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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청와대 발언문

林 山 2021. 2. 7. 20:48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뒤 36년째 복직 투쟁을 벌여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2월 7일 400㎞가 넘는 도보 행진을 마치고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2020년 12월30일 김 지도위원은 복직을 염원하며 부산을 출발해 ‘희망뚜벅이’ 행진에 나섰다. 전두환 독재정권 하에서 해고자가 된 김 지도위원은 노동자의 권리 투쟁을 탄압한 국가폭력의 희생자이다. 

 

1981년 여성 용접공으로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김 지도위원은 1986년 노동조합의 어용성 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대공분실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회사는 그런 그를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해고했다. 김 지도위원은 1987년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나라 사법부는 소송을 기각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후 노동운동에 투신하여 두 차례의 징역과 5년 동안 수배를 당했다. 2011년 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해 309일간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노사합의를 이끌어낸 일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 자신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2018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에 있다.

 

김 지도위원의 해고는 한진중공업이라는 한 기업의 노사 문제만이 아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과 2020년 두 차례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한진중공업에 복직을 권고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2월 4일 성명에서 “국가폭력이 야기한 과거 청산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2020년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결의했다. 그럼에도 한진중공업은 정당한 해고였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도보 행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젠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정권과 정치권이 김 지도위원의 질문에 대답할 차례다. 다음은 김 지도위원의 청와대 발언문 전문이다.<林 山>

 

도보 행진을 마치고 청와대 앞 행사에 참석한 김진숙 지도위원(가운데)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

 

전태일이 풀빵을 사 주었던 여공들은 어디서 굳은살 배긴 손으로 침침한 눈을 비비며 아직도 미싱을 돌리고 있는가? 아니면 LG 트윈타워 똥물 튄 변기를 빛나게 닦다가 짤렸는가? 아니면 인천공항의 대걸레만도 못한 하청에 하청노동자로 살다가 짤린 김계월이 됐는가? 그도 아니면 20년째 최저임금 코레일 네트웍스의 해고자가 되어 서울역 찬 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는가? 

 

노동존중 사회에서 차헌호는 김수억은 변주현은 왜 아직도 비정규직인가? 왜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차별과 멸시부터 배워야 하며 페미니스트 정권에서 왜 여성들은 가장 먼저 짤리며 가장 많이 죽어가는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 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짤렸으며 쌍차와 한진 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는가? 김용균, 김태규, 정순규, 이한빛, 김동준, 홍수연은 왜 오늘도 죽어가는가?

 

세월호, 스텔라스테이지호는 왜 아직도 가라앉아 있으며 유가족들이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가? 이주노동자들은 왜 비닐하우스에서 살다 얼어 죽어야 하는가? 왜 문정현 신부님은 백기완 선생님은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한 싸움을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가?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약속들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 한발 한발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보자기 덮어쓴 채 끌려가 온몸이 떡이 되도록 맞고, 그 상처를 몸에 사슬처럼 지닌 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십니까?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아빠 왜 안 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동지 여러분,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과거를 배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입술로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저 혼자 강을 건너고 뗏목을 버리는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 게 이 나라 민주주의입니다.

 

먼 길 함께 걸어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살을 깎고 뼈를 태우며 단식 하신 동지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를 우리들.....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