬람의 영향을 받았다. 야지디교도들은 유일신은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신앙생활에서는 야즈단이 창조한 가장 신성한 존재이자 야즈단이 세상을 맡겼다고 하는 일곱 천사가 중심이 된다. 일곱 천사 중에 공작의 모습으로 현신했다는 멜렉 타우스(Melek Taus)가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에서는 이를 루시퍼(Lucifer)로 해석한다. 하지만 야지디교도들은 멜렉 타우스가 악마라는 주장에 결코 동의하지 않고, 절대신과 인간의 연결고리로 해석한다. 이들은 선과 악, 천국과 지옥 같은 이원론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악마라 할지라도 신 앞에서 회개하면 다시 천사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야지디교도들이 믿는 천사 멜렉 타우스
야지디교도들의 기도는 태양을 향해 새벽, 일출, 정오, 오후, 일몰 등 하루에 다섯 번 한다. 하지만, 많은 야지디교도들은 하루에 두 번만 기도한다. 특히 정오 기도에는 태양 대신 성지 모술 근처의 랄리쉬(Lalish)를 향해서 기도한다. 단 외부인이 있을 때는 기도하지 않는다. 신성한 날은 수요일, 토요일은 쉬는 날이다.
야지디교도들의 성지 이라크의 랄리쉬 사원
야지디족은 알라가 아닌 다른 유일신을 믿고, 일곱 천사상을 만들어 숭배하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이들을 악마 숭배자로 여기고 경멸한다. 2007년에는 이라크 알카에다가 연쇄 폭탄공격을 가하여 야지디족 5백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알카에다를 제외하면 2014년까지 야지디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직은 별로 없었다.
2014년부터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 다에시(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을 장악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다에시(IS)는 야지디족에 대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 2014년 8월 이라크 북서부 신자르 지역을 장악한 다에시(IS)는 이곳에 살던 야지디족 남성 5,000명을 학살하고, 수많은 여성을 납치해 성노예로 삼았다. 다에시(IS)에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야지디족 여성 나디아 무라드가 쓴 '더 라스트 걸(The Last Girl)'을 보면 다에시(IS)의 잔혹한 만행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야지디족에 대한 다에시(IS)의 학살과 성노예화는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자행되었다.
나디아 무라드의 '더 라스트 걸'
나디아 무라드는 다에시(IS)의 조직적이고 야만적인 성노예 제도를 용감하게 폭로한 공로를 인정받아 바츨라프 하벨 인권상, 사하로프 인권상에 이어 2018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무라드는 유엔 친선대사에도 임명되었다. 무라드가 유엔 친선대사가 되는 데에는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아내 아말 알라무딘 클루니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알라무딘은 레바논 출신 변호사로 제7대 국제연합 사무총장 코피 아난의 고문이었다.
아말 알라무딘과 조지 클루니 부부
야지디족에 대한 다에시(IS)의 만행은 전세계인들의 공분을 샀다. 그해 8월 미국은 야지디족을 구출하기 위해 식량 지원과 다에시(IS)에 대한 폭격을 결의했다. 2015년 11월 13일 야지디족 민병대를 포함한 쿠르드족 페쉬메르가(Peshmerga) 연합군은 '멜렉 타우스의 분노' 작전을 전개하여 야지디족의 본거지 중 한 곳인 이라크 북부의 신자르(Sinjar) 일대를 탈환했다. 신자르는 야지디족이 가장 많이 살던 곳이었다. 11월 15일 다에시(IS)의 야지디족 대량학살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다에시(IS)가 야지디교도들을 탄압하고 학살하자 야자디족 여성들 중에는 다에시(IS)와 싸우는 지원부대도 생겨났다.
이라크 북부 신자르
야지디족 군사조직으로는 신자르 저항부대(Yekîneyên Berxwedana Şengalê, YBŞ, Sinjar Resistance Units)와 야지디 여성부대(Yekinêyen Jinên Êzidxan, YJÊ, Êzîdxan Women's Units)가 있다. 신자르 저항부대(YBŞ)는 야지디족으로 구성된 전투부대이다. 2007년 이라크에서 야지디족과 야지디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야지디 여성부대(YJÊ)는 2015년 야지디족 여성으로만 결성된 신자르 저항부대의 분파이다.
신자르 저항부대(YBŞ)
야지디 여성부대(YJÊ)
영화 '태양의 소녀들(Girls of the Sun)' 포스터
2018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인 에바 위송(Eva Husson) 감독의 '태양의 소녀들(Girls of the Sun)'은 남쿠르디스탄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야지디족 여성난민부대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 다에시(IS)와 용감하게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주연은 골쉬프테 파라하니(Golshifteh Farahani)와 엠마누엘 베르코(Emmanuelle Bercot)가 맡아 열연했다. 골쉬프테 파라하니는 이란 출신 배우다.
2019.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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