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 화제

'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50) 扶桑(부상)과 신채호에 대한 왜곡과 조작 - 조현래

林 山 2021. 3. 3. 16:37

때아닌 무궁화(無窮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궁화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徽章)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고 주장한다. 강효백의 주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엎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조현래(필명)는 강효백의 주장에 대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그는 박정희 독재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강효백만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1956년 당시 일간지에 화훼연구가 조동화와 식물학자 이민재가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요즘도 사회 일각에서 애국가와 국화를 다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국가는 작곡자가 친일파이고, 가사도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화도 무궁화가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조현래-강효백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林 山>

 

<사진1> 하와이무궁화( H. rosa-sinensis , 경기도 분당 화분 식재)

 

 

[두 얼굴의 무궁화, 90] 부상(扶桑)은 무궁화 나무로서 일본을 지칭한다

                                                                                            - 단재 신채호

 

 

[두 얼굴의 무궁화, 92] 부상(扶桑)은 무궁화나무로서 일본을 지칭한다.

일본이 왜 무궁화를 좋아하고 이를 한국의 나라꽃으로 은밀히 신분세탁하는 작업을 했을까필자의 오랜 의문에 단재 신채호(申采浩, 1880~1936) 선생이 대답하고 소네 아라스케(曾彌荒助, 1849~1910) 조선통감이 이를 재확인했다.

 

 

[두 얼굴의 무궁화, 92쪽]우선 조선상고사』 구미호와 오제의 문구이다단재는 다음과 같이 흔히 일본을 지칭하는 부상(扶桑)이 무궁화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 나무 이름은 부상(扶桑)이라 한다또 일명 무궁화나무라고도 한다세상 사람들이 부상을 뽕나무의 일종으로 아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무궁화는 신성한 나무인데 그 잎이 뽕나무 비슷하다 하여 부상이라 일컫는다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부상은 우선 5색이 나지 않고 오직 무궁화만 5색이 나니천지간에 나서 천궁 아래서만 자라난다바람···서리·벌레··짐승 또는 사람들의 침략도 받지 않으므로 다섯 가지 정기를 독차지하였으니능히 5색을 갖추어 변치 않는 것이다오제의 신이 이를 사랑하여 늘 여기 와 노는데 실로 신을 공경하지 않는 자는 그 자리를 알지 못하며 비록 안다 해도 그 신을 능히 부릴 수 없나니그 신을 이미 알고 그 신을 능히 부릴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하나뿐이다.”

 

 

[두 얼굴의 무궁화, 93]고종이 시제를 내렸다이토히로부미모리오노리(森大來), 소네아라스케(曾彌荒助), 이완용이 연회장에서 다음과 같은 합작시를 지었다,

 

 

단​비가 처음 내려 만 사람을 적셔 주니(甘雨初來霑萬人이토)

부상(일본)과 근역(한국)이 어찌 다르다 논하리오(扶桑槿域何論態-소네)

함녕전 위에 이슬빛이 새로워지니(咸寧殿上露革新-모리)

두 땅이 하나가 되니 천하가 봄이로다(兩地一家天下春-이완용)

 

소네 아라스케 조선통감이 말한 부상과 근역은 어디이며 무엇인가?

 

 

 

[두 얼굴의 무궁화, 97]끝으로 가장 직접적인 접근방법 식물학 학명으로 무궁화와 부상을 비교해 보자. 무궁화의 학명은 ‘Hibiscus syriacus’, 그리고 부상의 학명은 ‘Hibiscus rosa-sinensis’로 같은 아욱과(아욱 목(같은 무궁화(Hibiscus) (), 같은 무궁화속()이다. 

 

 

 

[두 얼굴의 무궁화, 99]요컨대무궁화 나라 부상 일본이 한국을 무궁화지역(근역)’으로 조작한 목적은 무궁화의 한국의 나라꽃으로 신분세탁 과정을 통하여 한국병탄과 내선일체 작업의 매개체로 삼으려는 제국주의 책략으로 파악된다.

