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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재편 전략? - 홍기표

林 山 2021. 3. 18. 17:31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일부 직원들이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 시흥 신도시 사업지역에 100억 원대의 토지를 투기성으로 집중 매입했다는 의혹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LH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폭락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당(국힘당)은 지지율이 폭등 또는 상승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와 국힘당 오세훈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론 조사 결과 두 후보 중 누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가더라도 민주당의 박영선을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오세훈과 안철수의 단일화 협상은 3월 18일 현재 또 다시 결렬됐다. 두 사람은 19일 각자 후보 등록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여론 조사는 삼자 대결이 벌어질 경우 박영선이 이기는 것으로 나와 있다. 

 

자유기고가 홍기표는 국힘당이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도 폭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종인이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보자.<林 山>

  

자유기고가 홍기표 

LH 사태로 국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야당의 정치적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지리멸렬하던 국민의힘당(국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갑자기 치솟기 시작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총체적 규정은 생각보다 빠른 386세대의 몰락이라는 것이다. 여당 지지층 자체가 우상호 대신 박영선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386세대의 콘텐츠 자체가 고갈되었다. ‘옛날에 데모 좀 했다’는 것 외에는 더이상 우려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근혜 탓하는 것도 집권 1~2년에는 먹혔지만, 레임덕 운운하는 시점까지도 이명박근혜 타령만 하고 앉아 있으니 대중의 축적된 불만이 누적 단계에서 폭발 단계 직전까지 다다랗다. 

 

하지만 야당으로의 급속한 쏠림 현상이 과연 바림직하기만 한 것일까? 자체 구조조정도 없이 단순 반사이익에 따른 지지율 상승은 한계가 명확하다. 이것은 일시적 착시현상을 동반한다.

 

2020년 총선 때를 생각해보자. 황교안 시절이 있었다. 그때도 분위기는 좋았다.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나중에 홍길동 공천까지 했다. 동쪽에서 수 년 동안 뼈를 갈아넣고 활동하던 사람을 쑥 뽑아서 아무 연고도 없는 서쪽에 꽂았다. 친박 시절의 공천 학살이 연상되는 수준이었다. 샴페인을 일찍 터트린 교만의 결과는 사상 유례없는 폭망이었다. 집권당에 180석을 헌납한 주범은 샴페인이다.

 

박근혜 이후 야권의 재편 전략은 창조적 파괴여야만 했다. 김종인의 임무도 기존 야당의 파괴적 혁신에 있었다. 황교안 말고 김종인이 시도된 근본적 배경이 이 지점에 있었다. 뭔가 기존의 구체제에서 벗어나 인물과 세력의 물갈이를 통해 옷이라도 갈아입어야 했다. 그래야 집나간 대중은 돌아갈 핑계를 얻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자기 파괴를 통한 신야권의 구성이 김종인에게 주어진 소명이었다. 하지만 김종인이 그동안 무슨 구조조정을 했는지 도통 알 수 없다. 그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상대의 몰락에 의한 반사이익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혁신없는 승리는 위험하다.

 

좌파, 우파 양쪽에서 그동안 끊임없는 제3지대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거대 양당을 비판하면서 때로는 진보, 때로는 진짜 보수, 때로는 중도를 선언했다. 결과는 지속적인 실패였다. 그러나 제3지대는 단순한 실패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제3지대 시도는 표면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제3지대에서 양당체제로의 지속적인 인력공급을 통해 정치권 물갈이를 위한 우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윤석렬의 등장과 안철수의 재림은 한국정치에 있어서 거대한 정치적 빈공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386세대의 약빨은 운을 다했는데 야당이 파괴적 혁신을 방기하니 갈곳없는 대중의 정치 에너지가 정당기반을 버리고 인물기반 위주로 떠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야당의 바람직한 전략은 기존의 자기틀을 최대한 포기하고 외부를 포용해서 내부화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도의적 차원에서 후보를 안 내는 것이 맞았고, 제1야당은 전략적 차원에서 후보를 못 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야당은, 특히 김종인은 이 미션을 철저히 방기했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김종인의 사적인 거부감은 거의 단일화 깽판치기 수준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김종인은 자기 미션을 점점 미션 임파서블로 만들고 있다.

 

잘못되면 책임질 건가?

 

글쓴이 홍기표(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