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사상 정말 대단한 업적이고 위대한 성취다. '기생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빈부격차 문제에 대한 통렬한 영화적 일침이다.
영화 '기생충(Parasite)' 포스터
'기생충 같은 놈!'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을 들을 때 가슴이 뜨끔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세상을 잘 살아온 것이다. 한 생물체가 다른 종의 생물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있어서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생물체가 기생충(parasite)이다.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생물체는 숙주(host)라고 한다. 영화에서 기생충-숙주 관계는 상징적인 관계니까 기생충 학자들의 말은 무시하기로 하자.
'기생충'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봐야만 하는 영화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자본주의의 치부인 계급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영화의 제목이 어째서 '기생충'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면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이 되겠다.
봉준호 영화문법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미시적인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 세밀한 묘사로 유명하다. 사소하게 보이는 소품도 사건 전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기생충'의 스토리 구조는 사실 단순하다. 이 영화에는 세 가족이 나온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 4명 모두는 실업자다. 기택은 '대만 카스테라'를 하다가 망해서 집에 있고, 운동선수 출신 그의 아내 충숙(장혜진 분)은 전업주부로 집에 있고, 군대 갔다 온 아들 기우(최우식 분)는 대입 4수 중이어서 집에 있고, 딸 기정(박소담 분)은 미대 입시에서 계속 떨어져서 집에 있다. 기우와 기정은 가난한 집에서 자라다 보니 생존본능이 뛰어나고 영악하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한 장면
전원 백수지만 가족 간 사이는 좋은 기택네 가족은 피자 박스 접는 일을 해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핸드폰 요금도 내지 못할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하다. 이들은 가난하지만 그래도 기생충은 아니다. 박스라도 접어서 입에 풀칠은 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택네가 가난하게 된 것은 가장이 가게를 하다가 망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패해 밀려난 기택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관객들은 이 사실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박동익(이선균 분)은 글로벌 IT 기업 CEO다. 돈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집은 기택네 기준으로 말하자면 궁전 수준의 저택이다. 박 사장은 젊고 아름다운 부인 연교(조여정 분)와 딸 다혜(정지소 분), 아들 다송(정현준 분)과 으리으리한 집에서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유복하게 살아간다. 박 사장은 성공한 사업가지만 인성이 이기적이고 인정머리도 없으며, 연교는 한 마디로 된장녀다. 다혜와 다송 남매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한 장면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구글(Google)이나 아마존(Amazon),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등 정보기술(IT) 공룡기업들은 자본주의 시대의 최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IT 대기업들은 인류 역사 이래 가장 단기간에 가장 효율적인 착취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제 그 누구든 고객에게 접근하고, 사업 기반을 다지려면 구글이나 아마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 IT 대기업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자신들보다 영세한 사업자들을 착취하고 기술과 고객들을 탈취해간다.
IT 대기업들이 짧은 시간에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눈치를 챌 겨를도 없이 우리들 주머니를 털어갔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성공 신화 뒤에는 애플의 중국 공장 팍스콘의 가혹한 임금 구조나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이 있었던 것이다. IT 산업은 그 특성상 고용 효과도 별로 없다. 생각은 인공지능(AI), 일은 로봇(Robot)이 하기 때문이다.
박동익은 바로 성공 신화 뒤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IT 산업을 이끌어가는 인물을 상징한다. 저인력, 고효율 착취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천재 도사들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나 제프 베조스(Jeff Bezos), 빌 게이츠(Bill Gates),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박동익 같은 인간들이 많아지면 세상이 더 좋아질까?
