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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Kurd) 비운의 역사 - 터키의 쿠르드족

林 山 2019. 11. 15. 16:47

터키의 남동부 쿠르드족 거주 지역을 북쿠르디스탄이라고 한다. 쿠르드족을 터키에서는 퀴르트, 아랍권에서는 쿠르드, 이란에서는 코르드라 한다. 쿠르드족의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터키다. 터키 전체 인구(8,100만 명)의 약 20%인 1,500만 명의 쿠르드족이 터키 남동부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가축 사육과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터키는 전체 인구의 20% 가량이 쿠르드족이기 때문에 독립국가를 꿈꾸는 쿠르드족 영향력 확대에 극도로 민감하다. 


쿠르디스탄 지도


터키 정부는 오랫동안 쿠르드어 방송과 교육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등 쿠르드족에 대한 강경 탄압 정책을 펴왔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어를 터키어의 방언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쿠르드족을 '산악 터키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터키의 탄압에 대해 쿠르드족은 강하게 반발하고 저항했다. 주요 행정도시에서는 쿠르드족의 민족의식을 말살하기 위해 고유의상을 입는 것조차도 금지했다. 터키 정부는 동남부 지역에서 일어난 쿠르드족의 정치운동을 탄압하고, 서부 도시 지역으로의 이주를 조장하여 고지대에 사는 쿠르드족을 분산시켰다. 


북쿠르디스탄 고지대의 PKK 대원


터키 에르도안 행정부는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수립하면 터키 내 쿠르드계 반정부 세력과 연계해 터키의 정치적 불안을 초래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 노동자당(PKK)과의 연계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북동부 국경 지대를 침공해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있다. 터키는 국제적 비난을 면하기 위해 자신들이 지원하고 지휘하는 시리아 반군인 시리아 국가군(SNA)을 앞세워 쿠르드족을 공격케 하고 있다. 


유럽 연합이 쿠르드족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자 최근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의 에르도안 정권은 쿠르드어 서적의 출판을 허용하는 등 유화정책을 쓰고 있다. 터키 내에서 쿠르드족의 처우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이다. 터키 국영방송 TRT는 TRT 6채널을 만들어 TV와 라디오로 쿠르드어로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TRT 6채널은 시간대에 따라 쿠르만지어, 자자어, 소라니어로 분류해서 방송한다. 과거 판매 금지되었던 쿠르드어 교재들도 서점에 등장했다. 쿠르드어 노래도 시중에서 흔히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아타튀르크 댐 지도


터키는 1983년에 착공하여 2005년에 완공한 유프라테스 강의 아타튀르크 댐에 이어 2006년에는 티그리스 강에 일리수 댐을 착공했다. 일리수 댐이 완공되면 북쿠르디스탄 지역이 대규모로 수몰되기 때문에 친터키 쿠르드족까지도 반발했다. 쿠르드족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리수 댐은 2018년에 완공되어 담수를 시작했다. 터키 동부의 댐 건설은 터키 환경보호 단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터키가 계획하고 있는 거대한 댐들이 세워지면 디야르바크르, 하산케이프 등 쿠르드족 밀집 거주 지역들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왕조의 수도 등도 수몰되기 때문이다. 


터키는 이란의 동쿠르디스탄이나 시리아의 서쿠르디스탄과는 달리 이라크의 남쿠르디스탄과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이라크 내전이 발발하면서 쿠르드족의 군사조직인 페쉬메르가는 서방의 지원으로 무장 수준이 상당히 강력해졌고, 남쿠르디스탄이 터키의 송유관을 통해서 석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터키에도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터키는 남쿠르디스탄에 한해서만 협조를 할 뿐 터키 내 북쿠르디스탄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에르도안 정권은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의 혼란을 틈타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던 시리아와 이라크 내 쿠르디스탄 일부를 강점하고 터키령으로 편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북쿠르디스탄의 정치단체로는 좌파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 Partiya Karkerên Kurdistan)를 비롯해서 좌파 인민민주당(HADEP, Halkların Demokratik Partisi), 인민노동당(HEP), 민주사회당(DTP), 쿠르드 평화민주당(BDP) 등이 있다. PKK는 터키에서 불법 테러 단체로 규정되어 있다. 터키 정부는 HADEP, HEP, DTP를 PKK 2중대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 Partiya Karkerên Kurdistan) 전사들


PKK는 1978년에 창설된 쿠르드족 군사조직이다. 1999년 PKK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Abdullah Öcalan) 터키 당국에 체포되었다. 당의 이념은 당명에서 알 수 있듯이 마르크스-레닌주의라고 할 수 있다. PKK는 쿠르디스탄에 쿠르드족의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외잘란이 터키 당국에 체포된 뒤로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포기하고 민주연맹주의를 새로이 표방하고 나섰다.

PKK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Abdullah Öcalan)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유럽 연합(EU) 등 국제기구와 미국 등은 PKK를 테러 단체로 간주한다. PKK가 폭력 시위나 사보타주, 폭탄 테러를 통해서 터키로부터 분리독립을 추구해왔고, 유럽의 터키 외교 시설과 상점들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터키와 동맹국이 아닌 스위스, 중화인민공화국, 인도, 러시아, 이집트 등의 국가들은 PKK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1948년 이후 PKK와 터키 군경의 교전으로 쿠르드족 40,000명 이상이 죽었다. 