 

 

<Fact Check(1)>  이토 히로부미와 이완용 등의 합작시(이하 합작시”)의 의미에 대한 검토

 

▷  ( 좌 )  일제가 덕 수궁에 세웠던 합작시비 , ( 우 )  합작시에 대한 이완용의 서예글

▶ 합작시는 일제의 대한제국(조선)에 대한 강제 병합을 찬양한 것이다!

합작시의 핵심은 3행과 4행에 있는 “扶桑槿域何論態”(부상근역하론태)와 “兩地一家天下春”(양지일가천하춘)이라는 문구이다. '부상과 근역을 어찌 다르다 논할 것인가?  두 나라가 일가를 이루면 천하가 봄이로세'라는 강제 병합의 찬양 문구이다.

 

- 1909년 7월 5일에 이토 히로부미, 모리 오노리, 소네 아라스케 및 이완용이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에 대한 국권 찬탈 행위를 天下春(천하춘)이라고 찬양한 노래로, 은밀히 신분세탁을 한 것이 아니라 ‘무궁화의 나라’(槿域)를 ‘부상의 나라’(扶桑國)에 강제 병합하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한 것이다.

<참고(1)>  “주제가 주제인 만큼 학술 논문보다 깊고 정확하게 쓰려고 애썼다”(20쪽)라고 자신하는 『두 얼굴의 무궁화』는 합작시의 2행과 3행을 서로 뒤바꾸어 기술하고 있다. 

 

▶ 합작시가 신분세탁?!


- 여기 어디에 신분세탁 과정이 있는가? 우리의 선조들이 우리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한 ‘무궁화나라(근역)’을 병탄하고 침략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고, 그것을 천하의 봄(天下春)으로 노래한 것이다.

- 소네 아라스케 조선통감이 말한 부상과 근역은 어디이며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다. ‘부상’은 하와이무궁화(부상)가 피는 일본이며, '근역'은 무궁화의 나라로  대한제국(조선)을 뜻한다.

- 일본이 대한제국(조선)을 강제 병합하면 천하에 봄이 된다는 제국주의자와 친일매국노가 합작한 노래이다. 뻔한 사실을 왜 모르는 척하는가? 우리나라에 대한 별칭으로 옛부터 槿域(근역)이라고 불렀다는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려다 보니 세 살 아이도 알만한 뻔한 것에 그 이상한 무엇이 있는 양 눈가리고 아웅거리고 있는 것이다.

- 도대체 어떤 사고를 하면 단재 신채호 선생이 친일 매국노의 이런 노랫가락에 동조했다고 볼 수 있는가? 저자도 문제이지만 이런 논리에 동조하는 이들은 또 누구인가?

<Fact Check(2)>  단재 신채호의「구미호와 오제」의 무궁화에 대한 검토

▷ 단재신채호전집편찬위원회, 『단재 신채호 전집; 제7권 문학』, 독립기념관(2008), 156쪽

▶ 부상은 무궁화 나무로서 일본을 지칭한다?

 

- 먼저 단재 신채호 선생이 “부상(扶桑)은 무궁화 나무로서 일본을 지칭한다.”라고 언급했다는 『두 얼굴의 무궁화』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 2019년 5월 7일자 아주경제에서 『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는 위 말의 출처로 단재 신채호의 『을지문덕전』(1908, 국한문혼용본 및 한글본)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을지문덕전』은 고구려 장수였던 을지문덕이 수나라 양제의 침입을 격퇴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민족의 영웅으로서 그를 기리기 위한 글이다. 아무 관련도 없는 부상과 무궁화 그리고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황당무계한 발상이다. 

- 또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구미호와 오제」가 『조선상고사』에 있다는 주장도 황당한 것이다. 「구미호와 오제」는 조선의 고대 신화를 소설 형식으로 각색한 것으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유고 작품이다.

 

▶ 부상은 부여의 신성한 나무이다!

- 단재 신채호 선생의 「구미호와 오제」를 살피면, “무궁화는 부여의 신성한 나무인데”라고 기술하고 있다.