기택네와 동익네의 연결고리는 기우의 절친인 명문대생 민혁(박서준 분)이다. 민혁은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면서 다혜를 가르치는 고액과외를 기우에게 소개해주면서 수석을 하나 갖다 준다. 이 수석에는 고도의 상징이 숨어 있다. 고가의 수석은 부유층의 전유물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수천만 원, 수억 원짜리 수석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한 장면
민혁이 준 수석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민혁이 준 수석은 산수경석(山水景石)이다. 산수경석은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이 있다. 이 수석이 들어오면서 기택네 4식구는 백수를 면하는 행운이 찾아온다. 하지만 운도 결국 계급을 역전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수석은 기우의 상징이기도 하다. 홍수가 났을 때 수석이 물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수석이 가짜였음을 알 수 있다. 반지하방에 살 때는 백수 재수생이었지만, 고액과외를 하는 지금은 명문대생이다. 가짜 수석처럼 가짜 명문대생 말이다. 기우가 수석에 애착을 가지는 것은 그만큼 재물과 신분상승의 꿈을 좇고 있음을 상징한다. 허황된 꿈 말이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한 장면
기우는 현란한 말솜씨로 다송의 마음을 빼앗은 뒤, 기정을 다송의 미술 과외선생으로 들여보낸다. 기정은 자신의 팬티로 함정을 파서 박 사장으로 하여금 운전기사를 해고하게 하고 아버지 기택을 대신 그 자리에 앉힌다.
과외가 성행하던 시절 가난한 명문대생들이 대기업 회장 딸내미를 가르치다가 눈이 맞아 결혼까지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경우 가난한 과외 선생에서 일약 대기업 회장의 사위로 일순간에 신분상승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기우도 다송이를 통해서 신분상승을 노렸을 것이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한 장면
문제는 입주 가사 도우미 문광(이정은 분)이다. 이정은의 연기는 정말 압권 중의 압권이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은 이정은에게 돌아갔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로라 던도 충분히 자격이 있지만 말이다.
문광이 사라져야 엄마 충숙이 가사 도우미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문광은 풍기는 포스부터 결코 만만치 않은 존재다. 그래서 문광을 내쫓고 엄마를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해 기우와 기정은 힘을 합쳐 음모를 꾸민다. 남매는 문광을 결핵환자로 몰아 연교로 하여금 내쫓게 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한다. 기택네 4식구는 모두 신분을 속인 채 박 사장네 집에서 취업을 하는데 성공한다. 이렇게 해서 기택네는 동익네 집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이 되어갔던 것이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한 장면
기우, 기정 남매는 불쾌할 정도로 영악하고 악질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기우, 기정 남매도 태어나면서부터 영악하고 악질적이었을까?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봉준호는 이들 남매를 통해서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고자 한 듯하다.
어느 날 박 사장네 가족은 글램핑을 떠나고, 기택네 가족이 빈 저택을 차지한다. 그때 불길한 전조를 알리는 폭우가 쏟아진다. 비에 흠뻑 젖은 문광이 돌아와 사정사정해서 지하실로 내려가고, 충숙도 따라내려간다. 거기서 마침내 지하실의 존재와 거기서 4년 동안 숨어서 살았던 근세(박명훈 분)의 존재가 드러난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한 장면
근세는 바로 문광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근세도 기택처럼 '대만 카스테라' 가게를 하다가 망하고 실업자로 전락했다. 그리고, 사법고시인가 뭔가를 준비하다가 사채업자의 돈을 빌어쓰고 갚지 못해 박 사장네 집 지하실로 숨어들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근세도 결국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낙오한 실패자였다. 박힌 돌도 굴러온 돌도 결국 같은 처지, 같은 신세였던 것이다.
지하실에서 숨어 살게 된 근세는 현실에 안주한 채 집주인 박동익에게 고마움마저 느끼고 있다. 그는 조명등을 깜빡이는 방법으로 모스 부호를 보내 집주인 박동익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정도다. 근세는 박 사장네 집 지하실에서 그렇게 기생충이 되어갔던 것이다.
근세를 본 충숙은 신고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증거사진을 찍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던 기택네 가족이 지하실로 굴러떨어진다. 기택네의 정체를 알게 된 문광은 동영상을 찍어 사모님 연교에게 알리겠다고 기세등등한다. 근세네와 기택네의 싸움에서 노노갈등(勞勞葛藤)이 연상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피지배자들의 내분으로 언제나 득을 보는 것은 지배자들이다.
