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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33) 함석헌 선생을 왜곡하여 무궁화를 비하하다 - 조현래

林 山 2020. 11. 10. 10:18

때아닌 무궁화(無窮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궁화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徽章)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고 주장한다. 강효백의 주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엎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조현래(필명)는 강효백의 주장에 대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그는 박정희 독재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강효백만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1956년 당시 일간지에 화훼연구가 조동화와 식물학자 이민재가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요즘도 사회 일각에서 애국가와 국화를 다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국가는 작곡자가 친일파이고, 가사도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화도 무궁화가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조현래-강효백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林 山>

 

<사진1> 무궁화(경기도 분당)

'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33) 함석헌 선생을 왜곡하여 무궁화를 비하하다.

 

 

[두 얼굴의 무궁화] 무궁화는 한국의 국화로서 자격이 있는가?

무궁화를 내세우는 것도 근래에 된 일이요. 그나마 정치 기분으로 된 것이다.

​                                                                                    

- 함석헌, 『생활에서 나타난 고민하는 모습』(p.29)

 

 

 

《fact check(1)》 함석헌 선생은?

함석헌(咸錫憲, 1901~1989) 선생은 기독교 문필가 및 민중운동가이다.

- 함석헌 선생은 평안북도 용천 출생으로 오산학교에서 안창호(), 이승훈(), 조만식() 선생으로부터 민족주의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 1923년 오산학교를 졸업한 뒤에 일본으로 건너가 1928년 동경고등사범학교 문과를 졸업하였고 귀국하여 모교인 오산학교의 교사로 부임하였다.

- 1927년 동인지 『성서조선』창간에 참여하여 글을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1942년에 『성서조선』 필화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일제에 저항하다고 여러 차례 투옥되었다.

- 해방 후 ≪씨알의 소리≫를 창간하였고, 민중운동을 전개하면서 반독재민주화운동에 힘을 기울였다.

- 주요 저서로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1950),인간혁명(1961),『뜻으로 본 한국역사』(1962),역사와 민족(1964),통일의 길(1984) 등이 있다.

 《fact check(2)》  함석헌 선생이 무궁화를 내세우는 것이 5.16 이후의 근래에 된 일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함석헌 선생은 저술한 책의 원문은?

 

-『두 얼굴의 무궁화』, p.29는 "무궁화를 내세우는 것이 근래에 된 일이요. 그나마 정치 기분으로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고, 저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근래'가 5.16을 뜻한다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 함석헌 선생의 위 언급은 함석헌,『뜻으로 본 한국역사』, (일우사, 1962), p.417의 '생활에서 나타난 고민하는 모습' 중 '풍속'편에 기록된 내용이다.

- 정확한 원문은 아래와 같다.

 

무궁화를 내세우는 것도 근래에 된 일이요 그나마도 정치 기분으로 된 것이지 취미로 된 것이 아니다.

 

 함석헌,『뜻으로 본 한국역사』, 일우사(1962), p.417

 함석헌 선생이 저술한 책의 원문과 인용문은 같지 않다.

 

- 원문은 "그나마도 정치 기분으로 된 것이지 취미로 된 것이 아니다"이지만 인용문은 "그나마 정치 기분으로 된 것이다."로 마무리하여 일부 문구가 사라졌다.

- 원문에 있는 '취미'는 '(i)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ii)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iii)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등을 뜻하는 말이다.

- 원문을 해석하자면, 무궁화를 내세울 때 애국심과 같은 정치 기분으로 하지 말고 즐기고, 아름다움을 이해하며, 감흥을 느껴 마음이 당겨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 현실이 그렇지 못함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취지의 글이며, 무궁화가 한국의 국화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 글이 아니라 풍속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글이다.

 

함석헌 선생이 말한 '근래'는 언제일까?

 

- 함석헌 선생이 저술한『뜻으로 본 한국역사』(일우사, 1962)는『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 (성광문화사, 1950)를 개정한 것으로, 본래의 뜻은 살리되 표현을 현대적으로 개작한 것이다.

- 함석헌 선생의『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 (성광문화사, 1950)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등 저항적 기독정신을 표방한『성서조선』에 연재된 글을 모아 편찬한 것이다.

- 따라서 함석헌 선생의『뜻으로 본 한국역사』, (일우사, 1962), p.417의 기록은 원래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발간된『성서조선』에 연재된 글이 원문이며, 그 내용은『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 (성광문화사, 1950), p249에 실려 있다.

 

 

무궁화가 있다 하며 근역(槿域)이란 말도 있으나 사실에 있어서 남들이 앵화(櫻花)를 사랑하며 장미(薔薇)를 좋아하며 모란(牡丹)을 귀해 하는 같이 무궁화를 사랑하는가 하면 그런 것도 없다. 근래에 와서 그것을 의식적으로 장려하려는 이들이 있으나 이는 최근의 일이요 그 전은 별로 일반적으로 완상(翫賞)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지 않다.

 

 함석헌,『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 성광문화사, 1950, p.249

 

- 함석헌 선생이 일제강점기인1940년대에 저술한『성서조선』에서 설파한 내용은 보다 분명하다.

- 무궁화나라(槿域)라는 역사성으로 무궁화를 내세우지만 일본의 벚꽃(사쿠라), 영국의 장미 그리고 중국의 모란과 같이 좋아하고 아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의식적으로 국화(나라꽃)로 여겨 장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로 보인다는 뜻이다.

- 함석헌 선생이 말한 '근래'는 무궁화를 의식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글을 쓰던 당시를 기준으로 최근의 일로 보인다는 뜻이다.

- 함석헌 선생이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무릇 꽃은 좋아하며 아껴서 키우는 풍속이 필요하다고 설파한 것이다,

- 무궁화가 일본의 신화(神花)이고, 5·16 이후에 비로소 내세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결론》 함석헌 선생의 가르침은?

 

▶ 일반적으로 완상(翫賞)하고 취미(趣味)로 가꾸는 꽃으로서 나라꽃이기를 바란다.

 

- 나는 함석헌 선생이 설파한 것처럼 국화(나라꽃)는 국민 다수가 일반적으로 완상(翫賞, 가지고 놀며 탐내어 감상하는 일)하고 취미(趣味)로 가꾸는 꽃이기를 바란다,

- 무궁화가 그러한 꽃이 되지 못하였다면 그 원인을 살피고 개선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 국민 다수가 일반적으로 완상하고 취미로 삼는 꽃이 있다면 그 꽃이 우리의 공동체를 묶어 주고 상징하는 꽃이기를 원한다.

 

▶ 그러나 거짓에 근거하여 꽃을 증오하는 마음을 키우도록 하는 행위에 단연코 반대한다.

 

- 함석헌 선생의 말 일부를 자르고 온전한 뜻을 사라지게 한다면, 전체의 취지를 살피지 않고 일방적 주장에 대한 자의적 근거로 이용하다면 이는 왜곡이 아닌가?

- 무궁화에게 있지도 않은 일본의 정신과 군국주의를 거짓으로 넣어 꽃을 증오하도록 한다면 그것은 조작이 아닌가?

- 그러한 왜곡과 조작에 단연코 반대하며, 꽃을 증오하는 문화를 가진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