- 단재 신채호 선생은 부상=무궁화이고 무궁화는 우리의 옛 고대국가인 “扶餘(부여)의 신성한 나무”라고 했으므로, 부상(扶桑)이 일본을 지칭한다고 했다면 예부터 부여가 곧 일본이었다고 하는 것과 진배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으니, 책에서는 “부상(扶桑)은 무궁화 나무로서 일본을 지칭한다.”라는 말의 인용 출처를 삭제하고, 「구미호와 오제」에서는 원문과 다르게 “부여의”라는 말을 제거하여 버렸다. 명백한 왜곡이자 조작이다.

 

▶「구미호와 오제」의 실제 내용은?

 

- 단재 신채호 선생의 「구미호와 오제」를 살피면, “이 나무 이름은 부상이라 한다. 또 일명 무궁화나무라고도 한다.”라고도 했지만, 더불어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부상은 우선 5색이 나지 않고 오직 무궁화만 5색이 나나니 천지간에 나서 천궁 아래서만 자란다”라고도 하여 부상과 무궁화가 다르다고도 했다.

- 얼핏 이중적으로 보이는 위와 같은 어법은 ‘扶桑’(부상)의 원출처가 중국의 신화소설인 『산해경』에서 출발한 것이고, 옛 문헌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이다.

- 즉, 옛 문헌은 扶桑(부상)에 대해 (i) 동쪽의 해가 뜨는 신성한 땅. (ii) 동쪽 땅에서 자라는 신성한 나무, (iii) 식물의 종으로서 하와이무궁화(Hibiscus rosa-sinensis) 및 (iv) 국가로서 일본을 일컫는 용어로 혼용했다. 그래서 옛 문헌에서 扶桑(부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문헌마다 달리 새겨야 한다.

- 단재 신채호 선생이 부상=무궁화나무=부여의 신성한 나무라고 할 때에 扶桑(부상)은 신성한 나무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고, 부상은 5색이 나지 않고 5색이 나는 무궁화와 다르다고 한 취지는 식물의 종으로서 하와이무궁화 또는 일본을 지칭할 때에는 무궁화와 구별된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다.

- 옛 문헌에서 동일한 용어라도 문헌이나 문구별로 그 뜻이 같지 않고 각 문헌과 문구별로 달리 해석을 해야 한다는 고문헌 해석 방법에 대해 정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단재 신채호 선생이 저술한 「구미호와 오제」의 문구 “무궁화는 부여의 신성한 나무”에서 우리의 고대국가인 “부여의”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제거하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한국어를 사용하는 일반인이 그 전체적 취지를 결코 부상=무궁화나라(槿域)=일본을 말한 것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이점에서 『두 얼굴의 무궁화』의 위 기술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왜곡과 조작이다.

- 단재 신채호 선생이 부상=무궁화=일본으로 보았다면 그의 소설 ‘꿈하늘(夢天)’에서 무궁화에 대해 노래했겠는가? 국권 찬탈의 시기에 우리 민족을 무궁화에 빗댄 아래의 시는 이미 인터넷에서도 널리 유포되어 누구나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뿐만 아니라 출판사 관련자 및 추천자들 모두 단재 신채호 선생의 비하와 명예훼손 행위를 공동으로 하거나 그것을 감내하겠다는 의사가 아니라면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 그 모든 것을 떠나서, 평생을 조국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 일제에 의해 체포되어 이국 땅 뤼순(旅順)의 차디찬 감옥에서 옥사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이토 히로부미, 소네 아라스케와 이완용 등이 어울려 강제 병합을 노래한 것과 같은 취지로 대답하고 재확인했다는 발상 자체가 정상적인 한국인이라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 단재신채호전집편찬위원회, 『단재 신채호 전집; 제7권 문학』, 독립기념관(2008), 24쪽

<Fact Check(3)>  하와이무궁화(H. rosa-sinensis)와 무궁화(H. syriacus)가 같은 식물인지 여부에 대한 검토

 

▶ 실학자 서명응의 『본사』를 통해 살펴보는 부상(扶桑)

 

 

東海日出處 扶桑樹 長數天仗 大二千圍尺 葉赤理 狀類桑葉 五色華通年 朝開暮落 隨日之出入 如是者 凡十株同根相倚 故名扶桑...(중략)...扶桑生南方 而南凉郡 尤盛 木高四五尺 枝柯叢生柔弱 葉深綠 沃若婆娑 類桑葉 花有紅黃白三色 而紅者尤貴 皆吳出 大如蜀葵 重敷光澤 有蘂一條 長出花外”

