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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34) 무궁화는 어떻게 게다짝의 끈이 되었는가? - 조현래

林 山 2020. 11. 11. 10:30

때아닌 무궁화(無窮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궁화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徽章)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고 주장한다. 강효백의 주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엎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조현래(필명)는 강효백의 주장에 대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그는 박정희 독재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강효백만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1956년 당시 일간지에 화훼연구가 조동화와 식물학자 이민재가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요즘도 사회 일각에서 애국가와 국화를 다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국가는 작곡자가 친일파이고, 가사도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화도 무궁화가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조현래-강효백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林 山>

 

<사진1> 무궁화(경기도 안산)

​ '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34) 무궁화는 어떻게 게다짝의 끈이 되었는가?

 

 

[두 얼굴의 무궁화] 일본인이 예로부터 무궁화를 중시한 현실적 경제적 이유는 무궁화 나무껍질로 닥나무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최고급 종이와 노동과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인 어망과 바구니, 게다의 하나오(下駄の鼻緒)라 불리는 끈과 각종 짚신 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미주95) (p.140)

*미주95) ashi-net.or.jp/~tu3s-uchr/ao-sagi.htm (p.399)

 

 

 

《fact check(1)》 무궁화의 줄기껍질이 닥나무보다 강하고 질기다고?

 한국과 중국의 기록은?

-1613년에 최초로 간행된『동의보감』은 무궁화의 줄기껍질을 벗겨 달여 장에 생긴 출혈을 치료하거나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으로 사용하였음을 기록하였다(이에 대해서는 진주표 주석, 허준 지음, 『신대역 동의보감』, 법인문화사, 2012, p.2124 참조)

-중국 명나라 시절인 1598년에 간행된『본초강목』의 기록도 약성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무궁화의 줄기껍질을 벗겨 약재로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였다(이에 대해서는 李時珍, 『本草綱目』 木之三 灌木類 중 木槿, 高文社. 1973, p.1215 참조).

 그런데 어떻게 일본은?

-우리의『동의보감』과 중국의『본초강목』에 준하는 문헌인 일본의 『본초강목계몽』(1803)의 기록도 이와 유사하게 "木皮根皮ヲ藥用"(나무껍질과 뿌리껍질을 약용)이라고 기술하고 있을 뿐이다(아래 푸른색 박스 부분 참조).

<사진2> 오노란잔(小野蘭山), 『본초강목계몽(本草綱目啓蒙)』,1803, 제32권 목지3 관목류

-실제 무궁화의 껍질을 육안으로 관찰하고 벗겨 보아도 진액이 나오기는 하지만 닥나무(Broussonetia kazinoki Siebold, 1830)의 껍질에 나타나는 섬유질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어떻게 무궁화의 껍질로 종이를 만들고 어망, 바구니, 게다짝과 짚신의 끈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까?

-한·중·일의 3국 모두에 분포하는 무궁화 Hisbiscus syriacus L.(1753)은 모두 같은 종인데, 어떻게 일본에서만 경제성을 갖게 되었을까? 

-일본의 옛 문헌뿐만 아니라 식물 관련 서적을 아무리 뒤져도 그런 내용을 찾을 수는 없었다.

 《fact check(2)》  『源氏物語』(겐지모노가타리)에는 木槿(ムクゲ)이 기록조차 되지 않았다.

 

근거로 인용된 미주(尾註)에는 木槿(ムクゲ)이 존재하지 않았다.

 

 -미주에 인용된 "asahi-net.or.jp/~tu3s-uehr/ao-sagi.htm"를 찾아 들어가 보았다(http://www.asahi-net.or.jp/~tu3s-uehr/ao-sagi.htm 참조).

-위 사이트는 <청산학원여자단기대학(青山学院女子短期大学)>의 수강생을 위한 홈페이지(ページ)로 일본 고전문학 강의 수업 중『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에 대한 강의 중에서【源氏物語の植物】이라는 주제에 대한 발표문을 실어 놓은 곳이었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는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 978∼1016)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헤이안시대의 장편소설로서 3대에 걸친 귀족사회의 사랑과 고뇌, 이상과 현실, 예리한 인생비판과 구도정신을 나타낸 일본의 고전 문학작품이다. ​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에는 몇 종류의 식물 명칭이 등장하는데, 위 사이트에 공개된 발표문은 그것을 정리한 내용이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에는 木槿(ムクゲ)은 기록되지 않았고, 대신에 朝顔(あさがほ)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일본의 옛 문헌에 등장하는 朝顔(あさがほ)이 어떤 식물인지에 대해서는 문헌마다 여러 논란이 있으며, 그 중 『萬葉集(만엽집)』(8세기)의 '朝顔'에 대해서 무궁화(木槿)를 일컫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었으나 현재는 도라지(桔梗)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朝顔(あさがほ)에 대해서도 무궁화(木槿)을 지칭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었으나 나팔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위 발표자도 나팔꽃으로 보아 내용을 발표하였다.

