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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프랑스 오픈 준준결승 첫날] '흙신' 라파엘 나달 준결승 진출, 도미닉 팀은 탈락

林 山 2020. 10. 7. 17:15

파리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Stade Roland Garros)에서 열리는 2020 프랑스 오픈 남녀 단식 16강전이 10월 5일까지 모두 끝났다. 10월 6일부터는 남녀 단식 8강이 겨루는 준준결승전 첫날 경기가 시작됐다. 남녀 단식 준준결승전 첫날 경기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렸다. 

 

가장 먼저 열린 여자 단식 8강전에서는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 3위)가 예선부터 파죽의 8연승을 거두고 올라온 나디아 포도로스카(아르헨티나, 131위)에게 0-2(2-6, 4-6)로 완패해 준결승전 진출이 좌절됐다. 생애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 대열에 합류한 포도로스카는 준결승전 진출 상금 425,250유로(5억8천백만 원)도 확보했다.

 

생애 처음 메이저 대회 4강전에 진출한 나디아  포도로스카

스비톨리나는 퍼스트 서브 성공률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앞섰으나 퍼스트 서브와 세컨드 서브 득점률에서 33%-47%, 42%-59%로 모두 뒤졌다. 포도로스카는 서비스 포인트에서 30-20, 리시브 포인트에서 36-29로 앞섰으며, 브레이크 포인트에서도 8-5로 스비톨리나를 압도했다. 

 

이어 벌어진 준준결승전에서는 2020 US 오픈 챔피언 도미닉 팀(Dominic Thiem, 오스트리아, 3위)이 5시간 8분 동안의 혈투 끝에 디에고 슈왈츠먼(아르헨티나, 12위)에게 6(1)-7(7), 7-5, 7(8)-6(6), 6(5)-7(7), 2-6으로 역전패해 준결승전 진출이 좌절됐다. 프랑스 오픈에서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팀은 경기가 끝난 뒤 "신체적으로 한계를 넘었다"고 실토했다. 

 

슈왈츠먼은 생애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4강전에 진출했다. 슈왈츠먼과 포도로스카가 남녀 준결승전에 진출한 이날 롤랑 가로스는 완전히 아르헨티나의 날이었다. 포도로스카의 승리 여세를 몰고 코트에 들어선 슈왈츠먼은 도미닉 팀과 1세트부터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대접전을 펼쳤다. 1세트 게임 스코어 2-3으로 슈왈츠먼이 뒤진 상황에서 팀이 받아낸 공이 사이드 라인 근처에 떨어졌고, 주심은 이것을 팀의 득점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TV 중계 화면에 나온 전자 판독 결과는 라인 밖으로 나간 것으로 판정됐다. 슈왈츠먼이 '노, 노, 노'를 외치며 항의했으나 주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전자 판독을 사용하지 않는 프랑스 오픈에서는 주심의 판정이 절대적이다.

 

백핸드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날리는 디에고 슈왈츠먼

6-6 듀스가 돼야 했을 상황이 팀의 브레이크로 게임 스코어 4-2로 벌어졌다. 그러나, 슈왈츠먼은 침착하게 곧바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1세트를 7(7)-6(1)으로 따냈다. 주심의 오심을 극복하고 따낸 귀중한 세트였다.  

 

반격에 나선 팀은 2세트를 7-5로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세트에서도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다. 팀이 게임 스코어 3-5에서 6-5로 역전시키자 슈왈츠먼도 이에 굴하지 않고 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6-6을 만들었다. 타이브레이크에서는 1-5로 끌려가던 슈왈츠먼의 끈질긴 추격으로 6-6 동점이 됐지만, 팀이 2포인트를 내리 올려 7(8)-6(6)으로 따내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다시 반격에서 나선 슈왈츠먼은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세트를 7(7)-6(5)으로 따내면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5세트에 들어서자 체력이 바닥 난 팀의 움직임이 유난히 힘들어 보였다. 슈왈츠먼은 게임 스코어 3-2, 5-2 상황에서 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대역전승을 거두고 4강이 겨루는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날 승부는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역전의 드라마였다. 

 

슈왈츠먼은 작은 키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점프하며 샷을 구사할 때가 잦아 체력 소모가 큰 편이다. 하지만 이날은 이틀 전 16강전에서도 5세트 접전을 벌이며 체력을 소진한 팀의 체력이 더 일찍 떨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 팀은 슈왈츠먼의 지칠 줄 모르는 플레이에 혀를 내두르며 4강 진출을 축하했다. 슈왈츠먼은 클레이 코트에서 5시간을 지치지 않고 뛰어 다니며 팀을 꺾고 4강전에 진출하면서 그 진가를 드러냈다. 슈왈츠먼은 이날 경기에서 브레이크 위기 22번 가운데 59%인 13번을 버텨낸 반면 리턴 게임에서는 브레이크 찬스 16번을 만들어 10번(63%)을 잡았다.  

 

슈왈츠먼은 프랑스 오픈 직전 대회인 로마 마스터스 8강전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 2위)을 이기고, 준결승전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 9위)를 이겨 테니스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에 패했지만 170cm의 키로 24시간 내 두 경기를 뛰어야 하는 힘든 경기 일정을 버텨냈다.

 

슈왈츠먼은 이번 프랑스 오픈에서도 클레이 코트에 강한 이탈리아 선수 로렌조 소네고, 로렌조 지우스티노 등에게 단 1세트도 잃지 않고 이겨 8강전에 올라왔다. 8강전에서 라파엘 나달 다음으로 롤랑 가로스에 강한 도미니크 팀에게 승리함으로써 그보다 한 수 위의 실력임을 증명했다. 

