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골담초(骨擔草)

林 山 2021. 6. 25. 14:37

옛 사람들은 식물의 이름을 그 효능을 고려해서 짓는 경우가 많았다. 골담초(骨擔草)도 그런 경우다. 골담초는 '뼈(骨)'를 '짊어지는(擔, 책임지는)' '풀(草, 약초)'이란 뜻이다. 골담초라는 이름에서 뼈에 이로운 식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민간에서는 골담초를 관절염의 치료에 이용해 왔다. 그래서 옛날에는 집집마다 울타리나 우물가에 골담초를 한두 그루씩 심었다. 골담초는 일종의 가정 상비약이었던 셈이다.    

 

골담초(충주시 연수동, 2021. 4. 13)

골담초는 장미목 콩과 골담초속의 낙엽활엽관목이다. 학명은 카라가나 시니카 (부코즈) 레더[Caragana sinica (Buc'hoz) Rehder]이다. 영어명은 차이니즈 피 트리(chinese pea tree) 또는 차이니즈 피쉬럽(Chinese Peashrub)이다. 일어명은 무레스즈메(ムレスズメ, 群雀), 중국명은 진지얼(锦鸡儿)이다. 골담초를  야황기(野黃芪), 금계아(金鷄兒), 선비화(禪扉花)라 부르기도 한다. 꽃말은 '겸손', '청초'이다. 

 

골담초는 원산지가 중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반도에서도 경북, 중부 지방의 산지에서 군락지가 발견되었다. 따라서 한국도 골담초 원산지에 들어간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영주 부석사(浮石寺) 조사당(祖師堂)에는 일명 선비화(仙扉花, 신선집 꽃)라는 이름의 골담초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골담초는 부석사를 창건한 신라 고승 의상(義湘)이 중생을 위하여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조사당 처마 밑에 꽂았더니 가지가 돋아나고 잎이 피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부석사를 찾아 선비화를 바라보며 시를 짓기도 했다. 

 

부석사 선비화는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擇里志)'에도 나온다, 1730년경 조사당의 선비화를 본 이중환은 '지팡이에 싹이 터서 자란 나무는 햇빛과 달빛은 받을 수 있으나 비와 이슬에는 젖지 않는다. 지붕 밑에서 자라고 있으나 지붕은 뚫지 아니한다. 키는 한 길 남짓하지만 천년 세월을 지나도 한결같다'고 하였다. 

 

광해군(光海君) 때는 경상감사 정조(鄭造)가 부석사에 왔다가 선비화를 보고 "옛 사람이 짚던 것이니 나도 지팡이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서 잘라 가지고 갔다. 선비화는 곧 두 줄기가 다시 뻗어나와 예전처럼 자랐다. 반정으로 집권한 인조(仁祖) 때 정조는 역적으로 몰려 참형을 당했다. 이후 선비화를 함부로 자르면 화를 입는다는 속설이 생겼다. 지금도 승려들은 사시사철 푸르른 이 골담초를 비선화수(飛仙花樹)라 부른다고 한다.

 

골담초(충주시 연수동, 2021. 4. 13)

골담초의 뿌리는 잔뿌리가 길게 자란다. 키는 2m까지 자란다. 위를 향한 가지는 사방으로 늘어져 자란다. 가지는 5개의 능선이 있고, 회갈색이다. 가지에는 털이 없고 가시가 있다..

 

잎은 홀수깃모양겹잎으로 2쌍씩 붙어 있고 어긋나기한다. 엽축 끝은 대개 가시로 되고, 소엽은 4개로서 거꿀달걀모양 또는 타원형에 두껍고 미요두 또는 원두이다. 잎 표면은 진록색이고 광택이 나며, 뒷면은 회록색에 털이 없다. 탁엽은 길이가 4~8mm로 가시로 변한다.

 

은 4~5월에 아래로 늘어져 단생으로 핀다. 처음에는 노란색으로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적황색으로 변한다. 화경은 길이 1cm 정도이며, 중앙부에 한 개의 환절이 있다. 꽃받침은 종 모양으로 갈색 털이 약간 있다. 기꽃잎(旗瓣)은 좁고 긴 거꿀달걀모양에 미요두이다. 상반부는 노란색, 하반부는 연노란색이다. 날개꽃잎은 노란색이고, 용골꽃잎은 연노란색 또는 연한 황갈색이다. 열매는 협과이다. 협과는 길이 3~3.5cm로서 원주형이고, 털이 없다. 종자는 9월에 익지만 결실이 드물다.

 

골담초(충주시 연수동, 2021. 4. 17)

골담초는 꽃이 아름답고 잎 모양이 특이하여 정원이나 공원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생울타리용으로도 유망한 수종이다. 도로변 절개지에 심어도 좋다. 콩과 식물이라 뿌리혹박테리아가 땅속의 질소를 고정하여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옛날에는 노란 꽃을 따서 쌀가루와 섞어 시루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다른 재료와 함께 삶거나 쪄 먹을 수도 있고, 국물 요리에 넣어도 독특한 맛이 난다. 꽃잎은 약간 단맛이 나서 요리를 장식하는 재료로 쓸 수 있다. 골담초 뿌리는 술에 담궈 신경통약으로 이용한다. 꽃은 천연향의 원료로 쓰인다. 밀원으로도 가치가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골담초, 참골담초의 꽃은 금작화(金雀花), 뿌리껍질은 금작근(金雀根)이라 하며 약용한다. 금작화는 4~5월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충해를 입지 않도록 잘 저장한다. 자음화혈(滋陰和血), 건비(健脾)의 효능이 있어 노열해수(勞熱咳嗽), 두훈요산(腰酸), 부인(婦人)의 기허백대(氣虛白帶), 소아감적(小兒疳積), 급성유선염(急性乳腺炎), 타박상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곱게 갈아 산제(散劑)로 복용한다.'고 나와 있다. 

 

'국생정'은 또 금작근에 대해 '연중 수시로 캐서 진흙을 씻고 수염뿌리와 흑갈색의 전피(栓皮)를 벗겨내고 신선한 것으로 쓰거나 햇볕에 말린다. 또는 목심(木心)을 제거하고 근피(根皮)를 썰어서 말린다. 청폐익비(淸肺益脾), 활혈통맥(活血通脈)의 효능이 있다. 허손노열(虛損勞熱), 해수, 고혈압, 부인백대(婦人白帶), 혈붕(血崩, 자궁출혈), 관절동통(關節疼痛), 타박상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붙인다.'고 나와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금작화나 금작근의 약력이 약해서 거의 안 쓴다.

 

  골담초(충주시 연수동, 2021. 4. 22)

골담초의 유사종에는 좀골담초, 반용골담초(Large-flower Chinese peashrub , 盤龍骨擔草), 참골담초(조선골담초, Manchurian peashrub) 등이 있다. 좀골담초의 학명은 Caragana microphylla Lam.이다. 강원도 이북에서 자란다. 골담초의 소엽은 4개, 좀골담초의 소엽은 12~18개이다. 반용골담초의 학명은 Caragana sinica var. megalamtha Schneid이다. 잎이 작다. 소엽은 4개이다. 참골담초의 학명은 Caragana koreana Nakai이다. 조선골담초라고도 한다. 강원도, 황해도, 평안남도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소엽은 4~5쌍, 총 8~10개이다.

 

2021. 6. 2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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