기택네와 근세네는 핸드폰을 서로 뺏으려고 뒤엉켜 싸우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8분 후에 박 사장네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비상사태다. 근세네는 도로 지하실에 갇히고, 기택네는 박 사장네 거실에 숨을 죽인 채 숨어 있다. 이때 박 사장 부부는 거실에서 베드신을 벌이고, 기택네 가족은 꼼짝없이 이들의 노골적으로 에로틱한 대화를 들을 수밖에 없다. 거의 쓰레기 수준의 대화 말이다. 봉준호는 이들이 바로 천민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주인공들임을 보여주고자 한 듯하다.
기택네 가족은 박 사장 부부가 잠든 틈을 타서 저택을 빠져나온다. 기택네 반지하방은 폭우로 잠기고, 어쩔 수 없이 대피소로 옮겨간다. 대피소에서 기우와 기정 남매는 기택에게 계획이 뭐냐고 묻는다. 그에게 좋은 계획이 있을 리 없다. 그는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라고 말한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한 장면
이때 동익네 집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다송이 생일을 그냥 넘길 수 없으니 집에서 파티를 열겠다는 전화였다. 다송의 생일 파티는 시작되고..... 기우는 민혁이 준 가짜 수석을 들고 전 가정부 부부를 죽이러 지하실로 내려간다.
그런데, 전 가사 도우미 문광은 이미 충숙이 발로 밀어 벽에 머리를 부딪혀 뇌진탕으로 죽은 상태였다. 아내의 죽음을 본 남편 근세는 지하실에 누가 내려올 때까지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우는 지하실로 내려가다가 수석을 놓쳐 버렸다. 수석을 다시 주우러 지하실에 내려간 기우를 위에서 누가 철사로 목을 조른다. 겁이 나 위층으로 도망가려고 하지만 철사로 목이 묶인 기우는 무엇에 걸려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발버둥만 친다. 기우를 따라 올라오던 근세는 가짜 수석으로 기우의 머리를 쳐서 깨뜨려 버린다.
기우의 머리를 박살낸 근세는 술장에서 매실청을 꺼내 실컷 마신다. 왜 하필 매실청이었을까? 봉준호가 한의학에도 조예가 있을 줄이야! 오매(烏梅)라는 한약재가 있다. 장미과의 매실나무(Prunus mume Sieb. et Zucc.)의 덜 익은 열매를 매연으로 훈증시킨 약재다. 오매는 오래된 기침이나 소갈(消渴, 당뇨병), 설사에 쓰며, 기생충인 회충을 없애는 데도 쓴다. 근세가 매실청을 마시는 장면은 바로 기생충인 자기 자신을 죽이고 거듭난다는 상징적인 표현인 것이다.
매실청을 마시고 난 근세는 죽고, 새로운 인간 미치광이로 변한다. 식칼을 들고 뭐라 중얼거리며 지하실을 나온 근세는 파티를 하고 있던 정원으로 간다. 인디언 놀이를 좋아하는 다송이를 위해 동익은 일의 연장으로 생각하라면서 기택에게 인디언 분장을 시킨다. 동익의 경멸에 찬 시선과 수치심으로 빨개진 기택의 표정이 엇갈린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한 장면
기정은 연교의 부탁으로 생일 케이크를 들고 다송이에게 가다가 근세의 칼을 맞는다. 순간 생일 파티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기택은 기정의 가슴에서 쏟아지는 피를 막고 있고..... 그때 다송이도 쓰러진다. 동익은 다송이를 업고 기택에게 차 키를 빨리 내놓으라고 고함을 친다. 기택은 칼에 찔려 피를 펑펑 쏟고 있는 기정이는 안중에도 없이 차 키를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익을 멍하니 쳐다본다.
이때 충숙은 미치광이가 되어 날뛰는 근세를 바베큐 쇠꼬챙이로 찔러 죽인다. 근세는 기택이가 던진 차 키 위로 쓰러진다. 동익은 차 키를 빼내려고 근세를 들어올리다가 악취에 코를 막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가난한 사람을 경멸하는 저열한 인간성에 분노한 기택은 갑자기 식칼로 동익을 찔러 죽인다.