 

슈왈츠먼은 아버지 리카르도와 어머니 실바나 슈왈츠먼 사이에서 1992년에 출생한 유대인 테니스 선수다. 홀로코스트 기간 동안 그의 폴란드인 외조부는 나치 강제 수용소로 가는 기차를 탔다. 그는 기차의 차량 연결 커플링을 꾾어 슈왈츠먼의 증조부와 같은 기차에 탄 사람들이 탈출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의 증조부는 아르헨티나로 가는 독일 배를 탔다. 슈왈츠먼은 히브리어 학교에 다녔고, 유대인의 성년식인 바르 미츠바를 치렀다. 바르 미츠바는 유대교에서 남자의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 13세가 되어 하는 성년의례이다.

 

슈왈츠먼의 별명은 엘 페크(El peque)-꼬마다. 어렸을 때 그는 20세기 초에 도시의 다른 스포츠 클럽에 가입할 수 없었던 유대인들이 설립한 스포츠 클럽인 클룹 나우띠꼬 하꼬아지(Club Náutico Hacoaj)에서 테니스를 배웠다.

 

슈왈츠먼은 테니스 선수로는 작은 키(170cm)를 대신하는 강한 정신력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그는 ATP 투어에서 세 번 우승했고, 2018년 6월에 세계 최고 남자 단식 11위에 올랐다. 슈왈츠먼은 클레이 코트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하드 코트를 선호한다. 그의 주특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서브 리턴이다.  2017년 US 오픈 8강에 올랐을때 슈왈츠먼은 제이미 야자가(1994 US 오픈, 168cm) 이후 최단신 그랜드슬램 8강 진출자였다. 당시 슈왈츠먼은 "장신들만 테니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든 공을 받아내는 뛰어난 서브 리턴자인 슈왈츠먼은 하드 코트에서 86승 79패를 기록할 때 클레이 코트에선 359승 185패를 올려 클레이 코트 마스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롤랑 가로스에선 18승 7패를 기록했다. 슈왈츠먼의 그동안그랜드슬램 최고 성적은 2017년과 2019년 US 오픈 8강과 2018년 롤랑 가로스 8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마침내 그 벽을 깨고 4강전 진출의 꿈을 이뤘다. 슈왈츠먼은 준결승 진출 상금 425,250유로(5억8천백만 원)도 확보했다.  

 

이어 열린 여자 단식 준준결승전에서는 19세의 이가 슈비온텍(폴란드, 54위)이 마르티나 트레비산(이탈리아, 159위)을 2-0(6-3, 6-1)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하면서 10대의 반란을 이어갔다. 슈비온텍은 퍼스트 서브 성공률에서는 트레비산에게 근소하게 뒤졌으나 퍼스트 서브와 세컨드 서브 득점률에서는 62%-42%, 58$-59%로 앞섰다. 서비스와 리시브 포인트도 34-23, 30-22로 앞선 슈비온텍은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6-2로 트레비산을 압도했다.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기뻐하는 이가 슈비온텍

한편, 슈비온텍은 니콜 멜리차(미국)와 짝을 이뤄 여자 복식 준준결승전에도 진출해 있다. 슈비온텍-멜리차 조는 10월 7일 오후 9시 쉬잔 랑그랑 코트에서 제시카 페굴라(미국)-아시아 무하마드(미국) 조와 여자 복식 준준결승전을 벌인다. 

 

이날 마지막으로 열린 남자 단식 준준결승전에서는 라파엘 나달(스페인, 2위)이 2001년생 신예 야니크 시너(이탈리아, 75위)를 3-0(7-6, 6-4, 6-1)으로 격파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로써 나달은 메이저 대회 단식 통산 20번째 우승을 향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 슈왈츠먼과 팀의 경기가 오래 이어지는 바람에 나달은 현지 시간으로 새벽 1시가 넘어서야 4강행을 확정했다.


준결승전 진출이 확정되자 기뻐하는 라파엘 나달

1세트에서 19세의 시너는 나달과 대등한 접전을 벌였다. 시너는 1세트 게임 스코어 5-5에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6-5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곧바로 나달이 시너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타이브레이크가 되었다. 나달은 타이브레이크에서 노련미를 발휘해 7(7)-6(4)으로 1세트를 힘겹게 따냈다. 2세트에서도 나달은 게임 스코어 1-3으로 뒤지며 고전했다. 그러나, 게임 스코어 4-4에서 시너가 흔들리며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시너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나달은 자신의 서브 게임마저 이김으로써 2세트를 6-4로 가져갔다. 10대의 반란은 여기까지였다. 나달은 체력 고갈과 잦은 실수를 범한 시너를 몰아부쳐 3세트를 6-1로 가볍게 따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나달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프랑스 오픈 통산 13번째 우승, 대회 4연패를 달성하며 로저 페더러(스위스, 4위)가 보유한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 20회와 타이를 이루게 된다. 나달은 10월 10일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슈왈츠먼과 운명의 준결승전을 치른다.  

 

10월 7일에는 전날에 이어 남녀 단식 준준결승전 4경기가 이어진다. 8강전 4경기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다, 오후 7시에는 2011년 및 2014년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자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7위)-로라 지게문트(독일, 66위), 8시 15분에는 2020 호주 오픈 우승자 소피아 케닌(미국, 4위)-다니엘 로즈 콜린스(미국, 57위)의 준준결승전이 벌어진다. 케닌과 크비토바의 준결승전 진출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오후 9시 30분에는 차세대 빅3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5위)-안드레이 루블레프(러시아, 13위), 11시 30분에는 그랜드슬램 대회 남자 단식 17회 우승에 빛나는 빅3 넘버 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위)-파블로 카레뇨 부스타(스페인, 17위)의 8강전 대결이 펼쳐진다. 원조 빅3 조코비치와 차세대 빅3 치치파스의 준결승전 진출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