 

동해에 해가 뜨는 곳에 부상수가 있다. 길이는 수천 장이며 크기는 둘레 이천 척이다. 잎은 붉은색에 무늬가 있는데 모양이 뽕나무 잎과 비슷하다.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이 1년 내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데,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따른다. 이와 같은 나무 열 그루가 같은 뿌리에 서로 의지해 있으므로 부상이라 한다....(중략)...부상은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데 (중국의) 남량군에서 더욱 무성하게 자란다. 나무의 높이는 4~5척이며, 가지가 떨기로 자라는데 유연하다. 잎은 진한 녹색으로 광택이 있으며 아름답고 뽕나무 잎과 유사하다. 꽃은 홍색·황색·백색 세 가지 색이 있으며, 홍색인 것이 더욱 귀하다. 모두 오출이며 크기는 촉규와 비슷하고 거듭 광택이 퍼져 있다. 꽃술 한 가닥이 길게 꽃 밖으로 뻗어 나온다.

 

▷ 서명응(徐命膺, 1716~1787), 『본사(本史)』, 1787년 저술

 

- 먼저 『본사』의 앞 부분에서 기술된 여기서 扶桑(부상)은 길이가 수천 장에 이르고 크기가 둘레 이천 척에 이르고 있으므로 현실에서 실재하는 나무가 아니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扶桑(부상)과 다르게 꽃색도 5가지이다.

이것은 전설 속의 신비한 나무로서 ‘扶桑'(부상)이다. 이 扶桑(부상)은 꽃의 색깔이 5가지로 『구미호와 오제』에 나오는 "(세상에서 흔히 말하지 않는) 부상(扶桑)" 즉, "부여의 신성한 나무"라는 표현과 일치하고, 신성한 나무를 뜻하는 것이다.

- 반면에 뒷부분에 나오는  ‘扶桑'(부상)은 자라는 지역과 형태에 관한 기술에서 정확히 알 수 있듯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하와이무궁화'(Hibiscus rosa-sinensis)를 일컫는 것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광성 외, 『나무열전』, 국립수목원(2017), p.311 참조]. 지금은 원예종이 보다 많이 개발되어 다양한 색의 꽃이 있지만 당시에는 단색으로 붉은색, 노란색 및 흰색의 3가지 꽃색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 이것은 현실 속에 존재하고 중국 남부에서 자란다고 알려진 ‘扶桑'(부상), 즉 하와이무궁화이다.『구미호와 오제』에 나오는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부상(扶桑)"이다.

<참고(2)> 옛 문헌에서 扶桑(부상)을 여러 의미로 사용했던 출발에는 괴기소설의 일종인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이 있다. 『산해경』의 해외동경 부분은 부상(扶桑)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下有湯谷 湯谷上有扶桑 十日所浴 在黑齒北 居水中 有大木 九日居下枝 一日居上枝”(그 아래에 탕곡이 있으며 탕곡 위에는 부상이 있다. 열 개의 태양이 목욕을 하는 곳이다. 흑치국의 북쪽에 있으며 물속에 있다. 그곳에 나무가 있으니 아홉 개의 태양이 그 나무 아래에 산다. 나머지 한 개의 태양은 그 나무 위에 산다). 산해경』에 기록된 扶桑(부상)이 땅이름(지역)을 말하는 것인지 나무의 종류를 말하는 것인지가 모호하여 옛부터 여러 논란이 있었다. 위진남북조 시대의 곽박(郭璞, 276~324)은 위 扶桑(부상)에 대해 “扶桑 木也”(부상은 나무이다)라고 주(注)를 달았다. 扶桑(부상)을 나무의 이름으로 볼 경우에도 열 개의 태양이 목욕을 하는 전설상의 신비한 나무를 일컫는 것으로도 사용했고, 아래 본초강목』에서 살펴보듯이 후대에 이르러 현실에서 존재하는 특정한 식물로서 扶桑(부상, 하와이무궁화)를 뜻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산해경』을 근거로 신비한 나무가 있는 동쪽의 나라로써 자신들을 일컫는 나라 이름으로 扶桑(부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 중국의 『본초강목』을 통해 살펴보는 부상(扶桑)

