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제도는 인류 역사상 권력을 가진 인간에 의한 인간의 비인간적인 제도였다. 고대 로마 시대에도 노예 제도가 있었고, 조선 왕조 시대에도 노비 제도가 있었다. 미국에도 노예 제도가 있었다. 그런데, 김성회는 '조선의 노비와 로마의 노예'라는 글에서 조선의 노비 제도가 로마의 노예 제도에 비해 훨씬 가혹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김성회의 '조선의 노비와 로마의 노예'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
조선의 노비와 로마의 노예
조선(朝鮮)의 노비(奴婢)는 로마의 노예보다 훨씬 비참했다. 언젠가 이야기했듯이 조선 시대 노비는 세종(世宗) 때 만들어진 노비종모법(奴婢從母法), 일천즉천(一賤則賤) 제도에 의해 전체 인구의 40~50%까지 늘어난다. 양반(兩班)이 20% 정도이고, 중인(中人)과 상인(商人)이 5~10% 정도에 양민(良民) 20~30% 내외가 조선사회 인구 구성이었다.
이토록 양인(良人)이 허약하다보니 조선의 국방력이 형편없을 수밖에 없었다. 즉, 양반이나 노비는 군역에서 제외되니 결국 2~30%에 불과한 양인이 조선의 국방력을 떠받치는 셈이었다. 그나마 양인조차 군역에 힘겨워하다 보니, 면천(免賤)이라는 특혜로 노비들을 동원해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런 조선의 노비 제도는 같은 종족을 대상으로 하는 노예제도로 전세계 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제도였다. 왜냐하면, 로마 등 고대국가에서도 타 종족을 정복한 뒤, 그 종족을 노예로 부렸으면 부렸지 자기 종족을 가축의 일종인 노예로 부리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의 노비는 로마 또는 다른 어떤 나라의 노예보다 훨씬 비천한 존재였다. 몽골의 경우 노예는 자신의 대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일정한 노동력을 제공하면 얼마되지 않아 면천되어 일반인처럼 생활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도 향(鄕), 소(所), 부곡(部曲)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고려시대까진 그랬다.
또, 로마의 경우는 노예가 주인 자식들의 과외선생도 했고, 학교의 교사도 했다. 집정관이나 황제 밑에서 서무나 회계를 담당하는 실무진들은 노예 출신들이 많았다. 또 병을 고치는 의사나 전문직들의 대부분은 노예 출신들이었다. 심지어 노예 출신 중에서 나중에 황제가 된 인물도 있었다.
그런데, 조선의 노비는 로마 같은 신분 상승은 꿈도 꿀 수가 없었다. 심지어 아주 특이한 경우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선조의 경우를 보자. 반 전 총장의 선조는 주인에 의해 면천이 되고, 과거에 급제를 해서 벼슬길에 올랐지만, 노비였던 과거가 드러나 탄핵을 받기도 했다. 왕의 총애로 간신히 탄핵은 면하였지만 말이다.
이처럼 조선의 노비 제도는 그 비율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을 뿐만 아니라, 어떤 나라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생활을 했다. 이는 로마의 정복전쟁이 극성기를 이룰 때 로마 인구의 30% 정도가 노예였다는 것과 비교를 해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었다.
이런 비참한 노예 제도를 1890년대까지 유지했던 것이 조선이었다. 이미 프랑스 대혁명기 이전에 흑인 노예제도까지 폐지된 서구 유럽이나 그보다 뒤늦은 링컨의 노예 해방과 비교해도 100년 가까이 뒤늦은 것이었다.
인구의 40~50%가 노비이고, 놀고 먹는 양반을 제외하면 겨우 20% 남짓의 사람들에 의해 지탱되던 조선 사회, 그런 사회에서 누가 국방력을 담당하고, 근대화를 이룩할 힘이 어디에 있었겠는가? 거기서 무슨 미래를 기대할 수가 있었겠는가?!
국뽕(주1)에 취해서 다른 나라에 삿대질 하기 이전에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고 삿대질을 하고, 분노를 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김성회
주1)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philopon)의 합성어다. 흔히 유튜브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국에서 다른 나라에 돋보인 일을 했을때 국뽕 한 그릇을 달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한국 고유의 토착 밈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국뽕 신드롬이 일면서 국뽕에 반발로 '국까'라는 말도 등장했다. '국까'는 ‘국가’와 ‘까다’라는 단어가 결합된 용어로 자국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일삼는 행위나 사람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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