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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영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林 山 2019. 12. 15. 21:12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지? 낳자마자 얼굴도 모른 채 고아원으로 보내진 아이가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음악 천재가 되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장에서 지휘를 하다가 아빠와 엄마를 만나게 된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가능할까? 영화에서는 가능하다. 커스틴 쉐리단(Kirsten Sheridan) 감독은 영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2007)'에서 음악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를 관객들 앞에 펼쳐놓는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 포스터


Jonathan Rhys Meyers - Bach/Break


어느 날 거리에서 운명처럼 만나 첫눈에 서로에게 반한 록 밴드 보컬 루이스 코넬리(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와 장래가 촉망되는 첼리스트 라일라 노바첵(케리 러셀)은 뜨거운 밤을 보낸다. 두 사람은 이튿날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만, 라일라 아버지 토머스 노바첵(윌리엄 새들러 분)의 강요에 못 이겨 원치 않은 긴 이별을 하게 된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Jonathan Rhys Meyers - This Time


단 한번의 만남으로 라일라는 아기를 갖게 되고, 10달이 지나 아들을 낳는다.(첫 번째 만남에 사랑을 나누고, 단 한번에 임신을 했다고?) 하지만 라일라의 아버지는 아기를 낳자마자 고아원으로 보내고 딸에게는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딸도 모르게 외손자를 고아원에 보냈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강제로 헤어지고 아기마저 잃은 슬픔에 라일라는 손에서 첼로를 놓아버린다. 라일라를 잃어버린 루이스도 낙담한 나머지 밴드 활동을 접고 돈 버는 일에만 전념한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고아원에서 라일라의 아기는 에반 테일러(프레디 하이모어 분)라는 이름을 받는다. 어느 날 귀에 들려오는 음악에 이끌려 고아원을 나선 에반은 뉴욕의 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면서 구걸을 하는 아더(리온 G. 토머스 3세 분)를 만난다. 아더는 에반을 데리고 앵벌이 집단 본거지인 폐극장으로 간다. 앵벌이 집단 두목은 맥스웰 '위저드' 월레스(로빈 윌리엄스 분)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그날 밤 에반은 아더의 기타를 가지고 단번에 연주법을 터득한다.(그렇게 짧은 시간에 기타 연주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위저드는 에반의 음악적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본다. 위저드는 아더 대신 에반을 거리 버스킹에 내보낸다. 에반이 버스킹을 하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기타 케이스에 돈을 넣는다. 위저드는 에반에게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August(어거스트)는 8월이라는 뜻 외에 '열정'이라는 뜻도 있다. Rush(러쉬)는 '달리다, 돌진하다'라는 뜻이다. 영화의 내용과도 아주 잘 부합하는 이름이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토마스 노바첵은 죽으면서 라일라에게 아들이 살아있음을 처음으로 알려준다. 고아원에서 아들의 이름이 에반 테일러라는 것을 알게 된 라일라는 그날부터 아들 찾기에 나선다. 라일라만을 생각하면서 자기 아들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하는 루이스는 그녀를 위한 음악을 만들고 다시 밴드 활동에 나선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어느 날 에반은 계시인 듯 천상의 화음인 듯 합창 소리에 이끌려 성당으로 들어간다. 교회에서 머물게 된 에반은 합창단 또래 소녀 호프(제미아 시몬 내쉬 분)에게 음표와 피아노를 배운다. 에반은 하루만에 작곡법과 피아노 연주법을 통달한다.(이런 실력이라면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합쳐놓은 것보다 더 천재가 아닐까?)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깜짝 놀란 제임스 신부(미켈티 윌리엄슨 분)는 에반을 줄리어드 음대 학장(매리언 셀데즈 분)에게 데리고 간다. 학장은 즉석에서 줄리어드 음대 입학을 허락한다.(이게 가능한가?) 에반은 줄리어드 음대에 다니면서 엄마를 주제로 한 관현악곡을 작곡한다. 학장으로부터 에반은 뜻밖의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크리스마스 날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에반의 작품이 그의 지휘로 공연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에반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첼로 협연에 나서는 라일라가 엄마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그런데, 에반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공연 연습을 하는 장소에 위저드가 나타난다. 위저드는 아빠 행세를 하면서 에반을 데리고 연습장을 나간다, 뉴욕 거리를 걷던 루이스는 거리 버스킹에 나선 에반을 만난다.(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 둘은 부자 사이라는 것도 모른 채 서로의 기타를 바꿔서 연주한다. 루이스는 라일라를 위해 만든 곡을 에반에게 가르쳐 준다. 이렇게 세 가족은 음악 속에서 만난다. 에반은 루이스에게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를 할 수 없게 됐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루이스는 그런 에반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Jonathan Rhys Meyers - Something Inside