 

 

扶桑産南方 乃木槿別種 其枝柯柔弱 葉深綠 微澀如桑 其花有紅黃白三色 紅者尤貴 呼爲朱槿

 

부상은 남방 지역에서 나고, 목근의 별종이다. 가지는 부드럽고 약하며, 잎은 짙은 녹색이고 뽕잎처럼 약간 껄끄럽다. 꽃은 붉은색, 노란색, 흰색 세 가지인데, 붉은색이 더욱 귀하고 ‘주근’이라 부른다.

 

▷ 이시진(李時珍, 1518~1593), 『본초강목(本草綱目)』1596년 저술

 

중국의 이시진이 『본초강목』(1596)에서 부상(扶桑)을 ‘木槿別種’(목근별종)이라고 한 것은 木槿(목근: 무궁화)과 같다는 것이 아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식물(=다르지만 비슷한 종류)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본초강목』은 ‘木槿’(목근)과 ‘扶桑’(부상)을 별도의 약재식물로 다루었고 사용 부위와 약성도 다르게 기술하였다.

- 실학자 서명응의『본사』의 뒷부분에 나오는 특정한 식물의 종으로서 扶桑(부상)에 관한 것과 내용이 동일함을 알 수 있다.

 

▶ 식물분류학을 통해 살펴보는 무궁화(木槿)와 부상(扶桑)

  

- 무궁화와 부상(하와이무궁화)이 같은 과(科), 같은 목(目), 같은 속(屬)이기 때문이 같은 식물이라면, 소나무는 학명이 Pinus densiflora이고, 잣나무는 학명이 Pinus koraiensis로서 같은 소나무목(Pinales), 같은 소나무과(Pinaceae), 같은 소나무속(Pinus)이므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같은 식물이 된다.

- 무궁화와 부상(하와이무궁화)이 같은 과(科), 같은 목(目), 같은 속(屬)이기 때문이 같은 식물이라면, 벚나무는 학명이 Prunus serrulata f. spontanea이고, 살구나무는 학명이 Prunus armeniaca이며, 앵도나무는 학명이 Prunus tomentosa 이고, 자두나무(李花)는 학명 Prunus salicina이며, 복숭아나무는 학명이 Prunus persica이고, 매화나무는  학명이 Prunus mume로서 같은 장미목(Rosales), 같은 장미과(Rosaceae), 같은 벚나무속(Prunus) 식물이므로 벚나무, 살구나무, 앵도나무, 자두나무, 복숭아나무 및 매화나무가 같은 식물이 된다.

- 굳이 식물분류학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상식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부상=무궁화로 만들어 무궁화를 일본의 군국주의의 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참고사항>  『해유록』의 「哀博多津」(애박다진)을 통해 살펴보는 부상과 근역

  

▷ 신유한, 『해유록(海遊錄)』 중 「哀博多津」(애박다진)」

 

 