-따라서『두 얼굴의 무궁화』p.399에서 무궁화의 쓰임새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근거로 위 사이트를 소개한 것은 전혀 맞지 않으며, 朝顔(あさがほ)으로 종이를 만들고 어망, 바구니, 게다짝과 짚신의 끈으로 사용했다는 내용도 존재하지 않았다.

​-『두 얼굴의 무궁화』의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허위의 인용문헌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펼친 것이다.

​​
▶나무 껍질로 종이, 어망, 바구니 그리고 게다짝과 짚신의 끈으로 사용한 식물은?

​-무궁화의 껍질로 종이, 어망, 바구니 그리고 게다짝과 짚신의 끈을 만들 수 있다면 같은 종을 식재하고 있는 우리도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자료를 찾았다.

-그리고 그 유사한 표현이 나오는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http://www.typoftp.ddo.jp/ 참조).

-인쇄와 전자책 발행을 업으로 영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식회사 타입앤타이프(株式会社タイプアンドたいぽ)라는 곳의 홈페이지였다. 그 하단에 '전자책 샘플'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견본 중의 하나로『식물도감(植物図鑑)』이 있었다.

​-이『식물도감(植物図鑑)』은 전체 26페이지로 된 샘플 전자책인데, 그 중 16페이지에 우리나라의 제주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용<Hibiscus mutabilis L.(1753)>의 용도에 아주 유사한 표현이 있었다.

<사진3> 타입앤타이프(株式会社タイプアンドたいぽ)의 전자책 샘플 ,『식물도감(植物図鑑)』, p.16

-위 전자책 샘플은 부용의​ 용도에 대해 "줄기의 껍질은 강한 종이의 재료와 어망, 바구니, 게다짝의 끈 등에 사용되었다"라고 기록하였다.

-『두 얼굴의 무궁화』p.140에서 주장한 내용과 용도의 순서까지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굳이 차이가 있다면 "각종 짚신"이라는 표현이 더 추가되어 있다는 정도인가?

-그런데 위 자료는 정식으로 출판된 것이 아니라 샘플로 제공된 것이며, 그조차도 무궁화<Hibiscus syriacus L.(1753)>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부용<Hibiscus mutabilis L.(1753)>에 대한 용도를 설명한 것이다.​

《결론》 무궁화가 게다짝의 끈이 되기 위해 거친 과정은?

 

▶허위의 문헌 인용 그리고

 

-일본에서 무궁화의 껍질로 종이를 만들고 어망, 바구니, 게다짝과 짚신의 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러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사이트의 발표문이 인용문헌으로 사용되었다. 

-실제 그러한 내용이 나오는 것은 정식으로 출판된 문헌도 아니고, 어떤 영리회사의 견본용 책자에 실린 내용이고, 그나마 무궁화가 아닌 부용의 용도로 기술된 내용이다.

​-그리고 원문(?)에도 없는 "닥나무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최고급", "노동과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 운운하며 과장된 표현으로 주장을 강화하였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작출하여 자극적이게도 일본어를 써가면서 무궁화를 게다짝의 끈과 연결시켜 놓았다.

-일본에서 게다짝이나 짚신을 만드는데 무궁화의 나무껍질이 필수품이었다는 것이 정말로 맞다면 노끈을 만들수 있는 식물이 우리에 비해서 부족했다는 뜻이다. 우리는 칡넝쿨, 마삭줄, 그리고 노박덩굴 등으로 노끈을 만들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벌이는가?

▶정말로 무궁화의 나무껍질로 닥나무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최고급 종이를 만들 수 있다면? 

​-정말로 무궁화의 나무껍질로 닥나무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최고급 종이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자연의 산물로부터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자원의 활용방법에 관한 것이고, 일본이 먼저 한 것이라면 우리도 배울 일이다.

-정말로 일본이 무궁화를 그리 활용해서 그리 좋은 최고급 종이를 만들었는지 정확한 논거를 제공하시라.

-한반도의 무궁화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이식되었다는『두 얼굴의 무궁화』의 주장이 맞다면 왜 그러한 문화와 기술은 우리에게 전래되지 않았는지도 규명하여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