2015년 9월부터 터키가 동남부에서 대대적인 PKK 소탕을 시작하면서 해당 지역에 강제이주 명령이 내려져 10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학캬리 주, 디야르바크르 구 시가지, 마르딘도 누사이빈(Nusaybin) 군, 시으르낙도 지즈레(Cizre) 군 등지에는 출입통제령이 내려졌다. 터키 군경과 PKK의 교전은 거의 매년 일어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쿠르디스탄 자유의 매(Teyrêbazên Azadiya Kurdistan, TAK)는 2013년 터키와 PKK 간 평화협정에 반발하여 PKK에서 떨어져 나온 과격파 무장단체이다. TAK도 PKK처럼 터키 당국에 의해 불법 테러 단체로 규정되어 있다. TAK는 2016년 2, 3월 연속으로 터졌던 앙카라 폭탄 테러, 50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12월의 이스탄불 폭탄 테러, 같은 달 카이세리 폭탄 테러 등 민간인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도심 폭탄 테러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TAK는 PKK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민민주당(HADEP)은 터키의 쿠르드계 좌파 민족주의 정당이다. HADEP는 쿠르드족의 민족 자치권을 주장하기 때문에 쿠르드족 다수 분포 지역인 터키 남동부 북쿠르디스탄에서 압도적으로 지지세가 높다. 아나톨리아 반도 서부 해안, 이스탄불 지역에서도 지지를 받고있다. 비 쿠르드족 중에서는 주로 여성과 장애인 등의 사회적 소수자들의 지지를 받는 편이다. 터키의 정당 중에서는 가장 급진적인 사회 정책을 주장한다. 주로 여성주의와 다원주의, 반자본주의, 소수종교 권리 인정, 쿠르드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탄압 중지 등을 당의 주요 강령으로 내걸고 있다. 


HADEP는 2002년 총선에서 6.22%를 얻은 이후 전국적으로 5% 이상의 득표율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2015년 6월 총선에서는 13.21%를 얻어 550석 가운데 80석을 얻었다. HADEP는 터키 대국민의회에서 제3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쿠르드 인민노동당(HEP)은 1991년 창당한 쿠르드계 좌파 민족주의 정당이다. HEP는 당시 총선에서 8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그러나 그해 터키 헌법재판소는 HEP를 해산시켰다. HEP 당원들은 다시 쿠르드 민주당(DEP)을 창당했다. 1994년 DEP 국회의원들이 의회에서 쿠르드어로 발언하자 터키 정부는 이들을 구속했고 이 당을 다시 불법화했다. 


2009년 12월에는 21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쿠르드계 민주사회당(DTP)이 터키 헌법재판소의 해산 명령을 받았다. 1991년 이후 DTP까지 7개의 쿠르드계 정당이 강제 해산당했다. DTP는 해산되기 전 전국 지방선거에서 5.7%를 득표해서 쿠르드인이 거주하는 모든 주요 도시를 포함해 99명의 시장을 배출했다. 2009년 4월 터키 경찰은 3명의 DTP 부의장을 포함해 당원 5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6월까지 18명의 당원을 추가로 구속했고, 이들 대다수는 지방의회 의원이었다. 9월에는 주로 노동조합 활동가들인 35명의 당원이 구속됐고, 12월에는 10명의 현직 시장과 6명의 전직 시장을 포함해 1백여 명이 구속됐다.


쿠르드 평화민주당(BDP)은 비폭력 노선으로 쿠르드인들의 기본권과 자치권 확대를 추구하는 정당이다. 이전에는 PKK가 쿠르드족 투쟁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비폭력 세력이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PKK는 의회 보이콧을 끝내고 다시 등원한 BDP와 집권 정의개발당 에르도안 총리의 비공식 협상을 앞둔 지난 2011년 10월 19일 터키 남부의 쿠르드족 거주지역인 하카리 주 추쿠르자와 위크세코와에 있는 터키군 초소들에 대한 동시다발 공격을 감행해 최소 24명을 숨지게 하고 18명을 부상시킴으로써 터키-쿠르드족 분쟁의 평화적 해결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BDP의 비폭력 노선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터키인보다 높은 쿠르드족의 출산율에 있다. 쿠르드족은 평균 터키인보다 아이를 1명 이상 더 낳는다.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대체수준 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터키인은 대체수준 출산율이 2.1명 이하이다. 이대로 가면 터키인의 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쿠르드족은 대체수준 출산율보다 높은 출산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현재 터키 인구의 20%가 쿠르드족이다. 출산율 역전으로 세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터키 인구에서 쿠르드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쿠르드족이 터키 인구의 51% 이상을 점하게 되면 선거로도 터키 정권을 인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쿠르드족들 중에는 '언젠가 터키 전체가 쿠르디스탄이 될 것이다. 쿠르디스탄이 따로 독립하면 앙카라나 코니아, 이즈미르,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뭐하러 독립운동을 해서 이런 대도시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터키 정부도 출산율 역전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터키 정부는 터키인들의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지만 터키 극우파에게 살해 협박을 받아 프랑스로 가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 가 대학교수가 되어 터키 인권운동에 나서고 있는 소설가 오르한 파묵은 스위스 언론 인터뷰에서 '오스만 제국은 100만 아르메니아인들과 13만 쿠르드인들을 학살했다'고 말한 바 있다. 터키는 지금도 시리아 북동부 국경을 침공해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있다. 터키의 쿠르드족 학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2019.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