哀博多津 박다진에서 애도하다

肅舒節以東騖兮              사신되어 동으로 옴이여
日煌煌敷詔于搏桑         왕명을 밝게 부상에 펴려 함이네
晏龍嬉嬉其息浪兮         용은 기뻐하여 물결이 쉬는데
禺?又鼓柁而安翔            물귀신이 삿대를 치며 평안히 왔네 
躋藍洲而容裔兮              남도에 올라 산보하며
攪宿莾之遺薌                 향초(香草)를 캐어 구경했네
伻文昌使問津兮            문창성(文昌星)을 시켜 길을 물으니
眺博多瀰迤而蔽眶            박다진이 눈에 들어오네
盡於邑而顧懷兮            옛일 생각하고 슬퍼함이여
微夫人吾誰爲傷            그분이 아니면 내가 누굴 위해 슬퍼할꼬
昔公之約于志兮            옛날에 박공(朴公)이 결심하여
矢忠言以不忘                 충성된 말 잊지 않기로 맹세했네
佩迷穀與若華兮            미곡과 약화를 패로 하고 
差祝餘而爲粻                 축여를 시켜 양식을 마련했네
謂鯨牙蜮弩無所懼兮          고래의 어금니와 불여우의 쏘는 것도 두려울 것 없다 하고서
履九死猶康莊                 죽음의 땅 밟기를 큰길처럼 여겼네 
苟靈脩可以一開鬱陶兮       임금의 아우 생각 풀어드릴 수 있다면 
雖體解吾不憚殃            비록 몸이 찢겨도 나는 꺼리지 않네 
橫海以孤謇兮                 바다를 건너 홀로 감이여 
抗危衷而莫敢遑            임금 위한 충성에 편안히 쉴 수 없네
遏欽殦於瑤崖兮            악귀(惡鬼)같은 왜인을 속이고서
令黃鵠且焉高翔            황곡으로 하여금 또한 높이 날게 하였네 
黃鵠之一擧千里兮            황곡이 한 번 날아 천 리로 옴이여
繽雨粟而吉祥                 본국에는 경사로세
窈快在其中心兮            속마음 쾌함이여
君庶幾乎樂康                 우리 임금 즐거워하시겠지 
羌獨厲吭而俟斧兮            혼자서 목을 느리고 칼을 기다림이여
謇淹留此津之梁            이 박다진에 머물렀다네
繄天吳入面人首焂忽揮呵兮  악독한 바다귀신 성내어 떠들며
得人肉爲醢以骨爲醬         사람의 살과 뼈로 젓을 담갔네
日薆薆其將暮兮            침침한 저문 날에 
哀汝壽之未央                 임의 죽음 슬프도다
山蕭條而無室兮            산은 쓸쓸하여 집이 없고
水寂寞而無航                 물에는 적막하여 배도 없네 
托沈陰而離異兮            몸은 여기 버려두고
靈葱?而尙羊                 혼령은 소요히 노닐었네 
乘陽侯之汎汎兮            해신(海神)을 타고 둥둥 뜨니
翼豐隆而飛揚                 풍신(風神)이 호위하여 훨훨 나네 
指槿花於靑邱兮             무궁화 핀 청구(靑丘)를 가리키며
睋始林之秋荒                 신라의 가을 빛 바라보네 
鵄嶺㟼以造天兮            치술령(鵄述嶺) 높아 하늘에 있는데
傃貞石而偕藏                 망부석(望夫石)과 함께 내리네
豈肝楡奢此之可與耦兮        어찌 저 악귀들과 짝을 하랴 
超旣離夫蠻鄕                 오랑캐 나라 이미 떠났네
於乎死或有重於泰華兮       아아 목숨이 태산보다 중하기도 하고
或輕於毫芒                   혹은 털끝보다 가볍기도 하네
吾聞作忠而捐脰兮            몸을 죽여 충성 바친 것
固前脩以流芳                 옛날 현인(賢人)들 이름 전하네 
紀焚躬以帝劉兮            기신(紀信)은 몸을 불태워 임금 살렸고 
高剟膚以理張                 고는 살을 찢기며 절개 지켰네
孰與君之舍命如屣兮          어찌 임이 목숨 버리기를 헌신짝 같이 한 것과 같으랴 
黑齒競啄其乘膓            검은 이빨들이 다투어 충신의 창자를 씹었네
顝蟬蛻而遐矯兮            매미처럼 껍질 벗고 멀리 날음이여
齋浴日而耿光                 햇빛처럼 빛나네
彼闒茸士人亦何爲兮          저 못난 신하들 무엇하는 것인가 
紛紛七尺之是襄            모두 칠 척이나 되는 몸을 가졌네
食君之祿悼不豐兮            임금의 녹을 먹을 제 녹이 박하다고 걱정하다가
卒爛熳賣國而娛亡            마침내 나라를 팔고 망하는 것 좋아하네
尙余懷之慍愉兮            나의 회포 강개함이여 
慕夫人之堂堂                 그 사람의 당당한 것 사모하네 
邈千騏而往記兮            천년을 지낸 뒤 와서 제사 드림이여 
欽弔爾以材浪                 공경히 그대를 조상하나이다 
亂曰                           마지막 곡조를 부른다 
維尙有嶠兮                    아직도 산이 있는데 
上有幽篁그                    위에 깊숙한 대밭이 있네 
篁森黝以晝暝兮               대밭이 침침하여 낮에도 어둠이여 
風颯歙而音凄凉               바람 소리도 처량하네 
仰窈窕而不見君兮             우러러도 임은 볼 수 없고
俯天紹而心狂                  구부려도 마음만 미칠 듯
如絏余榜於孤鶴兮             외로운 학에게 나의 돛대를 걸었음이여 
雲波潏潏其方驤            출렁이는 물결에 날아 달리네 
喟聖化之東漸兮            아아 성군의 덕화가 동으로 미침이여 
鴃舌紛好我笙簧               왜인들이 우리의 생황을 좋아하네
匪寵靈吾曷慿兮               임금의 덕이 아니면 내가 어디 의지하며
匪忠信吾奚將                 충신이 아니면 내가 어찌 행하리
勔斯奉以周旋兮               이것을 받들어 거행함이여 
又何憚夫封虺之在傍          어찌 모진 뱀이 옆에 있음을 꺼리랴
折瑤芳而招招兮            향초를 뜯어 임의 혼령 부름이여
哀辰之不昌                    운명을 잘못 탄 것 슬퍼하네
揖參揚而戒曙兮            새벽에 일어나 출발을 재촉함이여 
奏騷些不可長                 조상하는 시를 길게 못 쓰네