위저드와 에반, 아더는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나려고 전철역에 나와 있다. 이때 에반은 함께 갈 수 없다고 단호하게 위저드에게 말한다. 아더의 도움으로 그를 잡으려는 위저드를 뿌리치고 도망친다. 에반은 센트럴 파크에서 들려오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가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끝낸 라일라는 연주회장을 빠져나가고, 까스로 연주회장에 도착한 에반은 지휘봉을 잡는다.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관현악은 이상하게도 라일라의 발목을 잡아끈다. 라일라는 다시 발길을 돌려 무대로 향한다. 이때 록 공연을 끝내고 돌아가던 루이스는 거리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에서 라일라의 이름을 발견한다. 차에서 내린 루이스는 연주회장으로 달려간다. 연주회장 앞에서 거짓말처럼 다시 만난 라일라와 루이스는 손을 꼭 잡는다. 라일라는 눈짓으로 에반이 루이스의 아들임을 알려준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마침내 지휘를 끝내고 관중석을 돌아보는 순간 에반의 눈앞에는 오매불망 그리던 엄마 아빠가 기적처럼 나타나 있었다. 영화는 여기서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그 다음 이야기는 더이상 필요없겠다. 세 사람이 음악 가족을 이루고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다.  



August Rush Final clip


'오거스트 러쉬'는 눈물 포인트가 너무나도 정교해서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된 영화다. 관객들은 이 영화에 별 4개 반을 줬지만, 평론가들은 2개 반을 줬을 뿐이다.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기 위해 기적 같은 사건들을 인위적으로 남발한 점이 평론가들에게는 감점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각본은 혼자 힘으로 쓰기 어렵다. 엔딩 크레딧을 보니 각본은 제임스 V. 하트(James V. Hart), 닉 캐슬(Nick Castle), 폴 카스트로(Paul Castro) 등 세 사람이 공동으로 썼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각본가 각자의 의견을 수렴하다 보니 작위적인 사건 전개가 리얼리티를 떨어뜨린 요인이 됐다.


하지만 '어거스트 러쉬'는 음악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총 40여 곡에 달하는 주옥 같은 음악이 나온다. 음악감독 마크 맨시나(Mark Mancina)는 '타잔'으로 그래미 최우수 영화 음악상을 수상한 헐리우드 최고의 작곡가다. 뮤직 컨설턴트로 참여한 한스 짐머(Hans Zimmer)는 '라이언 킹'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글래디에이터'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영화음악의 거장이다. 


John Legend - Someday


뮤직 프로듀서 필 라몬(Phil Ramone)은 레이 찰스, 프랭크 시나트라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의 작업을 통해 8회에 걸쳐 그래미 상을 수상한 50년 경력의 전설적인 레코드 프로듀서이다. 그리고 '러브 액추얼리'의 제프 폴락(Jeff Pollack),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줄리아 미첼(Julia Mitchell), 스티븐 스필버그의 SF 시리즈 '테이큰'의 음악을 담당했던 아나스타샤 브라운(Anastasia Brown)까지 총 3명의 뮤직 슈퍼바이저가 가세해서 아름답고 풍성한 영화 음악을 만들어냈다. 


‘제 2의 레이 찰스’라 평가받는 최고의 R&B 뮤지션 존 레전드(John Legend)는 엔딩 타이틀 곡인 ‘Someday’를 작곡하고노래하였다. 극중 주인공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Jonathan Rhys Meyers)는 ‘Break’와 ‘This Time’, ‘Something Inside’를 직접 부른다. 라일라를 만나기 전 처음 부르는 노래인 ‘Break’는 얼터너티브 락 뮤지션 ‘Five for Fighting’의 존 온드라식(John ondrasik)이 만들었고, 라일라와 헤어진 후의 아픔을 담은 노래 ‘This Time’은 락 밴드 ‘The Push Star’의 크리스 트래퍼(Chris Trapper)가 만들었다. 마지막 곡 ‘Something Inside’는 내쉬빌 사운드의 팝&락 그룹 ‘Blue Merle’의 루카스 레이놀즈(Lucas Reynolds)가 만들었다. 


참, 이 영화에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다인 래퍼 타블로(Tablo)와 영화배우 구혜선도 까메오로 나온다. 3초 정도 잠깐 나오니까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기 쉽다. 


2019.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