다혜에게 발견되어 업혀 나간 기우는 한 달 뒤에 깨어난다. 기택은 살인죄가 무서워 도망치고, 충숙과 기우는 공문서 위조, 주거침입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교도소행은 면한다.
세월은 흘러 동익네 집에는 독일인 가족이 새로 들어와 살게 된다. 왜 하필 외국인일까? 독일인은 한국 자본시장을 점령한 외국자본의 상징일 수도 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도 사실 한국 기업이 아니다. 삼성전자 주식 50%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날 기우는 뒷산에 올라가 독일인이 사는 집을 바라다본다. 그때, 모스 부호처럼 깜빡이는 불빛을 보고 깜짝 놀란다. 기우는 지하실에서 근세를 처음 발견했을 때 모스 부호 신호로 집주인에게 감사함을 표현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기우가 모스 부호를 해석하자 다름아닌 기택의 편지였다.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살인죄를 저지른 기택은 도망치다 문득 자신이 있을 곳은 독일인의 집 지하실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까닭에 집이 안 팔려 한동안은 빈집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죽은 가정부는 정원에 있는 나무 밑에 묻어줬다. 지금 독일인 가족이 와서 사는데 새벽에 지하실에서 나와 가끔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다.....
조명등 모스 부호로 기우는 아버지 기택이 독일인의 집 지하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본인이 계획을 갖게 됐다. 돈을 엄청 벌 것이고, 돈을 벌자마자 그 집을 살 것이다. 아버지는 그때 계단만 올라오면 된다......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박동익 사장의 집은 2층집이다. 그리고 지하실이 있다. 1층과 2층, 1층과 지하실은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1층이 평균적인 서민 내지 중산층이라면, 2층은 박동익처럼 자본가나 부유층, 지하실은 극빈층을 상징한다. 기택네 반지하방은 극빈층도 아니고 중산층도 아닌 계층을 상징한다. 실제 2층집은 계단을 통해서 오르내릴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서민이 자본가가 되면 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신화적이다. 그 정도로 어렵다.
기우가 2층에서 1층, 1층에서 지하실로 내려가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기우는 다혜와의 러브 라인을 통해서 신분상승을 이룰 것 같았지만, 결국 파멸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만다. 계단은 신분상승의 꿈이 허황된 꿈이었음을 암시하는 영화적 장치다.
봉준호는 첨단 IT 기업의 CEO로 군림하는 박동익 사장과 주류 사회에서 먼 변방으로 밀려나 생존의 기로에 선 근세네, 기택네를 통해서 자본주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필연적 산물인 빈부격차라는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의 모순을 뒤집어엎는 혁명이 답일까?
영화에서 봉준호는 혁명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영화 한편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봉준호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봉준호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근세네에서 기택네로 이어지는 자본주의의 모순에서 비롯된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그래서 '기생충'은 불편한 영화다.
사실 한국 관객보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의 관객들이 '기생충'을 더 잘 이해했을 수도 있다. 유럽이나 미국 관객들은 '기생충'을 보고 봉준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자본주의(capitalism, 資本主義)나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 社會民主主義), 민주사회주의(democratic socialism, 民主社會主義), 사회주의(socialism, 社會主義), 공산주의(communism, 共産主義)의 개념과 장단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인들은 사회나 역사, 철학 시간에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해서 배운다. 고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계급 문제나 노동조합, 노동운동에 대해서 토론하고 공부한다. 유럽이나 미국 관객들이 '기생충'에 열광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인들은 남북 분단으로 인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금기시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면 99%가 노동자가 될 사람들에게 학교에서 올바른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니까 말이다.
봉준호의 '기생충'은 필자에게도 상당히 불편한 영화다. 그래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다른 영화들처럼 '기생충'도 사실 보고 싶지 않았다. 제목만 보고도 봉준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았으니까 말이다. 영화 밖에서 봉준호는 과연 어떤 세상을 상상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세계 최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수상과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을 축하한다.
202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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