 

 

- 1720년경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유록』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문장가인 신유한(申維翰, 1681~1752년)이 조선 숙종 때 제9차 통신사의 제술관(製述官)으로 일본에 다녀온 후 저술한 일기 형식의 기록이다.

- 제9차 통신사는 1719년 4월에 출발하여 1720년 1월에 귀환하였으며, 해유록에 수록된「哀博多津」(애박다진)은 1719년 8월 8일에 쓰여진 한시 형식의 글이다.

 

-「애박다진」에서 박다진(博多津)은 일본 큐슈의 북부 지역으로 박다(博多 : 하카타)와 그에 접하고 있는 해안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신라 눌지왕의 명에 따라 볼모로 와 있던 왕자를 탈출시키고 일본의 포로로 죽음을 선택한 충신 박제상(363~419)이 그곳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애박다진」은 신유한이 박다진(博多津)을 지나면서 신라의 충신 박제상을 추모하는 내용의 시이다. 이 시에서 신유한은 일본에 대해 부상(扶桑)과 같은 말로도 사용되는 ‘搏桑’(박상)이라 하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靑丘’(청구)라 칭하면서 무궁화가 핀 지역으로 보았다. 

 

- 누가 부상과 무궁화가 같다고 하고, ‘扶桑國’(부상국)과 무궁화가 피는 ‘槿域’(근역)을 같다고 했는가? 같은 것으로 만들려고 한 자들은 누구인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침탈한 일제와 그에 동조한 친일매국노들이 아닌가? 

<결론>   일제의 국권찬탈로부터 100년도 더 지난 현재의 시점에 누가 민족반역자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가?

▶ 부상과 단재 신채호 선생에 대한 왜곡과 조작

 

​-『두 얼굴의 무궁화』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왜곡하고 그의 저술에서 언급된 내용을 고의적으로 제거하여 조작하고서는 마치 일제가 무궁화를 우리의 나라꽃으로 신분세탁한 것처럼 허위의 내용을 기술하였다.

-『두 얼굴의 무궁화』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마치 일본 제국주의자와 친일매국노가 국권을 강제로 찬탈하고자 하는 합작시와 같은 취지로 언급을 한 것처럼 기술하여 단재 신채호 선생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기까지 하였다.

▶ 누가 부상과 근역을 같다고 했고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은가?

- 100여년 전 고종 황제 앞에서 부상과 근역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천하의 봄을 만드는 것이라고 노래한 자들이 누구이고 그들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는 명백하지 않은가?

- 그런데 해방이 된지 80여년에 이르는 현재의 시점에 이르러 옛 기록과 역사를 통째로 왜곡하면서 또 다시 부상과 근역이 같다며 하나라고 떠들고 노래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의도와 목적은 무엇인가? 그들이 한국인이기는 한 것인가?

 

글쓴이 - 조현래(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