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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은 사냥 본능이다 - 홍기표

林 山 2021. 3. 9. 17:10

인간처럼 탐욕적인 동물이 또 있을까? 인간의 탐욕은 푸른 별 지구와 지구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동식물들에게는 재앙이다. 평생을 물쓰듯 펑펑 쓰고도 남을 만큼 돈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벌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권력 지향적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유기고가 홍기표는 인간의 이런 경향을 사냥 본능으로 설명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林 山>

 

홍기표(자유기고가)

인간의 탐욕은 사냥 본능이다  

 

멀고도 먼 옛날, 원숭이들은 무서운 사자나 표범 같은 맹수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평생을 나무 위에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 나간 원숭이 하나가 '왜 우리는 매일 저것들한테 쫓기고 살아야만 하는가? 거꾸로 우리가 쫓아다니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라고 위험한 생각을 했다. 

 

다들 미친 생각이라면서 말렸지만, 그 정신나간 원숭이는 자기 고집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실제로 어느 날 드디어 나무에서 내려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욤감하면서도 한편 무모한 원숭이의 불장난이었다.

 

원숭이가 몇 번 돌아다니다 보니 나무 아래도 돌아다녀 볼 만했다. 점점 간덩이가 커진 원숭이는 아예 대놓고 사자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다른 짐승들을 쫓아다니면서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한 가지 애로사항은 있었다. 사자 같은 맹수는 주로 밤에 사냥을 했기에 인간은 사자와 같이 밤에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인간은 주로 낮에 사냥을 했고, 햇볕 아래를 뛰어다니기 위해 털을 뽑아버리는 대신 땀샘을 얻었다.

 

땅 위를  뛰어다니기 위해 곧게 뻗은 다리를 얻게 되었고, 나무 타기에 좋던 굽은 팔 대신 창이나 돌을 던지기에 적합한 어깨를 발달시켰다. 무엇보다 자기보다 힘센 동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협업 즉 사회를 만들어 냈다.

 

인간의 행동원리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오랫동안 '탐욕' 또는 '욕심'이 전통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탐욕' 보다는 '사냥'이 더 적합한 개념 같다. 

 

예를 들어 자본이 계속해서 자기 증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벌 총수가 욕심이 많아서일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잘 안된다. 단순히 생활비 관점에서 보면 어차피 죽을 때까지 써도 다 쓸 수 없는 돈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그런데, 왜? 계속해서 이윤에 집착하는가?

 

석가모니나 예수 시대처럼 생산력이 낮은 시절에는 무한축적에 대해 '탐욕'이라는 말로 설명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탐욕'은 협소한 개념이다. 이미 한 100번 정도 죽었다 다시 살아도 다 쓰지 못할 돈이 있는데, 골치 아프게 기업경영은 왜 하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사냥 본능' 때문이라고 본다.

 

사자들과의 경쟁을 피해서 낮에 사냥을 하던 습성의 연장이다. 과거에는 그냥 작은 동물들을 사냥했지만, 지금은 '사회적 목표'를 사냥한다. 사냥감이 사라지면 인간은 우울해진다. 세상 다 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배고파서 죽는 것이 아니라 쫓아다닐 대상이 없어서 죽는다. 심심해 죽겠다는 말이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심심하면 죽는다. 쫓아다닐 목표가 있어야 살 수 있다.

 

낮에 사냥을 하는 습성은 인간의 본질적 영역이라 변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역사는 밤에 이뤄지는지 몰라도 사회는 낮에 돌아간다. 사냥감은 계속 갱신되어야 한다.

 

일은 왜 하고, 출근은 왜 하는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란 것이 대체적인 설명이지만 왠지 부족하다. 보상은 부차적이다. 그보다는 어쨌든 설정된 목표는 쫓아야 할 과업이기 때문에 쫓는 것이다.

 

눈에 보이건 안 보이건 무엇인가를 이리저리 사냥하러 .돌아다니는 속성이 인간의 본질이다. 호기심 반 똥배짱 반으로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을 땅에 내디딘 그 순간 인간은 쫓기는 존재에서 쫓는 존재로 역전한 것이다. 쫓는 존재가 된 그 순간, 그 때가 바로 인간이 진정으로 지구에 착륙한 순간이었다. 

 

인간은 결코 나무 위로 후퇴하지 않는다.

 

글쓴이 홍기표(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