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로 인한 보궐선거가 D-17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에서는 박영선이 같은 당의 우상호, 열린민주당의 김진애를 제치고 여당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야당에서는 국민의당(국민당) 안철수와 국민의힘당(국힘당) 오세훈이 막판 후보 단일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철수와 오세훈이 후보 단일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론 조사 결과 박영선과 안철수, 오세훈 3자 대결로 갈 경우 안-오의 필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가 되면 안-오 중 누가 나가더라도 박영선을 이기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니, 안-오는 후보 단일화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를 재미있게 분석한 글이 있다. 자유기고가 홍기표가 쓴 '안철수의 재림'이라는 글이다.<林 山>
안철수의 재림
정치의 본질은 '자산게임'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한국정치, 미국정치'라고 할 때의 그 정치가 아니라 개인이 생애사적으로 꾸준히 다음 목표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를 의미한다.
자산게임이란 그때까지의 축적된 자산을 이렇게 저렇게 활용해서 다음 자산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게임이다. 즉 자산으로 자산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게임 형식의 하나다.
선거 때 후보가 명함을 뿌리는 이유도 결국 명함 뒷면에 소개된 프로필 자산이 대중을 설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상의 자산이 그러하듯 정치적 자산도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치적 무형자산의 대표적 항목이 인지도와 지지도라면 유형자산의 대표적 항목은 자리다.
나는 예전에 철도청에서 일할 때 거대한 기관차가 기관사의 간단한 손동작 몇 개로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핸들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핸들은 즉 손잡이-(칼)자루는 하부의 기계적 인과관계를 총체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의지의 집결점이다. 그것은 곧 권력이다. 이 지점을 쥐고 있는 사람이 결국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권력을 자루라고 표현해 왔다.
정치적 자산의 본질은 무형자산이다. 물론 자리가 있어야 자루를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음 자리를 획득하는 기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리의 중요성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자산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대중의 지지 혹은 부채의식 같은 보이지 않는 기반 즉 무형자산이다. 자리는 무형의 자루를 유형화한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볼 때 안철수는 이미 재림에 성공했다고 본다. 단일화 드라마의 기-승-전-결 흐름에서 자기가 먼저 양보를 통해 '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자기가 제시한 정치적 명분을 위해 스스로 뭔가 헌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즉 몸을 던져 상황 전체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수준급의 정치 행위에 속한다.
안철수는 작년 총선 직후만 해도 거의 정치적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내몰린 바 있다. 좀 있으면 잊혀진 인물이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 개입하면서 집권당에 대한 반발과 기존 야당에 대한 외면이라는 조건을 활용하며 유력한 대중적 대안으로 부상했다.
그것은 안철수의 재림이었다. 우리 모두가 흑역사를 알고 있는, 안철수의 재림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TV 드라마 보듯이 기-승-전-결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국면이 펼쳐진 원인 자체가 안철수에서 비릇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말에 안철수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후보단일화 프레임을 설정했는데 이 대목이 기-승-전-결 중에서 '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단일화 프레임으로 시작한 선거가 계속 단일화 문제로 흘러가고 있다. 이게 끝나면 사실상 선거는 끝난다.
그리고! 안철수는 막판 시점에서 룰 양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대목이 '전'에 해당한다. 기-승-전-결 중에서 '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크라이막스는 '전'에 있다. '결'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TV 드라마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적용되지만 정치 드라마는 전투적 작가 시점이 적용된다. 전투적 작가 시점에서 볼 때 '결'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어차피 투쟁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전투적 작가 시점에서 작가는 다음 시즌에서도 죽은 캐릭터를 다시 살려낼 수 있다. 안철수의 재림은 '성냥팔이소녀'의 재림 이후 가장 큰 재림 사건이다.
글쓴이 홍기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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